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마지막 시즌입니다. 아직 시즌 1을 안보셨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시즌 1을 먼저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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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shmello(마시멜로), Anne-Marie(앤 마리)-FRIENDS
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Ⅲ 19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후회로 남았다.
그때 그 아이를 못 본 체 했더라면.
그때 그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그때 삶을 포기했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텐데..
#91 케케묵은 이야기
부른 배를 두드리며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아가였다. 곧 아가가 눈을 빛내며 나를 보았다. 또 뭔가가 궁금해졌나보네.
“마녀님, 궁금한 거 물어봐도 돼요?”
“물론이지.”
“전에 저보고 살아진다고 했잖아요. 뭐, 빈 기억이고, 후회고...? 그거 궁금해요.”
“아... 그 이야기는 아주 오오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얼마나요?”
“음, 천 년 전? 무려 고려시대지!”
“와, 새삼 놀랍다.”
“아가, 나는 인간이야.”
“...예????????”
정말 놀란 듯 아가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말도 안 된다며 손을 내젓던 아가는 우리의 눈치를 살피곤 진짜냐 되물었다.
“응. 진짜지. 천년이나 살고 있지만 인간이 맞아.”
“그러기엔, 천 년...”
“나에게도 엄마가 있었어. 그녀가 나에게 물약을 먹였고 그 후부턴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지.”
“어... 어... 저번에 듣기론 죽었었다고...?”
“죽었었지. 나도 이들과 같은 몸이야. 잠깐 죽어있지.”
“잠깐이요? 그게 대체 얼마나 돼요?”
“짧으면 반년, 길면 40년은 죽어있지.”
“40년이요?????”
“아, 아가 입장에선 길겠구나. 영생 중 40년은 별 거 아니란다.”
“와,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세계... 근데 그게 살아지는 거랑 연관이 있어요? 죽으면 그만이잖아요. 마녀님 바로 죽을 수 있는 뭐시기도 있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바로 죽을 수 있는 뭐시기...? 즉사의 물약을 말하는 건가?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며 말했다.
“흠, 그렇지. 애초에 난 내가 먹고 싶어서 그 물약을 먹었던 게 아니야. 억지로 먹었고 억지로 살고 있지. 웃긴 건 나름 엄마라고 따르던 그 여자가 내 앞에서 죽어버린 거야. 그 후부턴 매 순간이 권태로웠어. 그러다 한 아이를 만났지.”
“오 제 3의 인물.”
“흐흫. 그래. 어떻게 보면 제 3의 인물. 5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이미 죽은 어미를 끌어안고 애처롭게도 울고 있더라고. 그게 나와 좀 겹쳐 보였어. 그래서 내가 데려다 키웠지. 매 해 지나갈수록 뭘, 어떻게 못하겠더라고.”
“뭐를요?”
“나는 늙지 않아. 그런 내가 그 예쁘고 가여운 아이를 계속 기를 수가 없었지. 어느 순간 아이는 나보다 늙어버릴 테니까. 그게 아이에게도... 안 좋을 테니까.”
“아...”
“그 아이에게 망각의 물약을 먹이고 근처에 살던 할멈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맡겼어. 무럭무럭 잘 크던 아이는, 괴물 하나를 만나 죽게 되었지.”
“와...?!! 괴물? 무슨 괴물이요?? 아니 그걸 살려뒀어요?!”
제 이야긴지 모르고 역정을 내며 소리치는 아가에 기분이 묘해졌다. 너를 죽인 게 최승철인건 아는 걸까... 괜히 내가 애를 들쑤시는 건 아닐까. 막상 이렇게 되니 이야기를 해주기 망설여진다. 순영이가 그런 내 손을 잡아왔다.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순영이에 용기를 얻어 말했다.
“나는 괴물을 이길 힘이 없어.”
“아, 인간이시라고...”
“응. 맞아. 그래서 순영이를 찾아갔지.”
“와, 서사 완벽하다. 두 분 그렇게 만난 거였군요?”
