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미친놈
w.1억
"내일 저녁에 영화나 보러 가자."
"응! 좋아!.. 어떤 거?"
"네가 보고싶은 거 골라놔."
난 너에게 미쳤다. 남들은 다 28살 먹고 어른처럼 지내는데 나는 아직도 4년 전,24살 때의 미친 상태로 너에게 몇년동안 머무르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해."
남들이 보면 정말 미친년이라고 할 게 뻔하다. 애인도 있는 너에게 나는 그저 섹스파트너 정도만 될 뿐이다.
불쌍하게도 우도환의 현재 여자친구는 나라는 존재도 모른다. 침대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앉아서는 우도환을 바라보고 있다가, 우도환이 턱짓으로 밖을 가리키면, 난 그제서야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한다.
나는 네가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런 미친년이다.
24살 때부터인가.. 정말로 내가 힘들었을 때 내 앞에 나타나준 우도환 덕분에 나는 새 삶을 찾은 것만 같았다.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너였는데. 나는 너와 원나잇을 하게 되었고, 난 자존심이란 것을 내려놓고 너를 1년을 넘게 졸졸 따라다녔고, 너는 그런 나를 만만하게 보는 듯 했다.
나름 큰 회사에 회장 아들인 도환이는 돈이 많았고, 뭘 부수고, 누군가를 때리고 다녀도 모두 돈이 해결을 해주었다.
섹스가 하고 싶을 때, 그냥 심심할 때는 무조건 나를 불렀고. 질려버리면 가라고 화도 내기도 한다. 네가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도, 개처럼 보는 것도 안다. 근데 그걸 알면서도 나는 네가 좋아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너에게 매달린다.
"이지호 너 이럴 거면 일 하지 마. 맨날 알바 시간만 되면 못 나간다는 문자 하나 떡하니 보내고! 근무 시간에 문 잠그고 그냥 가버렸다가 몇시간 뒤에나 나타나고."
"죄송합니다.."
"내가 너 꼬라지 보니까 딱 봐도 불쌍한 애 같아서 그냥 눈감고 한 번만 더 봐줘야겠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안 되겠다."
"…점장님."
"너 이렇게 화장도 안 하고 옷도 맨날 츄리닝 차림으로 나오면 어느 누가 받아주겠니? 어? 네가 뭐 연예인처럼 특별하게 예쁘기를 해, 뭘해? 내일부터 나오지 마."
여태 알바만 하며 지내는 나는 얼마 전에 우도환이 당장 안 오면 찾아올 것만 같아서 나가지도 못했고, 편의점 알바에서 짤려버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으로 오라는 우도환의 문자를 받고선 너에게로 향하고 있다. 그래도 나를 불러줬다는 생각에 기뻐서 웃음이 나왔다. 짤리면 어때..그래도 날 잊지 않고, 불러줬잖아.
오늘은 나와 섹스를 하지 않을 건가보다. 그냥 어정쩡하게 소파에 앉아서 tv나 보며 맥주를 마시는데.. 그래도 알바 잘린 얘기는 해야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너를 바라보자, 너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나에게
"그.. 내가 다니던 편의점 말이야."
"……."
"네가 불러서 가끔씩 내가 말도 없이 안 나가버려서.. 점장님이 내일부터 나오지 말래. 짤렸어.."
"그래서?"
"다음부터는..내가 알바할 때는 너한테 가기가 조금.. 힘들 것 같아서!.. 알바 끝났을 때 불러주면 안 될까..?"
"알바를 안 하면 되잖아. 이제 나랑 얼굴 보고 살기 싫은가보네. 그런 말 하는 거 보니까."
"아니! 그런 거 절대 아니야..! 부르지 말라는 게 아니라...나도 돈을 벌어야 되고..."
"됐어. 너 하고싶은대로 해. 내일부터 너 부르는 일도 없을 거야."
"미안해..! 도환아."
도환이는 내 생각을 해주지않는다. 그냥 자신이 보고싶을 땐 내가 와야 된다고 생각하고, 내가 가지 못한다고 할 때는 화를 내기도 한다.
그치만 나는 너를 꼭 봐야하고, 보고싶으니까 너에게 반항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나는 먹고 살기 위해서 오늘도 알바를 구한다.
제대로 사귄 친구 하나 없는 나는 혼자다. 물건 별로 없는 원룸에서 혼자 앉아서 어정쩡하게 화장품들을 손에 쥔 채로 거울을 보았다.
