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배우 된 썰 20
w.여봄
남길 오빠와 전화를 끊고 그 사이에 지훈 선배님이 포장을 뜯어 놓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재욱 선배님은 바쁘지도 않은지 전화 끊으라고 해도 절대 안 끊는다... 사실은 일 하는 게 아니고 놀러간 거 아니야?
"야, 김재욱. 넌 일 안 하냐?"
- 엉, 안 해. 쉬는 시간인데.
"그냥 떄려쳐;;"
- ㅠㅠㅠㅠㅠㅠㅠ오빠 일 하지마ㅠㅠㅠ내가 먹여살릴게ㅠㅠㅠ
- 때려치라뇨ㅠㅠㅠ 김재욱 없는 세상 의미 없고..
- 은솔이 밥 맛있게 먹어ㅠ_ㅠ
- 연어덮밥 때깔봐; 개맛있겠다...
- 은솔이 먹는 거 봐ㅠㅠ 완전 햄스터 아니냐ㅠㅠㅠㅠ
"...자꾸 싸우면 저 밥 안 먹는다고 했죠"
"스몰토크라니까. 예삐, 그거 다 먹어야 해."
- 우리는 이게 대화하는 거야. 토깽이 맛있어?
"....말이 안 통해, 진짜.. 맛있어요, 맛있으니까 선배님은 이제 일 하러 가세요."
- 아아규ㅠㅠㅠㅠ안대ㅠㅠㅠㅠㅠㅠ
- 재욱오빠 보내지마 은솔아ㅠㅠㅠㅠㅠㅠㅠㅠ
- ㅋㅋㅋㅋㅋㅋㅋ아진짴ㅋㅋㅋㅋㅋ은솔이가 다 휘어잡넼ㅋㅋㅋㅋ
"그래, 김재욱 너 이제 일 하러 가. 예삐 밥 먹는데 방해하지 말고"
- 내가 방해했어? 형이 방해한 거 아니고?
"아, 좀! 끊어, 끊어. 둘이 싸우는 거 진짜 지긋지긋해 죽겠네"
- ㅋㅋㅋㅋ토깽이 화났다. 토깽아, 나 내일 스케줄 없으니까 내일 봐~
"나도 없는데. 내일 보자, 재욱아^^"
내일 또 박터지게 싸우겠구만..
어렵사리 재욱 선배님과 전화를 끊고 채팅에 답을 하며 지훈 선배님과 밥을 먹기 시작했다.
"선배님, 우리 되게 먹방하는 거 같다. 그쵸?"
"ㅋㅋㅋ먹방? 예삐 먹방하면 구독자 수 엄청 많겠다"
"진짜요? 나 맛있게 먹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먹는게 귀엽잖아. 오물오물"
"....나 맛없게 먹어요?"
"예삐 맨날 몇 숟가락 먹지도 않고 배부르다고 그러잖아. 여러분, 예삐 밥 좀 잘 챙겨먹으라고 잔소리 좀 해줘요"
"아니, 무슨... 몇 숟가락은 아니다. 지금도 벌써 세 숟가락이나 먹었는데"
- ?? 은솔아 벌써라니... 아직도 세 숟가락 밖에 안 먹었니ㅠㅠ
- 우리 은솔이 살 좀 쪄ㅠㅠㅠㅠㅠㅠㅠ
- 나는 너 포동포동한 볼살이 좋다구ㅠㅠㅠㅠㅠㅠㅠ
- 여름 밤 때도 말랐었는데 그때보다 더 마른 거 같애ㅠㅠㅠㅠㅠㅠ
"아니이... 살이 빠진 건 맞는데.. 저 밥 잘 챙겨 먹어요! 요즘 바빴어서 살이 좀 빠졌나봐요ㅎㅎㅎ"
"예삐, 너 다시 촬영 들어가기 전에 무조건 3키로는 찌워야 해"
"....안 그래도 찌려고 노력 중이거든요? 자꾸 스트레스 주지마요"
"ㅋㅋㅋㅋ알겠어. 그러니까 많이 먹어. 남기지 말고"
지훈 선배님은 밥을 먹고 왔다고 해서 나 혼자서 채팅을 보면서 밥을 먹는데 자꾸만 옆에서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보면
"왜"
"...왜 쳐다봐요. 채팅 봐요, 채팅."
