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나중에 새로 받을게요
기존에 암호닉 계셨던 분들 나중에 받을때 다시 적어주세요
김종인X도경수 |
시달린다고 말하는게 확실하다. 매우 확실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필기 아래에 그 날 보았던 날카로운 맹수의 눈을 그리고있었다. 여전히 생생한 차가운 눈빛. 닭살이 돋아올랐다. 경수는 집중하지 못하고 끄적대는 분필소리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선생님 화장실 다녀와도되나요?" "어머,경수야 얼른 다녀오렴."
따라붙는 동급생들의 시선은 신경쓰이지않았다. 여전히, 날이 선 맹수의 눈만 머리에 가득했다. 세면대 물을 틀어놓고 손을 씻기 시작한 경수는 비누칠을 한번으로 끝내지않고 두번 세번 씻고 또 씻었다.
내가 왜 이러지
기꺼이 얼굴에도 물기가 어린 경수가 느릿하게 슥 닦아내며 거울을 본다. 몇일새 다크서클이 내려앉았다. 그 날은 공포였다. 다시 또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으나 너무나 강렬한 것에 일상의 일부분을 빼앗겨버렸다. 누구일까 누구였을까 지배당한 머릿속을 제어하기란 쉽지않았다.
긴장해서 예민했던걸까
애써 단정지으려고 여러차례 곱씹으며 제 반으로 향하던 도중 복도바닥에 쭈그려 앉은 인영을 스쳐지나간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반으로 들어왔을 땐 이미 수업은 도중에 끝나고 모두가 엎드려 잠자고있다. 젊은 여선생도 가르치기 귀찮은지 다리를 벌리고 편하게 앉아 핸드폰 만지기에 급급하다. 이게 본래 나의 일상이지. 자리에 앉은 경수가 자리에 앉아 볼펜을 쥐려다가 벅벅 씻었던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
수분이라곤 찾아볼 수없는 건조함에 손 피부가 푸석푸석하게 메말라있다. 그래 이게 본래 나의 현실이지. 만족스러운 옅은 웃음을 걸친 경수가 볼펜을 잡고 마저 필기를 써내려간다 그렇게 일렁이던 일상이 다시 되돌아 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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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야 오늘 마치고 뭐해?" "딱히 없는데? 왜"
오락실갈래 오락실? 아아 가자가자 어? 가자~ 양 옆으로 개 두마리가 붙어서 칭얼거렸다. 더운 입김이 두 귀에 달라붙자, 알겠다고 대강 대답했더니 둘 다 좋다고 방방 뛰어다닌다.
"찬열이는?" "도비새끼 오늘 일찍 들어가야된대"
종대와 백현이 앞장서 걸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는데 바닥으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얇은 묵주 팔찌가 헤진 것이 새 것은 아니여보였다. 주인있는 물건인거 같은데 왜 여기있지 줍지 못하고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으니 종대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다.
"왜? 뭐해? 신발없어?" "이거 뭐냐? 팔찌 선물받았어? 오~누구지?"
상황을 살피는 종대와 달리, 팔찌를 발견한 백현이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편지는 없냐? 신발장 안을 부산스럽게 열어제낀다
"만지지마 변백현." "알았어 알았어 그나저나 웬 팔찌야?" "나도 몰라" "무슨 사정이 있겠지? 야 그래도 그냥 넣어놨을리는 없잖아" "맞아맞아 일단 챙겨놔, 혹시 모르잖아 끼던걸 선물로 줬을지!"
말인지 막걸리인지. 상식적으로, 끼던 팔찌를 선물로 주는 사람을 좋은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없었다. 마음에 안드네 서서 팔찌를 탐구하는 둘을 지나쳐 먼저 앞서가버리는 경수에, 종대와 백현은 삐졌나? 원래 예민하잖아 대수롭지않게 여기며 그래서 오락실은 갈꺼야? 뒤꽁무늬롤 쫒아간다.
"동전 없어? 내가 천원 넣을께"
오락실 노래방에 들어오자마자 후딱 돈을 집어넣고 리모콘을 누르는 종대 옆에 앉은 경수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마이크를 잡아들었다. 가볍게 두어곡 먼저 부른 경수는 신난 둘에게 화장실. 얘기하고 밖으로 나왔다. 숨막히는 사람들의 땀냄새 향수냄새에 진절머리가 난 경수는 오래있지 못하고 오락실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어김없이 비누칠하여 손을 씻고 나오는데 누군가와 부딪혀 뒤로 넘어질뻔했다.
"아 죄송합니다" "네"
호들갑 떨지 않아서 다행이네. 부딪혔던 어깨를 탁탁 털어내고 오락실에 다시 들어간 경수가 노래를 다부르고 리듬게임에 푹 빠져 신나게 두들기는 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큰 비글들 데리고 산책하기도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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