화장 하나 안 한다고 뭐라 하던 점장이 떠올랐다. 도환이도 화장을 안 한 내 모습이 별로라서 여태 나한테 제대로 된 마음을 주지 않는 건가 싶었기도 해서.
밤 9시가 되었고, 영화를 보자고 하던 너에게서 그 어떤 연락도 없기에 한참을 고민하다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한참 뒤에서야 너에게서 문자 하나가 온다.
[여자친구랑 있어]
여자친구랑 영화를 보는 걸까. 분명히 어제는 나한테 영화를 보자고 했었는데.. 금세 마음이 변한 건가. 슬프지만 그래도.. 눈물은 참았다.
이런 너에게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애꿎은 화장품만 만지작 거리다가 곧 서랍 속에 화장품들을 아무렇게나 넣어버리고선 이불 위로 벌러덩 누웠다.
다음 날 카페에서 알바생을 뽑는다고 했고, 바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에 나는 급히 옷을 갈아입었다.
이번엔 츄리닝 말고.. 그래도 체크남방 하나 걸치고, 아래는 청바지를 입고선 나가려다가 어제 산 화장품이 떠올랐다. 에이.. 됐어. 잘 보일 사람도 없는데 뭐.
카페에 도착했을까. 내가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2층이나 되는 큰 카페에.. 인테리어는 어찌나 이렇게 예쁜지.. 내가 이런 곳 면접을 볼 수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분명 오늘은 문을 닫았는데. 노크를 하고선 문고리를 잡아 돌리면, 문이 열린다. 그럼 카페 안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여자가 날 보고 말한다.
"어.. 면접 보러 오신..분 맞져??"
"…어, 네.."
"허얼! 오빠! 언니!! 왔어요오!! 왔어요오오오오!!!!"
곧 여자가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면, 창고에 들어가있던 남자가 나오더니 곧 내게 웃어준다.
"아, 왔어요? 빨리 오셨네."
남자의 말에 창고 안에서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네 빨리 왔네, 뭐 마실래요?' 그 물음에 나는 그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어설프게 대답을 한다.
'아무거나요..'하고 죽어가는 목소리를 내면, 곧 창고에서 여자가 웬 상자를 들고 나오며 내게 말한다.
"아무거나라고 하면 진짜 맛 없는 거 갖다줄 건데. 진짜 마시고 싶은 거 없어요?"
"…네."
"그래요. 그럼. 진짜로 아무거나 갖다준다."
진짜 너무 세련되게 예쁘게 생긴 여자에 더 충격을 먹었다. 이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무슨 연예인인가..? 내가 엄청 너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앉아요- 남자의 말에 남자가 앉은 테이블에 앉았더니.. 처음에 나를 반겨준 여자와,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다. 너무 부담스럽게 말이다.
"카페 일 해본 적 있어요?"
"…아니요."
"나이가 어떻게 돼요?"
"스물여덟이에요."
"집 가까워요?"
"걸어서 10분 정도.."
"…이름은??"
"이지호예요."
"오호..."
"…화장..은.."
"…네?"
"늦을까봐..안 한 거예요.. 원래..하긴 하는데..."
나를 너무 빤히 쳐다보는 게.. 화장을 안 한 내 모습 때문에 그런 것 같아서. 내가 선수쳐서 해명을 했는데.
"오우.. 대단한데..? 안소희 얘랑, 저어어기 이성경 둘은 일이 늦어도 무조건 화장 하고 오는데. 직업정신!"
"그롬 그롬 화장은 무조건 해야 돼! 난! 근데 지호씨는 화장 안 해도 예쁜데?? 화장 안 해도 예쁜 사람 되게 오랜만에 본다아!!"
금세 뚝딱하고 마실 걸 만들어서 내 앞으로 놔준 여자가 곧 귀여운 여자의 옆으로 앉으며 내게 말한다.
"그쪽 딱 보니까 딸기가 떠올라서, 딸기 스무디로 준비 했어요. 근데 뭐? 화장을 안 했대?"
"어! 대박이지! 예쁘지!!"
"그러게. 자기가 예쁜 줄 모르는 애같은 느낌."
"맞아! 딱 그거야!!! 그래서 우리 지호씨 일하는 거 찬성하는 사람!"
"난 일단 찬성."
곧 남자도 찬성- 하고 웃으며 나를 보았다.
"진짜 진짜?? 아싸아아 친구 생겼다! 나! 너랑 동갑이야! 우리 친구!! 나 안소희야! 안소희!"
