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한여름밤의 기억
문뜩 정신이 들었다. 아 내가 여기 머하지 난 누구지?
아하 이태민씨 짝꿍이구나.
여기는 내가 밥벌어 먹는 내 직장인 것 같은데.....
다 괞찬은데 내가 이러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네.
“작가님, 이제 우리 차례에요”
“아,네”
“부담 갖지 마시구요, 재밌게 해봐요”
“아 예 그럼요 그럼요 부담 같은거 없어요오... ”
자꾸만 흐렷해지는 내 뒷말이, 잔뜩 긴장해서 굳어있는 내 표정이, 떨어지지 않는 내 두다리가
부담이라고 강하게 외치고 있었지만
난 애써 무시하며 대답을 했다.
살포시 짓는 미소에 넋이 나갈 것 같다.
아니야 이러지마 홍빈아,,,, 너의 앞에 있는 분은 프로야
그것도 특.특.특프로라구 휘둘리지 말자 안되.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안심을 시켰다.
어떻게 하면 퀴즈 하나를 더 맞출까 하는 생각을 해야하는데 이딴 생각을 하는 내가 참 바보 같았다.
이번 퀴즈의 방법은 한사람이 스케치북에서 본 단어를 설명하면 다른 한사람이 정해진 4분 내에 맞추는 꽤 간단한 형식이었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못했던 편도 아니었고 대학도 무난히 인서울에서도 상위권인 대학에 잘 들어왔다.
그래서 난 분명히 어떤 문제가 나와도 민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난 잘 할 것이다.
혼자 오물오물 옹알이를 하듯 속으로 외치고 또 외쳤다.
몇번을 이어 하니 조금 당당해진 듯 했지만
내 모든 것은 이 한마디에 끝나버리고 말았다.
“작가님 우리 차례에요”
우리?
왓 우리라니 언제부터 태민씨와 내가 우리가 된거죠?
그렇게 나는 문제가 나오기 전까지 이 상태였던 것 같다.
아무 것도 할 수없는 무력의 경지에 다 달았다고 할까나....
"이번 퀴즈의 주제는 생활용품입니다. "
피디님의 목소리가 나에겐 지구의 종말을 알리는
지진과 쓰나미의 연속적인 시간차 공격과도 같았다.
초시계의 버튼이 눌러졌다.
그리고 나의 두뇌의 전두엽은 물론이요 구석에 있는 뇌하수체까지 풀가동 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단어가 태민씨에게 제시되었다.
"어,,,,, 우리가 학생때 수학시간에 썻던 거 뭐죠?"
"연필? 샤프? 각도기! 자? 아니 ....삼각자? 컴퍼스?"
순간적으로 내 벝어버린 나의 대답속도에도 태민씨는 싱긋 웃어주면 대답하였다.
"네번째꺼"
"자!"
"정답"
피디님의 말이 떨어지자 촬영장 여기저기서 대단하다며 소리를 보냈다.
한문제 아까 전팀이 네 문제니까 한참 멀었어....
"어머님들이 요리 할 때 쓰시는 건데 어,,,, 이게 까다롭네 계란쓸때 이용하는데...."
곤란하다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아....,안되 태민씨가 고민하면 안돼.
이 게임은 내가 짊어지고 간다.
반사적으로 그에게 외쳤다.
제가 아무거나 부를테니까 고르세요, 태민씨
"주걱? 숟가락? 국자? 젓가락? 뒤집개? 거품기? 어어어어 아님 면 국자?"
"여섯번째"
"여섯번째? 그럼 어어 거품기! 거품기네!!"
"정답!"
이미 정해진 4분이란 시간에 2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나의 이 경의로운 두되 활동에 우리 전체 작가팀은 경악을 금치 못 했고
나도 나의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다른 팀들은 평규적으로 1개도 겨우 마쳤으니까....잘하고 있는 거겠지?
4개를 맞친 전 팀은 출연자들이 불안하게 우리를 쳐다보았다.
내가 네개를 넘어주마........
날 만만히 보셨구만 내가 이래봬도.....어 이래봬도 ....할말이 없네.........
"이번건 좀 어렵네요.....어.....방안에 향기나게 하는 거를 뭐라고 하죠?"
“방향제!”
“그거 보다 조금 전문적인 말?”
“향초,향수?”
“아니 영어인데.....나무스틱 꽂아서 쓰는 거 있자나요”
“디.....디...디퓨저!!”
“정답”
휴....이번건 좀 어려웠다.
자칫하면 시간을 더 뺏길 뻔했어.
지금도 사실은 아슬아슬하다.
부디 마지막 문제는 꼭 쉬운 거어야 태민씨 고기멕이는데....아씽........
