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면 아주 무난했다 잘했다 유은솔!!!
으아.... 왜 이렇게 훅 들어오시는 거야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설레게...ㅠㅠ
방금 집에 들어오자마자 선배님들에게 연락을 했었는데 하정우 선배님께서 수요일 11시 쯤 드라마 관계자들과 미팅이 있을 거라고 얘기를 해주셨다. 만나서 드라마에 대해서 얘기도 듣고 간단하게 대본도 한 번 읽어보고 그러고 점심도 먹을 거라고 하셨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배님이 이렇게 질투를 해주실 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매력이 철철이다.. 드라마만 봤을 땐 장난끼가 있어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귀엽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실제로는 진짜 너무 귀여우시다..ㅎㅎㅎ 그래서 점점 더 선배님이 좋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귀여운 남자를 좋아했었나...?ㅎㅎㅎㅎ
이건 진짜 쓸데 없는 걱정이다.. 박서준 선배님이 뭐가 아쉬워서 나를 좋아해ㅠㅠ
아 근데 남길 선배님은.... 뭐가 아쉬운가...?ㅎㅎㅎㅎㅎㅎ
남길 선배님도 그렇고 다른 선배님들도 그렇고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데... 선배님들을 만나고 내가 평생 들을 귀엽다, 이쁘다는 얘기를 몰아서 다 듣는 것 같다..ㅎㅎ...
근데 진짜로 내 이상형은 남길 선배님이다. 박서준 선배님도 물론 잘생기고 키도 크시지만... 남길 선배님이 훨씬 좋단 말이지...ㅎㅎㅎ
하트 이모티콘을 보낼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선배님도 막 티를 내주시니까...ㅎㅎ 용기내서 보냈더니 선배님은 잠을 못 잔다며 웃으셨다.
음... 좋아하시는 거 맞지?ㅎㅎㅎㅎ그렇다면.....
ㅎㅎㅎㅎㅎㅎㅎ으아 점점 선배님과 친해졌고 또 멜랑꼴리한 사이가 된 게 실감이 난다ㅎㅎ....
만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말도 잘 통하고 무엇보다 행동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 나를 배려해주시는 게 온몸으로 느껴져서 안 빠질 수가 없다.....
그 뒤로도 선배님과 연락을 주고 받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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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이 지나고 오늘은 드라마 미팅이 있는 날이다. 원래는 나 혼자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는 자리였는데 갑자기 박서준 선배님도 함께하게 됐다고 해서 조금 더 긴장된다. 그래도.... 간단하게 리딩하고 밥 먹는 자리라고 했으니까...ㅠㅠ
어제는 남길 선배님을 못 만나는 대신에 촬영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계속 전화를 해주셔서 만나지 않았는데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ㅎㅎ 자기 전에도 전화를 주셔서 카톡 하시면 되지 왜 전화를 하냐고 물어보니
'쪼꼬미 목소리 듣는 게 더 좋으니까'
....일찍 자라고 잔소리 할 때는 언제고 잠 못 자게 설레는 멘트 날리는 건 뭐냐구....ㅠㅠ
아무튼... 오늘도 전화가 오셔서 매니저 오빠를 기다리는 지금까지 통화를 계속 하고 있다.
- 그래서 박서준 만나서 좋아?
"아니이... 좋은 게 아니구.... 그냥 좀 긴장 된다구요. 선배님 만날 때도 긴장했었어요! 처음 만나는 거니까...ㅎㅎㅎ
- ㅋㅋㅋㅋㅋㅋ알겠어, 오늘은 여기서 끝. 아, 오늘 끝나고 데리러 가도 돼?
"선배님이요? 어... 상관은 없는데 데리러 오시려구요?"
- 응, 내가 데리러 가고 싶어.
"응, 알겠어요ㅎㅎㅎ 그럼 매니저 오빠 일찍 집에 가라고 할게요!
점심식사가 끝나고 데리러 온다는 선배님에 저도 모르게 베시시 웃고 있는데 저 멀리 스케줄 차가 보였다. 다른 선배님들과도 통화를 자주 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괜히 찔리는 마음에 매니저 오빠와 있을 땐 선배님과 연락을 자제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매니저 오빠가 알게 되면 하정우 선배님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 문제인 것 같아서....ㅎㅎㅎ
"어어, 선배님! 매니저 오빠 와요..! 저 이제 끊을게요!"
- 알겠어, 조심해서 가고 끝나갈 때 쯤 연락해줘.