친구라며 다급히 손을 내미는 여자를 한참 빤히 바라보았다. 나를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던 사람이 있었나. 중학생 때 이후로 없었던 것 같은데.
너무 어색해서 한참 여자를 바라보다가 어정쩡하게 손을 내밀면, 내 손을 잡고 내 몸이 흔들릴 때까지 마구 흔들기 시작한다.
"안소희가 새로운 직원 좀 뽑자고 며칠동안 졸라서 구한 거야.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난 이성경이야. 서른살. 얘는 김선호 나랑 동갑."
"…아, 네. 잘부탁드립니다."
한 번도 이런 분위기 속에 있었던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던 건 맞다.
학생 때는 공부만 했고, 졸업을 하고 나서는 돈이 없어서 대학교도 못가서 알바만 했고, 그 다음엔 우도환을 만났다. 우도환을 만났을 때도 이렇게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있었을 때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너무 어색하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될지 잘 모르겠었다.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6시까지 일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냥 서빙만 하는 거라 어려운 건 없었고, 너무 나를 좋아하는 소희 덕분에 진이 다 빠진 것 같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나를 너무 반겨주는 친구를 만나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씻으려고 했을까.. 도환이에게서 온 문자에 급히 샤워기를 켰다.
[밥 먹자]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데. 너와 이렇게 비싼 고기를 먹는 게 한두 번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어색한 걸까.
이렇게 비싼 건 필요없다고 말을 하고 싶어도.. 오늘따라 표정이 좋지 않은 우도환에 나는 결국엔 웃으며 고기를 썰고있다.
"너랑 같이 먹어서 그런가 더 맛있는 것 같아!.."
"천천히 먹어."
"응..! 첫끼라서.. 엄청 배가 고팠었거든...."
"첫끼야?"
"응! 너는 점심에 뭐 먹었어?"
"여자친구랑 파스타 먹었어."
"아아.. 여자친구랑..."
"와인 마실래?"
"아니! 너 마실 거면 마셔도 돼..!"
내 말에 우도환은 무심하게 메뉴판을 보았고, 나는 그런 도환이가 좋다. 나를 막 대하고, 미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걱정을 해주긴 한다. 도환이도 내가 싫은 건 아닌 것 같은데. 확신이 안 서서 문제인 거다.
너와 뮤지컬을 본 것도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다. 오늘도 뮤지컬을 보러 가면서 나는 들뜬 마음으로 웃고 있다. 차에서 내려 앞장서 걷는 너에게 총총 달려가면 너는 뒤돌아 나를 힐끔 본다.
저봐, 신경 안 쓰는 것 같아도 잘 따라오나 확인한다니까.
"나 오늘은 너랑 같이 잘 수 있어?"
"어."
"되게 오랜만인 것 같은데.. 좋다... 그럼.. 나 오늘 너 안고 자도 돼?"
"안 돼."
"…아, 왜애.."
"네가 좋은 건 하기 싫어."
"…안고 자기 싫어."
"늦었어."
"……."
치- 하고 너를 졸졸 따랐다. 너는 분명 작게 웃었다.
분명 네가 좋아하는 뮤지컬인데도 표정은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
물어본다고 해서 네가 알려줄 것도 아니고
"……."
말 없이 손을 뻗어 너의 손을 잡았고, 너는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곧 무심하게 다시 정면을 보았다.
잡고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매일 섹스할 때나 잡아보는 손을 1년만에 이렇게 잡아보는 것 같네. 네 여자친구가 이 모습을 본다고 눈을 뒤집고 화를 내겠지만, 상관 없어.
내가 먼저 너를 좋아했으니까.. 아마도 너도 나를 좋아할 거니까. 당당해지고 싶어. 언젠가 한 번쯤은 들켜보고 싶단 생각도 했었는데.. 그러기엔...
"……."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힌다는 생각에 생각을 접게 되었다. 널 위해서라면 모든지 할 수 있어.
네가 기다리라면 기다릴 수 있지만.. 딱 한가지 할 수 없는 게 있어. 네 곁에서 떠나란 말은 절대 안 했으면 좋겠어.
"아, 그... 도환아 할 말이 있는데."
"어."
"나.. 오늘 일 구했어. 이번엔 카페야! 커페는 처음이라 좀 떨리긴 한데... 카페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괜찮은 것 같아. 여직원이 두명이고, 사장님은 남자분이신데..
