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신뢰 안가게 한거 미안해, 이제야 말하게 되네 "
" … "
" 진작 말해줬어야 하는데, 사랑해. "
기성용,너 진짜. 기성용의 사랑해 라는 말에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빠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뛰다간 심장마비로 죽을것 같다는 느낌이 들만큼,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 아까는 슬픔에 가득 찬 눈물이였다면 지금은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그런, 행복함과 황홀한 기분에서 차오르는 기쁨의 눈물이.
나는 기성용을 더 꽉 껴안았다, 기성용은 그런 내 모습에 슬쩍 웃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랑해, 이젠 절대 맞잡은 두 손 놓으려고 하지 않을꺼야, 하며.
나도, 나도 절대 놓으려 하지 않을거야. 또한 누가 우릴 떼어내려 애써도 너의 손 놓치지 않을거야.
*
" 얼른 들어가자, 지금 벌써 새벽 3시반이야. 가서 좀 자야지 "
" …어 ? 응. 그 … 그래야지 "
아까 그렇게 울고불고 눈물의 상봉을 할땐 언제고, 지금은 서로 만난지 1시간도 안된 사람마냥 어색하다. 분명 더운 날씬데, 우리 옆에 있으면 바람이 쌩쌩불고 몸이
움츠러들지도 모르겠네, 기성용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별 말 다 해가면서 안고 난리를 쳤는데, 막상 계속 그렇게 있다보니 언제 손을 떼어야할지 몰라서 주춤주춤,
눈물도 다 그치고 눈치만 봤다. 기성용도 그런 내 모습을 눈치 챘는지, 자기도 어색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색한 웃음을 띄며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집에서 자고가.
어… 응 그래. 뭐가 긴장된다고 말은 이렇게 더듬었을까, 어떻게 30분만에 어색해질 수 있지 ? 참, 이것도 우리 능력인건가 ….
" 저번에 온적 있지 ? "
" 응, 온적 있지 "
" 우선, 너 좀 씻어야겠다. 다 젖었네,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비를 다 맞고 다녔어 "
" … 왜, 왜긴 왜야. 너 만나러 와야 되니까 … 아 몰라. "
" 쑥쓰러워 하기는, 아까 니 속마음 나한테 다 들켰거든 "
아, 진짜 쪽팔려 …. 나 울면서 도대체 뭐라고 뱉은거지. 너무 횡설수설 말해서 못할말, 할말 다 한거 같다. 근데 기억이 안나는게 아마 쓸때없는말만 짓껄였겠지.
여기, 내 옷 너한테 크진 않을거야, 씻고 입어 . 기성용은 내게 웃으며 옷을 던져줬다. 멍때리던 나는 그대로 얼굴에 명중. 얼굴을 감싸는 하얀색 물체에 깜짝 놀라서
봤더니 옷이다. 기성용도 맞을줄 몰랐다는듯 어쩔줄 몰라하며 머리를 긁적이고 말했다. 일부러 그런거 아냐,
" 일부러 한거 아니야, 알지 ? "
" 몰라, 멍때리고 있는데 일부러 그런거지, 너 ! "
" 아, 아니라니깐, 사람 말 참 못믿네 "
못믿게 한 사람이 누군데.장난이나 쳐볼까,삐진듯한 내 표정에 당황한 기성용은 옷을 가지고 새침하게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내 앞을 막아서서 말했다. 아, 진짜 아니라니까.
됬어, 니 볼일이나 봐. 앞을 막아선 기성용의 팔을 내치며 화장실에 들어가려는데 자기가 비련의 여주인공도 아니고, 내 팔을 잡고 늘어진다. 아니라니깐, 진짜야.
얘는 내가 진짜 삐진지 알고 허둥지둥댄다, 아. 삐진거 아니니까 좀 들어가서 씻자 ! 씻으라고 한 사람이 누군데, 진짜.
" 용대야, 용대야 ? 일부러 그런거 아니라니깐 "
" 아, 삐진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 "
" 진짜 ? "
" 응, 진짜 "
" 진짜지 "
" 그래 ! 진짜 ! 뭐, 안 삐진거 어떻게 인증해줄까 ? "
인증해줘? 응 ? 기성용을 노려보며 말하는 내 모습에 기성용은 다행이라는듯 한숨을 쉬었다.그리고는 웃으며 화장실을 가르키고는 말했다. 화장실은 이 쪽입니다, 숙녀분.
