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유리잔에 투면한 액체.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알 수없는 싸한 향내가 폴폴 풍겨져 나온다. 색깔을 딱 소준데...가볍게 혀를 슬쩍 내밀어 할짝거려본다.
태환의 모습에 옆에서 멀쩡히 술을 입에 갖다다며 마시던 쑨양이 "커헉! 쿨럭-쿨럭-" 대며 심히 고통스러워 했다. 옆에서 들려오는 거친 기침소리에 혀로 술을 할짝이던 그 모양새 그대로 눈만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어 쑨양을 바라보는 태환의 모습에 결국 쑨양은 그 큰 손으로 가슴팍을 퍽퍽 쳐대며 속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뭐야? 왜 그래?)
그제서야 태환이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주먹을 쥐더니 쑨양의 등을 팡팡 두드린다. (괜찮아졌어?) 하는 ㄷ나정스런 물음도 잊지 않았다.
(그냥 마셔 Park. 취해도 알아서 데리고 들어갈 수 있어.)
뭐가 어쩌고 저째? 취해도 알아서 데리고 들어가? 어째서인지 제가 취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것 같은 쑨양의 말투에 확 기분이 상했다.
(나 안 취할건데. 나 술 쎈데. 내가 너 데리고 들어갈건데!!!)
부루퉁한 얼굴로 불만을 이야기 하고 나서야 약간 기분이 풀린다. 술이 쎄긴 무슨. 저 스스로도 알고 선수촌의 모두가 안다. 제 주량은 평균적인 사내들의 주량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 거가애 따라오는 꼬장은 사람들을 충분히 당황시키고도 남는다. 정확히 어떤 술버릇인지 알지는 못했다. 아무도 제게 말해준 적이 없었으니.
(알겠어. 마시고 싶은대로 마셔)
귀엽다는듯 피식 웃으며 내뱉은 쑨양의 한마디. 마시고 싶은대로 마시라는 한마디가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태환은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넣고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놓았다. 잔을 채워주자마자 한마디 말도 없이 그 행동만을 반복하고 있는 태환이었다.
점점 양 볼은 붉어지고 눈은 풀려가고 앙 다물고 있던 입술에서 힘이 빠져 푸흐흐흐--하는 웃음이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태환의 모습에 제대로 술도 마시지 못한 쑨양도 덩달아 달아오른 양 볼을 손으로 붙잡고 속으로 연신 귀여워!!를 외치며 빌비실 웃음만 흘리고 있었다.
갑작스레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태환의 머리가 테이블에 고꾸라졌다. 태환의 머리가 소리만 들어도 아플 것 같이 떨어지는 모양새를 본 쑨양이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도 않게 다리를 동동 굴린다. 결국은 다시 의자에 앉아 제 긴팔 겉옷을 돌돌 말아 태환의 머리를 살며시 들어올려 그 밑에 깔아주었다.
아무리 봐도 잠버릇이라 생각이 드는 우물거리는 입술을 하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얼굴을 가만히 못두는 자태마저 귀여워 보안다. 제길, 중증이다. 하지만 별 수 있으랴. 그래도 그만 보면 실실 바보같은 웃음만 나오는데. 지금 시각 10시...잠시만 이런 상태를 유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푹신한 의자에 기대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11시 30분, 멍하니 앉ㅇ ㅏ태환의 자는 모습을 구경한지도 1시간이 넘었다. 슬쩍 손을 내밀어 깨우려 하기도 전에 쥐죽은듯 엎드려있던 태환이 팟! 하고 고개를 들었다. 입가에 맺힌 푸흐흐-하는 웃음은 그대로였다. 갑작스레 일어난 태환의 모습에 움찔했던 것을 애써 감추며 가자는 뜻으로 손을 내밀었다. 처음 길거리에 나올 때 마냥 보드랍게 느껴지는 작은 손과 접하고 싶었지만 손에 느껴진 것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언 찌릿-하는 고토이었다. 왜 이러나 싶어 고개를 드니 방금 제 손을 탁하고 쳐낸 손을 붙잡고 비실비실 웃는 모습이 보였다.
(숙소로 가자. 늦었어.)
(흥! 안가!)
뭔가 이 반응은? 방금 저 깜찍한 흥-하는 소리가 진정 태환의 입에서 흘러나온건가? 팔짱을 딱 끼고 고개는 옆으로 팩 돌린채로 토라진 말투로 말을 내뱉는 게 정녕 태환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왜 안가, 더 있고 싶어?)
(아니야!!)
앙칼지게 한마디 쏘아붙이고는 고개를 양 옆으로 도라도리 흔들어댄다.
(그럼 왜 그러는데?)
답지 않게 귀여운 모습에 자연스레 다정한 물음이 나온다. 제 목소리에 방싯방싯 웃으며 반응하는 그의 모습이 참 좋았다.