셋이서 예전부터 많이 친했나봐.. 같이 카페 차리고, 빵도 만들고, 마카롱도 만들고.. 아! 인테리어도 엄청 예쁜데.. 사장님이 직접 하셨대.. 사장님이 그리고 일찍 퇴근도 시켜주셨ㅇ.."
-.00 m/"그래서 사장님이랑 뭐라도 했냐?"
"어? 아니! 그런 건 절대 아닌데.. 그냥 사장님이 되게 좋으신.."
"그럼 그 사장이랑 섹스라도 해."
"……."
"너한테 잘해줘서 뭐 잠깐이라도 마음이 흔들렸냐?"
"……."
도환이가 나를 뒤로한 채로 차에 먼저 타서는 가버렸고, 나는 도환이를 잡을 타이밍을 찾지도 못한 채로 가만히 서서 멀어지는 차만 바라볼 뿐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시선이 두렵지 않았다. 오롯이 도환이만 신경이 쓰일 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카페 사람들 얘기를 해버렸는데.. 도환이는 남자가 거슬린 거였다. 저 멀리 주차 되어 있던 차 안에서 남자가 나오더니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듯 달려왔고..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그.. 뮤지컬 보셨죠?"
"……."
"그때부터 계속 봤는데요.. 너무 제 스타일이셔서.."
"……."
"아까 그 남자..분이 남자친구이신 건가요?"
"…아, 아니요."
"…아! 그럼 남친 없으신 거예요!?"
"……."
"번호 주실 수 있나요...!"
고갤 저었다. 싫었다. 도환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싫었다. 고갤 저어도, 남자는 꿋꿋하게 내 앞에 서서 핸드폰을 들이밀고 있었고..
나는 '아뇨'하고 드디어 입술을 떼어 목소리를 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 주시지 그냥..'하며 떨어질 생각을 않는 남자에 다시 뒷걸음질을 쳤다.
갑자기 쾅!!하고 큰 소리가 들려왔고, 놀래서 그쪽을 보면.. 도환이의 차가 이 남자의 차를 들이 박은 것이다. 너무 놀래서 입을 틀어막은 채로 보면.. 도환이가 차에서 내려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리고선 내 앞에 서있는 남자의 얼굴을 예고없이 쳐버린 도환이가 그 남자를 죽일 듯이 밟고, 때리는 것이다.
순식간에 피범벅이 된 남자는 기절을 한 듯 했고,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 주저앉아서 도환이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너는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내게 말한다.
"야 이지호."
"……."
"다른 남자랑 말 섞지 마. 다음엔 저걸로 안 끝날 줄 알아."
내가 남자와 말을 섞기만 하면 무조건 주먹 먼저 나간다. 아마도 넌 나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무서운 너인 걸 알면서도 난 여전히 너에게 미친 미친년이고.
"…응. 잘못했어."
너도 나에게 미친놈이다.
나에게 미친놈
w.1억
"괜찮아...?"
따끔한지 도환이가 인상을 쓴 채로 흠칫했고, 나도 덩달아 놀래서 손에 약을 든 채로 도환이를 바라본다.
아까부터 표정이 좋지 않던 도환이가 내게 말한다.
"호 해줘."
"…응."
호- 하고 입김을 불면 도환이가 눈을 감았다. 아프겠다.. 눈썹 위로 생긴 상처에 기분이 안 좋아졌다.
"많이 아프겠다.. 따끔하지..?"
"아니."
"…정말 아파보이는데.."
"하나도 안 아파. 아, 아니다. 아파."
"…응?"
"그러니까. 다른 놈이랑 그렇게 다정하게 있지 마."
"전혀.. 다정하지않았는.."
"……."
"알겠어. 절대로.. 네가 싫어하는 행동은 안 할게."
"그래. 착하네."
"응. 너한테만!"
도환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같이 있다보면 이렇게 다정한 건 드문데.. 오늘은 그래도 다정한 너의 모습을 많이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
그래도 너와 오늘만큼은 정말 평범한 연인들 처럼 있을 수 있는 걸까, 기대도 했다. 키스를 하며 내 가슴을 움켜쥔 도환이는 곧 거실에서 들려오는 벨소리에 하던 행동을 멈춘다.
가만히 도환이를 올려다보면, 도환이가 내게 말한다.
"먼저 씻어."
"…아, 응!"