고마워, 웃으며 들어가려던 내 발이 우뚝 멈추었다. 방 … 금 숙녀분. 왜, 내가 레이디 퍼스트 실천해준다는데. 지금 나한테 레이디 ….
" 내가 왜 숙녀분인데 ? "
" 맞잖아, 맨날 울고 애교 부리고, 하하 "
" 애교 ? 그 … 그땐 너 생일이라서 내가 일부러 준비한거지 ! "
" 그거나 그거나 ,하여튼 배려해준다면 좋은거지 뭘."
여자 취급 받으면서 배려 받는건 별로 …. 너가 받을래. 아니, 너가 여자 취급 받는건 좀 징그럽긴 하다.기성용은 내 말에 대꾸하고 싶지 않다는듯 내충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며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무슨 새벽 3시반 넘어서 청소야 얜 …. 기성용의 행동에 한심하다는듯 흘겨 봤더니 , 자기를 쳐다보는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말했지,
나 1등 신랑감이라니깐. 너 나한테 시집오면 편할거야, 뒷감당은 내가 할 … 기성용의 다음 말은 나의 폭력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멈추었다, 뒷감당은 무슨. 우선 니 몸이나
감당하는게 문제야. 이 화상아, 우리 화해한지 이제 30분정도 밖에 안지났어,꼭 매를 벌지.
" 아 왜, 너 나랑 결혼할거잖아, 내가 그때 말했잖아. 애기들 5명 입양하자고 "
" 무슨 ! 너 내가 있지도 않은 미래 얘기 하지말랬지 "
" 참나, 아까 울고불고 이 손 놓지 않을게, 성용아 흑흑 할땐 언제고 "
" 야 !! "
기성용은 아까 나를 재현하려는듯, 우는척을 하며 내 모습을 따라했다. 꼭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만 콕콕 찝어서 상기시켜 준다니깐.
내가 그것보단 멋있게 울었거든, 노려보며 말하는 내 모습을 보며 실실웃으며 말을 꺼낸다. 무슨 , 너 아까 완전 추했어. 사진이나 찍어놓을걸 그랬나,
" 그렇게 추했으면, 다 놓고 도망가지 왜 그랬어 ! "
" 너 나 없음 못살잖아, "
" … 이씨. "
" 나도 너 없음 못살고. "
추한 모습도 뭐, 예뻐보여. 기성용은 살짝 발그레한 얼굴로, 민망한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이렇게 사람 당황하게 하지, 너 …. 내 얼굴도 덩달아 달아오르는게 느껴진다.
근데 그래도 좋다. 이런게 뭐 니 매력이니까, 기성용 , 너 저돌적이고 적극적인거 빼면 시체니깐. 이러는것도 뭐, 이벤트 같고 나쁘진 않네.
" 얼굴 빨개진거봐, 우리 용강아지 긴장했어요 ? "
" 웃기네, 니 얼굴도 만만치 않거든 "
" 에이, 나 보단 너가 더 좋아하는거 같은데 "
" 무 … 무슨. 야 … 야 ! 너 , 너 지금 어디 … 어디에 손을 가져다대 ! "
" 왜, 내껀데 뭐 손 좀 대면 안되나 ? "
기성용은 능글맞게 웃더니 슬쩍 손을 뒤로뺐다. 뭐하나, 싶어서 쳐다봤더니 그 손이 점점 내 쪽으로 향하더니 내 어 …엉덩이를. 깜짝놀라서 손을 확 치자
엉덩이를 한번 두드리더니 어깨동무를 하고 말한다, 뭐 어때.이미 내껀데. 그래 ? 그럼 니 몸도 내꺼니까 한번 죽도록 맞아볼래 ?
*
다 씻고 나왔을때 기성용은 멍 때리고 쇼파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너도 씻어, 내 말에 기성용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쪽 방에서 다 씻었어.
씻었다고는 하는데 아직 술 냄새가 다 지워지진 않았다. 너 술 얼만큼 먹었어, 술 냄새 꽤 나네.
