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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마요
라고 말하면서 웃는 여자친구
이 말을 하는 여자친구 보다 카말이 더 상처받은 표정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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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많고 잘생긴 카말. 그렇게 크게 인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본인이 어느 정도 급은 되는지 알고는 있을 듯. 솔직히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웃긴 일이라. 일도 그럭저럭 꽤 잘해서 큰 회사에 들어갔고. 그래서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중. 근데 성격이 진짜 개 같을 듯. 더러운 정도가 아니라 완전 개차반. 뭐가 옳고 그른지 다 아는 데 그냥 다 좆까는 성격이라 대부분 카말이랑 부딪히지 않으려고 피함. 귀찮은 거 싫어하는 카말도 차라리 남들이 알아서 피해 주는 게 지내는 데 훨씬 좋음. 학교 다닐 때 얼굴 빨로 여자친구도 적지 않게 사귀었는데 그건 다 상대방의 일방적인 구애 때문이었고 한 번도 본인이 절절매는 사랑 같은 건 해보지 않았겠지
아쉬울 게 없기도 했고 그냥 다 귀찮아서 애초에 남한테 관심을 안 가지고 살아서 굳이 해야 할 필요도 못 느끼고 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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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외롭긴 하더라. 인간은 혼자서 절대 살 수 없다더니 그 말의 진위 여부를 직접 체험해보고 알겠지. 전에는 외로운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하루 종일 혼자라는 사실이 진짜 가끔은 뼈가 시리게 외로움을 불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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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미친 짓을 한 번 했겠지. 원래 상사가 뭐라던 중지나 사뿐히 날릴 애가 갑자기 그 소개팅을 덥석 물었으니까. 대학 후배의 친한 동생의 후배이라던데. 카말도 본인이 뭐라고 했는지 모르고 그냥 무턱대고 알겠다고 한 거였으면. 까일 거 알고 속는 셈 물어봤던 상사도 깜짝 놀라서 끊임없이 계속 물어볼 듯.
진짜지? 진짜로 하겠다고 한 거다? 엉? 무르기 없기야? 너 딱하겠다고 말한 거야?
알겠으니까 좀 가세요
상사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 보고 카말 도대체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닫고 지끈거리는 머리 꾹꾹 지압함. '내가 미쳤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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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당일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리더라. 카말은 차 끌고 약속 장소까지 갔겠지. 우산 챙기기도 번거롭고 더군다나 비 맞아가면서 가고 싶지 않았거든. 주차장에 차 파킹 해놓고 장소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냥 딱 쟤다 싶은 애가 앉아있을 듯. 직원이 와서 누구 이름으로 예약했냐고 물어봐서 상사 이름 대니까 그 애가 있는 테이블로 안내해 주는 직원. 짧은 똑단발에 밝은 갈색 머리를 한 여자친구였겠지. 이런 자리가 처음인 건지 처음은 아닌데 익숙지 않은 건지 어쩔 줄 모르는 여자친구 앞에 간단하게 인사하고 앉은 카말. 앉아서 정면으로 딱 마주 보는데 누가 봐도 보송보송한 애기를 앉혀놔서 정신이 아득해짐. 이 바득 갈면서 속으로 상사 욕하는 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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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한테 말도 못 걸고 좌불안석으로 앉아있는 여자친구 보지도 않고 일단 메뉴판부터 피면서 '밥 먹고 헤어집시다' 하는 카말. 그 와중에 여자친구 뭐에 그렇게 놀란 건지 눈에 띄게 움찔하더니 '네...' 하고 조심조심 메뉴판 펴겠지. 카말을 스테이크, 여자친구는 파스타 시키고 종업원까지 사라지니까 숨 막히는 정적만 흐를 듯. 사실 숨 막히는 건 여자친구만 해당하는 거지 카말은 이미 머릿속에서 상사 목 넥타이로 조르고 난리 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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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만 꼼지락거리던 여자친구 먼저 용기 내서 말 걸겠지. '직장인이시라구 들었어요...! 