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야동 팬픽 쓰지말고 걍 이 시리즈나 밀고갈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할덧
한 영화보고 삘받아서 끄적거려봐여 ^~^!
본격 쑨양이 스파이인 소설 |
방 안에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내 입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보다 체구가 작은 태환이였지만, 조직 내에서 꽤 높은 지위에 오를 유망주로 손꼽히던 그여서 힘은 강한 편이였다. 태환은 벽에 부딪힌 채로 가만히 서 있는 내의 멱살을 잡고는 흔들더니 지친 것인지 조용히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는 물었다.
"…언제부터야."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 "스파이짓 말이야! 언제부터냐고, 빌어먹을 새끼야!"
태환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귀에 태환의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실 난 태환이 이 조직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 조직에서 스파이였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다가 한국에 온 통역사라는 신분으로 위장한 채 아무런 감정없이 이 직장에서 일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태환이 새롭게 조직원으로 들어왔다. 그를 본 순간 가슴이 미친 듯 뛰었다. 이때까지 한번도 일을 치른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미친 듯 뛰었다. 그렇게 그를 멍하니 보고있는데, 환하게 웃은 채로 서있던 태환이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는 활기차게 말했다.
"새로 들어온 박태환입니다! 잘부탁 드립니다!"
박태환. 짧은 세 글자가 내 입에서 맴돌았다. 스파이에게는 있어서는 안 될 사적인 감정이란 것이 내 마음 속에 생겨버린 것 같았다..
난 태환과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어느새 내 원래 목적이 뭔지도 잊어버린 채 새로운 조직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너무나도 행복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였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내가 이 조직에 잠입한지 1년쯤 되자, 내 원래 조직에서는 나에게 재촉해오기 시작했다.
「쑨양. 일은 어떻게 되가는거지?」 "…… 좀있으면 끝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우린 이미 많은 시간을 줬네 쑨양. 자네가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수밖에 없어.」
그 말을 듣자마자 눈 앞이 깜깜해지며 내가 보스를 죽이지 않으면 태환이 죽는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나는 전화기를 든 채로 그대로 굳어있었다. 모든 계산이 끝나고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나도 잔인한 말이였다.
"…… 오늘 파티가 있습니다. 그 곳에서 모든걸 끝내겠습니다." 「…마지막 기회일세. 제대로 끝낼 수 있도록 하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겼다. 테이블에 올려져있는 총 한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더 이상 내게 선택권따위는 없었다.
무방비였던 보스를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였다. 뒤늦게서야 다른 조직원들이 내가 보스의 정수리에 총을 쏘는걸 보고서는 나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들도 모두 죽이고는 유유히 빠져나왔다. 손에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한 두명 죽여본 것도 아니여서 딱히 두렵지는 않았다.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손에 묻은 피를 보면서 모든 일이 끝났으니, 이제 태환은 괜찮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고 도망치면 된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적당히 사건 현장에서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통화를 했다. 통화 연결음이 잠시 들리더니, 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일이지, 쑨양.」 "말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지만, 괜찮습니다." 「증거 인멸은 제대로 했겠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흔적따윈 남기지 않았습니다." 「… 수고했네. 내일 보도록 하지.」 "……네."
전화기를 끊고 고개를 돌리자 가장 먼저 보였던 사람은 눈을 크게 뜬 채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태환이였다.
나는 그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태환은 그런 나를 미친 듯 소리지르며 쫓아왔다. 나는 주변에 보이는 방에 급하게 들어가서 문을 잠그려했지만, 아쉽게도 태환이 조금 더 빨라서 태환과 나는 방 안에 단 둘이 남게 되었다. 평소라면 행복해할 상황이였지만, 지금은 전혀 기쁜 상황이 아니였다.
태환도 나를 무자비하게 패더니 내가 별다른 반항을 하지 않아서 안심을 한 것인지, 아니면 지친 것인지 내 품에서 계속해서 울었다. 그런 태환의 어깨를 잡자 그가 강하게 뿌리쳤다. 나는 다시 한 번 태환의 어깨를 잡고는 천천히 얘기했다.
"태환. 내 말 좀 들어봐, 여기엔 다 이유가……." "이유? 무슨 이유? 빌어먹을 니놈 보스 지키겠다고 이런 짓을 벌인거 아냐!" "…태환. 난 다른 사람은 전부 남으로 봤지만, 태환만큼은 친형으로 여겼어."
나의 이런 말에 태환은 우습다는 듯 크게 웃고는 내 얼굴을 강하게 쳤다. 방심하고 있는 상태여서 이번 공격은 꽤 아팠다. 태환은 그런 나는 상관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날 구타했다. 구타를 하면서도 태환은 나한테 소리를 질렀다.
"그럼 다른 방법을 찾던가! 왜 이따위로 모든걸 망쳐놔! 난! 난 정말……!"
태환이 울먹거리며 말을 이어나갔지만, 결국 끝을 맺지 못했다. 나를 때리던 그의 손도 힘이 빠진 것인지 약해져있었다. 나는 울먹이는 태환을 끌어 안았다. 태환이 벗어나려 했지만, 벗어나려 할 수록 더 쌔게 껴안았다.
"나는. 태환만은 살리고 싶었어. 어차피 다 죽는다면. 태환만은 살리고 싶었어."
그렇게 말하며 태환을 좀 더 꽉 껴안았다. 태환의 체온이 느껴지는 듯 했다.
"내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형만큼은 살리고 싶었어."
내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태환의 우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태환이 울자 나는 그의 등을 토닥여줬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를 꽉 껴안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