"예삐 먹는 거 이뻐서 보는데"
- ㅅㅂ 개설레
- 미쳤다 진짜ㅠㅠㅠㅠㅠ
- 유은솔이는 저게 일상일 거 아니야ㅠㅠㅠㅠㅠㅠ
- 개부럽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
- 은솔아ㅠㅠ 더 팍팍 먹어ㅠㅠㅠㅠㅠ
"사람들이 부럽대"
"뭐가 부러워요. 밥 먹을 때마다 이렇게 쳐다본다니까요? 부담스러워 죽겠어요"
"예삐 쳐다봐도 잘 먹잖아. 많이 안 먹어서 문제지"
"많이 먹거든요. 이거 봐요. 벌써 반 넘게 먹었는데"
"너 아까보다 속도 느려진 거 알지?"
"....한 숟가락만 더 먹고 안 먹을래요. 배불러"
- ?????? 그거 먹고 배가 부르다고????
- 은솔아... 나랑 위 좀 바꾸자
- 그거 먹고 살이 어떻게 쪄ㅠㅠ 더 먹어 은솔아
- 그러니까 살이 안 찌지ㅠㅠㅠㅠㅠㅠㅠ
"봐, 사람들이 더 먹으라잖아. 두 숟가락만 더 먹어."
"진짜 배부른데.. 아니, 여러분 들어봐요. 이거만 먹은 게 아니구 새우튀김도 먹었고 고로케도 먹었잖아요."
"한 개씩 밖에 안 먹었잖아. 나머지는 내가 먹었는데?"
"...그럼 이것도 먹어요. 나 배불러"
평소에 먹는 것보다 많이 먹어서 진짜 배가 많이 부른데 자꾸만 더 먹으라는 채팅에 한 숟가락 더 먹긴 했다. 그래도 꽤 남은 밥을 슬쩍 지훈 선배님 앞으로 밀어주니 어이없다는 듯 웃는 지훈 선배님..ㅎㅎㅎ
"남은 거 나 먹으라고?"
"ㅎㅎㅎ선배님 요즘 몸 만드신다면서요. 많이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이거 먹으면 남길이 형한테 혼나ㅋㅋㅋㅋ 예삐 밥 뺏어먹었다고"
"에이, 이게 어떻게 뺏어먹는 거예요. 내가 준건데ㅎㅎㅎ"
"그럼 예삐 한 숟가락만 더 먹어. 남은 건 내가 먹을게"
- 주지훈 몸 만든다고??? 나 죽으라고????
- 나 죽기 전에 은솔이 포동한 거 보고 싶다 은솔아 더 먹어ㅠㅠㅠㅠ
- 밥 대신 먹어주는 게 이렇게 설렐 일이야????
- 시바 나 이거 왜 이제 봤어ㅠㅠㅠㅠㅠ 유은솔 주지훈이라니ㅠㅠㅠㅠ
결국 한 숟가락을 더 먹고 나서야 숟가락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배 터질 것 같아....ㅠㅠ
지훈 선배님은 내가 남긴 밥을 싹 비웠고 먹는 내내 잔소리를 했다. 맛있게 먹을 거면서 왜 잔소리인지 모르겠다. 암튼, 밥을 다 먹고 우리는 거실로 왔고 소파 테이블에 태블릿을 세워두고 그 앞에 앉았다.
"자, 이제 뭐 할 거냐면요"
"네- 뭐 할건데요"
"가구를 조립할 거예요!"
"...? 무슨 가구? 가구를 왜 조립해?"
"DIY 몰라요? 제 방에 놓을 선반! 이거 조립해서 쓰는 거라서 조립을 해야 하는데, 혼자 하면 힘들 것 같아서ㅎㅎㅎㅎ"
"......"
