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소한 걸로 다투가가 꽤나 큰 싸움이 됐는데(심지어 여주가 잘못한 거임,,) 여주 자존심 너무 쎄서 계속 화만 내다가,
"싫으면 헤어지던가."
하면서 또 말 밉게 툭 던진다. 장소가 카페였는데 그렇게 말 뱉고는 가방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채형원 안 잡잖아..... 그냥 싸늘한 눈으로 일어난 여주 올려다 볼 뿐, 잡지는 않음. 원래 같았으면 진작 져주면서 알았어, 알았어. 내가 미안해. 다정하게 말해주면서 팔목 잡아야 하는게 정상인데 아무런 말도 없고, 행동도 없으니까 여주도 좀 당황하겠지. 근데 이미 일어나 버린 걸 어째... 그냥 가방 들고 좀 불안한 마음으로 문을 향해 걸어가는데 뒤에서 채형원 목소리 들린다.
"그래... 그만하자, 진짜."
근데.... 근데, 너무 지친 목소리잖아....
그 말에 여주 속으로 많이 놀랐지만 내색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카페에 형원이 놔둔 채로 밖으로 나온다. 분명 자기가 잘못한 거 아는데 다시 돌아갈 용기도 안 나고 사과할 용기도 안 나고... 어떡하지 싶음..... 왜 이런 생각까지 드냐면, 마지막에 들린 그 음성이 진짜 평소 형원이랑은 달랐거든. 너무 낯설어서.. 그래서, 여주도 진짜 마지막인가 싶은 거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에이, 며칠 지나면 연락 오겠지.' 이런 마음 가지고 있음.
그래서 그날은 그냥 집으로 돌아갔음.
근데, 한 삼일 지났는데도 채형원 연락 안 오잖아. 그제서야 여주 좀 초조해진다. 집에서 손톱 탁탁 뜯으면서 핸드폰만 보고 있는데 아무런 연락 없음.... 결국 안 되겠는지 옆에 있는 가방 들더니 몸 일으킨다. (연락오면 언제든 나가려고 약속 없어도 맨날 화장하고 옷 입고 있는 여주...)
"하....."
그렇게 채형원 집 앞으로 가는데 막상 벨 누를 용기는 안 남. 왜냐면 여주 자존심 ㄹㅇ 엄청 세거든. 사실 여기까지 온 것도 엄청 큰 용기 낸 거임ㅠㅠ... 결국 벨 앞에서 거짓말 안 하고 30분 고민하다가 떨리는 손으로 띵동, 누르는데 안에 없는 건지, 아님 없는 척 하는 건지 아무런 응답 없음... 한 번 더 누를 용기는 차마 나지 않는지 그냥 계속 기다린다. 한 시간 정도 서있다가 다리 아프길래 쪼그려 앉아서 30분. 또 그러고 있으니까 다리 저리길래 서서 30분. 그거 반복 하니까 시간은 벌써 11시를 향해 달려가잖아...
분명 나올 때 7시였는데 벌써 4시간이나 지난 거.... 형원은 항상 나 이렇게 기다렸나, 싶은 생각에 눈물 왈칵 나올라 한다. 손은 시렵고, 눈물은 날 거 같고, 형원이는 보고 싶고....
"채형원 보고 싶어.... 언제 와..."
날씨는 추워서 쪼그려 앉아서 콧물 훌쩍 훌쩍하고 있는데, 그때 엘레베이터 띵, 소리 울리더니 문 열림.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채형원 서있음. 처음에 여주 여기 있을 줄은 당연히 상상도 못했으니까 놀랐는지 눈 커졌다가 다시 표정 굳힌다. 여주 형원이 모습에 벌떡 일어나다가 다리 저려서 아야야... 하면서 눈 찡그리고 다리 주무르다가 어느새 자기 앞에 와 있는 형원이 올려다 봄.
"..... 형원아..."
"가, 얼른."
근데, 채형원 여주 얼굴 쳐다볼 생각도 안 하고 문 앞에서 서서 도어락 누르면서 말함. 여주 그거에 제대로 충격.... 이대로 들어가면 진짜 끝이라는 생각 갑자기 막 들잖아... 그래서 여주 급하게 도어락 누르고 있는 형원이 팔 위에 자기 손 올린다.
"나, 나... 4시간 기다렸는데..."
"왜 기다렸어."
근데 들려오는 말은 너무 차갑잖아... 저 말이 걱정된다는 듯이 왜 기다렸냐가 아니라, 이제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기다렸냐는 말... 그래서 여주 눈에는 아까 참고 참았던 눈물 금세 눈물 차오른다. 그리고 또륵 또륵 떨어지는데 채형원 여주 눈물에도 표정 변화 없잖아.... 그리고 자기 팔 위에 놓인 여주 손, 다른 한 손으로 떨어트리고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려 함. 그거 본 여주가 눈물도 못 닦고 다시 급하게 형원이 옷 잡는다.
"나 추워 형원아. 치마도 입고... 옷도 얇게 입어서... 그래서 너무 추운데 나..."
눈물 퐁퐁 흘리면서 형원이 올려다 보면서 말하니까 형원이 한숨 푹 내쉰다. 그 한숨 소리에 여주 움찔. 형원이 그거 봤는지 못봤는지 그냥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가잖아... 여주 찐으로 충격 받아서 엉엉 울지도 못하고 눈물만 쏟아내면서 형원이가 들어간 문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바로 철컥, 하면서 문 열리더니 형원이 나옴.
"입고 가, 이거."
".........."
"우리 헤어졌으니까 나 이제 너 못 데려다 줘."
"..........."
"그러니까 앞으로 이렇게 집 앞에 찾아오는 거 하지 마."
"..........."
"춥다. 조심히 가."
그리고 나서 다시 닫힌 문 한 번. 제 손에 들린 패딩 한 번 보고 그제서야 이별을 제대로 실감 했는지 소리내서 엉엉 우는 여주였음.
제 손에 들린 패딩은 바로, 형원이와의 커플 패딩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눈물이 쏟아졌다.
***
문득 이런 글이 보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