"네에! 조금 있다가 봐요ㅎㅎㅎ
선배님과 전화를 끊자마자 타이밍 좋게 제 앞에 선 차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차에 올라타니 내 자리 앞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한 잔 꽂혀있었다. 선배님들이 커피를 못 마시게 하기 때문에 이렇게 혼자 스케줄 있을 때면 매니저 오빠가 몰래 한 잔 씩 사다준다ㅎㅎㅎ 고마운 마음에 아메리카노를 들고 오빠를 쳐다보며 베시시 웃으면
"나 진짜 모가지 날아갈 각오하고 사오는 거야, 알지?"
"알죠~ 고마워요, 오빠ㅎㅎㅎ 잘 마실게요!"
그렇게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남길 선배님에게서 '박서준 보고 웃어주지 마. 쪼꼬미 웃을 때 너무 이뻐서 안 돼' 라는 카톡이 왔다. 저도 모르게 웃으면서 답장을 하니 매니저 오빠가 룸미러로 힐끔 힐끔 쳐다보며 말한다.
"근데... 이건 그냥 진짜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응? 뭔데요?"
"너 연애해?"
"....네???"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뿜을 뻔 했다... 가까스로 참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니
"아니, 요새 핸드폰 보면서 웃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서."
"아아...ㅎㅎㅎ 친구들이 막 웃긴 짤 같은 거 보내서...ㅎㅎㅎㅎㅎ"
"그래? 뭐, 연애 하더라도 얘기는 해줘. 대표님이나 실장님이나.. 아니면 나한테도 괜찮고."
"ㅎㅎㅎㅎ...넵..!"
.......대표님이면 하정우 선배님인데... 얘기를 어떻게 하냐구요.....ㅠㅠ
남길 선배님에게 급하게 상황 설명을 하면서 징징대고 있는데 도착했다는 매니저 오빠 말에 급하게 핸드폰 홈버튼을 누르고 차에서 내린다. 좀 더 조심해야겠다.... 왜 이렇게 다들 눈치가 빠른 거야.....ㅠㅠ
매니저 오빠에게는 끝나고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따로 갈 거니까 먼저 가라고 말을 하고 드라마 사무실로 혼자서 올라갔다.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잠시 쉼호흡을 했다. 매니저 오빠가 박서준 선배님은 다른 일 때문에 먼저 도착해 계시다고 해서 더 긴장이 된다.
- 똑똑똑
노크를 하고 문을 여니 감독님, 작가님, 박서준 선배님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유은솔이라고 합니다...ㅎㅎㅎ"
"아이고, 우리 은솔씨. 앉아요, 앉아" - 감독님
"은솔씨는 실물이 훨씬 이쁘네~ 만나서 반가워요ㅎㅎㅎ" - 작가님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ㅎㅎㅎㅎ"
"아....ㅎㅎㅎㅎ 칭찬인 거죠..? 감사합니다..ㅎㅎㅎㅎㅎ"
감독님과 작가님도 자꾸만 칭찬을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서 인쇄해주신 대본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곧 대본을 짧게 읽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식사를 하러 자리를 옮겼다.
미리 메뉴를 시켜놓으신건지 도착하자 마자 식사가 나왔고 식사를 하며 대본과 캐스팅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내가 제안 받은 '소이'는 박서준 선배님이 맡은 '연준'에게 과외를 받았던 대학생으로 연준을 쫓아다니는 순정파 여자 주인공이다.
"아까 대본 읽어보니까 은솔씨가 소이 역에 딱이에요, 톤도 적당하고. 은솔씨는 어때요?" - 감독님
"네네! 소이..ㅎㅎㅎ 저는 너무 좋은데 제가 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어이구,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는 은솔씨가 거절하면 어떡하나 그 걱정 중이었는데" - 감독님
"맞아, 자기가 안 하면 누가 해~ 소이가 엄청 푼수에 연우만 보는 순정파 이미진데 은솔씨랑 딱이야, 완전" - 작가님
"아이구... 그렇게 말씀들 해주시면.... 저야 너무 감사하죠...ㅎㅎㅎㅎ"
"아, 근데 그.. 은솔씨 선배님들은 뭐라고 안 하셨어요?"
"어떤 선배님들........아....ㅎㅎㅎㅎㅎ"
"여름 밤 선배님들이 은솔씨를 완전 이뻐하고 아낀다고 그러던데....ㅋㅋㅋㅋ"
"아....네에.....ㅎㅎㅎ 엄청 아껴주세요. 근데 드라마 선택할 땐 제 의견대로 하라고 해주셔서..ㅎㅎㅎ"
.....소문이 났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긴 했지만 진짜로 이렇게 소문이 날 줄은 몰랐다.... 어떤 식으로 소문이 난 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소문이든지 상대역인 박서준 선배님은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선배님들이 워낙 대선배님들이시구 영화, 드라마 쪽으로는 힘이 있으신 분들이니까....
