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줄 알았찌?! 밤이니까 슬프게 근데 독자님들 보고 싶은 주제나 멤버 이써열?
이별(죽음) VER
1번 변백현
어릴 때부터 싸워온 병마를 결국 이기지 못했다 학교를 가다가 쓰러지고, 정신을 잃고, 기억을 잃었다
이대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데 가슴에 폭폭, 비수가 꽂혔다
학교 자퇴를 하기 전날, 하늘이 무너져라 이불속에서 울어댔다 익숙함에 모르고 지냈던 소중함을 간절하게 깨닫게 된 시간
학교가 끝나면 늘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던 유일한 내 친구 백현이의 모습이 생각나서 더욱 눈물이 치솟았다
「그리고 내가 내가 경수랑 내기를 했거든?」
「그래서 이겼어, 졌어?」
「너는 뭐 당연한 걸 묻냐? 당근 내가 이겼지!」
「역시 우리 백현이야!」
엄지를 추켜올리며 웃음을 짓는데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내가 정말 웃어줘도 되는 건지 모를 만큼 속상한 마음과 행복함이 겹쳤다
즐겁게 웃다가 표정이 굳어가니 백현이가 내 손을 따뜻하게 쥔다 얼굴을 마주 보니 걱정이 한가득
「왜 이렇게 풀이 죽었어 또?」
「배고파서.」
「아휴, 꿀돼지.」
애써 마음을 숨기며 장난스럽게 배를 문지르자 백현이가 알았다며 몸을 일으킨다
오늘은 뭐 먹지? 볶음밥? 짜장면? 우리 부모님이 내 약값 때문에 바쁘신 걸 안 이후로는 늘 저렇게 우리 집에 와서 지극정성이다
메뉴판을 뒤적거리는 손이 분주하다
「난 볶음밥 먹고 싶어.」
「오케이, 접수.」
좀만 기다리라며 티비라도 보고 있으라고 코미티 채널을 틀어주고는 부엌으로 발을 돌린다
쇼파에 앉아 요리하는 백현이 한 번, 티비 한 번, 백현이 한 번, 두 번, 세 번, 고정
갑자기 눈앞이 흐려졌다 하얘지며 눈앞에 빛이 흘렀다 익숙한 냄새, 하얀 배경, 그리고 백현이의 눈물진 얼굴
「일어났어?」
「왜 울었어?」
내가 왜 여기 있냐고 묻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서로가 가장 잘 알고 있지만 미루는 것 중 하나였다
걱정했다고, 놀랐다고, 말꼬리를 흐리는 백현이가 결국 내 침대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미안한 마음에 느리게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만졌다
부드럽게 손에 감기는 백현이의 갈색 빛 머리카락, 이제 더는 만질 수 없다
「좋아해.」
시트위에 뭉그러진 발음이 들렸다 시선을 옮겨 천장으로 향했다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네 얘기를 듣던 시간으로, 고등학교 첫 배정 받던 날로, 중학교 3학년 3반으로,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널 만나기 전의 시간으로
「나도.」
산소 마스크를 걷어냈다 어느새 안정을 찾은 몸이 호흡기가 없어도 꽤 버틸 수 있게 되었다
더이상 울고 싶지 않아, 눈을 꽉 감으니 입술이 축축하고 따뜻하다 처음 느껴보는 너의 입술, 온기, 기어코 눈물이 흘렀다
「…죽고 싶지 않아.」
「괜찮아.」
「아직 너랑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나도야.」
억지로 입을 물었다 서로의 얼굴에서 비죽비죽 눈물이 샜지만 애써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입을 떼고 난 후 가까이서 본 얼굴이 참 그대로다
갑자기 나른하게 따뜻해지는 몸, 꿈속인것 처럼 뿌얘지는 눈앞, 울렁이는 백현이의 모습, 다급한 목소리
다시 눈앞에 적막이 흐르고 들을 일 없을 거라 믿었던 기계음이 병실을 울렸다 그 와중에 들리는 백현이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나는 잠들었다
「기다릴게, 그게 언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