무슨 일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래봤자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긴 했지. 그래도 카말 기가 막히게 알아듣고 답해줌. 'IT 쪽 일합니다.' 이런 식으로 여자친구가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쥐어짜내서 물어보면 그래도 꼬박꼬박 답은 해주는 카말. 이렇게 억지로라도 대화하다 보니까 여자친구가 아직 졸업도 못한 대학생이라는 거 알아냄. 그거 듣고 진짜 부글부글 끓는 카말. 아저씨랑 뭘 어떻게 해 보라고 이런 애를 이런 자리에 보낸 건가 싶겠지. 본인도 그렇게 늙은 거 아니면서 여자친구를 너무 까마득하게 어린 애로 보는 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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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여자친구는 카말 살짝 편해짐. 보기보다 그렇게 무서운 사람 같지도 않고 물어보면 조금 짤막하긴 해도 답도 잘 해주고. 좋은 사람 같은데? 싶은 여자친구. 식사 나오고 한결 더 편해진 분위기로 대화 이어나가겠지. 카말도 재잘재잘 물어봐 주고 궁금해하는 여자친구가 마냥 귀찮지만은 않았지. 밥 먹고 헤어지려는 거 여자친구가 커피라도 한 잔하고 가라고 붙잡아서 순순히 붙잡혀주는 카말. 둘이 나란히 과일 스무디 시켜놓고 카페에 앉아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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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냥 밋밋하게 헤어짐. 카말도 딱히 애프터 신청 안 했고 여자친구도 안 했을 듯. 그냥 밥 한 번 먹고 시간 잘 보냈다 생각하고 그때 일 흘려보냈겠지. 사실 여자친구는 카말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는데 카말이 본인을 딱히 내켜 하지 않는 게 느껴져서 그런 걸 듯. '나 싫다는 사람이랑 굳이...' 싶었던 여자친구. '그래도 좋긴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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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일 때문에 그때 그 식당이랑 카페 지나칠 일이 많았던 카말. 간간이 그 애 생각하고 지내겠지. 말도 잘 못 거는 게 귀엽긴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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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끝나고 서점에 들러서 책이라도 몇 권 사갈까 하고 생긴지 얼마 안 됐다는 큰 서점 들른 카말. 그러다 누가 본인 등을 톡톡 치길래 뒤돌아봤더니 그때 그 애가 웃으면서 인사하겠지. '여기서 다시 보네요!' 그때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인사하는 걔 때문에 살짝 멍해진 카말. 계획에도 없던 카페 다시 들러서 또 과일 스무디 한잔하고 올 듯. 여자친구가 산 책은 대학 전공하고 관련된 서적이랑 에세이랑 소설 종류였고 본인은 가벼운 에세이랑 인문학 책이었을 듯. 그리고 헤어질 때 처음으로 연락처 교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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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에 한 번꼴로 연락하고 지내는데 그 애 연락이 없는 이틀 동안은 우중충하다가 날씨 얘기로 먼저 연락하는 그날은 기분이 좀 좋겠지. 얼굴에 표정 변화도 잘 없던 카말이 미미하게 웃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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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이 인테리어 공사하느라 나는 드릴 소리 때문에 골이 울려서 제대로 쉴 수가 없는 카말. 가벼운 복장에 책 한 권 들고 집 앞 카페 갈 듯. 오늘은 어떤 과일 스무디를 먹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누가 옆에 쓰윽 설 듯. '오늘 저는 딸기 스무디 먹으려구요' 옆에 보니까 다시 걔야. 눈이 마주치니까 동공이 안 보일 정도로 해사하게 웃는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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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용 자리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책 읽는 카말하고 여자친구. 미간까지 찌푸려 가면서 집중하고 있는데 책 내용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인지 볼까지 빵빵해졌어. 햇빛에 비쳐서 솜털까지 보이는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 볼에 손가락 하나만 콕 가져가서 찔러볼 듯. 