“순영이가 대신 죽여줬어.”
“대박, 대박. 역시 악마. 멋지십니다.”
두 손 모두 엄지만 치켜세우며 순영이에게 건네는 아가에 순영이가 작은 실소를 터뜨렸다. 그 비웃음을 아가는 알 리가 없었다. 그저 순영이를 따라 천진난만하게 웃을 뿐이다. 제 3의 인물로 포장한 이 이야기를 들은 아가는 누구의 편에 설까. 내가 아는 아가라면 당연히 내 편이겠지. 그런 아가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면, 그때도 내 편일 수 있을까? 이젠 말해줘야 했다. 그 전에, 후회를 뒤집어쓰고 있는 나에게 단 한줄기의 빛이 필요했다.
“아가.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너는 누구의 편이니?”
“당연히 마녀님이시죠!!! 아니 그 괴물은 그 아이를 왜 죽인 거래요?!”
“사랑했대. 너무 사랑해서 멈출 수 없었대. 뱀파이어였거든.”
“그걸 변명!! ...이라고... 나 이 이야기 아는 거 같은데... 이거 설마 나랑 최뱀파 과거예요?”
“응. 최승철이 너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내 입장에서의 이야기야. 또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이런 이야기는 쏙 빼놓고 이야기했겠지.”
“......”
“이해는 가. 최승철 입장에선 난, 너를 죽이는 나쁜 년이었을 테니까.”
“......”
“그렇지만 난 너를 살리고 있는 거였어. 나와 같은 영생을 만들기 위해서. 후회하기 싫어서 몇 백번의 실험을 하고 그 실험의 끝은 또 다른 변수들로 실패했지.”
“제가 이해력이 좀 느려요. 잠깐만 기다려 봐요.”
생각을 하는 듯 아가가 허공을 바라보았다. 난 그런 아가의 사념을 방해하기 싫어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결론을 낼까... 그럼에도 왜 죽였냐며 최승철 편을 들까, 아님 이기적이었던 최승철에게 환멸감을 느껴 내 편을 들까. 무엇이든 난 아가의 편에 설 것이다. 그녀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어쨌든 아가는 영생을 살 거고 내가 아가에게 사과할 시간 또한 영겁일 테니까.
#92 내 행복
아가는 내일 다시 이야기 하자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 힘들만도 하겠다. 누구의 편도 들기 힘들겠지. 아... 괜히 말한 걸까...
“누구한테 하는 말이니?”
“저 인간 말이야. 불 같이 화를 낼 때는 굉장히 논리적이다가 이렇게 조금만 풀어져도 지극히 감정적이게 돼. 재미없어.”
“준아, 아직 어리단다. 그 평범한 나날에, 그 어린 나이에. 지금 이렇게 노망난 어르신들 두 명이 달려들어 애를 흔드는데 어느 누가 평정심을 유지할까.”
“노망난 어르신 둘에 야옹이가 껴 있는 건 아니지...?”
“나랑 최승철이지 누구겠어. 에휴, 모쪼록 아가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네.”
억울하게 썼던 누명이 벗겨지고 변명 같은 이야기를 내뱉으니 차라리 시원해졌다. 내일은 뭐라도 결론이 나겠지. 기지개를 켜고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준휘야 언제나 같은 표정이었고 명호는 어쩐지 웃고 있었다. 순영이는 나를 살피고 있었고 찬이는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는 듯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이의 생각을 방해하긴 싫으니 명호를 돌아보며 물었다.
“왜 웃어?”
“드디어 마녀님이 행복해질 것 같아서요. 벌써부터 마녀님 표정이 개운해보이세요.”
“아, 개운하긴 하지! 400년의 악몽에서 드디어 깬 느낌이야.”
“오늘은 좋은 꿈꾸시겠네요.”
“그러게. 나 사실 꿈이라도 좋은 꿈꾸고 싶었거든.”
“말씀하시라니까!”
“아니지~ 나보다 더 가여운 아이들 앞에서 주름잡을 수는 없잖아. 난 이제 편안해졌으니 됐어.”