".....죄송해요.... 신경 쓰이시죠......ㅠㅠㅠㅠㅠ"
"아ㅋㅋㅋㅋㅋㅋㅋ 은솔씨가 왜 죄송해요, 괜찮아요. 제가 조심해야죠ㅎㅎㅎㅎㅎ"
괜히 서준 선배님에게 부담이 된 것 같아 저절로 울상이 지어졌지만 계속해서 괜찮다고 해주시는 선배님에 조금은 걱정을 덜었다. 그렇게 불편한 듯 편한 듯 불편한 식사 자리가 끝나가고 남길 선배님에게 연락을 남겨 놨다. 남길 선배님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며 곧 출발하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잠시 후 식사 끝나고 어디 조용한 카페나 갈까 물어보는 감독님에 나는 선약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길 선배님은 식사 장소 지하 주차장으로 오기로 하셨고 나는 먼저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 은솔아. 차 기다려?"
서준 선배님 차도 지하 주차장으로 오기로 했나 보다.... 식사 하면서 말을 놓기로 해서 편하게 말을 걸어오는 서준 선배님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에..ㅎㅎㅎㅎ 선배님도 차 기다리시나 봐요..!"
"응~ 매니저도 식사하고 있었나 봐. 지금 차 가지고 온다고 해서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은솔이는?"
"아, 저는... 금방 올 것 같은데에....ㅎㅎㅎㅎ"
말이 끝나자마자 지하로 내려오는 남길 선배님 차가 보였다. 스케줄용 승합차가 아닌 승용차여서 뭐라고 둘러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남길 선배님 차가 내 앞에 섰고 그냥 인사를 하고 타려고 했으나....... 남길 선배님이 차에서 내리셨다.
아니!! 내리시면 어떡해요....!!!!
웃긴 뭘 웃어요ㅠㅠ
선배님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내 손을 잡아 끌었고 예상치 못한 남길 선배님의 등장에 놀랔 듯한 서준 선배님이 우리 둘을 번갈아 보다가 아차 싶었는지 다급하게 남길 선배님에게 인사를 한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박서준이라고 합니다. 은솔이 데리러 오시는 분이 선배님이셨구나..."
"...아..... 아까 말한 선약이 남길 선배님이랑 한 약속이어서.....ㅎㅎㅎㅎ"
"아, 그럼요! 은솔아, 잘 가고 다음 리딩 때 보자ㅎㅎㅎ 선배님도 조심해서 가세요!"
남길 선배님에게 깍뜻하게 인사한 서준 선배님은 매니저에게 전화한다며 자리를 피해주셨고 나는 남길 선배님을 살짝 째려보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런 나를 쳐다보던 선배님도 차에 올라탔고
"당연히 같이 있을 수도 있죠! 같이 밥을 먹었으니까!"
"....아니.... 웃고 있었잖아...."
"그럼 대화하는데 막 인상 쓰고 대화해요????"
"....나는 무슨 대화하는지 모르니까......진짜 나도 모르게 그런 거라 어쩔 수 없었다니까?"
자꾸만 어쩔 수 없었다고 우기는 선배님에 결국 내가 져주기로 했다. 어휴... 남자들은 다 왜 이러나 몰라....
나는 방금 식사를 하고 나왔고 선배님도 집에서 밥을 먹고 오셨다고 해서 어디를 갈까 계속 고민을 하다 카페에 가기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기도 했고 영화관은 지금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결국 고른 장소는....
"어제 청소하기는 했는데 좀 지저분 할 수도 있어. 들어 와"
선배님의 집이다...
화이트와 그레이 베이스에 블랙으로 포인트 준 집은 선배님 혼자 살기에는 넓어보였다. 밝으면서 깔끔한 집은 선배님과 잘 어울렸고 지저분할 수도 있단 말과는 다르게 굉장히 정리가 잘 되있었다.
"한 달 전까지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다가 나온지 얼마 안 됐어. 그래서 짐 정리가 좀 덜 됐는데..."
"아, 진짜요? 왜 갑자기 혼자 사시는 거예요?"
"아니, 뭐... 나도 이제 연애도 좀 하고 그래야지"
"아아~ 여자 데려오려고?"
