철벽 쩌는 카페 사장님 좋아하기
고등학교 3학년. 그래, 한창 아름다울 나이...는 무슨. 그래 한창 꾸미지 못하고 공부에 찌들어 갈 나이다. 공부에 전념하고 공부에 인생을 받칠 나이. 그래야 부모님이고, 선생님이고, 입이 닳도록 말하는 인 서울을 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나는 꽤나 성적이 좋은 편이라 선생님들과 부모님이 나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이렇게 공부를 해도 시간이 모자라서 쩔쩔매야 하는 내 나이에 나는,
"아저씨! 나 왔어요!"
"하아... 또 왔어..."
27살 된 아저씨를 좋아하게 돼버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철 벽 쩌 는 카 페 사 장 님
"김여주. 오늘 끝나고 학교 앞에 새로 생간 카페 안 갈래?"
"넌 공부 안 하냐? 우리 수험생이다. 고삼이라고."
"아 진짜. 너까지 왜 그러냐."
수지는 고3 스트레스가 말이 아닌지 내 말 한마디에 울상을 지었다. 하긴, 이 시기가 한창 부모님 한테나 선생님 한테나 치일 시기이는 하다. 3월 모의고사 성적이 나오고 난 후이니까. 수지는 노력은 하는데 그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수지 자신도 스트레스일 텐데 부모님이 닦달하실 게 뻔하니까. 나야 뭐.. 항상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덕에 부모님한테 뭐라 듣는 편은 아니다만, 그것대로 스트레스이기는 하다. 하기야 이 나이에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건 아마 재벌 3세쯤이나 돼야 안 받으려나.
수지의 얼굴에 결국 독서실을 포기하기로 했다. 친구가 가고 싶다는데 그 정도 시간도 못 내줄 매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자 세상 행복해 보이는 배수지. 나 참...
"알겠어. 간다, 가."
"헐 진짜지. 가는 거지? 나이스!"
"그렇게 좋냐. 카페 하나 가는데 무슨..."
"거기는 그냥 카페가 아니니까요~ 종례 끝나자마자 바로 가자. 거기 인기 짱 많아서 바로 안 가면 자리 없어."
수지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가 인기 많아 봤자지. 때 마침 종례를 하러 들어오신 선생님이 교탁을 탁탁, 두어 번 치시면서 우리를 집중 시켰다. 그리고 오늘은 별 공지사항이 따로 없으신지 종례 끝. 청소 당번은 청소 끝나고 확인 맡고 가라. 라며 말을 끝내셨다. 선생님의 말씀에 신난 배수지가 아직 가방도 안 멘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어어! 야! 천천히 가! 넘어진다고!"
철 벽 쩌 는 카 페 사 장 님다행히도 자리가 있는 듯싶었다. 카페에 들어와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보니 카페 내부가 정말 큰 곳임에도 불구하고 꽉 차있었다. 근데... 뭔가 좀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이상한 거지..... 뭐ㅈ...
"야! 김여주!"
"어, 어?"
"얘가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주문하러 가자고."
그렇게 말하며 주문대로 향하는 수지를 보고 급하게 따라가는데, 제대로 앞을 보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나는 누군가와 부딪쳤고 넘어질 뻔 한 나를 내 두 어깨에 두 손을 올려 잡아준 남자가 내 상태를 물었다.
"괜찮아요?"
"아, 네... 괜찮아요."
".... 사람은 괜찮은데, 옷이 괜찮지가 않네요."
남자의 말에 네? 하며 고개를 숙이자, 남자가 들고 있던 쟁반 위에 있던 손님이 먹다 남긴 초코 크레페가 튀어서 내 흰 교복 와이셔츠가 얼룩져 있었다. 지금 휴지로 닦으면 되고 집 가서 빨면 되고. 별일 아니라 판단한 나는 괜찮다고 말해주려 고개를 올렸는데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내 와이셔츠를 바라보는 남자가 보였다. 괜히 민망해진 나는 손을 저었다.
"집 가서 빨면 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 아니에요 저 따라오세요."
"... 예?"
내 말에도 잠시 고민하던 남자는 고민을 끝냈는지 내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는 뭐라 말할 새도 없이 나를 어디론가 이끌었다. 아니..! 괜찮다니까요...! 카페 주방 쪽으로 가더니 그 옆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직원들이 쉬는 공간인지, 카페 안에 공간이라기에는 꽤나 한적했다. 직원들이 쓰는 것인지 캐비닛이 있었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그 안에 작게 탈의실도 있었다. 그리고 앉아서 얘기할 수 있게 카페 안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도 보였다. 또 여기서 피곤할 때 잠도 잘 수 있는지 크지 않은, 딱 남자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사이즈에 침대도 있었다. 와.. 여기 직원들 호강하네. 손님들만 좋은 줄 알았더니 이건 뭐, 직원들도 편하겠네.
그 남자는 신기한 듯 이리저리 둘러보는 나를 침대에 잠시 앉히더니 서랍장에 가서 무엇을 살펴보더니 무엇을 손에 쥐고 내 앞으로 걸어왔다.
"이거 입어요. 제일 작은 거로 고르긴 했는데, 그래도 남자 사이즈라 조금은 크겠다."
"네? 저..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돼요... 그쪽이 부딪친 것도 아니고 제가 앞을 못 봐서 일어난...."