먼저 씻으라고 한 너는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고나서 여자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네가 내일 아침이 되어서야 돌아올 걸 알면서도 나는 너의 집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재미도 없는 프로그램을 켜놓고서 한참 멍을 때린 것 같았다. 너는 지금 여자친구의 집에 갔겠지, 그리고 몸을 섞겠지. 나는 안중에도 없겠지..
"자기야 나 아까 백화점에 갔다가 되게 예쁜 옷 봤어. 내 친구들은 다 입는데..."
도환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여자에게 건네주었고, 여자는 자기 짱이야! 하며 도환에게 붙어서 볼에 마구 뽀뽀를 한다.
도환은 참나.. 하고 웃으며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 참! 내 친구 혜연이 있잖아. 걔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왜? 저번주에 봤을 때 남자친구 자랑 엄청 하더니만."
"알고보니까 그 쓰레기 새끼가 섹파가 있었더래. 완전 대박이지."
"섹파?"
"응. 혜연이랑 자고나면 그 다음날엔 섹파랑 자고.. 진짜 더러워 죽겠어."
여자의 이름은 송림이다. 림이 더럽다며 헛구역질을 하다가도 곧 도환에게 팔짱을 낀 채로 말한다.
"오빠는 한 번도 없었지 그런 거?"
"그런 거?"
"섹파 말이야. 섹스파트너."
"응."
"그치? 그런 더러운 짓을 우리 오빠가 했을리가 없지... 아, 맞다!! 오빠 이 카드로 혜연이 목걸이 하나 사줘도 돼? 혜연이 기분이 저번주부터 영.."
"응. 그래."
"아싸! 오빠 사랑해!"
사랑한다며 도환의 허리를 쓸어내리는 림은 곧 도환에게 입을 맞춘다.그러다 도환이 입술을 떼고선 림에게 조용히 묻는다.
"있으면 어쩔 건데."
"응?"
"섹스파트너 있으면 어쩔 거냐고. 나랑 헤어질 거야?"
"…아니?"
아침이 되어서야 도환이가 들어왔다. 비밀번호 치는 소리에 놀래서 방에서 나오면, 도환이가 신발을 벗으며 내게 묻는다.
"여기서 잤냐."
"어..!"
"……."
"도환아..! 오늘... 저녁 같이 먹을 수 있어?"
"아니."
"…왜? 여자친구..?"
"아버지랑 선약 있어."
"…아, 알겠어..!"
"야."
"응?"
도환이가 내게 다가오더니 지갑에서 카드를 한참 찾더니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정말 궁금해서 너를 올려다보면, 너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 마치 답답하다는 듯 입을 연다.
"백화점 가서 옷 좀 사입고, 저녁도 맛있는 거 사먹어."
"…혼자?"
"친구랑 사먹던가..아, 맞다.. 너 친구 없지."
"혼자 먹는 거.. 싫은데.."
"혼자 먹는 연습도 좀 해."
"……."
"너 세상에 혼자 남으면 굶어서 죽을 거냐."
"…응. 세상에 혼자 남으면 네가 없는 거잖아. 너 없으면 나는 살 이유가 없어."
"…참나. 암튼, 받기나 해."
"아냐!.. 난..네 돈을 막 쓰고 싶지 않아."
"그냥 좀 써."
"아니야. 나도 돈 있어! 생각 해주는 건 고마ㅇ.."
"시발, 좀.. 주면 좀 받아라."
"…알..겠어!"
도환이가 화났다. 너는 자주 나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한다. 그걸 알면서도 어제 다정했던 걸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까불었던 것 같다.
급히 꼬리를 내리고 알겠어..! 하고선 너의 카드를 받았다.
"너 옷도 맨날 거지같은 거 입고 다니는 거 쪽팔려서 그래."
"……."
"제발 좀 알바를 해서 돈을 받으면 옷을 사. 그 돈으로 뭐하냐, 너."
욕실로 들어서는 너를 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말 걸면.. 더 화만 나겠지. 이런 상황들이 익숙해서 이제 너의 화를 돋구지 않는 법 쯤이야 안다.
"쬽 쬽 쬽!!!"
"……."
"지호야! 너도 이거 같이 하자!"
"…그게 뭔..데요?"
"살 빼는 운동.. 아, 잠깐만... 너 왜 나한테 존댓말 써?? 진짜 그러지 말자아!!"
"…아, 응..!"
"귀여운 거어어엇!! 자, 얼른 따라해!"
"아, 아냐!!"
