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그녀
인간과 귀신의 상관관계
죽은 그녀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앞에 나타났다
또다, 이 꿈. 요즘 들어 이상하리 만큼 똑같은 꿈만 꾼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새하얀 빛. 그 빛을 따라가면 무언가 맞춘 것처럼 어둠과 대비되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우두커니 서 있다. 여자의 얼굴은 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뭔가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발을 떼면, 여자는 항상 슬픈 미소와 함께 사라진다.
"하... 또야."
그 여자에게 다가가려 발을 떼니, 또 그 슬픈 미소를 내게 보이며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꿈에서 깼다. 벌써 이 꿈만 한 달째다, 한 달. 처음 이 꿈을 꿨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넘겼는데, 이 꿈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다 보니 지금은 마냥 우연이라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꿈을 꾸고 나면 무언가 꽉 막힌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베개에는 저의 눈물 자국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왜.... 누군지도 모르는데 왜. 그냥 꿈일 뿐인데. 왜 우냐고, 매번.
"안되겠다."
다시 자려고 누워서 눈을 감아도 한 번 잠에서 깬 나는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 맥주라도 한 캔 마시고 자야지 안되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겉옷을 걸치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편의점에 도착해서 맥주 두 캔을 사고 나오자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내렸다. 아씨, 올 때는 안 내리더니 갑자기 웬 비. 급하게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많이 젖지는 않았지만 어깨 쪽이 살짝 젖어 어깨에 있는 물기를 탈탈 털어냈다. 이거 우산을 사야 돼, 말아야 돼. 집이 멀지는 않았지만 편의점과 꽤 거리가 있는 탓에 우산을 사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이 됐다. 그래. 사자, 사. 어차피 늦어서 집 가면 맥주 마시고 바로 자야 되는데 그냥 돈 좀 쓰지 뭐. 그렇게 다시 우산을 하나 사고 편의점을 나왔다.
"세차게도 내리네. 아까 좀 내리지. 괜히 우산 값만 나갔잖아."
우산 하나면 맥주가 두 캔인데. 아까운 마음에 속으로 중얼거리며 집을 가는 중, 놀이터를 지나치는데 뭔가 익숙한 인영에 발걸음이 멈췄다. 어떤 여자가 어두컴컴한 놀이터 벤치에 앉아 우산 하나 없이 비를 쫄딱 맞고 있다. 이미 몸은 다 젖은 듯 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멍하니 자신의 발끝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익숙하다. 너무 익숙해. 뭐지? 그러다가도 그 여자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내 쪽을 바라봤다. 눈이 나쁜 편이라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난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여자, 요즘 내 꿈에 나와 항상 나를 울며 잠에서 깨게 했던, 그 새하얀 옷을 입은 여자라는 것을.
"........"
"......."
눈은 나쁘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거쯤은 알 수 있었다. 뭔가 이끌리듯 발을 떼려 할 때 머리에 스치는 생각. 또 사라지려나..... 발을 떼면 또다시 슬픈 미소를 보이며 사라질까 봐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그래. 다시는 이 기회가 아니면 저 여자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 생각에 나는 발을 조심스레 뗐다. 아.. 다행이다. 다행히도 여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여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내게 슬픈 미소를 보이지도 않았고, 사라지지도 않았고, 그 미소와 함께 꿈에서 깨지도 않았다. 괜한 안도감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어느새 여자가 앉아있는 벤치 앞까지 도착했다. 아까 흥미를 잃었는지 고개를 숙인 여자에 아직도 얼굴은 보지 못했다.
가까이서 보니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무리 한 여름이라지만새벽이라 꽤나 쌀쌀했고, 최악의 경우로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었다. 손목까지 오는 긴 소매였지만 한눈에 봐도 여자가 입고 있는 꿈에서만 보던 원피스는 매우 얇았다. 우산을 여자의 머리 위로 씌워주자 자신의 쪽에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게 이상했는지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렸고, 그제야 나는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툭.
"..... 말도 안 돼...."
여자의 얼굴의 나는 그만 우산과 맥주 두 캔이 들어있는 봉투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말이 되지 않았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두 눈의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거짓말...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여주야....."
도대체..... 네가 왜 여기 있는 걸까, 여주야.
***
드디어 써보고 싶었던 몽글몽글 아련아련 눈물퐁퐁 글을 올리게 되네요! 남주 투표 해주신 독자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생각보다 너무 박빙이어서 세상 놀랬습니다.... 결국 동률로 끝이 났는데 제가 고심 끝에 짤들을 여러 개 찾아보다 이 글과 더 매치가 잘 되는 석민이로 골랐습니다...! 자기가 원했던 인물이 남주가 되지 않았다고 슬퍼하지 마시구 그래도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부탁해용
제가 아시다시피 굉장히 필력적으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 이 글이 재밌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꼭 써보고 싶었던 장르라 용기 내어 도전해봅니다!
꽤나 예전부터 혼자 끄적였던 글이라 반응이 좋으면 빠르게 다음편 가져오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인 만큼 독자님들도 좋아해주시면 그것 만큼 저에게 행복한 일이 없을 거 같네요!😆
부디 완결까지 무사히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