열심히 책 읽다 볼 콕 당한 여자친구는 본인이 찔러놓고 더 당황한 카말 보고 '아~ 뭐해요~'하고 카말 손가락 잡겠지. 거기에 더 당황해서 빳빳하게 굳은 카말. '카말 씨도 나 만졌으니까 나도 만져볼래요' 하고 손가락 내미니까 본인이 한 짓이 있어서 그 손가락에 맞춰서 순순히 볼 가져다 대는 카말. 볼 찔러본 게 뭐가 그렇게 좋은지 까르르 웃는 여자친구 보고같이 웃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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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오를 때 카페에서 만났다 해가 질 때 카페에서 나옴. 밥같이 먹을 생각 없냐는 여자친구 말에 카말 고개 끄덕이고 같이 먹자고 하겠지. 이번에는 동네 식당에서 국수 시킴. 메뉴도 딱 두 개밖에 없는데 그게 또 계절 메뉴래. 계절마다 한 가지 메뉴밖에 안 파는 식당이라는 소린데 여기가 그렇게 맛있다는 여자친구 말만 믿고 온 카말. 여자친구가 휴지 깔고 그 위에 젓가락이랑 숟가락 세팅하길래 본인도 컵 가져와서 물 따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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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요 나는 카말 씨랑 더 잘해보고 싶은데 카말 씨는 안 그래요?' 하고 돌직구 던지는 여자친구 때문에 면 들이키다 쿨럭이는 카말. '난 그냥 우리가 이미 만나고 있는 사이 같기도 하고 그래요' 평생 동안 이런 담담한 고백은 들어본 적이 없었던 카말. '우리 만나요' 하는 여자친구 말에 고개 끄덕이겠지. '그래요'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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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친구 집에 데려다주면서 여자친구가 재잘거리는 얘기 잠자코 듣는 카말. '근데 카말 씨는 뭐라고 불리는 게 좋아요? 호칭이 좀 고민이네.' 아까 밥 먹으면서도 계속 고민하던 거였겠지. 나이가 더 많은 카말 보고 말 놓으라고 하고 본인은 호칭 고민했겠지. '부르고 싶은 걸로 불러' 카말이 한 말에 더 깊은 고민에 빠진 여자친구. '듣고 싶은 호칭은 없어요?' 여자친구 말에 카말은 바로 대답할 듯. '카말. 그냥 이름 불러줘' 카말 말에 여자친구가 그거 좋다! 하는 눈빛으로 좋아하겠지.
그리고 집 앞에서 헤어질 때 여자친구가 카말 부르겠지. '카말. 잘 가요.' 누가 본인 이름 불러주는 거 오랜만이라 기분이 이상한 카말. '잘 들어가.' 하고 여자친구가 엘리베이터 타는 것까지 보고 본인 집으로 들어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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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만날수록 여자친구가 참 사랑스러운 애라는 걸 아는 카말. 그리고 그 동시에 본인이 이렇게 치졸하고 더러운 사람이었나 싶음. 옹졸하고 속 좁고 게다가 저 순진한 애를 데리고 뭐 하는가 싶기도 하고. 아기 같은 여자친구가 만지면 닳을까 불면 날아갈까 늘 전전긍긍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그 애한테 눈길 주는 게 속에서부터 뭐가 끓어오르는 느낌. 나만 보면 좋겠고 내가 하는 얘기만 들었으면 좋겠는데 본인도 이런 적이 처음이라 완전 혼란스러운 카말. 몇 안 되는 친구한테 몇 년 만에 연락해서 한다는 연애 상담일 줄 누가 알았겠어. 단전부터 솟구치는 소유욕에 늘 어쩔 줄 몰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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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에 일주일을 카말 집에서 저녁을 보내고 그중 이틀을 자고 가는 여자친구. 퇴근해서 집에 오면 강아지같이 현관문 앞에서 반겨주면 그게 그렇게 마음이 꽉 채워지는 것 같은 카말. 다녀오셨냐고 맞아주는 여자친구 꽉 끌어안고 숨 들이마시는 카말. 그러면 좀 살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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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 번 여자친구가 너무 피곤해서 본인도 모르는 새에 까무룩 잠이 든 적이 있었음. 집에 불은 다 꺼져 있고 본인이 들어왔는데 늘 그랬던 것처럼 반겨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갑자기 불안해진 카말. 뭐에 쫓기는 사람처럼 방마다 다 돌아다니면서 찾을 듯. 그러다 결국 안방에서 이불도 제대로 못 덮고 그 위로 기절하듯 쓰러진 여자친구 보고 안도의 한숨 쉬는 카말. 곤히 잠든 애 깰까 봐 얼른 다시 불 끄고 이불 덮어주는 카말. 그러다 여자친구 살짝 깼는데 등 토닥여주면서 달래면서 다시 재울 듯. 