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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백] 짱깨와 또라이 - (단편) |
W.이브
이미 만난 후 1시간이 오버 되기 5분 전. 그 시간동안 찬열은 만나고나서야 20분간 혼자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내뱉은 자신의 질문따윈 들은 채 만 채 해버린.그러고는 휴대폰 바탕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어딘가 덜떨어진 놈처럼 그저 자신의 맞은편에서 실실 웃고만 있는 김종인만 바라보고있었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지 않는가. 아니 어떻게 만나고나서 내 질문 따윈 아웃오브 안중으로 날려버린지 벌써 30분이 훌쩍 넘어가버렸고, 대답따윈 전혀 하지않고 꼭 머리에 나사 하나 빠진 미친놈 마냥 실실 웃어대는 김종인의 저 행동은 해도해도 너무하다. 뭐 원체 저런놈인건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이건 너무 하다! 저절로 그런 종인을 바라볼수록 좁혀져가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찬열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라오는 화를 또 눌러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끓어오르는 화를 참아내느라 애쓰고 있다는 티가 많이 나는 목소리를 아까 꺼낸 질문과 함께 꺼내놓았다.
"짱깨랑 어떻게 친해졌냐니깐?"
조금 짜증 섞인 찬열의 말투와 목소리가 아까 처음 묻던 그 목소리와 말투와는 조금 많이 달라서 인지 휴대폰 바탕화면에만 쳐박혀있을 것만 같던 종인의 시선이 옮겨졌다. 그래, 이제 쫌 정신이 돌아왔냐? 그래, 이제 대답좀 해보시지. 짱깨랑 친해진 그 방법을 말이야. 종인의 입에서 어서 빨리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찬열은 괜한 마른침이 목뒤로 넘어 가고 괜스레 주먹을 쥐고 있는 손은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던 종인의 입에서 나온 것은 대답이 아닌 훗,하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웃음.아니, 비웃음. 사람 참 기분 더럽고 보는 사람 재수 한바가지 털리는 그 김종인만의 비웃음. 아아, 그래. 니가 그럼 그렇지.
"진짜 예뻐." "야!" "야, 우리 경수 이쁘지 않냐?" "아,진짜! 야!!!"
앞에 놓인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치면서 아까보다 좀 더 소리를 지르는 찬열을 보자 다시한번 만족스럽다는 듯이 씨익 올라가는 김종인의 입꼬리였다. 아아, 정말 재수없다는 표현이 딱이다. 저 웃음은 정말 누가 봐도 재수 털리고, 기분이 더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찬열이였다. 저 말도안되게 재수없는 웃음에 찬열은 다시한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김종인이 또 한번 질문을 무시했다간 찬열은 끓어올라오는 속을 참지 못하고 그놈의 욱하는 성질이 또 한번 터질 것 같았다.
"뭐." "넌, 참 성격이 아주 그냥 KTX 따라가시겠어." "내 성격 급한거 뭐 처음 알았냐? 고등학교때 부터 쭈욱 알아왔던 사이인데도 아직도 그걸 몰랐냐? 뭘 새삼스럽다는 듯이 말하냐?" "뭐, 원래 알고있었지만.." "그러니깐, 빨리 말해봐. 너 짱깨랑 어떻게 친해졌냐?" "짱깨가 누군데..?" "야! 김종인! 너 알면서 자꾸 그럴래?" "짱깨 짱깨 거리지 말고 이름말해 이 대한민국 땅덩어리에 짱깨 배달하는 사람들이 한두명이냐?"
"있을 수도 있지," "아이씨, 변백현 말이야 변백현!"
참다참다 안되겠다 싶었던 찬열은 자기의 패배를 인정한 듯이 드디어 그 입에서 '변백현'이라는 이름 세글자를 밖으로 내뱉었다. 그제서야 들고있던 휴대폰을 주머니에 고이 집어 넣더니 종인은 다시 찬열을 바라보고서 또 한번 찬열이 온 몸의 치가 떨리도록 재수 없어하는 웃음을 또 한번 피식 하고 터트린다.