인간은 참으로 이기적인 동물임이 틀림없다. 막상 모든 게 풀리고 나니 결국 내 행복을 찾게 된다는 것이 이기적인 게 아니면 뭘까... 금방 또 기분이 축 쳐진다. 내 행복을 찾고자 몇 명이 피해를 입은 걸까...
#93 순진했지
대충 아침으로 찬이가 구운 식빵을 먹는 중이다. 마트 가서 잼을 안 사와서 그냥 빵만 먹고 있는데 찬이가 내 맞은편에 와 앉았다. 곧 찬이는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마녀님.”
“왜?”
“이제 저 애도 영생을 살 테니까 마녀님의 오랜 염원을 이룬 것이 되는 거죠?”
“음... 그렇지?”
“그럼 마녀님은 이제 무엇을 위해 사실 거예요?”
“오...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어. 음, 오랜만에 차 사고 싶네! 별장도 더 예쁜 걸로 한 채 사고... 아! 찬이 장가도 보내고~”
“그거면 마녀님은 행복하신 거예요? 제 장가가요?”
“우선은 물질적인 것으로 채우고, 그러다 안 되면...”
“......”
그러다 안 되면... 어쩌지...? 찬이의 표정도 진지한 거 보니 더 이상은 장난 칠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충 웃어넘기고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찬이는 내가 걱정이 되는 건가 보다. 권태로웠다는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네. 한 단어 잘못 써서 또 후회를 하는 꼴이다. 그렇게 후회를 뒤집어 써놓고 또 후회하네. 답답한 속에 숨을 크게 내쉬니 명호가 거실에서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영생을 사니까 너무 먼 미래는 생각하지 말아요.”
“응?”
“마녀님은 현재만 사는 게 좋겠어요. 어쨌든 인간이 저렇게 고민을 한다는 것은 마녀님에게도 좋은 소식이니까요.”
“맞지, 맞지~ 아주 좋은 소식이지. 우리 찬이도 나랑 같이 현재를 살자. 재밌게. 맛있는 빵도 만들고~ 재철 과일로 케이크도 만들자~ 너무 맛있겠지??”
“드시고 싶으세요? 지금 만들까요?”
“너무 좋지~ 같이 장보러 갈까?”
“네!”
찬이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서는 순영이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힘없이 소파에 앉아선 나를 돌아보는 순영이의 눈에 상처가 가득해 볼을 쓸어주며 말했다.
“찬이랑 둘이 다녀올게. 기분전환 좀 하러.”
“일찍 올 거야?”
“응. 장만 보고 올 거야.”
“어... 두 분이서 다녀오실래요...?”
“됐어. 둘이 다녀와. 나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
“허이고, 애야?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자부하는 꼴이 6살 어린 애 같군. 마녀는 얘 어디가 좋은 거야??? 난 도통 이해할 수가 없네.”
“저 강시 새끼가 듣자듣자 하니까,”
“순진했어. 악마답지 않게 내 작은 손짓 하나에도 움찔하는 게, 그게 귀여웠어.”
나와 눈이 마주친 순영이가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그래, 지금이야 나랑 해온 게 많아 담담해졌지만 당시엔 최승철 죽이고도 손을 벌벌 떨던 아이었으니까. 어쩌면 내가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는 아이는 순영일 거야.
#94 아가의 선택
이틀 간 방에 틀어박혀 가져다 준 밥만 비운 채 고심한 아가는 대뜸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선 물어왔다.
“어쨌든 제가 영생을 산다는 게 맞죠?”
“어? 어! 맞지.”
“안 늙는다는 것도 맞죠?”
“어... 늙지 않지.”
“그럼, 저 일단은 15년 동안만 외삼촌댁에서 살래요.”
“어, 그래. 어????”