(나 다리아프다.)
(다리? 다리가 아프다고? 왜?)
(내가.....알면.....이러고 있겠냐아?!!!) 어쭈, 벌떡 이러나 이젠 저한테 삿대질까지 한다.
(많이 아파?) 하고 한마디 묻자 고개를 위아래로 세번 끄덕인다. 끄덕 끄덕 끄덕. 그러고는 또 할 말이 있는지 입술을 달싹댄다.
(그러니까 자--) 두 팔을 쭉 내민다. 이해하지 못해 (응?) 하고 되묻자 얼굴에 인상을 팍 쓴다.
(어부바! 다리 아프니까 어부바아-쑨양이가 태환이를 어부바-해준다!) 말꼬리를 질질 끌며 팔을 앞으로 쭉 뻗는다. 제 반응이 없자 볼이 삐졌다는듯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발은 동동거린다. 여간 귀여운 모습에 결국은 등을 내줬다.
(에헤헤) 하는 해맑은 웃음과 함께 제 등위로 폴짝 업혀 오는 사내가 저보다 두살이나 많다니 믿을 수 없었다. 제 얼굴 바로 옆 매우 가까이에 존재하는 얼굴에서는 알싸한 술 향내와 특유의 체향이 가득하고 보는 사람 심장 떨리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지 해맑은 웃음만 자구 지어댄다. 입은 또 오물거리며 (어부바-어부바-아이 착하다-)하고 한쪽 팔은 제 목을 감싸안고 한쪽 손은 제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준다. 자신이 잡고 있는 두 다리는 공중에서 대롱대롱 자꾸만 흔들어댄다.
계속해서 오물거리던 입이 또 한마디 내뱉었다.
(쑨양아.)
(응?)
그의 입에서 나직하게 불려오는 제 이름이 참 듣기 좋았다.
그가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속살거렸다. 그가 내뱉은 한 마디에 제 몸이 우뚝 굳었다. 성인 남자 한 명을 등에 업고도 산책하는 기분인 마냥 가볍게 걷던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진 기분이었다.
(너 아까아...나 잘 때 뽀뽀했지? 쭈우--했지? 나 아까 안자고 있었는데에.)
제길, 결국 자신이 일을 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 있는지 안자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무턱대고 덤벼든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 때 태환의 다리가 저를 퍽퍽 차는 것을 느꼈다. (나 좀..내려줘봐-) 허리를 숙여주자 팔을 양 옆으로 쭉 뻗어 바닥에 탁! 하고 내린 태환의 제 앞으로 다가왔다. (허리 좀 숙여봐.)
스윽 허리를 숙이자 그 따뜻한 손이 제 양볼을 붙잡는다. 그러고는 에헤헤-웃는다. 화난게..아닌가? 하는 일말의 안도감이 들었다.
태환이 자신의 얼굴을 잡은채로 제게 가까워져왔다.
제 얼굴로 맞닿아오는 싸한 술냄새와 함께 달큰한 숨자락에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눈을 피하는 제 얼굴을 다시 세게 붙잡고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동글동글한 그의 콧날이 제 코에 맞닿았다.
그리고 (츄우-)하는 태환이 직접 입으로 낸 소리와 함께 태환의 입술과 자신의 입술이 맞닿았다.
눈을 감지도 않고 똘망똘망하게 눈을 뜬채로 제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맞대고 있었다. 멍하니 입술을 떼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던 제 얼굴을 붙잡던 손을 떼 내고 제 볼을 톡톡 친다. 고개를 들어 살풋살풋 향내가 폴폴 풍겨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지어대며 제 귀에다 대고 소근소근 한마디 내뱉는다.
(치이-사하게, 뽀뽀는 같이 해야되는 거지롱-!) 혀를 죽 빼고 놀리는 어린아이 마냥 또 살풋살풋 웃음을 뿌려댄다. 그 귀엽게 내민 혀가 제 귀를 뜨겁게 간지럽혔다.
-------------------------------------------------------------작가 사담**
오늘 양이 이때까지 했던 회수 중에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ㅠㅠㅠ제가 놀다가 문에 손가락이 끼여서 두번째 손가락에 붕대칭칭 상태라ㅠㅠ제대로 쓰기가 힘들어요...ㅠ
아, 이거 쓰는데 너무 오래걸려서ㅠㅠ며칠간은 양이 줄어들거나 연재 텀이 길어지거나 할거예요ㅠ저 가입한지 3일됬는데ㅋㅋ벌써 7화까지 썼어요ㅠㅠㅠ
음,,그리고 비회원분들ㅠㅠ빨리 가입하셔서 저랑 놀아요!ㅠㅠ 절대절대 싫어하지 않아요 완전! 사랑한다구요~~
그럼 이만 전 사라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