" 많이 안 마셨어 "
" 술 냄새 좀 나는데 ? "
" 좀 마시긴 했는데, 원래 주량 쎄서 괜찮아. "
" … 혼자 마셨어 ? "
" 그럼, 그 새벽 1시에 나와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
에이, 술 친구 없음 외로울텐데 … 괜히 나 때문에 혼자 술이나 마시고 돌아다녔을 기성용을 생각하니 좀 미안해진다. 내가 나중에 술 친구 해줄게.
그럼 좋지 뭐, 기성용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근데 내일 속 아플텐데 …. 꿀 어딨어, 기성용에게 꿀을 찾자 그건 왜 찾느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 너 , 술 마셨잖아. 주량 쎄다고 해도 속은 다 버리는거야 "
" 그래서 꿀물 타주게 ? "
" 응, 어딨는데 "
부인 다 됬네, 기성용은 웃으며 부엌으로 가선 꿀을 꺼내주었다. 하긴, 내가 아내처럼 보이는 행동을 스스로 자처하고 있긴 하네 …. 다 내 잘못이네. 기성용
모르게 쓸쓸하게 읏고는 기성용의 손에 들려있는 꿀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커피포트가 …. 저기있네,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끓을때까지 기다리는데
익숙해 보이는 내 모습에 기성용이 놀라 나를 쳐다봤다. 너 왜 이렇게 익숙해, 설마 딴 남자나 여자한테 많이 해준건 아니지. 꼭 생각하는 것도 지 같이 해요 ….
" 진짜 나말고 딴사람한테 해준거 아니지 "
" 많이 해줬지, 엄청 "
" 야 ! 이용대 "
발끈해서는 내 어깨를 잡고 누구냐고 , 답을 재촉한다. 아, 머리 아파. 의처증 도졌냐, 손을 치웠는데 끈질기게 잡고는 말한다, 너 말안하면 내가 알아내서 그 놈 죽일거야.
그래, 죽여라. 근데 어쩌지, 그거 우리형인데 … 우리 형이 맨날 술 취해 들어오면 내가 꿀물 타줬거든.
" 죽여봐 한번"
" 누군데 ? 진짜 있는거야 ? 아 열받아 … "
" 형한테 많이 타줬지 "
" 형 ? 어떤형 ? 그, 정재성인가 그 사람 ? "
" 뭔 소리야, 형 부인 되시는 분이 다 알아서 해주겠지. 다른 형 말고 말 그대로 형. 친형 "
야 ! 너 진짜 그렇게 장난할래. 내말에 허탈한지 어깨를 잡았던 손을 놓는다. 뭐야, 자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했으면서, 웃기네.
내 말에 기운이 빠진듯 허탈하게 웃는 기성용을 뒤로 하곤 커피포트를 가져와 컵에 물을 넣고는 꿀물 적당량을 넣어 수저로 휘휘- 저었다.
자 마셔, 건내주니 꿀덕꿀덕 잘도 마신다. 어때, 맛있어? 내 말에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기성용을 보며 같이 웃었다. 다행이네, 제대로 잘 넣었나보다.
" 야 ! 기성용 ! 물 가져와 "
" … 무 , 무슨 소리야 "
" 그 … 그게, 아씨 .쟤는 분위기 좋을때 꼭 … "
그래, 거기까진 좋았다. 기성용이랑 한참 웃고 있었는데,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물 가져와. 기성용처럼 목소리도 엄청 크다. 뭐야, 누가 몰래 들어온건가.
깜짝 놀라서 자연스럽게 옆에 있던 후라이팬을 들고 소리가 들리는 방으로 다가가는데 기성용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거 가지고 뭐하게.
뭐하긴 뭐해, 가서 강한 스매싱 한번 날려줘야지. 이용대, 너가 스매싱 날리면 하늘나라로 안녕인건 알고 말하냐.
" 너, 지금 너가 배드민턴 국가대표인거 까먹고 그렇게 때리려는거야 ? "
" 당연히 알고 하는 소리지 ! 때리려면 제대로 때려서 신고해야지"
" 기성용 얼른 물 가져와 !! "
" 봐 …봐봐.. 지금 누 … 누구 있다니깐 "
집이 떠나가라 소리치는 목소리에 놀라서 기성용 뒤로 숨으니까 기성용은 한번 웃더니 소리가 들리는 방문을 벌컥 열었다. 야, 야 그러다가 다치면 …. 응 ?
