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드ㅡ]님과 [한재호]님께 감사드립니다*
열일곱의 봄 05 Written by. 여우 |
3월 초의 날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따뜻하고 파릇파릇한 생기가 돌고 있었다. 아침부터 날이 좋은 것이 며칠동안 내리던 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봄비치고는 많은 비라며 툴툴거리던 것이 불과 하루도 지나지않아 움푹 패인 도로는 곳곳에 맑은 웅덩이 몇 개를 남기고는 쨍쨍한 하늘을 만들어냈다. 성규는 창문틈새로 비쳐오는 눈부신 기운에 은근히 기분이 좋던 참이었다. 게다가 대문앞에는 새로운 교복을 입고서 자신을 기다리는 멋진 애인도 있었으니 말이다. 말은 안했다만, 항상 자신을 버려두고 성열을 마중나가던 형이 있던 터라 '김명수 개새끼, 원조교제로 걸릴지어다….'라고 아침마다 주문을 외웠었는데, 뭐…, 오늘부터는 제외다. 성규는 요즘 너무나 학교가는 길이 행복했다. 내색은 안했지만 늘상 혼자걷는 길에 따뜻하게 손까지 잡아주는 우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오늘 또한 건물앞에서 두 손을 비비며 입김을 호호 불고 있는 우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왔어?" "아…응. 오래 기…다렸어?" "아니, 별로. 오늘은 일찍 나왔네?" "날이 좋아서 눈이 잘 떠지더라구." "그래? 헤- 좋다." 응- 뭐가? 성규가 이내 되물었지만 우현은 고개만 설레설레 내저으며 배시시 웃어줄 뿐이었다. 성규는 답답한 마음에 대체 무엇이냐며 이리저리 물어보았다. '너가 기분 좋아해서 나도 좋다고'가 우현의 턱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성규의 저런 반응을 열심히 즐기고 있는 와중에 그가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줄리가 만무했다. 나 안가-. 성규는 이내 토라진 척 그 자리에 멈춰섰다. 왜 안가아…. 니가 말 안 해주잖아. 풉- 그거 때문이야? 서로의 말이 오가는 동안 우현은 귀여운 성규의 태도에 웃음이 터졌는지 그저 푸하하 하고 웃기만 했다. 몰라도 돼, 멍청아. 우현은 인상을 찡그린 채 볼을 탱탱히 부풀린 성규가 귀엽다 못해 깨물어주고 싶었지만 조금 더 애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말 없이 성규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가자-. 아, 진짜아! * 성규와 우현의 손은 싸한 봄의 아침바람과는 달리 촉촉하게 적셔졌다. 땀찬 손이 무색할만큼 성규의 입술이 뾰루퉁이 나와있기는했지만 말이다. 1학년 교실이 있는 3층까지 올라와서도 성규는 그 입술을 밀어넣지 않고 있었다. 아직도 삐졌어? 안 삐졌거든? 성규는 퉁명스레 툭툭 말을 던져놓고는 턱하니 손을 놓고 자신의 반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으엑…? 우현은 순식같에 빠져나간 성규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다 저 멀리 앞서가는 성규의 등으로 시선을 옮겨갔다. 할 말 있었는데…, 쩝…. 우현은 사라져버린 성규의 등을 멍하니 되새기다 자신의 반으로 들어가버렸다. 흥, 씨방나무…. 성규가 고개만 쑥 내밀어 복도를 쳐다보는데, 그새 우현은 반으로 들어가버린건지 성규의 시야에 드러나지 않았다. 흥! 성규의 미간이 구겨지다 못해 억울하게 휘어져버렸고, 콧구멍에서는 뜨거운 김이 픽픽 새어나왔다. 아으…, 저 씨방나무. 성규는 책상에 앉아서도 찌푸린 미간을 풀 줄 몰랐다. 아잌, 뭐해? 성규가 한창 중얼대며 저주를 퍼붓고 있을 때 딱 맞는 만만이가 말을 걸어주었다. 마침 잘 됐다. 성규는 '명수형이….'로 시작하는 성열의 말을 뚝 끊고는 자신의 이야기 좀 들어보라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왜, 뭔데? 동그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두 손을 턱으로 괸 모습이 퍽 귀여웠지만, 성규의 눈에 그 모습이 들어올 리 없었다. "씨방나무가 오늘 어땠는지 알아?" 그 말을 기점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따박따박 말을 잇던 성규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다물었을 때, 성열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거렸다. 왜 웃냐. 너가 너무 귀여워서-. 성열의 오글거리는 말 한마디에 성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다 못해 불이라도 지핀 듯 뜨거워졌다. 뭐, 뭐? 