".....수작 같은데..."
"수작이지. 넘어 왔어?"
"어, 점심에 떡볶이 드셨나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말 돌리기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 다 점심도 먹었고 해서 그냥 영화나 보기로 하고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는데 청바지를 입어서 그런가 자세가 불편해 자꾸만 뒤척이게 됐다. 그걸 눈치 챘는지 남길 선배님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옷을 들고 나오신다.
"옷 불편하면 이거 입어. 바지는 예전에 샀다가 작아서 그냥 냅둔 건데 맞을지 모르겠다"
"옷 갈아 입어도 되요?"
"당연하지. 저기 방 들어가서 갈아입으면 돼, 옷방이야."
뭔가 선배님 집에 와서 선배님 옷으로 갈아입는게 민망하기도 하고 묘하기도 해서 잠시 망설이다가 그래도 계속 불편한 것보다는 낫겠지 싶어 선배님이 안내해준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위에 옷은 선배님 사이즈의 맨투맨이어서 그런지 내 손을 다 덮고도 남았고 바지도 크긴 했지만 트레이닝복이어서 허리 끈을 조이니까 그나마 입을만 했다. 손목 부분을 접으며 방을 나서는데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배님이 내 꼴을 보고 웃는다.
.....저도 웃긴 거 알거든요.
"쪼꼬미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작구나ㅋㅋㅋㅋㅋㅋ"
"....그만 웃으세요..."
"ㅋㅋㅋㅋ알겠어, 안 웃을게ㅋㅋㅋㅋㅋ일루와, 손목 접어줄게"
길이가 많이 남아서 접기 힘들어 낑낑 거리고 있는 걸 본 선배님은 손수 손목을 접어주었고 길이가 많이 남아 질질 끌리는 바짓단도 접어주었다. 다 됐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선배님에 베시시 웃고 소파로 가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편한 옷에 편한 소파, 그리고 남길 선배님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으니 점점 졸음이 몰려 왔고 저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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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포근하고 푹신한 느낌에 뭐지 싶어서 눈을 떠보니 아무래도 선배님의 방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은은하게 선배님 냄새도 나구....ㅎㅎㅎ 소파에서 잠든 나를 방으로 데려다 놓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한 번을 안 깼지...?
선배님 방을 쭉 둘러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선배님이 매일 자고 일어나는 침대에 내가 누워있다니....
아직 잠이 덜 깨긴 했지만 선배님 방에 혼자 누워있는게 쪼끔 민망해서 눈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방을 나오니 부엌에서 뭔가 하고 있는 선배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뭐해요?"
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선배님은 국자를 내려놓고 내게 다가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자느라 다 풀려버린 손목을 다시 접어주었다.
"쪼꼬미 배고플까봐 김치찌개 끓이는 중. 잠은 잘 잤어?"
"잠은 잘 잤는데.... 선배님 요리 잘 해요?"
"그냥 혼자 살 정도는 해. 근데 쪼꼬미...ㅋㅋㅋㅋ얼굴 부은 거 알아?"
"아아...! 그런 건 모른 척 해줘야지. 완전 눈치 없어..."
.......아... 거울 좀 보고 나올 걸....
그냥 모른 척 넘어가지 그걸 콕 찝어서 말하는 선배님을 한 번 째려보고 화장실을 가려고 뒤를 도는데 선배님이 뒤에서 안아온다.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멈칫하니
"....됐거든요. 저 배고파요."
"ㅋㅋㅋㅋㅋㅋㅋ또 말 돌리는 거 봐. 귀여워 죽겠네"
식탁에 앉아 있으라며 제 어깨를 잡아 식탁 의자 앞으로 데려다 준 선배님은 제가 자리에 앉는 걸 보고 다시 부엌으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취사가 완료 됐다는 전기밥솥 멘트가 들렸고 선배님은 밥을 담기 시작했다. 수저라도 놓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칼 같이 앉으라며 손도 까딱 못하게 하는 선배님에 나는 다리만 달랑달랑 거리고 있었다. 곧 식탁에는 밥과 반찬, 그리고 김치찌개가 놓였다.
밥을 준비하는 선배님과 그런 선배님을 쳐다보는 나. 문득 선배님과 결혼하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있잖아요."
"뭐가 있는데요"
"선배님이랑 이렇게 있으니까 뭔가 결혼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ㅎㅎㅎ"
"오... 너무 뛰어 넘은 거 아니야? 우리 아직 연애도 못 했는데?"