"됐으니까 입고 나와요."
그 남자가 내게 건네준 것은 바로, 자신과 아까 카페에서 돌아다니던 직원들이 입고 있던 유니폼이었다. 검은색 7부 와이셔츠였는데 보기만 해도 더울 거 같아 괜찮다며 고개를 젓는데, 내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젓던 남자가 방 안에 작게 존재하는 탈의실을 가리켰다. 하... 네네, 여기 진짜 친절하네. 옷에만 묻어서 망정이지, 몸에도 묻었다면 아마 목욕탕에 나를 데려가지 않았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분명 저 남자가 입었을 때는 적당히 달라붙어 예쁜 핏이었는데 나는 헐렁하다 못해 진짜 무슨 아빠 옷 훔쳐 입은 애가 돼버렸다. 게다가 7부였던 유니폼은 내 손을 반이나 덮을 정도로 길어서 양손을 위아래로 흔들자 펄럭 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그 몰골을 하고 탈의실을 나오자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하던 남자가 문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내 모습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풉,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 미안해요. 너무 귀여워서."
".... 예?"
"와, 진짜 작구나."
그러면서 내 머리에 손을 올리는 남자의 행동에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졌다.
.... 뭐야 이거? 나 얼굴 왜 빨개져? 빨개진 얼굴이 들킬까 싶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저, 친구가 기다려서요.."
"아, 생각을 못 했네. 미안해요."
"아니에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웅얼웅얼 거리자 위에서 피식, 하며 다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 쪽팔려 진짜. 남자는 그럼 이만 나갈까요? 라며 문을 향해 턱짓했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이 옷은 꼭 빨아서 갖다 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굳이 안 가져다 줘도 되는데.. 편할 대로 해요. 그럼."
끝까지 웃는 얼굴을 유지하던 남자가 내게 인사를 건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와... 뭐지, 진짜. 웃는게.... 저렇게 예쁠 수가 있나. 남자의 웃는 얼굴에 또다시 얼굴이 붉어진 나는 손으로 급하게 부채질을 했다.
한참을 그곳에 서 있는데 잊었던 수지가 떠올랐다. 얘 아까 주문하러 간다 했는데.. 고개를 돌려 수지를 찾자, 나를 봤는지 찡그린 얼굴로 내게 다가오는 수지가 보였다.
"야! 김여주! 너 어디 갔었어, 계속 찾았잖아!"
"어... 미안..."
"얘가 얘가. 정신을 못 차리네. 그 옷은 또 뭐야."
수지의 말에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계속 그 남자에 얼굴만 떠오를 뿐이었다. 수지는 정신을 못 차리는 내가 이상한지 내 두 어깨를 흔들다가 그제야 바뀐 내 옷을 알아봤다. 그럼에도 내가 반응이 없자, ... 얘가 진짜 왜 이래. 안되겠다.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 라며 한 손에 들려있는 망고 스무디를 내게 건넸다.
"네가 갑자기 없어져서 그냥 내 마음대로 시켰어. 망고 스무디, 맞지?"
"어? 어어..."
"아휴. 됐다. 얼른 집에나 가자."
이 가게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주문대와 계산대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음식이 나오면 셀프로 가져가는 게 아닌 직원들이 서빙으로 가져다준다. 문 앞에서 계산을 하려 기다리는 와중에도 내 눈은 그 남자를 찾으려 애썼다. 아씨.... 어디 간 거지. 결국 찾지 못하고 우리 차례가 되어 계산을 하려는데 방금 건넨 주문서를 계산대에 입력하던 직원이 뭔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지?
"저기, 이 테이블은 이미 계산이 되어 있는데요?"
"네? 어.. 저희 계산 안 했는데..."
"어.. 잠시만요."
계산이 되어 있다는 말에 수지를 쳐다봤다. 네가 계산했어? 내 말에 고개를 젓던 수지가 직원에게 물었다. 그에 당황한 직원이 다시 계산대를 바라보더니 아, 5번 테이블. 이라며 뭔가 알아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와 수지가 뭐냐는 눈빛으로 직원을 바라봤다.
"이 테이블은 아까 사장님이 직접 계산하셨어요."
"..... 네?"
"뭐였더라. 사과할게 있다던데... 암튼, 계산은 이미 되어 있으니까 그냥 가시면 돼요~"
강아지 상인 남자가 눈꼬리가 휘어질 정도로 웃으며 말하자, 배수지는 그저 공짜라 좋은 것인지 신나서 내 어깨를 쳤다. 아니.. 내가 잘못한 거라니까.. 괜히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마지막으로 다시 고개를 돌려 남자를 찾았다. 그러자 마침 주방에서 나오고 있는 남자와 눈이 딱하고 마주쳤다.
'다음에 또 와요.'
그렇게 공부에 미쳐야 할 나이인 고3인 나는, 말도 안 되게 카페 사장님에게 미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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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수가 그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ㅠㅠㅠ 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ㅜㅜ 생각보다 되게 박빙이었지만ㅋㅋㅋㅋㅋ 기현이로 결정이 났네요! 모두들 소중한 한 표 너무 감사합니당ㅎㅎ 자신이 투표한 멤버가 되지 않았다고 슬퍼하지 말고 기현이로 재밌게 즐겨주세요! 제가 쓰고 싶은 장르가 생긴다면 투표할 테니 또 골라주세요~!
독자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