"선배님이랑 같이 하면 금방 끝낼 것 같은데, 같이 할거죠?^_^"
"....나 왜 이렇게 이용 당하는 느낌이지?"
- ㅋㅋㅋㅋㅋㅋㅋㅋ이용하는 거 맞는 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
- 근데 둘이 덩치 차이 실화야?????
- 은솔이 작은 거 알았는데 이렇게 보니까 진짜 작다;;;;
- 저거 나도 있는데 조립하는 거 별로 안 어려워!!! 은솔아 내가 해줄게!!!
"ㅎㅎㅎ자, 설명서! 이거 봐봐요. 어, 생각보다 안 어려운 거 같은데?"
"줘봐. 뭐.. 간단하네."
그냥 딱 세워서 딱 딱 나사 넣고 돌리면 끝인 거 같은데.. 그냥 나 혼자 했어도 금방 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선배님 있으니까 더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다ㅎㅎ
"어... 예삐, 이거 잡고 있어봐. 여기에다가 이걸 꽂는 거 같은데.."
"그거 맞아요? 이거 아닌가.."
"아니야, 그거는 나중에 쓰는 거고... 어, 아닌가?"
"....뭐지, 설명서, 설명서 봐봐요"
- ....둘이 뭐해?
- 그거 진짜 간단한건데ㅠㅠㅠㅠㅠㅠㅠ
- 주지훈이 지금 들고 있는 거!! 그거를 꽂아야 해!!!!!!
- 둘 다 똥손 같은데????
"어.... 이거 맞네. 내가 들고 있는 걸 꽂아야 한대"
"오... 꽂아서 돌려야 하나? 내가 할래요! 돌리는 거!"
"안 돼. 손 다쳐. 내가 할 테니까 예삐는 잘 잡고 있어"
- 그거 하나도 안 위험한뎈ㅋㅋㅋㅋㅋ
- 그거 나도 혼자서 하는 거야ㅠㅠㅠㅠㅠㅠㅠ
- 이건 솔직히 과보호 같은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봐요, 사람들이 과보호라잖아요. 나도 할 수 있는데.."
"....이게 과보호예요? 아니, 돌리다가 삐끗해서 막 이런 데에 긁히고 그러면 어떡해요"
"긁히면 긁히는 거지, 뭐.."
"생각해 봐. 예삐가 이거 하다가 다쳐, 그럼 누가 혼날 것 같아?"
"........"
"내가 혼나겠지? 너는 왜 그걸 애가 하게 냅뒀냐,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니가 하면 되는 걸 왜 애가 하게 만드냐,"
"아아아! 알겠어요! 선배님이 다 해요, 다. 아, 진짜아... 뭘 하지를 못하게 하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 이거 본 것 같은데 나혼자산다에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솔직히 그 형들한테 혼날 바에야 내가 하는 게 낫지
"그쵸? 예삐 다치면 큰일나요. 저 일주일 내내 욕 먹을 걸요"
"에이... 선배님들이 좀 유난인 면이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근데 선배님도 똑같잖아요"
"내가 뭐. 나는 안 그러는데"
"선배님 얼마 전에 나 병원에 있을 때 남길오빠한테 엄청 뭐라고 했으면서"
"그거는 그 형이 욕 먹을만 했어."
"와... 여러분 들어봐요. 제가 남길오빠랑 같이 있다가 그냥 저 혼자 울컥해가지구 울었거든요? 근데 그걸 선배님들이 보고 남길오빠한테 막 뭐라고 하는 거 있죠?"
"그렇게 얘기한다고? 앞 뒤 상황을 다 얘기 해야지. 남길이 형이랑 너가 싸,"
"악! 선배님! 그건 얘기하면 안 되죠!!"
"......."
- 왜왜? 왜?? 둘이 싸웠어???
- 병원이면 은솔이 입원했을 떄???
- 뭐야ㅠㅠㅠㅠ나도 궁금해ㅠㅠㅠㅠㅠ
- 김남길이랑 유은솔이랑 싸웠다고????
