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랑하는데에 반해 더 이상 그 사람은 감정이 없음을 알았을 때,
여전히 사랑하는데에 반해 그 사람은 애초에 감정이 없음을 알았을 때,
전자와 후자중 더 불쌍하고 슬픈 것은 없다.
둘 다 똑같이 불쌍하고,슬플 뿐이다.
**09**
준면과 그 사이에 끼여 불편한 등굣길을 했다.교실 앞까지도 나는 그 둘 사이에 끼여 있었다.준면이 나를 반 앞에 데려다주곤 내게 여느때처럼 웃어보였다.평소같았으면 준면의 인사만 받은 채 들어갔을 게 뻔했지만,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돌아서지 않았다.그런 우리 둘을 아무렇지도 않게 준면의 등 뒤로 그가 지나갔다.그가 준면의 뒤를 지나면서 고갤돌려 나를 바라봤다.그도,나도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점점 여름이 다가오는지 더워지는 날씨에 창쪽인 자리가 후끈하다 못해 뜨거웠다.더운날씨에 괜히 쳐지는 느낌이 들어 책 위로 얼굴을 묻었다.책상까지 내리쬐는 햇빛에 까만 머리가 뜨거워졌다.잠을 자다보니 점심시간까지 깨지도 않고 쭉 잔 듯 했다.잠에서 깨보니 교실은 아무도 없이 조용했다.교실에 있는 블라인드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입을 쩝쩝 다시다 다시 책상 위로 엎어졌다.바람이 솔솔 불어옴에도 더운건 매한가지였다.인상을 잔뜩 찌푸리다 선잠에 들었다.책상에 누운 내 얼굴 위로 비추던 햇빛이 갑자기 사라진 느낌에 한껏 찡그린 미간이 조금 누그러졌다.그리곤 누군가가 내 미간에 손가락을 대어 인상을 풀어주었다.잠결에 그 사람이 궁금하기도 했다.하지만 바람이 불때마다 옅게 나는 누군가의 체취에 취하듯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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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일어나보니 예비종이 친 후라 반에는 교과서를 챙기고,빌리는 애들로 시끌벅적했다.잠이 덜 깨 꿈뻑대는 눈을 비비다 하품을 작게 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주위를 둘러보다 내 책상 위를 보니 미적지근하게 식은 딸기우유가 놓여져있엇다.딸기우유는 보는 것도 싫은 나를 잘 아는 내 친구들은 이런 걸 사다놓았을린 없고,찬열인가 싶으면서도 아닌 것 같았다.딸기우유에는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딸기우유좋아해?'정갈한 글씨체가 더 눈에 띄었다.딸기우유라면 질색을 하는데,라고 생각을 하곤 포스트잇만 떼어 손에 쥐곤 사물함에서 교과서를 꺼내들고오는 수정이에게 딸기우유를 건냈다.
"왠 딸기우유?너 딸기우유싫어하잖아."
"그러니까말이다.누가 놓고 간건지..니가 먹어."
"그럼 나야 땡큐 잘먹을게!"
수정이가 밝게 웃으며 자리로 우유를 들고 갔다.손에 쥐어진 노란색포스트잇이 신경쓰였다.글씨를 다시 찬찬히 보다가 이내 포스트잇의 반을 찢어 구겨 동그랗게 만들었다.그것을 뒤에 있는 쓰레기통까지 던졌다.항상 쓰레기통까지 닿지 못하고 떨어지기 일수였는데 오늘은 종이뭉치가 한번에 들어갔다.괜히 기분이 좋아져 작게 웃음이 지어졌다.책상 서랍에서 교과서를 꺼내고 책상을 정리했다.창 밖으론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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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수업시작 전부터 끼었던 구름은 나아질 생각을 안 한채 더 짙게 끼여만 갔다.오늘은 야자가 없는 날이라 종례 후 가방을 싸고 있었다.머릿속 한편으론 가는 도중에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도 하면서 말이다.절망적이게도 오늘은 항상 챙겨오던 초록색 우산도,버스카드도,지갑도 셋 다 안들고 나왔다.그렇다고 우리집 방향으로 가는 반 애들도 없었다.걱정을 하며 가방을 다 챙기곤 어깨에 매어 일어나자 준면이 우리반으로 들어왔다.