아잌, 남우현이 놀려먹는 재미가 있네, 멍청아. 성규의 머리를 콩하고 찧는 성열의 손에 성규가 멍하니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이전 같았다면 벌써 엎어치기를 한판은 끝냈을텐데, 귀엽다는 말에 꽤 충격을 받은 것인지 성규의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귀엽다니…, 상남자인 내가 귀엽다니…. 김성규, 진짜- 못산다. 성열의 귀엽다는 눈빛에도 성규의 입술이 몇 번 달싹이다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 성규가 이내 뗀 말이었지만 성열은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되물었다. 뭐라고? 정말 귀엽냐고…. 성규의 얼굴이 다시 달아올랐고 몇년지기인지 세 본 적도 없는 성열이 처음보는 성규의 모습에 두 손을 오그렸다폈다를 반복했다. 오글돋아, 김성규 그지새끼. * 수업이 끝날 때까지 성규는 도무지 교과목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번주내내 단축수업이라며 조심히 들어가라는 담임의 말이 끝날 때까지도 성규의 머릿속은 백지상태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귀엽다는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도는 바람에 다른 모든 생각들을 모조리 백지로 만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쓰벌쓰벌…. 성규는 우현의 반 종례를 기다리면서도 애꿎은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뭐해? 응? 성규의 눈썹이 위로 치켜올려지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앞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우현이 서 있었다. 언제 끝났어…?! 방금, 근데 뭐하고 있었어? 궁금하다는 듯이 두눈을 반짝이는 우현을 보니 성규의 눈이 둘 곳을 잃은 듯 이리저리 맴돌았다. 아…아 그냥, 있었어. "뭐야, 무슨 일 있었어?" "아니…야아." 뭔데 그래, 응? 우현의 얼굴이 스믈스믈 성규의 얼굴로 다가왔다. 아씨…, 왜 다가오는거야…. 성규가 또 혼자 중얼거리며 고개를 움츠러뜨리자 우현은 그런 성규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더욱이 다가왔다. 왜 도망가? 성규는 아무 대답없이 고개를 도리도리 젓기만 했다. 우현은 무엇때문인지를 몰라 요리조리 쳐다보다가 그냥 웃어버렸다. 지금 나 보고 웃은건가…, 또 귀엽다고 생각하려나…. 성규의 머릿속이 어질거렸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귀엽다고 생각할 우현때문에 자꾸 몸 여기저기가 간질거리는 기분이었다. 왜 그래요, 우리 성규? 다정스러운 우현의 목소리에 배려가 묻어있었지만, 붉다못해 타오르는 성규의 귓가에는 웅웅거리는 울림만이 들릴 뿐이었다. 어디 아픈가…. 사실 우현에게 있어서 지금 이런 성규의 모습은 귀엽다기 보다 어디가 아파보인다는 것에 가까웠다. 부끄러움이라고는 모르는 철면피께서 절대 자신때문에 얼굴을 붉힐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아파?" 우현의 손바닥이 성규의 이마에 살짝 닿는가 싶더니 열을 재는지 꾹 눌러왔다. 성규는 무엇을 말하려는지 입을 살짝 오물거리다 말고는 우현의 손을 툭하고 떼어내었다. 그런 거 아니야…, 집이나 가자. 성규는 우현을 뒤로 하고 툭툭 걸어나가려는데, 우현이 성규의 어깨를 돌려잡았다. 오늘은 혼자 가야 할 것 같은데…. 우현이 머쓱히 뒷머리를 긁적였다. 성규는 확 인상을 찌푸리며 우현을 바라보았다. 왜?. 나 회사 가봐야지. 무슨 회사? 나 연습생이니까, 가봐야지. 우현은 한 손으로는 성규의 손을 꼭 잡아주고 남은 한손으로는 머리를 쓰담거려주었다. 집에 혼자 갈 수 있지, 우리 성규? 갈 수 있어-. 탁-. 성규는 뾰루퉁히 입술을 내밀었다가 자신의 머리를 쓰담거리는 우현의 손을 쳐내었다. 그러다 이런 모습도 귀여워보일 지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고는 입술을 쏙 집어넣었다. 갈 수 있어, 멍청아. 성규는 여우마냥 새초롬히 눈을 흘기고는 턱턱 걸어나갔다. 이 정도면 남자다워 보였겠지? 성규는 뒤돌아 걷는 내내 배시시 터져나오는 웃음을 가릴 수 없어 두 손으로 쓰윽 가려내었다. 물론, 뒤에서 성규의 들썩거리는 어깨를 바라보는 우현은 성규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 하음…, 아직도 남았냐아…. 벌써 카페에 앉아 있은지가 얼마나 지났는지. 