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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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야~
"아, 안녕하세요!"
-쓰읍, 우리 말 편하게 하기로 했잖아~
"그래.. 근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돌아다녀도 되? 사람들 눈에 띄면 곤란하지 않아?"
-아직은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 없을 걸~ 데뷔한지 한달도 안됐는데. 영화 예매하러 가자.
"내가 미리 했어. 그냥 들어가면 되."
-팝콘은 안 먹어? 내가 살게
"나 원래 영화 볼 때 팝콘을 잘 안먹어.. 영화 집중하는데 방해되는 것 같아서.."
-에이 그래도 팝콘 콜라 없는 영화가 무슨 재미야 내가 사올게 기다려~
우리가 일반인의 신분으로.. 학생의 신분으로 만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
"ㅇㅇ야 가자!"
어느 샌가 팝콘을 사온 경수가 나를 불렀다.
영화는 조용히 볼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내가 집중력을 잃었을 때 옆에 앉은 도경수가 나를 힐끗 힐끗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지만
영화관을 나온 후,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경수의 고집을 꺾지 못한 채 나란히 집까지 같이 걸어오게 되었다.
-내가 불편해?
"응?"
-내가 불편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다시 주워담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전긍긍하느니 차라리 즐기자.. 어느 방향을 택하든
"아니야 아니야, 나 엄청 니 팬이야"
-그냥 팬이야?
"어? 무슨 소리야? 팬이지~"
-나는 팬으로 안 보이는데..
"...."
-솔직히 그렇잖아.. 싸인받으러 온 팬한테 연락처 주는 가수가 어딨겠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데
니가 내 번호 인터넷에 뿌릴 수도 있었던 거잖아.
그만큼 내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너랑 연락하고 싶었던거야.
우리 오늘 처음 만난건 아는데, 나는 지금 당장 사귀자 뭐하자 이런게 아니라 진지한 관계를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많이 부담스러울텐데.. 그래도 왠지 놓치고 싶지 않아. 뭔가 달라 너는 다른 사람들이랑
지금 당장 대답하기 어려우면 집에 가서 생각해봐, 좋게 생각해줬음 좋겠어 들어가서 연락해~
아이돌 그룹 일원의 고백을 거절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나는 그 아이의 팬이었는데
그와 연애하는 것을 상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니 그를 좋아하는 동안 거의 매일을 망상 속에서 빠져지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핸드폰 배경화면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볼때마다... 물론 오늘은 본인이 민망해할까봐 다른 사진으로 다 바꿔나가긴 했지만
경수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나로서도 아이돌과 연애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그 역시도 먼저 번호를 주기가 힘들었을 것이고,
시도함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나도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을 해야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한번 가보기로.
문자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응, 나도 도착했어 ㅋㅋ
[아니 할게 없네
중요한 얘기는 전화로 해야 한다. 목소리로 직접 들려줘야 한다.
바로 경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응 나야
"근데, 소속사에서 핸드폰 안 걷어갔어?"
-아, 그냥 숙소에서는 쓰고 있어~
"있잖아 내가 전화하자고 한 이유가 뭐냐면"
-응
"니가 아까 했던 얘기 많이 생각해봤어. 솔직히 내가 니 팬이었다해도 니 말을 덥석 받아들일 수 없었을 거란거 너도 잘 알거야
-응 계속 말해
"마음 가는대로 가보자야. 나도 니가 많이 많이 많이 좋아. 다른 사람들이, 다른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는 잘 아는데
-진짜?
"응 진짜, 근데 아직 사귀는 건 아니고...우리 먼저 진지하게 만나보자. 아직 우리 만난지 하루 밖에 안됐잖아."
-에이... 그게 뭐야...
- 아 내일 지방 행사 있어.
"힘들겠다..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너도 빨리 씻고 자야지."
-아니야 괜찮아. 난 더 전화하고 싶어.
"내가 졸려서 그래. 내가 졸려서. 우리 얼른 자자~"
-그래 알았어.... 내일 또 연락할게~
"응, 푹 쉬어~"
******
"어? 있어 그런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막 나온다.
무대에 올라서기 전 뒤편에서 ㅇㅇ이를 처음 보았다. 깨끗한 피부와 단정하게 옆으로 넘겨 하나로 묶은 머리.
주변 사람들과 얼굴을 붉히며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매력있다-라고만 느꼈었다.
우리 차례가 되어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있을 때, 왠지 모를 힘에 고개가 스태프들이 서있는 곳으로 향했고, 그리고 거기에 서있는 너를 보았다.
반짝 반짝 빛나고 있는 너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을 때 갑작스런 짜릿함이 내 몸을 휩쌌다.
삑사리가 날 뻔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잘 넘길 수 있었고, 나는 너에게 실수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할 수 있었다.
땀에 절은 상태로 무대를 마치고 내려가 잠시 쉬고 있을 때 니가 다가와, 종이를 내밀며 싸인을 요청했다.
그 때 다시 가까운 곳에서 보게 된 너의 얼굴과 목소리에 내 머릿 속에서는 '너를 놓쳐서는 안된다'라는 느낌이 계속 맴돌았다.
그래서 번호를 적어넣었다. 곧장 숙소에 도착해서 네게서 연락이 오지 않자 애가 탔다.
괜히 번호를 적어줬나, 어디에 악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왠지 너는 그럴 것 같지 않았다.
너는 굉장히 좋은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었고 침착하게 기다려보기로 했다.
마침 내일 스케줄이 없던 터라, 늦게까지 깨어있을 수 있었으나
더 이상은 잠이 몰려와 참고 너의 연락을 기다리기가 힘들었을 때 네게서 문자가 왔다.
그 순간, 잠이 달아났고, 단지 한 통의 문자일 뿐임에도 내 마음은 이미 너를 받아들여 놓아줄 생각 따위 존재할 자리를 없애버렸다 |
안녕하세요 모어입니다.
3편을 들고 왔어요.
쓰면서 멘붕이 왔어요.
저라면 덥썩, 아주 그냥 못 빠져나가게...ㅎㅎㅎ
무슨 생각을 저리 많이 하나 싶기도 하고.. 제가 쓰는 건데도 말이죠
1편, 2편에서 독자님들이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어요~
완전 감동이었습니당. 모자란 글을 재밌게 봐주셔서..
이번 편도 재밌게 봐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어요 ⊙♡⊙
댓글이 있으면 막 힘이 불쑥 불쑥 솟아나요
여름인데 무더위조심하시옵고
그럼 전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