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이네요 :) 반갑습니다!
다시 꾸준한 연재 시작할게요~
여왕의 기사 05
순간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갑작스런 태형의 행동에 어쩔 수도 없었다.
내 등 뒤로 쎄-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카락이 쮸뼛 서고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태형이는 더욱 세게 내 목을 감싸안았다.
"휴..."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김태형은 무심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넌 몰라도 돼 임마."
이 말만 툭 던지고 언제 날 끌어안았냐는듯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나갔다. 나만 또 덩그러니 복도 한 가운데 남았다. 그 때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아야"
"아야? 너 요새 많이 컸다. 김태형, 전정국이 널 감싸고 도니까 이제 어깨 좀 피고 다닐만 하지?"
전소영이다. 중학생 때부터 줄곧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혀왔던...
"무슨 소리야. 누가 누구를 감싸고 돌아." 나는 조용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전소영은 두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툭-툭- 밀어내었다. 나는 힘 없이 밀쳐졌다. 그래.. 난 이런 아이였지. 기력 없는 아이. 힘 없는 아이. 인기 없는 아이. 누구든 내 앞에만 서면 커졌다. 그리고 나는 한 없이 작아졌다.
"깝치지마.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나대지마. 꼴보기 싫으니까."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무서웠다. 내가 최근에 너무 들뜬 것은 사실이다. 정국이 내 꿈에서 나타난 이후로 현재 내 상황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나는 딱 이 자리였지. 밀려드는 우울감에 내 뇌리를 스친 것은 딱 하나.
커피 우유.
* * * * * *
"아저씨 커피우유 하나요."
"학생 아직 어린데 커피 그렇게 많이 먹으면 못 써."
"하루에 딱 두 잔인걸요 뭐. 이거 없으면 하루가 너무 우울해요."
계산대 옆에 수북히 쌓여둔 빨대사이에서 삐죽 튀어나온 빨대 하나를 집었다. 항상 나에게 빨대를 챙겨두던 전정국이 그리웠다.
교실로 돌아왔을 때에는 김태형도 전정국도 아무도 없었다. 다시 나는 혼자가 되었다.
담임의 종례가 끝날 때 까지도 두 자리는 비어있었다. 아이들은 키득거리며 이 상황을 즐겼고 역시 내가 행복할 리 없다며 수군거렸다. 나도 알고 있다. 나는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저기..."
신발을 꺼내 신발끈을 묶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작은 눈에 웃는 상을 하고 있는 남학생이었다. 명찰 색이 노란색인 것을 보아 한 학년 아래 후배다.
"네?"
"아.. 저 ㅇㅇㅇ 맞죠?"
"네 맞아요. 명찰 보이시잖아요." 나도 모르게 시큰둥한 대답을 했다.
"아 맞네요. 전 지민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이 아이는 나한테 와서 자기소개를 하는가.. 더 이상 이런 장난에 놀아나기 싫었다.
"아 예.. 그럼 전 이만." 황급히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그 지민이라는 아이는 내가 열심히 묶어둔 두 운동화를 멀리 던져 교문 밖으로 날려버렸다.
김태형, 전정국 보다도 더한 놈이 나타난 것 같았다.
Epilogue
너가 나를 찾아 온 그 시간동안 나는 너를 찾을거야.
그 동안 얼마나 외로웠니. 미안. 나는 행복할 수 없지만 너는 행복해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