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상상을 하곤 한다.
평범한 만남을 갖고,평범한 연애를 해서,평범하게,소소하게 너를 옆에서 볼 수 있는 상상.
하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현실이 결코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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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고 있는 도중이나,침대에 누워 햇빛을 쬘 때,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릴 때.
그렇게 평소와 같은 무의식 속 내면에 잠식해있던 것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곤 한다.
그 무의식이란 것이,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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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나고 왠지 모를 눈물에 어린아이처럼 울다가 위층으로 올라가 닫힌 그의 방문 앞에 섰다.항상 무섭다고 생각했다.나보다 위선적인 존재라 생각을 했으니까,그래서 그에게 더 다가가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방문고리에 손을 올리고 손잡이를 돌리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방문을 여니 그에게서 항상 나던 체취가 훅 얼굴로 끼쳐왔다.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 덕에 온기없는 방은 차가웠다.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 그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거의 모든 짐을 챙겨간 터라 책상이라던지,옷장에 물건은 거의 비워진 상태였다.그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책상 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책상 유리 밑으로 깔린 사진을 바라봤다.그와 내가 둘이 찍은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이였다.아니 따지고 보면 내 사진이였다.새아빠가 내 사진을 찍어주셨고,그 뒤로 날 바라보는 그가 같이 찍힌 사진이였다.그는,어렸을 때부터 쭉 이렇게 날 지켜보고 있었다.
유리 위로 사진을 만지다 의자에서 일어났다.어두운 계열 아니면 흰색을 좋아하던 그 답게 침대 위 이불도 진회색이였다.그의 침대에 앉아 정면으로 보이는 창밖을 바라봤다.그렇게 한참을 보기를,이내 그의 침대 위에 조심히 누웠다.침대 중간 부근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창밖을 바라보니 바로 내 방 발코니가 보였다.그는 항상 이렇게 누워,내 방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창밖을 한참바라보다 다시 몸을 정자세로 해 누웠다.올려다보이는 높은 천장에는 야광스티커가 붙여있었다.도대체 언제 붙인건지 기억도 안날만큼 스티커는 빛바래있었다.아마도,내가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그와 내 방에 각각 붙여줬던 스티커같다.손을 들어 스티커를 하나하나 세어갔다.그러다가 손을 내려 이마 위에 얹었다.
이불 위로 누운 몸 덕에 이불에서 그의 향이 꽤나 짙게 났다.코가 찡해지고 향에 취하는 듯 했다.눈을 감았다.마취라도 걸리는 듯 서서히 잠이 들었다.그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그는 나를 어떻게 바라봤을지,나는 그를 어떻게 바라봤는지.그리고 나는 그를 어떻게 생각했는지.좋아한다 말하기엔 무리가 없지 않아 있었고 그렇다고 아니라 단정짓기엔 너무나 애매했다.나는 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그냥,관심정도였을까.당신과 내가 가족이 아니였다면 결정은 더 쉬웠을 것이다.그와 내 사이는 복잡하고 어려웠다.그렇게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데 창가에서 들어온 빛이 다리에 비춰졌다.햇빛의 따가운 감에 발이 움츠러들었다.그는 햇빛같은 존재였다.항상 내 옆에 있었고,내 주위를 맴돌았다.그는 따가웠고.그런 그를 피하면 그는 나를 다시 쫓아왔다.가끔가다 햇빛을 쐴 때처럼,그렇게 그는 그저 내게 관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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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란 물음에 끝없는 답을 던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나는 항상 어릴적 네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얼굴이라던가,키와 몸은 어릴때와 달리 많이 변하고 자랐지만,그 표정은 몇 년이 지나도 똑같았다.그런 네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더 죽어가는 느낌이였다.너는 가뭄에 마른 땅같았다.아무런 감정도,표정도 없었다.그렇게 변하지 않는 네 표정에 괜한 관심이 가 널 주시하던게 한두번이 지나고 해가 바뀌어가면서 그 관심은 더이상 관심만으로 치부할 수 없을만큼 커져갔다.처음에는 그저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관심어린 좋아함이였다면,점점 시간이 갈수록 성냥에 불을 붙이듯 빠르게 타올랐다.