성열은 지루함을 참지 못해 결국 하품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런 성열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규는 내내 우현의 얘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사실 그럴것도 그런것이 거의 붙어있다시피하던 성열이나 성규였는데, 요 몇 주간은 서로 각자 데이트를 하느라 서로를 만나 이야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성열은 오랜만에 자신의 연애이야기를 늘어놓을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이 망할놈도 연애중이었다는 사실을 아주 잠시 간과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결국 성열은 참지 못했는지 앞에 올려져있던 오렌지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만 좀 해라, 그만 좀! 성열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헤집었고, 성규는 그런 성열을 미친 놈 취급하듯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이성열, 너는 더 했거든?. 허, 웃기시네, 지금까지 잘만 들어줘 놓고 왜 이제와서 지랄이야, 김성규 또라이야. 원래 인생을 겪어봐야 안다고 했다. 성열도 겪어보니 그동안 성규의 고충이 어땠으랴 하고 느껴지기는 한다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였다. "됐어, 됐어. 그만 얘기해, 어우." "아직- 더 남았거든? 아까 남우현이 내 머리를 막 쓰담거려 주는데…." Rrrr…. 성열을 구해준 건 다름아닌 휴대폰이었다. 어쩐지 조금 잠잠하다 싶더니만, 역시나 휴대폰 액정위로 떠오른 글자는 '곰아저씨' 라는 글씨였다. 저 곰은 분명 멍청한 김명수겠지. 성규는 앞에 놓여진 스무디로 목을 축이며 이내 성열에게 받아도 된다는 표시로 턱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예상 외로 성열은 휴대폰화면을 거꾸로 엎어버렸다. 어, 안 받아?. 응. 진동은 이내 끊어지고, 다시 몇 차례나 다시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했다. 왜 안 받어? 성열은 의자에 축하니 늘어뜨리어 기대었던 몸을 앞으로 당겨내었다. 내가 왜 전화 안 받는지 알아? 으응, 아니…?. 성규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고, 성열은 성규에게 더욱이 다가오라는 뜻을 내 보였다. 성규와 성열이 탁자 중간에서 만났을 때, 성규의 귓가에 성열이 입을 대었다. 이렇게 튕겨줘야…, 세거든. 성규는 성열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갸우뚱거렸고, 성열은 그런 성규를 보며 끌끌 혀를 찼다. 이 멍청한 것아. 성열은 두 손으로 입을 쏙 가리고는 작은 틈으로 성규에게 속삭였다. "허리폭발." 펑-. 방금 들린 이 소리는 서울특별시 망원동 주민 김성규학생의 얼굴이 터지는 정겨운 소리입니다…. 크흡흑흐익…. 성열의 웃음소리가 입가를 새어나왔다. 성열은 초점을 잃어버린 성규를 보다 부재중통화가 벌써 5통이나 쌓인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우…, 이 집착. 성열은 말은 그리 하면서도 휴대폰을 쥔 손으로부터는 웃음이 실실 흘러나왔다. 나 먼저 가본다?. 성열의 질문에도 성규는 대답이 없었다. 성열은 그저 웃다가 주섬주섬 벗어놓은 가방을 매고는 카페를 쏙 나가버렸다. 성규는 한참동안이나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방금 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우현의 손이 자꾸만 어른거려서였을 것이다. 물론, 그냥 어른거리기만 하진 않았겠지. 음란마귀는 당신 마음속에 사는거니까? |
* * * * *
아잌, 그대들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오랜만이지요?
허허허, 죄송합니다 엉엉 저를 매우 치세요
ㅜㅜㅜㅜㅜㅜ다음글 지금 막 만들고 잇으니 용서해주세요
그리구! 지금 코코팜그대가 주신 소재는
아마 보충수업이 끝나야 손을 댈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엉엉, 죄송합니다.. 그대들 엉엉 저를 용서해주세요!
ㅜㅜㅜ휴, 재밌게 읽어주세요~ 댓글 부탁드립니다..☆★
여우의 댓글여신(가나다 순) |
RIn여신, 감성여신, 규로링여신, 글루여신, 노을여신, 닻별여신, 디어여신, 밤야여신, 비타여신, 비행기를 탄 정철여신, 상추여신, 스마트폰여신, 썽여맄여신,이랴여신, 자갈치여신, 조팝나무여신, 쪽쪽여신, 쮸여신, 코코팜여신, 케헹여신, 헿여신, 형광펜여신 +그 외 독자여신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