소희가 얼른 따라하라며 계속해서 저렇게 움직였고, 나는 어설프게 옆에 서서 구경이나 하고있다. 요즘에 또 방학에, 개강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없다고 했으면서... 손님이 이렇게 많다니. 서빙을 진짜 세시간 동안 10분도 못 쉬고 서빙을 한 것 같았다. 2층까지 있는 바람에 아주 다리도 아프고...
겨우 손님이 빠져나가고 힘들어서 한숨을 내쉬면, 소희가 나 따라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아서는 내게 말한다.
"으이그~ 저.질.체.력.이.니?? 그거 조금 했다고 휴우우~ 이러기는! 증말 우리 귀요미."
"…아, 아니.. 힘들지는 않은데."
"괜찮아. 사실 나도 힘들어^^."
"아.."
"아, 맞아! 지호야! 너 남자친구 있어?? 있어??? 내 친구중에 진짜 괜찮은 애 있거든! 혹시 소개 받을래? 키는 한 178 정도 되고, 얼굴은 현빈 닮았어."
"야 안소희! 난 너를 몇년씩이나 봤어도 현빈 닮은 애를 본적이 없는데? 이지호! 너 쟤 말 믿지 마라. 저거 입만 열면 구라야."
"아니 왜애! 내 눈엔 현빈인데! 그리고 지호가 뭔가 엄청 낯가리고 소심한 것 같아서! 걔라면 지호 웃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됐어. 걘 말이 너무 많잖아. 지호 얘는 딱 보니까 그런 스타일 별로야. 말 별로 없고, 완전 시크한 남자 좋아하게 생겼잖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놀랬다. 딱 우도환..얘기였다. 놀란 표정으로 성경언니를 보다가도 소희랑 성경언니가 나를 동시에 바라보길래 바로 표정을 굳혔는데.. 들켰나보다.
"뭐냐? 너 설마 애인 있어? 카톡 봤을 땐.. 아무것도 없었는데??"
"…아, 아뇨! 애인은 아니고..."
"애인은 아니면 뭔데."
"그냥..."
"뭐야 완전 궁금한데."
"……."
"설마 혼자 사랑해? 짝사랑???"
"……."
"헐.. 맞나봐. 세상에... 너 되게 짝사랑 안 하게 생긴 거 알아?"
"네?"
"너 수수하게 예쁘고 귀여워서 남자들이 따라다니게 생겼는데? 짝사랑 할만한 상이 아니야.. 그런 애가 짝사랑이라니.. 그 남자 얼굴 진짜 궁금하다, 그치."
그 말에 소희가 고갤 마구 끄덕였다. 그럼 나는 도환이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온다. 웃는 나를 보고 성경언니가 '헐 쟤 웃는다.'하고선 둘이 소름이라며 서로의 팔을 친다.
"아니 무슨 짝사랑하게 생긴 사람이 있어?? 그런 게 어딨어. 진짜 웃기는 아줌마들이야."
"아줌마같은 소리하네. 김선호 진짜 죽고싶냐?"
"어유 무서워라.. 아, 오늘 끝나고 회식을 좀 하려고 하는데~ 우리 지호씨는 오늘 끝나고 시간이 되나?"
시간이 되나~? 하며 나를 물끄러미 보는 사장님에 나는 한참 사장님을 보았다. 사장님 뿐만이 아니라, 이번엔 세명이서 다같이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고갤 저었다.
어색한 건 질색이고.. 다같이 그런 자리를 가져본 적도 없어서... 그치만..
"선약 없으면 그냥 가지?"
"무조건 가지? 너 안 가면 내 여기서 배째."
"얘 이래놓고 안 째. 그냥 겁주는 거야."
"아, 언니!!!!!"
"뭐."
"암튼! 갈 거지!?!"
아.. 아뇨.. 죄송해요. 내 말에 곧 모두가 당황한 듯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어색하게 웃어주고선 고갤 숙였다. 아무래도.. 저는 다른 사람들이랑은 같이 밥 먹기 힘들어요.
6시가 되었고, 퇴근하라는 사장님 말에 가방을 챙겨 매고선 허리 숙여 인사를 했을까.. 곧 소희와 성경언니가 내 양쪽에 서서 팔을 잡고선 질질 끄는 것이다.
놀래서 둘을 번갈아보면, 둘이 말한다.
"축하파티인데 네가 빠지면 안 되지."
"인정!! 난 지호 너랑 친해지고싶단 말이야!!!!그리고 무려 소고기라구!!!"