"시끄럽고, 이제 말해봐 어떻게 친해졌냐?" "글쎄....자연스럽게." "아! 그러니깐, 자연스럽게 어떻게!!!" "그걸 왜 궁금해 하는데? 박찬열,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해?" "뭐?" "너 그 짱깨 아니 변백현 한테 관심 있냐?" "내..내가?!"
푸욱 하고 정곡을 찌리는 종인의 질문이였다. 찬열은 괜스레 뜨끔하고선 '그래요, 전 변백현에게 관심이 아주아주 넘쳐날정도로 있어요.'라는 것을 다 티낼정도로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어 버렸다. 젠장할 저 놈의 김종인은 눈치가 빨라도 너무 빠르고, 뻔히 그걸 알아 차리고서는 또 그걸 가지고 연간 놀려대는데 아주 그냥 옴팡지게 얄밉다.
"................" "박찬열, 넌 한참 멀었다. 표현하는 방법이나, 말을 돌려서 하는 방법이나 그런건 전혀 모른다 이말씀. 그냥 대놓고 나 변백현한테 관심있어 좀 도와줘. 라고 말할 것이지 돌려서 말하는 방법도 모르는 새끼가 나름 돌려서 말하겠다고 애썼나본데, 그 질문 자체도 완전 대놓고 나 변백현한테 관심 있어. 이 말이랑 다름 없었다. 이번에도 돌려말하기 실패네 박찬열. 이걸로 해서 몇 번째지?"
"그래, 니가 잘 못했지?" "미친놈." "그러게, 나 요즘 경수한테 미쳤나봐." "넌 그 전에도 미쳤었어." "그런가.... 아, 그래 그 전에도 경수 마음을 얻으려고 경수 따라다니는데에 미쳐있었긴 했네. 하긴, 니가 뭘 알겠냐. 사랑에 빠져 미쳐버리는 이 행복함을."
"어! 백현아, 화동빌라 A동 1203호 배달." "아....."
(솔직히 따지자면, 그 아파트와 이 가게 거리는 아무리 빨리달려도 20분 안에 가는건 조금 무리라면 무리랄까...아무튼, 15분 안에 배달한다는 건 좀 무리라면 무리다.)
"자! 빨리 갔다와라. 배달 밀렸다." "아,아! 네!!"
순식간에 음식이 담긴 철가방을 사장님께서 백현에게 건냈고 백현은 멍하게 철가방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철가방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오토바이 뒤에 매달린 노란 플라스틱 박스안에 철가방을 안착시키고는 헬맷을 바르게 고쳐쓰고는 시동을 걸어댔다. 흠...뭐 종인이랑 같이 있는 거라면 오늘은.... 그 지랄은... 덜하겠지. 아, 설마 종인이가 아니거나..아아, 그 성격에 종인이 말고 또 친구가 있을래나? 아! 그래도 혹시... 나 더 창피주려고... 얼굴팔리게 하려고하는거면... 시동을 걸고서 달리던 백현은 잠시 신호에 걸려 있는 상태로 이 상황 저 상황을 상상해보았다. 설마 종인과 같이 있지 않는다면, 자기를 망신 시키려고 일부러 그런건 아닌지, 설마 그런 사람은 아닐꺼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러고도 남을 만한 성격이긴 하다고.. 그렇게 백현은 신호가 초록불로 다시 바뀐지도 모르고 가만히 서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뒤에서 빵-! 하고울리는 커다란 자동차 크락션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화동빌라 A동 입구 앞이였다. 입구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는 백현은 자신의 오른손에 차고있는 손목시계를 한번 쓰윽 쳐다보았다. 아직, 15분이 지나지 않았지만, 조금 긴박한 시간. 12분이 지난 상태. 괜히 백현은 초조해졌다. 앨리베이터 층수 표시기를 쳐다보면서 괜히 말만 동동 구르고있었다. 4층, 3층, 2층................1층.
