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귀찮아서 원래는 안쓰려고했는데
뒷이야기 써달라는 얘기가 너무 많아서 소심하게 써봐영...
사실 이거 쓰다가 한번 날렸어요...흑흑...ㅠㅠ....
여러분 임시저장 꼭 하세요 두번하세요...ㅇ<-<...
그럼 즐겁게 봐주세요 ^0^!
본격 쑨양이 스파이이고 박태환이 조직원인 소설(박태환 시점) |
내가 사무실의 문을 몇 번 두드렸다. 끼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열린 문을 통해 들어가자 비서가 나를 향해 인사했고, 대장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그의 앞에 다가가자 그는 나에게 종이 한장을 내밀고는 입을 열었다.
"박태환. 이번에 네가 들어가서 수사할 곳이다."
내 이름은 박태환. 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정부 내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항상 똑같았다. 문제가 되던 조직의 보스를 체포하는데 성공해도, 가끔씩 일어나는 분쟁에서 큰 공을 세워도 나를 괴물 보듯 보는 시선은 항상 그대로였다. 내가 수사를 위해 잠시 몸을 담그는 조직에서도 그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조직원이나 정부의 개나 경외심을 품은 채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미치도록 역겨웠다. 이번에도 다를 일이 없으리라, 라고 생각하고는 아지트의 문을 열었다.
내가 처음으로 새로운 조직에서의 싸움을 했을때, 나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상대 조직원들과 싸웠다. 조직원들은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는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경따위 쓰지 않았다. 아니. 쓸 필요도 없었다. 항상 겪던 일이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싸움은 큰 손실 없이 우리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앞장서서 싸우던 조직의 보스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수고했다! 잘싸우던데!"
나는 순간 내 귀가 잘못된 것인지 의심했다. 처음으로 상관에게 받은 칭찬이였다. 보스의 칭찬을 시작으로 다른 조직원들도 장하다는 듯 내 등을 쳐주며 칭찬했다. 나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나의 동료들에게 웃어줬다.
조직의 분위기는 항상 화기애애했고, 다른 곳과 다르게 나를 괴물취급 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이 곳의, 이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행복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라는 위험한 생각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갔다. 나에게 가끔씩 웃어주며 지긋이 바라보는 쑨양도 계속해서 눈에 밟혔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내가 맡은 임무를 끝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몇일 뒤, 길에서 쑨양과 함께 조직원들이 저녁에 마시기로 한 맥주들을 사서 아지트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먼 곳에서 눈에 익숙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내 옆을 스쳐 지나가더니 말했다.
"8월 21일. 파티에서 끝내."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이 커졌고, 초점이 흔들렸다. 봉지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다. 봉지 안에 들어있던 캔맥주들이 길바닥에 와르르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쑨양이 맥주가 떨어지는 소리에 놀란 것인지 뒤를 바라보고는 나에게 괜찮냐고 말하며 맥주를 주웠다.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눈에 눈물이 맺힌 채로 나는 나를 보며 웃어주는 쑨양을 바라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네. 괜찮습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한다고 그랬습니다." "태환, 길 돌아다니면서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마. 머리만 아프니까."
쑨양이 내가 들고가야할 봉지까지 들고는 내 어깨를 두세번 두드려주고 먼저 걸어갔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눈에서 참고있던 눈물이 흘렀다.
예정되있던 파티가 시작했고, 보스는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자켓의 안주머니에 총 한자루를 넣어두고는 보스의 방이 있는 건물로 천천히 걸어가는데, 구석진 곳에서 쑨양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말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지만 괜찮았습니다."
그의 손에 흥건하게 묻어있는 피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흔적따윈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머리속에 박혔다. 머리속에서 계산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그가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쑨양은 나를 밀치고는 건물 안으로 도망쳤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내 불길한 예감이 사실이었음을 알아차리는데 걸리는 시간도 길지는 않았다.
그가 방 문을 잠그려는 것을 급하게 제지했다. 일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왜 너는 스파이인 것일까. 머리속에서 계속해서 쓸모없는 궁금증이 밀려왔다. 쑨양은 충분히 저항할 수 있었지만, 나의 주먹에 계속해서 맞아주고 있었다. 그의 그런 반응에 힘이 빠졌다. 눈에서 참고 참던 눈물이 흘렀다. 쑨양이 내 어깨를 잡았지만, 거세게 뿌리쳤다. 왜 내 행복은 이렇게 얻기 힘든 것일까, 라는 덧없는 물음이 내 머리속에 퍼졌다. 그런 사실에 화가 나서 잘못 없는 그를 계속해서 때렸다. 아파서, 이 고통을 잊으려고 계속해서 때렸다. 어느 순간부터 내 목에서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있었다.
"난! 난 정말…!"
당신과 행복하고 싶었는데. 이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어디서 이렇게 꼬여버린걸까.
덧없는 질문이였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그를 더 이상 때리지 않자, 그가 나를 꽉 안아줬다. 나는 놀라서 그의 따뜻한 품에서 벗어나려했지만, 그의 따스한 목소리가 내 행동을 제지했다.
"나는. 태환만은 살리고 싶었어."
너의 따스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퍼졌다. 얼어있던 마음이 완전히 녹아내렸다. 나는 아이처럼 네 가슴팍에 안긴 채로 펑펑 울었다. 너를 안고있던 손에 더욱 힘을 줬다. 이제는 다 괜찮아. 다 괜찮아 질거야. 근거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그런 환상을 버리기가 싫었다.
그 일이 일어난지 한 달이 다되었다. 나는 그 날 밤, 쑨양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의외의 사실에 놀란 것인지 쑨양은 나를 놀란 채 보았었다. 하지만, 자신도 스파이였던 처지였기에 사실을 빠르게 수긍했다. 정부에는 내가 모든 일을 저지른 것으로 말했고, 나는 그 날로 정부에 퇴직서를 내고, 그 곳에서 나왔다. 대장은 상당히 아쉬워하는 듯한 눈치였지만, 상관이 없었다. 쑨양은 자신이 나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조직이 썩 좋은 곳이 아님을 난 알고 있었기에 쑨양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서 내가 포기하는 쪽을 선택했다. 쑨양은 조직에 당분간 쉬고 싶다는 전화를 걸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면서 싱긋 웃어주고는 전화로 대화하고있는 그를 뒤에서 껴안아줬다. 쑨양은 한 손에는 전화기를 든 채, 다른 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네, 감사했습니다 보스. 그럼."
쑨양은 전화를 끊고는 나를 보며 웃어줬다. 나는 고개를 올려서 쑨양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 어디로 갈까." "……태환만 있다면 어디든지 좋아." "……나도, 쑨양."
그 말과 함께 쑨양의 입술이 나의 입술과 포개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제 무섭지 않다. 이제 진짜 행복을 찾았으니까. 이제 두렵지 않다. 네가 함께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행복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 뿐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