“안 늙는다고 했잖아요. 15년 후면 제가 벌써 서른이 넘었는데 그때도 지금 이 얼굴일 거 아니에요. 그 이후에 외삼촌댁에 방문하면 더 이상 둘러댈 말이 없잖아요. 키워주신 은혜도 있으니까 15년 동안은 평범하게 회사 다니면서 외삼촌께 효도하고 싶어요.”
“아... 와... 전혀, 생각 못한 결론이라, 잠시만...”
“저 사실 제안이 아니라 통보였어요. 오늘 당장 외삼촌 댁 갈 거예요. 어차피 40년도 별 거 아닌 마녀님이시니까 15년은 뭐 눈 깜짝할 새잖아요.”
“아니, 아가... 그걸 여기다가 쓰면 안 되지...? 아니, 잠깐. 그럼 15년 후엔? 그땐 어떻게 하려고???”
“그땐 제 마음이에요. 15년 동안 더 고심해보고 결정해볼게요. 400년의 인연이 고작 이틀 만에 마무리 될 리가 없잖아요. 가장 문제는 전 최뱀파가 여전히 그립다는 거예요. 미워하기엔, 귀여운 점이 많아.”
“오... 마지막 말은 공감할 수 없지만 난 아가 선택 존중할 수 있어.”
어쩌면 가장 아가다운 선택이었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도 맞다. 아... 아가의 외삼촌 되는 사람은 아가를 참으로 잘 키웠네... 아가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한 내가 밉다. 물론 존중하지만, 그래... 존중해줘야지...
#95 존중은 개뿔
콜택시를 부른 아가는 500만원 중 미리 50만원만 당겨달라며 50만원을 가져갔다. 홀연히 사라진 아가의 빈자리가 바로 느껴진다.
“말도 안 돼.”
“나도 골 때리는데 야옹이는 오죽하겠어.”
“순영아, 이게, 이게... 맞는 거야?”
“걔 사고에선 이게 최선이었겠지?”
“아... 15년... 15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으면 400년은 별 거 아니었을 거 아니냐고!!! 찬아, 말해봐!!!”
“이런 건 가기 전에 말씀을 하셨어야...”
아... 너무 바른 말이었다. 찬이 마저도... 소파에 와르르 무너져 내려 가만히 누웠다. 진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이제야 같이 사나 했더니 이렇게 가버릴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혹시 저렇게 최승철 집에 간 건 아니겠지...? 하긴... 나는 그래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 그제 분명히 아가 선택 존중한다고 했지...
“마녀. 희소식이 있어.”
“아가가 당장 유턴한다는 거 아니면 딱히 희소식은 아닐 거야, 준아...”
“기간을 3년 이내로 당길 수 있는 건데?”
“뭔데?!”
“3년도 아니지. 햇수로 3년이지. 그 정도 후면 저쪽 팔미호가 구미호가 되잖아.”
“...아, 그러네.”
“구미호가 되면 마주치는 즉시 우릴 죽일 지도 몰라. 아니, 죽여.”
“...이게 희소식이라고...?”
“그 전에 찾아가는 거지. 15년은 무리고, 적당히 구미호가 될 즈음에 저 인간을 데리고 최승철에게 데려가. 그리고 서로 풀 거 좀 풀고. 그 다음은 마녀 인생을 살아.”
“앗!!”
“왜?!”
“마지막 말 너무 감동이야, 준휘야... 눈물이 다 나네.”
“집어 치워.”
“아무튼, 그 다음엔 정말 우리 인생을 살자.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그래. 우리도 행복할 때가 되었지. 그때 되면 아가도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렸을 테니까.
***
어이고야 너무 오랜만이네요...?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흐른 거지...?
누가 내 시간을 땡겨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닐 리 없어요.
드디어 다음편이면 완결이 나네요!
이야.. 이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마음...
그렇지만 3년을 끌고 온 이야기니 더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20편은 최대한 빨리 가지고 올 수 있게 노력해보죠!
그대들 마지막으로 암호닉 한 번 확인해주세요~^0^/
*암호닉입니다*
(암호닉 마감하겠습니다!)
(암호닉 확인 한 번씩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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