"....얘기하려고 했죠"
"아닌데"
"....한 번만 봐드릴게요"
"....와...."
"저 손 아프니까 빨리 하세요, 얼른얼른"
내 재촉에 궁시렁 거리면서도 착실하게 나사를 돌리는 선배님에 풉- 하고 웃었다. 이제 하나 고정했다. 분명히 쉬워보였는데...
그 이후로도 이걸 꽂는 거다, 아니다, 이거 먼저 해야 한다, 아니다 이걸로 계속 투닥거리다 분명히 20분이면 완성한다는 설명서 말이랑은 다르게 1시간이 지나서야 선반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거 진짜 20분 걸리는 거 맞아요? 아닌 것 같은데"
"선배님이랑 내가 못하는 거예요?"
- 응... 그거 나 10분 만에 만들었어...
- 그거 조립 가구 중에서도 쉬운 건데....
- 아니야 은솔이가 못 한 거 아니고 가구가 잘못한거야 알아서 조립되야지 뭐 하는거냐;;
- ㅋㅋㅋㅋㅋㅋㅋ아 졸라 귀엽닼ㅋㅋㅋㅋㅋㅋ
"....다음부터는 이런 거 만들지 말고 필요한 거 있으면 사달라고 해. 그게 빠르겠다."
"....아니야. 선배님이랑 해서 그런 거 같아요. 남길오빠랑 만들어야겠어."
"와... 예삐. 그 형이 더 못 만들 걸? 그 형 완전 똥손이야;;"
"선배님이 어떻게 알아요. 남길오빠랑 할 거야."
"참나.. 그래라."
우여곡절 끝에 만든 선반을 내 방에 놔두고 이제 슬슬 라이브를 끝내야 할 것 같아서 지훈 선배님과 나란히 앉아 인사를 하기로 했다.
"어.. 유은솔이의 첫 인스타 라이브! 여기서 마무리 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어요?"
"예삐, 무슨 예능해? 왜 이렇게 각 잡고 해ㅋㅋㅋㅋ"
"아니이... 처음이니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
- 졸라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내새끼ㅠㅠㅠㅠㅠㅠ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이렇게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내 새끼 하고 싶은 거 다 해ㅠㅠㅠㅠㅠ 우리 은솔이ㅠㅠㅠㅠㅠㅠ
"그냥 자연스럽게 해, 자연스럽게ㅋㅋㅋㅋ"
"....알겠어요. 어.... 그럼....여러분! 다음에 또 켤게요. 안녕! 선배님도!"
"ㅋㅋㅋㅋ응, 안녕~"
선배님과 나란히 앉아 손을 흔들고 조금 더 채팅을 지켜보다가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냥 간단한 인스타 라이브일 뿐인데 잔뜩 지쳐서 소파에 드러누웠다. 와... 인스타 라이브 자주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는 거야....
지훈 선배님은 힘없이 소파에 드러누운 내 옆에 앉아 내 머리를 들어 선배님 허벅지에 눕히고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예삐, 남길이 형 만난다며"
"응, 남길오빠 집에 갈 거예요"
"형이 데리러 온대?"
"아뇨, 걸어갈 거예요."
"뭘 걸어가. 데려다 줄게. 차 타고 가"
"아, 싫어요~ 10분 밖에 안 걸리는데 무슨 차를 타고 가요"
"씁, 또 말 안 듣는다. 그냥 차 타고 가."
남길오빠가 데리러 온다는 걸 말렸더니 지훈 선배님이 난리네....
"남길오빠가 데리러 온다는 거 겨우 말렸더니 왜 또 선배님이 난리예요..."
"이건 나도 양보 못 해. 내 차 타고 가"
"....알겠어요. 선반 조립하는 거 도와줬으니까 이건 양보할게요."
결국 지훈 선배님이 데려다주는 걸로 합의를 봤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서 소파에서 지훈 선배님 다리를 베고 누운 채로 티비를 보고 있는데 남길오빠에게 영상통화가 왔다.