"오늘 야자 쨀건데."
"...근데요?"
"같이가자."
준면이 웃으며 자신이 매고 있던 가방을 다시 제대로 고쳐 매며 내게 말했다.준면과 가는 것이 썩 내키진 않았지만 같이 안 갈만한 적당한 이유가 있지도 않았다.그래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고 준면은 다시 미소지으며 내 팔목을 잡아 교실을 빠져나왔다.학교 밖에 나오니 바람도 많이 불고 기온도 조금 내려간듯 선선했다.딱 날씨는,비가 오기 전같았다.먼저 신발을 신고 나와 하늘을 올려보는 나를 따라 준면도 옆으로 다가왔다.하늘을 보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 그도 하늘을 바라봤고,이내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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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탓에 발걸음을 재촉해도 모를까 내 손을 계속 잡아끌던 준면은 지름길이란 지름길은 다 무시한채 큰길로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다.그래서 평소면 1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15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렇게 몇 분을 더 걸었을까.우리집과 준면의 집이 있는 주택가에 들어왔다.지름길을 통해 후문으로 들어오면 바로였지만,큰길을 통해 정문으로 들어온탓에 미로에 빠진듯 한참을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야했다.그는 아무말 없이 걷다가 갑자기 내게 질문을 했다.
"딸기우유 맛있었어?"
그가 가던 발걸음을 우뚝 멈춘 채로 내게 웃으며 물었다.그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이마 위로 물방울이 톡하니 떨어졌다.비가 내리기 시작한 듯 했다.옷과 가방이 젖을까 하는 조급한 생각이 들었다.그런 나에 반해 준면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준면이 놓고 간 것인듯 했다.입도 대지 않은 채 수정이를 줘버린 탓에 맛있었냐는 질문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면전에 대고 안 먹었다는 얘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기에,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한방울씩 톡톡 내리던 빗방울이 제법 옷이 젖을 만큼 내리고 있었다.내게 작게 웃어보인뒤 다시 뒤를 돌아 가던 길을 걷던 준면에게 내가 물었다.
"나한테 왜 그러는 거에요?"
"...."
"도대체 왜 이래요?"
"...."
내 물음에 그가 다시 뒤를 돌아 날 바라봤다.그는 항상 웃던 얼굴 그대로였다.비가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했다.내 얼굴 위로,그의 얼굴 위로 계속해서 쏟아져내렸고,아무 말이 없는 우리 둘 사이엔 빗소리가 가득했다.빗줄기 새로 보이는 그는 붙이고 있던 입을 떼어 뭐라 말을 하는 것 같았다.세찬 빗소리에 무어라 하는진 잘 들리지 않았다.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로 더욱더 다가갔다.말하는 소리를 대충으로라도 듣지 못했다.그래서 그에게 더욱 다가가는데,들릴려하면 할수록 아득해지는 그의 목소리였다.그가 말을 한참하다가 내가 거의 그의 앞으로 다가오자 마지막 한마디을 하며 말을 끝냈다.그리고 그 마지막 한마디 이후로 그는 더욱 입꼬릴 올려 웃었다.
"이유를 알려 하지마."
"그냥 정해진 대로 살아."
"그게 네 운명이야."
"넌 내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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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도 이상하고 글 쓴 거도 이상하고으르렁 나와서 조아서 그런지 몰입이 잘 안돼요...우쨔정...됴르르
누드화보는 3~4편 내로 끝날거같아요.
ㅎㅎ그러면 새로운거 들고와야졍..헿
으르렁 짱짱 조아여 엑소짱짱맨들.
미간을 펴준 사람하고,딸기우유하고 같은 사람일까요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