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택엔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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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건 익숙하다. 나는 니가 익숙하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먼저 너에게 연락을 거는것은 날아다니는 새를 찍는것 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촬영없이 쉬는 날에는 거실에 앉아 핸드폰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기도 했고, 핸드폰이 고장나서 안울리는건가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고장날 일 전혀 없는 한달전에 새로 산 핸드폰은 너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오늘도 한 2시간 정도를 핸드폰과 눈싸움을 하다 배가고파 밥을 먹으러 부엌으로 가고있었다. 물론 밥을 먹고도 내가하는일은 니 메세지를 기다리는 일일것이다.
부엌으로 가 간단하게 라면을 끓이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그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메세지가 아니었다. 핸드폰이 뱉은 소리는 메세지의 알림보다 길었다.
전화가 왔다.
아직 전화로는 너의 목소리를 한번도 듣지 못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너의 목소린데 전화상의 너의 목소리는 다를까 궁금했다.
소심하게 거실로 가 빼꼼히 들여다 본 전화기는 아직도 벨소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순간.
전화가 뱉어내는 벨소리에 맞춰 욕지거릴 해댈 뻔 하다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왜"
'왠일이냐, 다섯번은 걸어야 한번 받을까말까 한 놈이?'
너만의 목소리를 기다리던 내 휴일이 꼬여버렸다.
'나와,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
역시 내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니놈이 또 도움은 커녕 나에게 해악을 펼치고 있었다.
View 5(-2)
술은 마약이다. 깨고나면 내가 저질렀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외촬영 끝났으면 집에 들어가 발닦고 잠이나 자."
'야...!'
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전화를 끊고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다. 제일 싫어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이 라면도 열 손가락안에 들어갈까..
인상을 찌푸리며 불어터진 라면을 한젓가락 집어 우겨넣고 있을때,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내가 가란다고 가는 위인은 아니었다. 더더욱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포기하는짓은 죽기보다 더 싫어하는 위인이기도 했고.
내 동공에 비친 봉지두개, 한봉지엔 술이 가득, 다른 한봉지는 갖은 재료들로 가득했다.
"가지가지해라 김원식."
"그래,그럼그렇지. 니가 나오란다고 곱게곱게 나올인간이었냐. 내가 해외 잠시나갔다오니까 시차적응때문에 정신이 잠깐 나갔었는갑다."
"원래 이상했잖아"
"...김치찌개 안해준다."
나는 가만히 불어터진 라면을 씽크대에 쏟아붓고 거실로 들어갔다.
"많이 안짜게. 나 빈속"
"얼씨구?"
말을 하면서도 너는 익숙한 듯 찬장의 냄비를 꺼내 물을 받았다. 요리를하는 김원식의 뒷모습도 보고 네 목소릴 들려줄 핸드폰도 바라보면서
다른속으론 김원식과 친해진 계기에 대해 생각했다.
너와 김원식은 많이 닮아있었다. 사람 좋아하는거하며 거리가 가까워져도 변하지 않는것.
김원식은 나와 같은 대학교의 사진과였다. 언제부터였더라. 우리가 이렇게 친해졌던게.. 조별과제에서도 말한마디 없이 있던 내 모습에 지혼자 빡쳐서 나에게 왜 말을 안하냐며 쏘아부쳤을때?아니면, 조별과제발표날에 내가 부끄러워서 정수리만 보이던 날이었던가?
"야 김원식"
"왜"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냐?"
너는 찌개국물을 맛보다 내가던진 질문에 국을 뱉었다. 냄비에 니가 뱉은 국물이 들어갔다.
"...나 안먹어"
"아 씨 조금들어갔어 조금"
아무튼 내가 다시물어보니 너는 냄비를 거실로 가져오고 냉장고에 넣어둔 소주 몇 병,그리고 전자렌지에 햇반을 꺼냈다.
소주뚜껑을 경쾌하게 따며 너는 운을 뗐다.
"얘 때문에 친해졌지."
"소주?"
"어. 우리 처음 조별과제 발표때 니가 발표 못하고 우리 점수 다 말아먹고 다같이 술마시러 간날."