그리고 얼른 씻으러 들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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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 젖은 머리 탈탈 털면서 들어오는데 졸음이 덕지덕지 묻은 눈을 겨우겨우 뜨고 있던 여자친구 봄. '왜 더 안 자고.' 하니까 '카말 아까 집에 왔을 때 인사 못 해줘서 미안해요...' 하는 여자친구. 별게 다 미안하다 싶어서 카말 그냥 젖은 머리한 채로 허리 숙여서 여자친구 꽉 안겠지. '내일 꼭 앞에 나와줘.' 젖은 머리 쓰다듬으면서 여자친구가 고개 끄덕이겠지. '이제 자자.' 하고 같이 누운 카말 품에 안겨서 다시 눈 감는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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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은 여자친구한테 느끼는 그 양가적인 감정들 때문에 본인이 여자친구한테 제일 위험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항상 내재되어 있었으면.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래서 여자친구를 무슨 유리구슬 다루듯이 대하겠지. 근데 여자친구는 아니라구. 왜 맨날 같이 자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거냐구. 나도 다 안다구. 키스만 하고 다시 자려는 카말 끌어다가 본인이 카말 허벅지 위에 안고 다시 입 맞췄으면. 카말이 여자친구 팔 밑에 손 넣고 다리 위에서 내리려는 거 여자친구가 다 뿌리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막 소리쳤으면. 내가 싫어서 이러냐고 서러워서 엉엉 우는 여자친구 보고 사고 회로 꺼진 카말. 어떡해야 하나 하고 멍하니 보고 있다가 급하게 달래줄 듯. 일단 눈 벅벅 닦아내는 손 내리고 본인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 손으로 닦아줌. 그리고 그냥 품에 넣겠지. 어떻게 달래주는 지도 몰라서 일단 무작정 품에 넣고 서툴게 등 토닥였으면. 점점 울음소리가 잦아들면 말하겠지. 그런 거 아니라고. 그리고 울지 말라고. 너가 울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결국 여자친구가 원하는 데로 해준 카말. 본인이라고 하기 싫었겠냐고. 혹시, 정말 혹시 여자친구가 다치면 어떡해. 하는 생각 때문에 그렇지. 머리 다 풀어헤친 채로 옆에서 자고 있는 애 다시 팔로 끌어안는 카말. 이제 완전 본인 거라고 생각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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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이 잠자리 가질 때 특히 너무 과하게 조심스러워서 혹시 처음인가 싶은 여자친구. 설마 이 나이 먹도록 처음인가 하는 의심이 들어서 결국 물어봄. 이런 걸 왜 물어보냐는 눈빛을 하면서도 아니라고 답해준 카말. 카말 대답 듣고 그러면 대체 왜 그러나 더 궁금해진 여자친구. 진짜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여자친구 보면서 답답한 카말. 너 때문에 그런다 너 때문에... 그냥 너 다칠까 봐 그런다고 하는 카말에 더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 여자친구. 누가 봐도 궁금해 죽겠다는 눈을 하고 있길래 앉아있던 소파에서 벗어남. 근데 졸졸 따라오면서 계속 물어보길래 그냥 포기한 카말. 다시 소파에 앉으니까 다시 일어날 수도 없게 그 위에 앉을 듯. 엄청 가깝게 마주 보고 있는데 카말은 메일 확인하느라 눈 안 맞추고 있을 듯. 여자친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럼 전 여자친구들이랑 어떻게 했냐고 물어봄. 그냥 했다고 대답하는 카말 때문에 제대로 말하라고 멱살 잡고 흔드는 여자친구. 결국 카말 실토할 듯. 본인이 안달이 나서 하는 건 처음이라고. 그 말 듣고 '와 그럼 내가 첫사랑?' 하는 여자친구.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다시 핸드폰 보는 카말. 여자친구 경악을 금치 못하고 '그 나이 먹도록 내가 첫사랑인 거예요? 오바...' 사실 카말 그렇게 늙지 않았는데... 카말이 여자친구 살짝 보니까 그냥 헤헤 웃는 여자친구. 그래 너가 오바면 오반거지 싶은 카말. 이제 카말한테 무슨 선택권이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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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과제 폭탄을 맞고 밤새도록 노트북 붙잡고 자지도 않고 있으면 옆에서 같이 밤새는 카말. 과제 하기 싫다고 찡찡거리는 여자친구 투정도 받아줘야 하고 졸리다고 잠투정 부리는 것도 좀 받아주다 적당한 때에 다시 깨워줘야 하기도 하고 옆에서 커피랑 카페인 음료 때려 먹나 안 먹나 감시도 해야 하거든. 그리고 일단 여자친구가 밖에 있고 혼자 침대에 누워있으면 잠이 안 왔으면. 과제 다 하고 그냥 기절한 여자친구 안아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카말. 침대 안쪽에 잘 눕혀놓고 이불까지 꼭꼭 덮어주고 옆에 눕겠지.