후라이팬을 들고 눈을 꾹 감았는데 너무 조용하다 싶어, 눈을 떴더니 한 침대에 술에 잔뜩 취한 여자가 물 가져와 -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어, 저 여자 아까 기성용이 데려가던 여잔데 …. 이게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봤더니 기성용이 하는 말이, 아 우리 친누나야. 독일 갔다가 오늘 왔는데 술에 취해서, 란다.
헐 ? 누나 ? 그것도 친누나 ? 나 혼자 뭐한거지, 그럼.
" 야, 야 일어나, 기상아 얼른 일어나 "
" 아 …음, 물 가지고 와 "
" 이게 진짜, 내가 니 물 셔틀이야 ? "
기성용의 누 … 나 되시는 분은 발로 다리를 긁으시며 물을 가져오라고 말 하셨다. 기성용은 그런 자신의 누나의 모습이 쪽팔린지 대충 이불을 덮어주며 짜증을 낸다.
아, 진짜 쪽팔리게 … 여기 있으면 너무 어색해질거 같아 물을 한컵 따라서 기성용한테 갖다 줬더니, 고마워. 하며 웃고는 누나에게 다가갔다.
야, 야. 일어나. 아무리 누나라고 해도 그렇게 발로 치는건 너무 하지 않니 …. 기성용은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듯 대충 누나의 손에 물컵을 가져다주고 방문을 닫고
나왔다. 물론, 방문도 그냥 닫은게 아니라 엄청 툴툴 대면서 쾅 하며. 질풍노도의 동생을 두셨군요.
" 쪽팔려 … 아 미안해, "
" 나한테 미안할게 뭐 있어, 누나한테 좀 잘해, 틱틱거리지말고 "
" 맨날 저러는데 뭘 어떻게해 … 아, 알았어. 잘 해줄게 "
또 말대꾸하지, 기성용을 흘기니까 꼬리를 내리고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잘한다, 우리 멍뭉이. 머리를 쓰다듬어 줬더니 하지말랜다. 뭘, 너가 맨날 하는건데.
그건 그렇고 가야할것같다. 누나분도 계시는데 여기서 자긴 좀 그렇고, 벌써 새벽 4시인데 가서 얼른 자야지, 짐을 챙기는 내모습을 보며 기성용은 말했다. 뭐해,
" 나, 집에 가야지 "
" 어 ? 왜 가, 여기서 자고 간다며 "
" 누나 분도 계시는데, 다음날에 서로 불편할거야. 내가 갈게 "
" 그냥 좀 자고가 , 지금 벌써 4시인데 언제 가서 자려고. "
가려는 나를 잡고는 자기 방으로 질질 끌고 들어간다. 아, 왜, 간다니깐.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침대에 앉혔다. 다시 일어나려니까 못 일어나게 내 어깨를
꾹 누른다. 또 심술부리는것좀 봐, 다음날 내가 있으면 얼마나 놀라시겠어. 왠 외간남자가 떡하니 있는데,
" 아, 괜찮아 . 신경 안써도 돼 "
" … "
" 신경 안써도 된다니깐 ? "
아니, 너말고. 지금 나는 너가 불편한게 문제가 아니라 너네 누나 입장에서 신경쓰는건데 왜 자기가 괜찮대, 툴툴거리자 한번 웃고는 날 눕혀서 이불까지 덮어주고는
내 옆에 앉아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잘자, 용강아지 하며. 얘는 머리쓰다듬는게 습관이 됬나.
*
" 야, 기성용 ! 너 내가 축구보다 잠 자지 말랬지 ! 티비도 다 켜놓고 "
" 아, 왜 때려 ! 어제 누나 꼴이나 좀 생각하시지 "
" 그거 하나가지고 꼬투리 잡기는 "
아, 뭐야 …. 한참 잘 자고 있는데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뭐, 목소리 엄청 큰걸로 보아서 기성용이랑, 기성용 누나인가 보네.
집이 떠나가라 소리를 친다. 원래 이 남매는 저러면서 싸우나, 부모님이 애 좀 많이 쓰셨겠네 …. 기성용이 혼나는 모습이 상상되서 한참 실실 웃는데 시계 보니까
새벽 6시반, 조금 잔거 치고는 덜 피곤한데 눈이 부어서 그런가 짐 한덩어리 올려놓은거 같다. 이런 꼴로 서로 마주치면 별로 좋은 인상으로는 안 남겠지.