"아니이!! 그냥 상황이 그런 거 같다구요... 무슨 말을 못 하겠네."
"이것도 수작이에요?"
"아니, 이건 어필?"
"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못 살아ㅋㅋㅋㅋ"
수저와 물까지 떠온 선배님이 국그릇에 김치찌개를 덜어주었고 나만 쳐다보고 있는 선배님에 숟가락을 들었다. 김치찌개를 한 입 맛 보는데
"오......"
너무 맛있어서 놀랬다. 진짜 결혼해도 되겠는데....?
"어때?"
"진짜 맛있어요!! 짱짱짱 맛있는데?? 진짜로 선배님이랑 결혼해야겠다ㅎㅎㅎㅎ"
"잠깐만, 다시 말해 봐. 이런 건 녹음을 해 놔야 돼"
"무슨 녹음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진짜 선배님과 친해진 느낌이라 편하게 장난을 치며 밥을 먹고 선베님이 새로 꺼내준 칫솔로 나란히 양치도 하고 나서 부른 배를 붙잡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아까 내가 잠들어 다 보지 못한 영화를 트는데
"근데 쪼꼬미는 어디 밖에서 자면 안 되겠더라."
"응? 왜요?
"어떻게 내가 들고 옮기는데 한 번을 안 깰 수가 있지?"
"아...ㅎㅎㅎㅎㅎㅎ 제가 원래 잠귀가 어두워요....ㅎㅎㅎㅎ"
"ㅋㅋㅋㅋㅋ나는 너 깰까봐 진짜 조심 조심 들었는데ㅋㅋㅋㅋ"
괜히 민망한 마음에 영화에 집중하라며 영화 볼륨을 올리니 선배님은 제 머리를 헝클이고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나는 중간에 놓친 부분이 있어 집중이 되지 않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다가 선배님을 힐끔 쳐다봤다. 영화에 집중한 선배님의 옆모습을 힐끔 힐끔 보다가 나중에는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선배님과 있었던 일들이 쭉 떠올리는데 생각해보면 선배님은 늘 내가 우선이었다. 항상 나를 배려해주었고 또 표현도 잘해주었다. 내가 불안하지 않게.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남자면 어떤 일이 생겨도 괜찮지 않을까... 든든하지 않을까....
내 시선을 느꼈는지 선배님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다른 거 볼까?"
"....."
늘 선배님이 먼저 표현해주셨으니까.... 한 번 쯤은 내가 표현해도 괜찮겠지.
아무런 대답 없이 쳐다보기만 하는 나를 가만히 기다려주는 선배님의 양볼을 잡아 내 쪽으로 당겨 짧게 입을 맞췄다.
"......"
맞닿은 입술을 떼고 선배님을 쳐다보니 나를 빤히 쳐다보는 선배님에 급 민망함이 몰려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영화를 보는데 옆에서 웃음 소리가 들린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쪼꼬미"
"왜요"
"나 봐봐"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씨...나름 용기내서 한 건데 왜 웃기만 하는 거야....
괜히 심통난 얼굴로 영화만 보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겠어, 이제 안 웃을게"
"다 웃어놓고 이제와서 뭘 안 웃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미치라고 이렇게 귀여운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치...."
"....."
"은솔아~~"
"....왜요"
"나 한 번만 봐주라"
한 번만 봐달라는 선배님의 말에 선심 쓰듯 고개를 돌리면 작게 웃고 있는 선배님이 보였다. 아직도 심통이 잔뜩 난 얼굴로 쳐다보는데 잠깐 나를 쳐다보던 선배님은 천천히 내게 다가와 짧게 입을 맞췄다 뗀다.
"뭐가요"
"모른 척해도 소용 없는데. 쪼꼬미 이제 내 건데."
"아니거든요? 선배님이 내 거지. 나는 내 거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통 부리는 것도 잠시 장난치는 선배님에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렇게 영화가 끝날 때까지 투닥거렸고 슬슬 집이냐며 연락이 오는 선배님들 때문에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문 앞에 있던 선배님이 내가 나오지마자 안아버렸다.
"아아, 왜 이래요. 저 이제 집에 가야 된다니까"
"응, 내가 데려다 줄 거야"
"근데 왜 자꾸 안아요"
"보내기 싫어서"
"치..."
옷 갈아입으러 들어갈 때도 이래서 떼내느라 고생했는데 옷 갈아입고 나오는데도 난리다.
"내일도 보면 되죠. 나 빨리 가야 되요. 가끔 선배님들이 막 영상통화 걸고 그러신단 말이에요."