전에 여자친구가 침대 바깥쪽에서 자다가 완전 제대로 떨어진 적이 있어서 그 뒤론 무조건 안쪽에 눕히고 만약에라도 떨어질까 안고 잘 듯. 안 그래도 높은 침대에서 굴러떨어져서 뼈가 좀 튀어나온 부분들에 시퍼런 멍까지 들었거든. 우당탕하고 떨어지는 소리 나자마자 일어나서 확인해보니까 머리부터 떨어져서 끙끙 앓고 있는 여자친구 보고 혼절할 뻔한 카말. 얼른 다시 침대 위에 올리고 불 켜서 어디 다친데 없나 확인했을 듯. 다리랑 팔에 멍든 부분 약 발라주면서 이 바득 갈았지. 머리엔 혹까지 나서 그 뒤로 무조건 침대 안쪽에 박아놓는 심정으로 재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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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집에서 쉬고 있으면 맨날 카말 졸졸 쫓아다니는 여자친구. 화장실 가는 거 말고 계속 따라다님. 카말 처음엔 뭐 하는 건가 싶다가 이젠 익숙할 듯. 물 마시려고 주방 가는데 어김없이 따라오는 여자친구. 카말이 물 마시는 거 보다가 카말이 내려놓은 컵 다시 들고 남은 물 마실 듯. 그리고 카말 보고 안아달라고 팔 벌리겠지. 여자친구가 안아달라고 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늘 그랬던 거처럼 안는 카말. 근데 여자친구가 이렇게 그냥 안는 거 말고 완전 번쩍 안아달라고 해서 이것도 그냥 순순히 해줄 듯. 엉덩이 받치고 안으면 카말 몸통 다리로 착 감는 여자친구. 카말이랑 눈 높이가 같아지니까 본인이 입술에 가볍게 뽀뽀 세 번하고 내려달라고 할 듯. 전에 까치발까지 들어봤는데 안 닿았거든. 그리고 먼저 소파 가서 눕는 여자친구. 카말 귀여운데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짓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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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카말 여자친구 그냥 갑자기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데 그거 다 뽀뽀 해달라는 신호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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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 질투 장난 아닌데 티를 안 내서 여자친구는 하나도 모르겠지. 조금만 질투가 나도 여자친구 손목에다가 입 맞출 듯. 그러면 여자친구랑 눈이 딱 마주치는데 그럴 때마다 표정이 미묘해진 여자친구 얼굴을 보게 돼서 기분이 이상함.
밖에서는 손목에 입을 맞추고 집에서는 아예 목덜미에 전세 내겠지. 잘근잘근 씹어서 자국 남겨놓고 싶은데 그것도 데이트 폭력인 거 아니까 입술만 꾹꾹 누를 듯.