감정은 커질대로 커져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크게 자라났다.일부로 폭언을 하고 때리기도 했다.너를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했고,그러면 그럴 수록 내 속의 감정은 나를 조롱하듯 더 커져만 갔다.나는 처음의 큰 실수로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넜다.너에게,난 무슨 존재였을까.내가 다 미안하단 말에 울음을 터트리는 널 보고 있으니 생각이 많아졌다.무어라 콕 찝을 수 없는 감정의 바늘이 내 속을 이리저리 찔렀다.널 사랑한 나는 그 사실만으로도 죄악이였다.네게 미안했고,또 미안했다.
***
항상 다락방에서 널 지켜보며 혼자만의 상상을 하고 혼자 웃기도 했다.안 됀다고,해서는 안 될 짓이라며 머릿속으론 경고가 들리면서도 행동은 멈출 수가 없었다.잘못된 걸 알았지만,멈추기엔 이미 늦었었다.너를 보면 집착을 하게 되고,네가 집에 들어간 후에도 항상 그 자리에 서 여운을 느꼈다.오직 내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종인이 그리도 미웠다.내 소유물을,전유물을 가로채가는 그 느낌이 싫었다.그래서 오히려 도발을 했고,어리석은 상어같던 그는 그대로 덫에 걸려 스스로 죽음을 맞아갔다.하지만 나도 그 덫에 걸린 어리석은 상어였고,나는 그보다 더 빨리 죽어갔다.빗속에서 일그러져 가는 글씨를 보며 나는 생각했었다.네가 서서히 일그러져 간다고.하지만 일그러져 가던 것은 나였다.그런 줄도 모르고 바보같은 나는 일그러져가는 나의 꽃을 보며 웃음 지었다.줄곧 어긋나는 선택을 해왔던 나는 결국 종착에 도착했다.나는 또다시 7살 어릴적 차 안에 있던 너를 지켜보던 어린아이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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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보던 친구의 동생이였다.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던 종인과 고등학교까지 같이 오게 되어 종인의 속사정을 아는 건 오직 나뿐이였다.동생을 입양했다는 것.그래,원래는 딱 그것까지만 알았었다.거기까지만 알았어야 한다.옛 선조들의 말은 틀린 것이 없다 생각을 했다.아는 게 병인게 딱이였다.그 애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은 복도에서 우연히 보다 알았다.빠르게 지나가는 그 애를 본 날부터 서서히 시작된 관심이 결국은 좋아하게 되었다.그래서 부딫혀 말할 기회가 생길 땐 아예 몰랐던 척,그 애에게 김종인 동생,이라며 부르기 시작했고,김종인 석자가 나올 때마다 굳어가는 그 애의 표정에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종인과 둘이 있을 때,종인의 눈치를 봐가며 그 애에 대해 물었고,한참 대답이 없던 종인은 어린 아이처럼 숨죽여 뚝뚝 울기 시작했다.그런 종인이 모든 얘기를 했고,지난 그의 행동을 나무라면서도 속이 쓰려왔다.그렇게 시작도 못한 감정은 끝을 맺어버렸다.
'너 되게 좋아했는데.안 되는 걸 알면서도 그러는게 존나 바보같아.'
이 말은 종인 뿐만 아니라,자신에게도 했던 말이다.종인과 같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계속 희망을 품고,그 희망에 상처받는게 너무 바보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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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전개 없이 감정선만 다룬 외전입니다.
ㅎㅎㅎㅎ여기서 또 외전을 낼 수 있을진 모르겠네여...잠시 후에 사담으로 돌아올게요.뿅
사랑합니다.
ㅎㅋ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