"알겠어, 딱 1분만."
"아, 진짜아...."
"형들한테 얘기하면 안 되겠지?"
".......아주 나중에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좀 그렇지 않을까요?"
".....형들이 쪼꼬미 이뻐해주는 건 좋은데 이런 건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기 같이 떼쓰는 선배님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렇게 나를 안은 채로 계속 찡얼거리던 선배님은 하정우 선배님께 집이냐는 연락이 온 걸 보고 나서야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셨다. 물론 집 앞에서도 보내기 싫다며 한참을 차 안에서 손을 만지작 거렸다....ㅎㅎ
집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하정우 선배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제 집에 도착했다고 하니 8일찍 다니라며 한참을 잔소리를 들었다. 그러고 차례대로 선배님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씻고 나와 남길 선배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하정우 선배님한테 완전 꾸지람 들었어요"
- 그 형은 진짜 쪼꼬미 아빠하려나 봐
"그러니까요... 아, 우리 내일은 뭐하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좋다. 행복해.
"갑자기요?"
- 응, 우리 내일 뭐할까 이 말이 이렇게 설레는 말인지 몰랐네.
"아, 뭐야....ㅎㅎㅎㅎㅎㅎㅎㅎ"
- 내일도 우리집 오면 안 돼? 집에서 놀자.
"그럴까요? 그게 제일 마음 편하긴 해. 그쵸?
- 응, 밖에서는 못 안잖아.
"......왜 이렇게 안는 걸 좋아한대..ㅎㅎㅎ"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 하다가 졸음이 몰려와 전화를 끊자는 내 말에도 싫다고 고집을 부리는 선배님에 결국 내가 잠에 들 때까지도 계속 통화를 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내가 잠든 후에도 전화를 안 끊었던건지 전원이 나가있었다. 잠에서 덜 깬 채로 느릿느릿 핸드폰 충전기를 연결하고 전원을 켰는데 켜지자 마자 진동이 계속 울린다. 뭔가 하고 봤더니 엄청난 양의 카톡과 문자... 그리고
부재중 통화
매니저 오빠 (8)
최실장님 (11)
주지훈 선배님 (3)
하정우 선배님 (5)
김남길 선배님 (2)
.
.
.
.......???? 뭐지... 우성선배님, 정재선배님, 지현선배님, 혜수선배님.....도연선배님, 재욱선재님까지도 부재중 통화가 와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 예감이 들어 아무 것도 못 하고 있는데 남길 선배님에게 전화가 온다.
"선배님...!"
- 응, 일어났어?
"네에.. 핸드폰이 꺼져있어서.... 근데 무슨 일 있어요?
- 아... 정우 형한테 전화 안 왔어?
"부재중이 와있는데.... 다른 선배님들도 와있고 매니저 오빠랑 최실장님도 와있던데...."
- 쪼꼬미, 잘 들어. 어제 미팅 끝나고부터 파파라치가 붙었나 봐. 그래서 기사가 떴는데...
"헐... 어떡해요...? 큰 일 난 거 아니예요....?"
- 아니야,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래도...."
- 나는 너가 하자는 대로 할 거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어...."
- 조금 더 고민 해볼래?
"....네에...."
- 응, 괜히 기사 보고 댓글 보고 그러지 말고 일단 형들 걱정하고 있을테니까 연락 먼저 드리고.
"으응... 네... 알겠어요."
선배님과 전화를 끊고 인터넷을 먼저 들어갔다.
〈실시간 검색어>
1 유은솔
2 김남길
3 유은솔 김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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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패치 단독, 김남길❤유은솔 픽업부터 홈데이트, 그리고 헤어지기 아쉬운 차 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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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오랜만이죠..?
오늘 낮에 실수로 두 번 정도 올려져서 금방 삭제했는데 보신 분 없겠죠....ㅎㅎㅎ
회사에서 몰래 몰래 수정하느라 실수로 확인 누르고 그랬어요ㅠㅠ
오늘도 짤은 최소로 했는데 여유 생기면 짤을 추가하던가 할게요!
빨리 뒤에 에피소드들을 쓰고 싶어서 아주아주 빠르게 진행했어요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과정이 뭐가 중요합니까 결과가 중요하지 뭐ㅎㅎㅎ
생각하고 있는 에피소드들에 남길 선배님과의 연애 사실이 공개된 상태인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일부러 빨리 진행한거니까
너무 빠르더라도 이해해주세요ㅠㅠ
그럼 재밌게 보시고 좋은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