처음에는 진짜 거의 매일같이 그러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덜해짐. 카말이 여자친구를 완전히 본인에게 속해진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과정일 듯. '넌 내 사람인 거 아니까'라는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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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는 어디서 체구가 작다는 소리 들어본 적도 들을만한 체구도 아닌데 카말 옆에만 서면 완전 소동물이 돼서 그거 완전 즐길듯. 원래 사랑을 주는 것도 사랑을 받는 것도 그 크기가 정말 정말 커서 온몸을 다 해 치댈 수 있는 사람이 카말밖에 없겠지. 그 치댐을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이 카말밖에 없다는 사실이 심장 한 쪽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여자친구. 안아달라고 하고 그냥 본인이 안기기도 하는 것처럼 그냥 온몸으로 날 사랑해 주세요 하고 뿜어내는 성향이겠지. 예전 남자친구들은 여자친구의 이 모습이 너무 질린다고 했는데 카말은 오히려 이 일련의 행동들을 통해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듯. 여자친구도 이걸 다 받아주는 사람이 처음이라 본인 성향이 이런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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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 몸에 점이 엄청 많으니까 그거 맨날 연결해서 별자리 만드는 여자친구. 처음에는 그냥 손가락으로만 하다가 나중엔 아마존에서 인체에 무해한 펜 같은 거 직구해서 맨날 카말 몸에 그릴 듯. 처음엔 북두칠성 만든다고 엄청 낑낑대더니 기어코 커다란 북두칠성 하나를 만들고 그다음부터는 그냥 본인이 별자리 창조해낼 듯. 카말이 밤하늘이고 본인이 창조주라 별자리 만들어주는 거니까 고마워하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면서 놀겠지. 고마워하라고 했는데 왜 고마워 안 하냐고 하는 여자친구의 전혀 무섭지도 않은 호통에 맨날 웃통 까이면서 고맙다고 하는 카말. 다 그리면 물수건 만들어서 다 지워주는 매너 정도는 가지고 있는 여자친구. 전에 물티슈로 하니까 카말 피부가 다 벗겨져서 그 뒤로 절대 부드러운 수건으로만 살살 지울 듯. 별자리 그리는 거는 절대 포기 안 하겠지. 오래오래 놀고 싶어서 다 닦고 나면 로션까지 팡팡 두드리면서 발라줌. 카말은 이미 본인 몸에 소유권 포기한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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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기 전에 휴학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다는 여자친구. 사실 카말 만나기 전부터 휴학 계획 다 짜놓은 거였음. 그리고 참 기가 막히게 여자친구가 휴학한 그 기간에 미국으로 출장 일정 잡힌 카말. 위에 나왔던 직장 상사가 사실 이 회사 대표님이었고 카말은 대학 선배였던 상사한테 그냥 보쌈 당해서 회사 다니고 있는 거였으면 좋겠다. IT 회사라 완전 자유로울 듯. 그래서 이번 미국 출장 갈 때 상사 허락 맡고 여자친구 데려가겠지. 물론 회사에서 잡아준 에어비앤비같이 쓰는 데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카말이 부담하겠다고 한 거. 뭐 재정적으로 문제 될 것도 없고 일 잘하는 건 아니까 그냥 오케이 해줄 듯. 그리고 카말이 저렇게 누구랑 오래가는 거 처음 본 상사. 본인이 소개팅 시켜놓고 제일 신기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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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는 미국에서 뭐 할지 빡빡하게 계획 세워놓고 절대로 시간 허투루 안 보내겠다고 다짐 백 번 할 듯. 그리고 이때 카말이 미국인인 거 처음 알겠지. 카말 여권 보고 깜짝 놀랄 듯. 한국에서 학교 다니고 계속 살았으니까 당연히 한국 사람인 줄 안 여자친구. 하다못해 이중국적인 줄 알았는데 그냥 완전 아메리칸인 거 보고 배신감 느끼겠지. 삐진 여자친구 보고 머리에서 사이렌 울린 카말. 이불 돌돌 말고 대화를 거부하는 여자친구 뒤에서 쩔쩔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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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은 미국에서 여자친구랑 지내면서 안정감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근데 여자친구는 오히려 반대일 듯. 처음으로 카말하고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겠지. 미국에서 여자친구는 카말이 아니면 물 하나 사는 것도 되게 힘들었거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력감을 굉장히 많이 느낀 여자친구. 그 생각이 확장돼서 본인은 카말이 없으면 안 되는데 뭔가 카말은 그게 아닌 것 같아 보일 듯. 위에서 말한 건 다 제3자의 시선이니까 카말이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겠지만 여자친구의 시선에서는 말도 없고 표정 변화도 잘 없는 무뚝뚝한 카말이잖아. 생각해보면 모든 걸 여자친구 본인이 원하고 본인이 하자고 시작한 거야. 이 관계의 시작부터가. 나만 이 관계를 이끌고 있는 건가? 카말은 그냥 귀찮으니까 다 맞춰주는 거 아닐까? 