나는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굉장히 기피하는 편이었다. 과거나 현재나 내가 달라지는 모습은 내 기억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어느순간 나는 꼭 술을 마셔야하는 상황이 오면 니가 내 옆에 있었고, 그게 익숙해지다보니 왜?라는 의문사를 붙이지 않았다.
"너 처음에는 도망가고 뻐기고 장난아니었어 근데 그날은 니가 잘못한게 있으니까 가만히 가더라. 그게 너랑 같이 술마신 첫날이었어, 거기서 친해진거고."
"그니까 그게 왜 친해진 계긴데?"
"너는...아직도 나 없을때 다른사람이랑 술마신적 없지?"
"...어"
사실이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약속도 잡히지 않게끔 빠르게 움직인 탓에 아직까지도 김원식을 옆에 끼지 않고는 다른사람과 술자리를 가지지 않았다.
"..너 처음에 내가 겁나 식겁한거 모르지. 니 술버릇보고 그거때문에 내가 니놈 들쳐업고 너네집 처음 들어갔어.그게 집들이였지.
너 나 없으면 술 안마시는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왠만하면 술 마시지 마라. 어우, 진상이란 진상은 다 떨어 아주그냥."
태연자약하게 소주를 따르고 자신먼저 들이키며 말을 하는 김원식을 보며 난 얼굴이 빨개지며 약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ㅠㅠㅠㅠㅠ 내가 이런 놈이라서 미안해에에에에ㅠㅠㅠ'
미친듯이 우는 기억속의 나.
내가 술을 안마시는 이유를 하나 더 찾아낸 듯 싶다. 찌개에 밥을 말아먹으며 나는 핸드폰만 뚫어져라 봤다.
"뭐냐, 오늘 일 있었어?"
고갤 저으며 밥을 펐다.
"누군데 그럼? 천하의 정택운이 연락도 다오고? 나 없는새에 애인이라도 생겼냐? 누군데 누구야?"
놀란듯이 물어보는 너에게 너를 잠시 쳐다봤더니
"그래,니가 무슨 애인이냐, 여자가 니 태도보고 싸다구나 안날리면 다행이지. 뭐, 인터넷에서 만났냐?"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부으며 너는 내게 소개시켜줬던 여자들이 생각난듯,허심탄회하게 말했다.
"3년전에.. 내 뷰파인더 속에 들어온 꼬마."
내 대답에 너는 소주를 넘치게 따라부었고 바닥을 적신 너는 휴지로 바닥을 닦으며 나에게 계속 물었다.
"헐,진짜? 첫사랑? 와, 오글거려. 이쁘냐? 어? 이뻐?"
"남잔데"
너는 마시던 소주를 뿜었고 밥을 먹으려 고개를 숙인탓에 니가 뿜은 소주는 내 정수리를 촉촉히 적셨다.
나는 널 노려보며 정수리를 닦았고 너는 소주를 계속 들이키며
"그래, 사람이 사람 좋아한다는데! 어쩐지 내가 소개시켜준 여자애들 다 내치는게 이상하다 했어. 괜찮아 괜찮아 이해할 수 있어!"
너는 점점 헛소리를 하며 취해가는 듯 했다. 나는 햇반 하나를 다 비우고 김원식의 햇반까지 끌어다 가져놓는데 마침 핸드폰은 너의 목소리를 뱉어냈다.
'작가님!!뭐하세요? 저 작가님 스튜디오 근천데 우리 놀아요!!'
나는 활짝 웃으며 너에게 알았다 답하곤 김원식을 봤다.
"먹고 다 치우고 나가"
"야?어디가는데? 이제 시작인데?"
"내 뷰파인더 속에 애"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아.정택운 진짜, 어떤애길래 쟤 저상태로 만들어놔.. 대단한 애네. 아..콩이나 부를까?"
짜게 식어가는 찌개마냥 식어가는 원식은 핸드폰을 들어 번호를 하나하나 입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나는 시동을 걸며 니가보내온 메세지를 확인했다.
'우와!!진짜요??그럼 스튜디오 옆에 포장마차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우리 술마셔요!'
나는 웃으며 페달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술은 마시지 말아야 겠다.
암호닉 페럿님!! 감사합니다.ㅠㅠ (이렇게 하는거 맞는거겠지...?) 댓글 달아주신 분들과 신알신 해주신분들도 너무너무 감사드려요ㅠ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