그렇게 나는 혼잣말을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나때문에 퀴즈를 못 맞히는 것도
정말 죄송했지만 그것때문에 저 마른 몸매에 고기를 못 멕이는게 더 마음이 아팠다.
다음문제로 스케치북은 넘어갔고 고기의 운명은 이 문제에 달려있었다.
이번 문제를 맞히면 4개로 1등팀과 동점이었다.
할수있어,,난 할 수있어
“아~이거 하하하”
뭐지 왜저리 청량하게 웃는 거야?
문제의 단어를 보자 태민씨는 참 시원하게도 입동굴이 활짝 올라가도록 웃어주었다.
도데체 무슨 단어길래.....
“이거 물 빨아들이는건데”
“배수관?”
“아니아니, 더 일상적인 거 있자나요 작가님 자주 만나실 수있으실 텐데”
읭?내가 잦 만날 수았다고?뭐지? 까나리?뿅망치?뭐지.....되게 쉬운것 같은데
왜 모르겠지? 뭐지?.....
내 속에선 이미 많은 추측과 이해할 수없는 상황속으로 시작된
카오스의 덩어리일뿐이었다.
씨익.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까와는 다른 장난스럽고 익살스럽지 그지않은 그런 웃음이었다.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은 단 몇초 정말로 맞쳐야 하는 시간이 온것이었다.
“내가 이거 작가님 주워 줬는데,기억안나요? 방송국 커피숍!!
제가 지금 상황이 좀 그래서 주워달라고 했잖아요?”
순간 나의 머릿속을 강타한 한가지의 기억.
몇일 전 내가 한 대사 그대로 였다.
“제가 지금 상황이 좀 그래서 빨대 좀 주서 주실래요?”
내가 한말이었다.그 사람이 이태민이라니....그리고 날.....알고있었다니..
“ㅃ....ㅏㄹ 빨대”
고개를 푹숙이고 아무도 모르고 나 혼자 나만알게 너는 알지 못하게 그렇게 읊조렸다.
끝! PD님의 말과 함께 시간은 끝이나고 퀴즈는 3개로 마무리 되었다.
퀴즈가 끝나고 우리는 자리로 돌아왔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난 아직도 고개를 묻고 이었다.
어쩌면 그가 날 기억하는 것은 인지상정일수도 있었다.
누구나 미친년처럼 주문을 하고 심지어 얼굴도 안 보고 부탁을 하며 빨대를 여기 저기
뿌리는 여자라면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미친년이 나인지 어떻게 안다는 것이며 그것을 알고도 나와 짝꿍을 한 것이다.
스스로 묻고 공답을 하였지만 답은 나오지 않고 궁금중은
더욱더 쌓여져만 갔다.
그 떄 갑자기 내 얼굴 밑으로 무엇간가 쑥 들어왔다.
“궁금하죠,작가님”
이태민이었다.
그의 얼굴이 예상없이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 나에게 마주쳤다.
“아...네”
조심스럽게 겨우 꺼낸 말이 그뿐이었다.
그것이 다였다.
“나도 궁금해요, 작가님이 날 어디서부터 기억할까 ”
“......”
”아마도 작가님은 오늘,아니 이제는 그 커피숍이 처음이라고 생각하겠죠?
"내 기억은 작가님보다 더 먼저 앞서있네요"
잘 생각해봐요 그럼 혹시 누가 아나 내가 이뻐서라도 알려줄지?
[두근]
심자에서 나를 꺼내 달라는 듯 요동쳤다.
나를 흔들고 혼란시켰으면 제정신을 차리게 허용하지 않았다.
나의 머릿속은 풀린지 않는 의문으로 힘들었으며
나의 마음은 넘쳐나는 감정과 알수 없는 느낌으로 힘겨워 하고 있었다.
멍하게 있는 나의 이마를 톡 건드렸다.
아프지도 기분이 나쁘지도 않은 터치.
딱 그정도였다.
그는 눈을 감으면 고개를 내저었다.
깊게 한숨을 내 뱉으며 말했다
“거봐 또 이러잖아.
이래서 자꾸 머릿속에 남아있잖아”
나는 그렇게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건 지나가는 한여름밤의 일들이죠? 지나가면 웃어지나갈 수있는 그런 기억 맞죠?
나의 눈을 온전히 응시하면 그는 대답하듯이 나에게 말해주는 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고.
새로운 기억의 시작일뿐이라고.
----------------------------------------------------------------------------------------------------------------------------------------------
안녕하세여!!!! 차마에요히히
조금이지만 크게 다가오는 따뜻한 댓글 너무 감사하고 그런 의미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댓글은 참 큰 힘이 됩니다.ㅠㅠㅠㅠ 절 불쌍히 여기시옵소서(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