그럼 이게 맞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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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들을 하느라 알게 모르게 사랑을 보채는 게 줄어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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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여자친구가 다운로드해 온 멜로 영화같이 보겠지. 50-60년대 미국이 배경인 멜로 영화라 은유적인 표현들이 되게 많을 듯. 가슴 아픈 사랑 얘기라 여자친구는 완전 오열하면서 봄. 눈물이 적은 편인 카말은 영화보다 옆에서 우는 여자친구 눈물 닦느라 더 바쁠 듯. 영화 다 보고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여자친구가 카말한테 이렇게 말하면 좋겠다. '나중에 날 더 사랑하지 않게 되면 아까 남자 주인공처럼 말해주면 안 돼요? 카말한테 헤어지자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너무 아플 것 같아. 그냥 종이비행기 날렸다고 한 마디만 딱해줘요.' 카말은 코가 찡찡한 채로 말하는 여자친구 얼굴 휴지로 닦아주면서 말하겠지. '그런 말 안 할 거야.' 여자친구 그러면 울어서 부은 얼굴로 웃으면서 말하겠지. '날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마요.' 카말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보겠지. '지금도 앞으로도 날 다시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말라구요.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그냥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노력하는 순간 내가 너무 비참해지니까 그냥 바로 말해요.' 이 말 들은 카말. 왠지 모르게 상처받겠지. '난 카말을 사랑하고 있을 테니까 너무 솔직하게 말하진 말고 남자 주인공처럼 빙빙 돌려서 말해주면 좋겠는데.' 여자친구 말 들은 카말 울컥할 듯. 여자친구 얼굴 잡고 본인 바라보게 하고 말하겠지. '그럴 일 없어.' 카말 말 들은 여자친구 일부러 더 장난스럽게 말할 듯. '사랑한다는 말 한 번 안 해주면서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본인 얼굴 잡고 있던 카말 손 내릴 듯. '그래도 난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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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는 스스로 카말이 없으면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으니까 이런 생각이 너무 무서운 동시에 멈출 수가 없을 듯. 몸도 마음도 다 줘서 본인한테 이제 남은 게 없으니까. 그래서 계속 본인을 안심시키겠지.
카말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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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랑 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진 여자친구라는 걸 알아챈 카말. 아마 미국 다녀오고 나서부터 인 것 같은데 뭐 때문인지 이유를 모르겠음.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래서 그냥 평소처럼 대하는 카말. 그러다 알아채겠지. 전보다 이거저거 해달라고 말하는 게 완전히 줄어든 거. 이제는 안아달라고 잘 말하지도 않고 카말 집에 잘 있지도 않음. 근데 또 여자친구를 보면 본인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 것 같단 말이야. 몇 안 되는 친구한테 결국 sos 치는데 아무도 도움이 안 될 듯.
여자친구도 친구들한테 sos 치겠지. 근데 고민을 말하려고 하기도 전에 친구들 남자친구 보고 이미 정리된 여자친구. 밥 먹고 카페에 앉아서 얘기하려던 거 그냥 다른 주제로 돌리겠지. 그날 집에 돌아가면서 생각할 듯.
'나도 사랑받고 싶다. 내가 달라고 말해서 받는 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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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보기에 이 관계에서 갑은 카말 같겠지. 본인이 늘 매달리고 있다고 생각이 들 듯. 그래서 본인은 카말이 없으면 안 되겠지만 카말은 본인이 없어도 괜찮겠다고 결론 내리겠지. 남은 휴학 기간 동안 이 생각만 하고 지낸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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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오니까 오랜만에 여자친구가 맞아주겠지. 가슴 한 편이 간질간질한 카말. 근데 할 말이 있다고 하는 여자친구 때문에 가슴이 철렁함. 카말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먼저 얘기 듣겠다고 함. 여자친구랑 마주 보고 앉는데 여자친구 분위기가 달라. 본인이 알고 있던 여자친구 분위기가 아니야. 긴장한 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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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을 좀 했어요. 엄청 오랫동안. 근데 내가 약간 지쳤나 봐요. 나 사랑한다는 소리도 듣고 싶고 먼저 안기 전에 안기고 싶어요. 키스도 자는 것도 다. 해달라고 말하는 거 이제 좀 지쳐요. 나만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만 사랑하는 것 같아. 카말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나 혼자만 카말을 질질 끌고 가는 느낌이에요. 