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가장한 만남
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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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 복도에서는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 넓은 공간에 나 혼자 존재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좋다. 시간이 흐르면 곧 누군가 들어오리라는 기대감 역시.
2학기 개강 첫 날 1교시 수업을 1시간 30분이나 앞둔 채 경수는 강의실에 도착해 있었다.
유난히도 오늘 아침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나 눈부셔 경수는 평소와 달리 일찍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더 자보려고 했지만, 누워있을 수록 허리만 아파와서 준비를 마치고
니가 왠일로 일찍 나가냐는 형의 말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워낙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보이지 않는 아침의 학교는 감회가 새롭게 느껴졌다.
오래된 건물 내벽의 파스텔톤 페인트칠도, 계단을 감싸는 냉기도,
다른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 복도도 왠지 모르게 경수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강이 까무라치도록 싫어했었지만
하지만 좋은 기분도 잠시, 구름이 엷게 껴있는 맑은 하늘을 보고 있자니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마음에 들었던 강의실 풍경이 갑자기 답답하게 느껴졌다.
강의실의 직사각형 모영이 저를 죄어오는 듯 느껴졌다.
눈을 감았다 다시 떠
강의실을 다시 한번 둘러보니 기분이 가라앉기는 커녕 점점 답답해져만 갔다.
갑자기 강의실 문이 열렸다.
"어, 벌써 누가 와계시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경수는 그를 보고 저와는 달리 붙임성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월요일 재즈댄스 신청하신 거 맞죠?"
"네.."
"아, 교수님이 어제 욕실에서 미끄러지셔서.. 허리를 삐끗하셨거든요 그래서 칠판에 오늘 수업 휴강이라고 적으러 왔어요. "
잘됐다- 수업 듣기 싫었는데
"아,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바로 가방을 챙겨 나가려는 경수를 그 남자가 다시 불러 세웠다.
"저는 김수진 교수님 조교 박찬열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수업 없으시니까 저랑 커피나 한잔 마시러 가실래요?"
경수에게 쌍팔년도식 커피 권유를 한 찬열은 크게 그의 이빨을 드러내보이며 하하 웃었다.
***
"이름이 도경수에요?
경수는 실없는 말을 제게 건넨 찬열이 마음에 들었다.
경수는 그의 생각과는 달리 친구를 사귀지 못했기에, 학교 안에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뭐든지 쉽게 쉽게를 외치는 사람들은 경수와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뱉은 건조한 한마디에도 하하하라며 크게 웃어주는 찬열에게 경수는 호감을 느꼈다.
"근데 나한테 왜 커피 마시자고 한거야?"
"음...... 김종인이라......"
처음엔 누군가 싶었지만 경수는 곧 그가 누군지 떠올려 낼 수 있었다.
김종인, 그는 자신보다 한 학년 낮았지만 불문과의 스타라고 불릴 수 있는 학생이었다.
"아아..... 김종인...... 그 춤 잘추는애?"
"응. 유명해?"
"듣기로는."
과 소식에는 장님, 귀머거리였던 경수도 종인에 대해서는 그의 몇 안되는 친구에게 전해들은 바가 있었다.
또 단대 댄스 대회에 나가서 1등과 상품을 휩쓸어 일약 불문과의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걔 좀 있음 여기 올거야. 걔도 수업 없다길래 내가 불렀어."
"아.. 난 걔 모르는데.."
경수는 사람을 새로 만나는 걸 두려워했다.
친한 사람들과는 자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처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그렇게 그에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친해질거야. 정말로. 내가 장담해"
"뭘 믿고 그렇게 장담하는 지 모르겠다.."
"걘 너 분명히 좋아해. 두고봐"
라고 찬열이 말하자마자 그들 대화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박찬열"
"야 형이라고 불러라. 경수야 얘가 김종인이야."
"안녕하세요-, 도경수 선배님. 김종인입니다."
경수에겐 종인이 자신을 선배님이라 부르는 소리가 다른 말보다 힘을 줘서 말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안녕하세요. 도경수에요."
"뭐야, 넌 왜 존댓말 써. 니 후배잖아."
"아... 내가 낯을 많이 가려서..."
"선배님 말 편히 하세요.
종인이 경수를 처음 봤다며 말을 편하게 하라고 건네자
"푸하하하하하하 종인아. 너 진짜 귀엽다?"
찬열의 말을 듣자마자 인상을 팍 쓴 종인이 찬열을 째려봤다.
"아무것도 아니야 경수야. 그 표정 귀엽다.
"뭐래"
찬열의 말을 들은 경수는 찬열이 이상하다는 듯이 벌레보듯 쳐다보며 무시의 말을 내뱉었고 ,
종인의 반응은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리고 열심히 찬열을 째려보는 것이었다.
종인을 본 찬열은
"아냐아냐, 너넨 어떻게 같은 관데 한번도 본 적이 없냐." 라고 얼버무렸다.
"아, 소문은 들은 적 있었는데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야. 내가 워낙 우리과 아싸라서.."
"제 소문이요? 무슨 얘기 들으셨는데요?"
경수가 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듣자 종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밝아지며 무슨 얘기를 들었냐며 캐물었다.
"어,어? 아, 그냥 뭐 춤 잘추고 여자들한테 인기 많다고.
"전 잘 몰라요.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
사실은 과에서 저에 대한 얘기가 어떻게 돌고 있는지 아는 종인이었지만, 경수에게 자세히 이야기 해달라고 캐물었다.
"아 야, 그렇게 갑자기 그러니까 기억이 안난다. 나중에 기억 나면 알려줄게."
"나중에 꼭 알려주셔야 되요, 꼭이요."
경수는 과에서 도는 자신의 얘기에 집착하는 종인을 보고 과 아싸인 나도 아는 얘긴데 설마 본인이 모를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곧 제게 시간표를 물어오는 종인에 의해 신경을 끄게 되었다.
"선배 이번에 3학년 전공 들으시죠? 뭐 들으세요? 저도 3학년 전공 듣거든요"
"아 나 졸업학점이 간당간당해서 요번에 재즈댄스 수업빼고 풀로 전공 채워서 다들어. 너는?"
경수는 찬열이 종인이 무뚝뚝하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의외로 말을 많이 하자 꽤 친해지기가 쉬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요, 왠지 저도 졸업학점 부족할 것 같아서요. 이번엔 그냥 쉬엄쉬엄 들으려고 했던 거거든요. 선배님 같이 듣는 사람 없으시죠. 저랑 같이 들어요." "그러던가."
본인에게 같이 듣는 사람이 없냐고 확신에 찬 어조로 물어오는 종인에 경수는 살짝 기분이 나빠짐을 느꼈다. 마치 혼자 듣는 본인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하지만 경수는 곧 가뜩이나 대학교에 친구가 없는 마당에 제게 다가오는 사람을 쳐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고, 종인과 수업을 같이 듣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혼자 듣는 것 보단 둘이 듣는 편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에. |
안뇽하세여
모어입니다 ^^;;
아시는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빙의글을 뒤로 하고
카디 글을 들고 왔는데요..
재미는... 없을지도 몰라요ㅠ 제가 글을 못 쓰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뭔가 제목에서 스포가 다 된거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앜ㅋㅋㅋ
제목을 못 정하겠더라구요...ㅠ
그리고 처음이랑 달리 뒤로 갈수록 글이 무너지네요
이 똥손!
사실 경수가 새로 사람 사귀는 걸 두려워 하는건 그냥 제 성격 갖다 집어 넣은거에요.. //_//으앜
괜찮으시면 댓글도 하나 달아주세요~ 댓글이 있으면 글 쓰는데 힘이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