나 있는건 알거고, 그럼 몰래 가야겠다. 책상위에 아무 종이를 꺼내서 먼저간다는 말을 써놓고는 짐을 챙기고 몰래 방문을 열었다. 다행히 현관문이 앞에 있네, 휴.
" 아, 먹지마, 너 "
" 아, 왜 좀 먹자 "
" 그렇게 성질 부릴땐 언제고 또 내가 요리한거 먹으려고 하는데 "
" 아 …누나 진짜 좀 먹게 해줘 "
다행히, 둘은 잘만 싸우고 있다. 이때다 싶어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음을 뗐다, 신발장 앞에까진 세이브, 신발을 구겨신고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는 현관문 고리를
잡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용대, 너 어디가. 아 … 망했다.
" 응 ? 하하, 집에 가야지. "
" 밥 먹고가 "
" 아 … 아냐. 누나랑 오랜만에 만난거 같은데 둘이 오붓하게 밥 먹어, 난 갈게 "
" 가긴 어딜가, "
" 아 … 아 좀. 이거놔 "
둘이 오붓하게 밥 먹으라고 자리도 피해주는데, 오붓하게 밥 먹긴 개뿔. 하며 내 뒷덜미를 잡는다. 아, 좀 놓으라니깐 …. 빠져나가려고 해도 내 뒷덜미를 잡고
놓아주려는 생각 조차도 없어 보인다. 결국 불쌍한 나만 힘 빠져서 기성용한테 질질 끌려오는데, 기성용의 누나가 나를 본듯 웃으며 말했다. 밥 드시고 가세요.
요리하고 있는 모습은 참 이쁘신거 같은데 … 자꾸 오늘 새벽이랑 오버랩 되서 신경쓰이네 …. 기성용은 누나를 넋놓고 보는 내 모습이 아니꼽게 보였는지 나를 툭 치곤
자리에 앉혔다. 셋이 모두 자리에 앉았고, 둘이 싸우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밥 그릇에 얼굴을 묻는것 처럼 조용히 밥을 먹는데, 기성용의 누나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기성용은 그것 마저도 짜증난다는듯이 나랑 누나를 번갈아서 째려보고.
" 안녕하세요, 기상아라고 해요.이용대 선수시죠 "
" 네, 안녕하세요."
기상아, 라고 이름을 밝히신 기성용 누나는 웃으며 내게 악수를 건냈고, 그 모습에 나도 웃으며 악수를 했다. 기성용은 맞잡은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손을 일부러
떼내며 말했다. 누나, 이용대한테 작업걸지마, 이미 애인있대. 꼭 감당도 못할 말만 하지 ….
" 진짜 ? 에이 아쉽네, 하하. 성용이 말이 맞아요 ? "
" 네? 네 … 뭐, "
" 애인 되시는분 엄청 미인이시겠어요. 키도 클거 같고.부럽다 . 물론 이건 비밀로 할게요 ! "
네 … 키 엄청 크죠. 무려 저보다 한 10센치 더 커요. 얼굴은 미인은 아니지만 미남이구요 …. 입안에 맴도는 말을 뱉지 못하고 그냥 어색하게 웃고는 입에 밥을 쑤셔 넣었다.
여기서 말하는 순간 나랑 , 기성용은 매장이겠지. 성격도 장난 아니신거 같은데 …. 입다물고 조용히 밥을 먹는 내 모습에 이제야 만족한건지 기성용은 나를 흐뭇하게
쳐다봤다. 좋댄다. 나 보지말고 밥 먹어, 노려보고 입모양으로 말하자 실실 웃으며 밥을 입에 넣어댄다. 그러다가 누나한테 한대 맞는거지, 뭐.
*
" 나 운동 갔다올게 "
" 가던지 말던지, 용대씨 나중에 또 들리세요 "
" 네, 아침 감사했습니다 "
" 용대씨는 무슨 "
기성용은 세상 모든것에 불만이 있나보다. 누나가 나한테 용대씨, 라고 부른거 하나 가지고 혼자 툴툴거리고. 이것도 질투긴 한데 누나한테 까지 할 필요 없을거같은데,
그리고 아까 자기가 나 품절남이라고 동네방네 퍼뜨리고 다녀놓고선, 무튼 기성용 누나의 배웅을 받고는 밖으로 나왔다. 근데 저게, 또 혼자 삐져서는 툴툴거린다.
