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는 밖에서 듣는 이의 짜증을 유발할 정도로 미친 듯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시끄러웠는지 짜증을 냈다. 그의 두 손은 로프로 묶여 있었고, 옆에는 호원이 동우에게 총을 겨눈 채로 밖의 상황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렇다. 현재, 장동우는 인질로 붙잡힌 상태였다.
[ 스톡홀름 증후군 ]
W. Kei
거리는 소란스러웠다. 도로는 경찰차로 가득했고, 방탄복을 입은 경찰들이 호원과 동우가 있는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이호원! 순순히 인질을 풀어주면 죄를 감해주곘다! 반복한다! … "
건물 안의 한 방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는 호원은 어이가 없어서 픽 웃었다. 정작 인질로 잡힌 녀석은 손이 묶이고, 인질임에도 불구하고 손장난을 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한데 왜 관계도 없는 경찰 나으리들이 난리인 것인지 호원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동우는 계속되는 사이렌 소리와 경찰들이 메가폰으로 떠드는 소리가 짜증났는지 죄없는 호원에게 소리쳤다.
"아, 아저씨! 저 짭새 새끼들 좀 조용히 시켜봐요!"
"인질 새끼가 하는 말하고는."
살다살다 처음 보는 유형의 인질에 호원은 머리가 멍해진 상태였다. 이때까지 그가 봐온 유형은 정해져 있었다.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못하거나, 혹은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면서 조용히 시키는대로 하는, 그런 유형이었는데 처음보는 신기한 반응을 보이는 동우는 그에게 실소를 터뜨리게 했다. 그런 호원은 신경도 쓰지 않고 동우는 손이 묶여 아무 것도 못하는 주제에 입은 살아있는지 계속해서 떠들었다.
"아저씨. 그거 진짜 총이예요?"
"네 머리에 쏴서 한 번 실험해볼까?"
"에이, 그건 안되지. 내가 그렇게 되면 확인을 못하잖아."
동우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호원을 똑바로 보았다. 교복을 입고 있는 고등학생 녀석의 어디에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 것인지 호원은 그저 신기했다. 호원은 동우의 이마를 검지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물었다. 동우의 표정이 구겨지는 것이 환하게 보였다.
"너 안무섭냐? 너 인질이야 이 새끼야."
"뭐 죽으면 죽는거고, 살면 사는거지."
"허, 참나. 너 같은 놈 몇 명만 더 있으면 대한 민국이 큰일 나겠구만."
호원이 그렇게 말하며 동우를 바라보자 동우는 별 거 있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아니면 그런건가? 스톡홀름 증후군? 아저씨가 불쌍해졌나?"
"입은 진짜로 팔팔하구만."
"제가 학교에서도 좀 말빨 쌔기로 유명해서요."
"살다살다 너 같이 말 많은 인질은 처음 봤다."
호원이 동우를 보며 씩 웃자 동우는 휘파람을 불었다.
"올, 웃을 줄도 아네요? 범죄자는 감정도 없는 사람들이라 찌르면 붉은 피 아니라 파란 피 나올 것 같았는데. 그건 아니였네."
"알았으니까 잠시만 닥치고 있어봐."
호원이 방바닥에 놓아둔 두둑한 자루를 어깨에 짊어지었다. 동우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더니 호원이 자루를 들고 밖의 상황을 한 번 살펴보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도망가게요?"
"그럼 자수하러 갈까?"
"그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나 상 좀 받게 자수하러 가봐요."
"헛소리 몇 번만 더 하면 진짜로 죽여버린다."
호원이 동우에게 총을 쏘는 척하자, 동우는 맞아서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호원은 살짝 웃어주고는 동우의 손목에 묶여져있는 로프를 잘라주었다. 동우가 묶여서 불편하던 두 손을 허공에 대고 털었다. 호원이 그 모습을 보고는 쭈구려 앉아서 동우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이제 네가 할 일은 불쌍한 범죄의 희생자인 척 하는 거다. 알았냐?"
"헐. 진짜 뻔뻔해."
"개소리하지 말고, 내가 오랫동안 놀아줬으니까 30분만 수고해라. 나 간다."
동우가 호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그의 옷끝을 급히 잡았다. 호원이 뒤를 돌아봤다. 동우가 무어라 말을 하려고 입술이 잠시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동우는 무어라 말하려다 관두고 애써 웃으며 호원에게 말했다.
"거기 경찰 있을거예요. 왼쪽에 다른 출구 있으니 그 쪽으로 가요."
호원이 동우를 바라보았다. 둘의 시선이 한참 동안 교차했다. 동우가 먼저 시선을 회피했고, 호원이 웃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진짜 보면 볼 수록 이상한 놈일세. 네가 잊었나본데, 난 널 인질로 잡았던 범죄자야."
"아, 그러면 쭉 가셔서 잡히시던가요!"
동우가 호원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호원이 웃어주며 동우의 머리를 툭, 가볍게 쳤다. 하지만 동우에게는 꽤 아팠는지 동우는 짧은 신음을 내며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었다.
"다음주 일요일 2시. 저쪽에 있는 공원의 시계탑 앞으로 나와라."
동우가 호원을 올려다 보았다. 호원은 도우가 가르쳐준 곳으로 나가며 말했다.
"안나오면 그 때는 진짜로 죽여버린다."
동우는 호원이 나간지 30분이 훨씬 지났지만 그 방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이정도면 됐으려나, 라고 생각한 동우는 기지개를 켜며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는데 호원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생각났다. 동우의 입에 장난스런 미소가 번졌다.
"그 제안. 한 번쯤은 생각해볼까."
댓글이 없어도 꾸준히 연재하는 작가 Kei입니다(...) 열심히 그냥 쓸께여... 어차피 자기만족 용이니...흑흑...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