나도 사랑받고 싶어요. 이제는 종이비행기 날릴래요. 이미 날렸는지도 몰라요. 가끔 궁금했어요. 카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카말 미래에는 내가 있을까, 카말은 날 사랑하나. 과거는 묻지 않을게요. 미래도 이제는 별로 안 궁금해요. 근데요, 정말로 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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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말은 빈자리만 멍하니 바라보겠지. 자기가 도대체 무슨 말을 들은 건가 싶을 듯. 여자친구가 한 말을 해석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림. 그리고 현실을 자각하는데 다시 일주일. 그리고 집을 다시 보는데 여자친구는 꽤 오래전부터 준비했었나 봐. 쓰던 칫솔 하나조차 안 보이는 거 있지. 그러다 침대 헤드 맨 끝에 있는 여자친구 머리핀 보자마자 눈물이 툭툭 떨어진 카말. 다시 생각해보니까 여자친구가 다 괜한 말을 한 게 아니더라. 다정한 말 한 번을 했어 뭘 했어. 아무것도 한 게 없었어. 사귀자는 말도 스킨십도 첫 뽀뽀도 키스도 잠자리도 다 여자친구가 먼저 하자고 말 한 거잖아. 본인은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알겠다고만 말한 거 말곤 한 게 없었지. 맨날 안아달라고 사랑해달라고 말하던 여자친구 보면 본인이 얼마나 얘기를 안 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해. 얼마나 받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사랑한다는 말이 뭐라고 그 말 한 번 안 해줬을까 싶어. 다시 돌아본 본인 모습엔 후회만 가득하겠지. 그렇다고 다시 잡을 수도 없을 거야. 똑같은 일 반복하는 느낌이라. 더 많이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하고 바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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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집에서 잠만 자는 카말. 금요일엔 더 하겠지. 어차피 내일 휴일이니까 동틀 때까지 회사에 있다 나가는 카말. 집에 들어가서 얼마 자지도 못하는 잠자는데 식은땀 줄줄 흐른 채로 박차고 일어날 듯. 바닥에 떨어진 옷 대충 입고 핸드폰이랑 지갑은 챙기지도 않고, 신발은 대충 발만 구겨 넣고 집을 나가겠지. 여자친구 집으로 미친 듯이 뛰어가는데 눈에 아무것도 안 보일 듯.
꿈을 꿨어.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한테 청혼을 받는 꿈. 무릎을 꿇고 그 자리에 있는데 여자친구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아무 생각도 안 들었겠지. 그리고 갑자기 검은색 양복 차림을 하고 있는 본인으로 장면이 넘어갔을 듯. 여자친구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데 본인을 못 알아보더라. 소리도 지르고 뭐라도 하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겠지. '만약에 너가 다른 남자랑 사랑에 빠지면 어떡하지? 나보다 더 사랑하면 어떡해? 난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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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집 초인종만 계속 누르는데 답이 없을 듯. 속이 바싹바싹 타 들어가서 안절부절못하겠지. 안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별의별 생각에 가만있을 수가 없는 카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카말에 여자친구 굳어서 안에서 나오지도 못할 듯. 카말은 여자친구 보자마자 손목 당겨서 엘리베이터 밖으로 꺼내고 바로 안겠지. 그리고 처음 보는 모습으로 횡설수설 말할 것 같다. 카말은 점점 꽉 안아오는데 여자친구는 카말 안지도 않고 가만히 서서 카말이 하는 말 들을 듯. 아무 반응도 없는 여자친구에 더 불안해지는 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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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날 사랑해요?
사랑해. 사랑했고 사랑할 거야.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미안. 내가, 내가 너무 늦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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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울어서 머리 아픈 여자친구 본인 품에 안고 그때처럼 재우겠지. 여자친구가 일어나서 아깐 왜 그렇게 패닉이 돼서 있었냐고 물으면 꿈 얘기해 줌. 꿈 얘기 담담하게 듣는 여자친구. '그럼 카말은 나하고 결혼할 거예요?' 카말은 고민도 안 하고 대답할 듯. '어.' 여자친구 카말 얼굴 만지면서 다시 묻겠지. '카말도 그런 걸 생각했어요?' 카말이 여자친구 더 세게 안을 것 같다. '늘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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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혼하고 난 다음도 생각해봤어요?
응
카말은 아기들 몇 명이 좋겠어요? 카말이 원하면 내가 고려해볼게요
아직 거기까진 아니야
에이 뭐야. 이런 생각한 지 얼마 안 됐구나?
신혼 생각만 해도 벅차
그럼 내가 다시 신혼으로 돌아갈게요. 이번에는 같이 생각해봐요.
그래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