".......배달이요."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꽤나 잘생기긴 잘생긴 외모 중 예쁘게 쌍커풀 진 눈과 자신의 눈이 마주치자 백현은 괜한 긴장감에 마른 침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분명, 친구놈이랑 같이있다면... 지금 저 또라이가 신고있는 신발 말고 가지런히라던가 여기저기 널부러져있는 신발 한짝 쯤은 있어야되는 거고, 음식 왔냐고 좀 소란스러운 말이라도 들려와야되는데. 이건 뭐 너무 조용하고, 신발 한짝 커녕, 먼지 하나 보이지 않는다. 설마.....
현관문을 등지고 서있던 백현의 등뒤에서 쾅 하는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조금 어둑어둑해진 현관에서 백현은 왠지모를 오싹함을 느꼈다. 빨리 음식을 내려놓고 계산을 끝내고 돌아가야겠다고 백현은 느꼈고, 이내 빨리 철가방을 열어 거실에 음식들을 빠른 손으로 하나하나 거실에 내려 놓을 때였다.
".......야." ".........." "야." "........."
"..............." "......이만칠천원..이라구요."
백현의 말에 백현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찬열은 뒷주머니에 콕하고 박혀있던 지갑을 주섬주섬 꺼내들더니, 이내 만원 3장을 꺼내 준다.
"잔돈은 너 가져라."
하! 오늘 지랄은 잔돈이나 먹고 떨어져라 이거냐? 뭐, 그래도 평일보다 양호한 지랄이네. 백현은 찬열이 건낸 삼만원을 손에 쥐고는 다른 한손엔 철가방을 쥐고선 현관문고리를 잡고 이제 막 오늘은 무사탈출 이구나 하고 행복에 겨워 문고리를 돌려 나가려고 할 때였다. 철가방을 쥐고 있던 손목을 누군가 턱 하니 잡아오는데, 잡아오는 건 당연히 이 집의 주인 종인이 친구인 박찬열, 아니 또라이요. 오늘도 무사탈출은 말도 안되는 나의 희망이였던가. 제발 제발 하는 마음으로 백현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목을 잡고있는 손을 타고 그 손의 주인을 쳐다보는데, 아.. 저건 또 무슨 지랄을 준비하는 표정이란 말인가. 자, 할려면 빨리 하고 치우자. 또라이. 자자, 어서 뱉어봐. 어서 짖고는 치우자. 무슨 개소리를 할진 모르겠다만 빨리 하고 치우자. 나 배달 밀렸거든? 자자, 빨리해.
".......야." "..........." "....저거 혼자 먹기에 너무 많아." "..........?!"
이건 또 뭐래. 그래 혼자 먹기에 너무 많긴 하지, 근데 시킨건 그 쪽이거든요? 그러니깐 왜 그 따구로 무식하게 주문을 하셨냐고요.
".........?" "같이 먹고가." |
▶이브 주저리 |
사실 저 조각글은... 제가 예전에 다른 가수로 연재하려고 했던 코믹로맨스물 중 한부분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헝헝헝, 이제 다시 읽어보니 고칠 때도 여기저기 많네요. 그래도... 오늘 청로를 올리지 못하는 데에 대한 저혼자만의 죄책감에 휩싸여 이런 글이라도 올려야될꺼 같으니....
예전에는 더 똥 같았던 글...을 올립니다. 코믹 로맨스니깐 유치뽕짝해도 그냥 대인배 웃음으로 웃고 넘겨주세요.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아 진짜 근데 청로는 언제 쓰지..
P.S- 청로 연재 끝나거나 동시 연재로 ㅠㅠ 저번에 올렸던 타락의 소년... 콘티 잡아서 연재글로 올리기로 했어요..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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