"요즘 뭔짓을 하고 다니는 건지. 역시 너한테 대표 자리를 주는 게 아니었다. 너 때문에 회사 다 말아먹게 생겼어. 차라리 모르는 녀석한테 넘기고 말지."
"……."
"애가 처음엔 잘하더니 요즘엔 왜 정신을 못차려? 기지배 하나 사귀더니 그년 때문에 정신 못차리는 거니? 넌 왜 그 모양이니? 나처럼 좀 일에 집중만 할 수는 없니!
넌 누구 닮아서 이렇게 항상 모자라? 공부도 항상 1등도 못하고, 2등만 하지를 않나. 남들 다 잘하는 건 뒤늦게 잘하지를 않나."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도 지겹다, 이 자식아. 어휴 이 시발새끼."
옆에 앉아있던 도환의 어머니는 곧 '밥 좀 먹게 해줘요..도환이 첫끼라는데..'하며 도환의 편을 들어주었고, 아버지는 답답하다며 가슴팍을 내리쳤다.
도환은 비싼 서양음식에 손도 대지 못한 채로 물만 마셨고, 아버지는 꼴보기 싫다며 곧 레스토랑에서 나간다.
문자 오는 소리에 도환이 문자를 확인했고, 백화점에서 천만원 넘게 긁었다는 카드내역을 보고선 도환은 별 생각없이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어머니는 도환의 눈치를 보다가 조용히 입을 천천히 열었다.
"아버지가 요즘 예민해서 그래.."
"……."
"…그래도 도환이 네가 이해하지?"
"제발."
"……."
"친한 척도, 착한 척도 하지 마세요."
"……."
"역겨우니까. 우진석 옆자리에 앉으니까 뭐라도 된 것 같지."
"도환아.."
"제발 나 좀 건드리지 마. 돌아버리기 전에."
어머니도 친어머니가 아니었다. 새어머니는 6년 전부터 아버지 곁에 있었고, 도환에게 잘해주려고 하지만.. 도환은 알 수가 없다. 그저 아버지와, 어머니 둘다 싫어서 만나는 게 불편할 뿐이다.
도환도 다 먹지않고, 레스토랑에서 나오면 레스토랑 앞에서 담배를 피던 아버지가 도환에게 무심하게 말한다.
"너도 엄마 따라가지 그랬냐. 매일 엄마 말이면 다 듣더니. 죽고나서 네가 이렇게 된 거야."
"……."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 건데. 새끼야. 맨날 사람 패고 다니더니 눈깔도 저따구로 변했구만.. 사람 새끼가 저런 눈깔을 하고 다니고 말이야. 어휴..어휴..."
"잘 먹을게요오!!!!"
소희가 허겁지겁 파스타를 먹었고, 나는 멀뚱히 앉아서 내 맞은편에 앉은 소희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성격 엄청.. 밝은 것 같아.
"어휴.. 안소희 쟤는 무슨...먹기 위해서 태어났어.."
"……."
"아, 지호야. 여기 레스토랑 대표가 내 짱친이거든. 먹고싶은 거 있으면 메뉴판 보고 더 시켜."
"…아."
"말은 놓을게. 괜찮지?"
"…네."
이미 놨으면서 말 놓는다고 말하는 건 뭐야.. 그래도 대충 고갤 끄덕이며 웃었다. 착한 사람들인 건 확실하니까.
이런 비싼 레스토랑도 도환이랑 가끔 한 번씩 오는 거 빼곤 없었는데..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랑 와보는구나. 포크를 들고 파스타를 돌돌 말고 있으면.. 갑자기 성경언니가 어? 하고 내 뒤를 바라본다.
"뭐냐.. 안 올 것처럼 말하더니 왜 왔어?"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고갤 돌려 내 뒤에 선 남자를 보았다.
"새식구 생겼다길래 얼굴 좀 볼겸."
"……."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내려다보는 남자는 곧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고경표예요. 저는 이 친구들이랑 오랜 친구라서 아마도 자주 만날 거예요, 우리.:"
"…아, 네."
"……."
"…네?"
"원래 상대방이 소개를 해주면, 그쪽도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아..! 이지호입니다..."
"그래요. 잘부탁해요."
잘부탁한다며 손을 뻗는 고경표에 나는 고갤 어정쩡하게 끄덕이고서는 다시 앞을 보았다.
"설마 너네 둘이서 지호씨 엄청 괴롭히는 거 아니지? 부려먹고."
