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6:55
밤새 불면증에 시달려 뒤척거리다 눈을 떠. 5분 뒤면 항상 너에게 모닝콜을 보내던 시간. 마른세수를 하며 얼굴을 쓸어내리고 침대위에 앉아있는데 어느순간 보이는 창틀 위 너의 모습에 살며시 미소를 지어. 이미 머릿속으론 너의 장례식이 지나가는데 나도모르게 지어지는 입가의 미소는 한 쪽 귀퉁이가 찌그러져있어. 니가 가고나서 내눈앞에 나타난지 99일이 되는 날이야. 일어서서 창틀로 다가가 뻗은 나의 손에 너는 잡히지 않아.
괜찮아. 난 괜찮아 널 봤으니까. 이걸로 난 만족해.
A.M.11:00
하루를 멍하게 보내다 울린 전화 벨 소리에 수화기에 귀를 가져다 대니 나오라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 오늘도 안나오면 집 문을 따버린다는 친구의 어설프게 진지한 농담에 피식 웃곤 화장실로 들어가.
아. 니가 쓰던 칫솔 아직 못 버렸는데..
또 니 생각에 울 것 같아서 눈을 질끈 감은채로 더듬거리며 화장실문을 찾아. 그러고보니. 넌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었구나. 뭐가 그렇게 불행해서 눈도 감지 못한채 천사에게로 갔니.. 너를 부른 천사는 아마 너에게 잘해줄꺼야. 안그럼 내가 그 천사를 실컷 욕할테니까.
P.M. 1:00
눈을 감은 채 미끄러져 넘어질뻔한걸 넘기고 겨우겨우 씻고 나갈 준비를 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볼살이 통통하게 올랐는데 날 보더니 해골이녜. 그 말에 살짝 놀랐어. 옛날엔 그렇게 다이어트 하라던 니 잔소리에도 과자만 씹고있던 나인데. 이런 날 보면 넌 울상을 지을까.아님 살이 빠져 턱선이 살아났다며 웃어댈까?
아. 나 니가 보인다고 얘길했어. 초등학교때부터 알던친구라 툭 털어놨는데 친구가 진지하게 답변해. 내가 아는 병원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래서 다 똑같다고 하나봐.
친구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나 혼자 남겨졌어. 너와 함께가던 공원. 자주가던 카페. 버스 맨 뒷자리까지 오늘 다 돌아보려고 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P.M.7:00
카페에서 니가 좋아하던 초코케잌을 사서 집에 돌아가는길이야. 항상 초코와 치즈사이에서 갈등하다 역시 달달한게 더 좋다면서 초코케잌을 고르던 너. 난 옆에서 애같이 맨날 초코케잌만 먹는다면서 널 놀려댔었지. 그럼 넌 오리같이 입이 나온 채 안먹겠다면서 투정부렸어. 그럼 그게 난 너무 귀여웠던거야. 빨리 초코케잌 먹고싶다..
버스를 타서 지갑을 대고 맨 뒷자리로 향해. 일 자로 쭉 늘어진 곳에서 우리둘은 항상 니가 창가에 앉고 그 옆에 내가 앉았었지. 오늘은 자리가 바뀌었나봐. 내가 창가에 앉고 니가 내 옆에 앉았으니. 오랜만에 니 얼굴이 아닌 창밖의 야경을 훑어봐.
P.M. 9:00
집에 돌아와서 초코케잌을 펼쳐. 난 달아서 싫다고 안먹겠다고 하는데 니가 맨날 입에 조금씩 넣어줬잖아. 오늘도 니가 내 눈앞에 있는듯이 조각케잌은 귀퉁이부터 시작해 어느새 조금씩 없어져. 그런데 내 입은 달지가 않아. 내 입은 쓰지만 니 입은 달꺼라고 생각해. 지금 내 앞에 있는 니가 너무나도 달콤하게 초코케잌을 먹고 있으니까 말이야.
P.M. 12:00
천사의 부름을 받고 떠난 너. 정확히 100일이 되는 날이야. 천사의 심부름이라도 받고 온 듯, 매일같이 날 향해 미소짓던 널 이제 만나러 가려해. 우리 추억이 가득한 이 집에서. 너와 어울리던 새하얀 침대에 누워 널 만나러 갈 준비를 해.
니가 점점 선명해져. 선명해지면 선명해질수록 난 점점 행복해져가. 이제 널 내 품에 안을 수 있고 니 목소릴 다시 들을 수 있으니까. 눈은 감겨오는데 어두워지는 조명속에서 여전히 넌 밝게 빛나 날 보고있어.
그래. 이제 손잡고 같이 천사에게로 가자.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거야. 그렇지?사랑해..
대책없이 나에게 다가온 너. 나도 대책없이 너에게 다가가고 있어.
안녕안녕!!!! 익예에 있다가 여기로 왔어요 ㅎㅎ 앞으로도 글 많이 올릴게요 많이 봐주길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