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는 쑨환은 안쓰고
본진인 야동팬픽이나 쓰고있네요 헤헤 ^~^....
아이유의 첫 이별 그날 밤 듣다가 너무 짠해져서
갑자기 슬픈게 쓰고 싶어서 끄적여봐요 ^_ㅠ....
슬슬 장편을 적어야할텐데... 매일 단편만 적는 이 인생... sigh...
할말 끝. 안녕. |
사랑이라고 여겼었다. 한 순간의 변덕이 아닌, 진실하고 솔직한. 그런 사랑이라고 여겼었다.
동우는 자신의 휴대폰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먼저 좋아해서 사귀자고 말했고 그런 자신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그래, 라고 짧게 말한 호원이였다. 그에게서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을 조금만 더 빠르게 알아차렸다면 이렇게 됬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우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라고 동우는 생각했다. 휴대폰의 잠금 화면에 있는 호원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호원은 강변을 따라 혼자서 걷고있었다. 꽤 늦은 밤이였지만, 상관없다는 듯 무표정하게 걷고 있었다. 그렇게 걷던 호원의 바지 주머니 안에서 경쾌한 벨소리가 들렸다. 호원은 휴대폰을 꺼내서 누구인지 확인했다. 장동우 세 글자가 액정에 비쳤다. 호원은 동우의 전화를 받고는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아, 호원아. 어……. 그러니깐……." "무슨 일로 전화했어."
호원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우는 그 목소리에 놀란 것인지 안그래도 조그마하던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작아졌다.
"아니……. 지금 뭐하는지 그냥 궁금해서……." "내가 그런것까지 다 보고해야해?" "그런게 아니라…" "지금 혼자서 좀 걷고있어. 됐지? 끊어."
호원은 자신의 할말을 다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의 시선은 핸드폰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장동우에 대한 일말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 날, 동우는 한 전시회에 아는 지인의 초대를 받아서 가게 되었다. 원래는 호원과 함께 오려고 했으나, 그런 것에 취미 없다고 말하는 호원이었기에 동우는 별 말도 못하고 혼자서 전시회에 왔다. 동우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내 데스크에서 한 여성이 동우에게 다가왔다.
"어머, 동우야! 왔구나!" "아, 안녕 지아야."
유지아. 동우가 대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고, 동우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있는 몇 안되는 친구 중 하나였다. 그녀는 자신의 집이 운영하고 있는 이 전시회장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때 안내를 하는 한 명의 직원으로써 이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동우는 지아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는데, 전시회장 안에서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이호원. 동우의 남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전시회장을 구경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에게는 최근에 단 한번도 웃어주지 않았던 호원이 다른 사람을 향해서 활짝 웃어주는 것이 보였다. 멍하니 그 장면을 보는 것을 지아가 보고는 동우를 툭툭 치며 말했다.
"장동우, 얘기를 하다가 어디에 정신을 팔……. 잠깐, 저사람." "응. 호원이네." "그런 반응으로 끝날게 아니잖아! 오늘 일있다고 못온다며!" "그러게." "정말! 너 저 사람이랑 사귀는거 맞아? 저거 명백한 바람이야! 실실 웃고 있잖아!" "…… 그럴지도."
동우의 고개가 떨어졌다.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래. 저 정도의 사람이면, 나보다 더 잘 어울리겠지.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동우는 지아한테 잠시 밖에 나갔다 올께, 라는 말을 남기고는 건물 밖으로 나갔다. 지아는 동우의 뒷모습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는, 그가 나가자마자 호원에게 다가갔다.
호원은 우현과 함께 전시회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와 얘기를 나누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지아가 자신에게 다가왔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지아의 화난것 같은 낮은 목소리가 전시회장에 울려퍼졌다.
"저기요, 이호원씨." "……네? 어떻게 제 이름을……."
호원이 지아를 바라보며 묻자마자 지아가 그의 뺨을 때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옆에 있던 우현도 깜짝 놀라며 두 명을 바라보았다. 지아는 흥분을 진정시키지 못한 것인지 씩씩 거리며 호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그딴식으로 사는거 아냐. 순하고 착한 사람 한 명 제대로 갖고놀 생각인것 같은데, 그딴 식으로 누구를 사랑할거면 때려치워. 보기 역겨우니까."
지아는 호원에게 빠르지만, 똑똑한 발음으로 할 말을 다하고는 뒤돌아서서 다시 안내 데스크로 갔다. 호원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인지 맞은 뺨에 손을 댄 채 지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호원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동우에게서 온 전화였다.
동우는 건물 밖 투명한 유리창에 기대선 채 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햇살이 따스했다. 호원은 또다시 무미건조한 왜, 라는 한마디를 차갑게 날렸다. 동우가 호원의 목소리를 듣고는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하지않으면 영원히 이 말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동우의 머리속에 퍼졌다. 동우의 입에서 짧은 한 마디가 나왔다. 바람이 불었다. 동우의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따라서 흩날렸다. 동우는 한 마디 말을 하고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휴대폰에서도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동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한 번 더 새어나왔다.
"할말 끝. 안녕."
뒤를 돌아보자, 투명한 유리창 건너편에서 호원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우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호원의 휴대폰에도 걸려져있는 휴대폰 고리를 떼어냈다. 그가 보는 눈 앞에서 그 고리를 땅에 버리고는 조용히 동우는 뒤돌아서서 느리게 걸어갔다.
햇살이 따스했다. 이별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오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