우리 누나한테 용대씨라는 소리 들으니까 좋냐, 뭐래. 난 아무말도 안했는데.
" 뭔 소리야, 나 아무말도 안했거든 "
" 아까 좋아했잖아 "
" 그럼 정색하냐 ? 웃으면서 얘기해야지, 당연한 얘기를 무슨. "
내 말에 할말이 없는지 기성용은 조용하다 싶었더니 또 실실 웃으면서 옷을 가르킨다. 뭔데, 하고 봤더니 내가 준 트레이닝복이었다. 입으라고 했더니 진짜 입었네 ….
잘 어울리는거 같아서 다행이다. 괜한 뿌듯함에 씩 웃었더니 자기도 따라서 웃는다. 이 따라쟁이,
밖으로 나왔는데, 차가운 바람에 저절로 기침이 난다. 어제 너무 비를 많이 맞았나, 머리도 살짝 지끈거리고. 아파오는 머리에 눈을 감고 있었더니 내 모습을
본 기성용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말했다, 너 어제 그렇게 비 맞더니 감기 걸린거 아냐 ?
" 괜찮아, 뭐 이정도 가지고 "
" 지금 병원 문도 안 열었을텐데, 운동 가지말고 집 가서 쉴래 ? "
" 이거가지고 무슨, 그냥 운동이나 하면서 시원한 바람 쐬면 괜찮아져 "
기성용의 걱정스럽다는 말투에 한번 웃어보이고는 씩씩하게 걸었더니 자기가 무슨, 바람의 여신도 아니고. 랜다. 여신이라니, 이제 너 내가 여자로 보이냐.
이마가 살짝 열이 있긴 하지만 괜찮아서 그냥 걷는데, 기성용은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듯 앞서가는 나를 붙잡고는 이마에 손을 댔다.
" 뜨겁잖아 "
" 니 손이 너무 차가운거야,"
" 아무래도 좀 뜨거운거 같은데 … "
뜨거운거 같은데 …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기성용의 얼굴에 괜히 설렌다, 이것도 진짜 주책이다. 맨날 수시로 설레고 감동받고. 오늘따라 기성용이 더
잘생겨 보이는거 같기도 …. 기성용의 모습에 괜히 창피해져서 얼굴이 달아오는데 내가 아파서 얼굴이 빨개지는건지 안 기성용은 한층 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얼굴을 곳곳을 만져대며 말했다. 괜찮은게 아닌거 같은데, 얼굴 너무 빨개. 열도 있고.
" 아.. 괜찮다니까 "
" 맨날 괜찮대, 우선 집에서 쉬다가 병원 가서 약 지어먹어 "
" 아니야 … "
기성용, 너가 얼굴에 손 …손만 떼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거든. 눈을 요리조리 피하며 고개를 돌리는 내 모습에 기성용은 정말 내 얼굴 터지게 할 작정인지
꿋꿋히 나를 쳐다보며 등을 토닥여준다. 정말 어제 비 맞아서 그런거 아냐 ? 눈치없이 나를 보며 말을 뱉어대는 기성용을 계속 보고 있으면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거 같아 내 얼굴을 잡고 있던 기성용의 손을 내치곤 소리지르며 도망갔다. 다 너 때문이잖아 -
" 어 ? 너 어디가 ? 또 내가 뭘 잘못했는데. 같이 가자니깐 ! "
꼭 이럴때만 눈치 없더라 …. 아 몰라 , 기성용 너 때문에 없던 감기도 나한테 친구하자고 달려들겠다 !
오늘 분량도 꽤 만족스럽네영 ㅋㅋㅋ 너무 늦게 올려서 죄송해요 ㅠㅠㅠ 한일전을 위해서 잠 보충좀 하느라 ㅎㅎㅎ헿헿
근데 내용은 기다리게 한만큼 재밌는 얘기가 아니라서 ㅠㅠ 죄송해영!
* 아 그리고 전편에서는 용대집앞인데 이번편은 성용이집앞이네여 ㅠㅠㅠ 전편에서 성용이집앞이라고 생각하고 썻드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소설 맥이 끊기긴 해도 애교로 봐주세요 ㅠㅠ 만약 다시쓰라고 한다면....울거야 ㅁ7ㅁ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