"그럼.. 진짜 죽을래? 우리가 못된 년들이냐? 우리처럼 착한 사람들이 또 어디있다고."
"그런가.. 되게.. 딱 보면 너네가 고양이같고, 지호씨가 쥐같아. 괴롭힘 당할 것 같고 그러네."
"뭐래 진짜 이 새끼가."
"여봐. 이렇게 맨날 욕만 하니까.. 내가 좋게 볼 수가 있나? 지호씨 혹시라도 성경이가 괴롭히면 저한테 말해요. 알겠죠?"
알겠냐며 날 보고 웃는 고경표에 나는 '네?'하고 고경표를 바라보다가도 어색하게 포크를 손에 쥔 채로 파스타를 건드린다.
먹으려고 해도 계속 제대로 말아지지 않는 파스타에 포기하고 한숨을 내쉬었을까, 내 옆에 앉은 고경표가 내 손에 들린 포크를 가져가 직접 돌돌 말아서는 내게 건네준다.
"짠, 간단하죠?"
"…아."
"포크를 돌려야지. 왜 몸을 돌리려고 해요? 귀여워."
"……."
갑자기 앞에서 물을 마시던 성경언니가 기침을 하기에 놀래서 바라보면, 언니가 이 미친새끼! 하며 고경표에게 또 화를 낸다.
"혹시라도 카페에서 일하기 싫으면 요리 할래요? 요리 하는 거 좋아해요?"
"…좋아하기는 하는데."
"하는데?"
"못해요."
"원래 요리는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잘해요. 제가 알려줄게요."
"…괜찮은데."
"거절하면 뻘쭘한데. 장난이라도 알겠다고 해줘요~"
"알겠어요..!"
"알겠다고 한 거예요? 꼭 저한테 요리 배워요."
"……."
너무 조용해져서 고갤 들어보면 소희랑 성경언니.. 그리고 사장님까지 모두 표정이 벙찐 표정이었다.
무슨 내가 잘못이라도 한 건가 싶어서 멀뚱히 셋을 번갈아보면, 소희가 얼른 먹으라며 웃어준다. 그러다... 핸드폰 진동 소리에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확인해보면
[집]
도환이에게서 온 문자에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자기 얼어서는 내 모습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하고선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 가봐야 될 것 같아요."
"…무슨 일 생긴 거야?뭔데에."
"…어딜 급하게 가봐야 돼서요... 죄송합니다."
"어.. 아니야! 급한 일이면 가봐야지! 내일 보자!"
"…네."
도환이 집에 도착했을까, 문을 열고 들어서자 평소엔 잘 나지 않던 숨냄새와, 담배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리고 신발장에는 여자의 구두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 들어섰을까.. 거실엔 아무도 없었고...
안방 문을 열었을 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여자가 우도환과 키스를 하고 있었다. 나를 본 여자는 화들짝 놀라 이불로 몸을 숨겼고.. 도환이가 나를 보고선 여자에게 말한다.
"너 이제 가라."
"뭐?"
"가라고. 필요 없으니까."
"…무슨 이런 게 다 있어!"
"돈 받고 몸 대주러 온 거잖아. 돈 그냥 줄테니까 가라고."
"……."
"아님 쟤랑 같이 할래?"
"미친놈.."
여자가 옷을 주워입고선 나의 어깨를 치고선 방에서 나갔고, 여자와는 다르게 옷을 입고있는 우도환이 내게 말했다.
"이지호."
"……."
"이리와."
"……."
"시발.. 안 와?"
다른 여자와 침대에 있는 도환이의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몇년동안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 당황스러워서 다가가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으면, 도환이가 내게 다가와 벽으로 몰아 세우고선 팔 안으로 나를 가둔 채로 내게 말한다.
술냄새와, 담배냄새는 너에게서 나는 게 분명했다.
"너도 돈이라도 줄까. 쟤는 받는데.. 넌 안 받으니까 기분 더러워? 표정이 왜 그래."
"……."
"너도 저런년들이랑 똑같은 짓 하고 다니냐, 미친년아."
"…도환아 너 취했어?"
"……."
"얼마나 마신 거야..? 괜찮아?"
우도환이 급히 내게 입을 맞췄고, 너의 손은 거칠어졌다. 예고도 없이 내 가슴을 움켜쥐고, 내 아래에 손을 대는 너. 나는 그 어떤 반항도 못하고 바보처럼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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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환이 너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