"오빠!"
- 쪼꼬미~
"끝났어요?"
- 아니요, 쉬는 시간이에요~ 하나 더 찍어야 하는데, 근데 뒤에 누구야?
"응? 아, 지훈 선배님!"
내가 지훈 선배님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는 걸 보고 물어보는 남길오빠에 핸드폰을 돌려 지훈 선배님을 보여줬다.
핸드폰을 돌리자 짓궂은 표정을 짓는 지훈 선배님과 궁시렁 거리는 남길오빠....ㅎㅎ
- 넌 아직도 집에 안 갔냐.
"엉, 예삐 형네 집 간대서 데려다 주고 가려고"
- 아, 그래. 잘 데려다 줘라. 어디 다른 데 세지 말고
"네네, 잘 데려다 줄 테니까 걱정 마세요~"
- 쪼꼬미, 이제 쪼꼬미 보여줘. 주지훈 말고
여전히 짓궂은 표정을 하고 있는 지훈 선배님을 뒤로 하고 핸드폰을 다시 돌려 내 얼굴을 비추니 연예인 김남길 비주얼의 오빠가 보였다.
방금도 봤지만 새삼 잘생긴 얼굴에 베시시 웃었더니 오빠도 같이 웃어보였다.
"보고 싶어요, 오빠"
- 나도 보고 싶어, 우리 쪼꼬미
"나 한 30분 뒤에 오빠네 갈 건데, 빨리 와요. 알겠죠?"
- 응, 얼른 끝내고 갈게.
오빠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데 지훈 선배님이 심심했는지 내 볼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콕콕 찌르더니 이제는 막 잡고 주무른다... 재욱 선배님이 늘 하던 거라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오빠는 또 그게 아닌가보다..ㅎㅎㅎ
- 야, 주지훈 미친놈아. 우리 쪼꼬미 그만 좀 주물럭거려.
"뭘 주물럭거려; 언어선택 천박한 거 좀 봐."
- 그게 주물럭이지, 그럼 만지작이냐?
"쪼물딱?"
- 그거나 그거나; 뒤지고 싶은 거 아니면 손 떼라
"싫은데요~"
"또 싸우죠. 그만 좀 싸워요. 증말 지긋지긋해..."
- 저 새끼가 쪼꼬미 안 만지면 싸울 일도 없는데, 그치?
"남자친구라고 독점하겠다, 뭐 이런 거야? 형들한테 다 일러"
- ....쪼꼬미, 나 진짜 주지훈 한 대만 때리면 안 돼?
"응, 안 돼요. 폭력은 나쁜 거야."
- ...알겠어. 쪼꼬미, 뽀뽀
"ㅎㅎㅎㅎ얼른 끝내고 와요. 쪽쪽"
영상통화하면 꼭 뽀뽀를 해달라고 하는 오빠라 익숙하게 렌즈에 대고 쪽쪽 했더니 지훈 선배님 표정이 일그러졌다.
- ㅎㅎㅎ얼른 갈게, 내 쪼꼬미. 쪽
"아, 끊어, 끊어. 미쳤나 봐, 이 형;"
"왜요~ 귀여운데ㅎㅎㅎ 오빠 조금 있다가 봐요!"
또 투닥거리려는 조짐이 보여 급하게 영상통화를 끊으니 똥 씹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지훈 선배님이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예삐야, 남길이 형이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 어떻게 구워 삶으면 사람이 저렇게 변해?"
"남길 오빠 원래 그랬는데. 처음 만날 때부터 엄청 다정하고 표현도 잘 해주고 그랬어요ㅎㅎㅎ"
"내가 형 전여친들도 다 아는데 저랬던 적이 없거든. 와... 아까 나 소름 돋았잖아"
"....전여친? 전여친 누군데요?"
"......."
"어?? 누군데요???"
"......나 말실수 한 건가?"
"아, 누군데요! 누군데? 나 궁금해요. 말 해주면 안 되요?"
"안 돼, 안 돼. 나 진짜 남길이 형한테 맞아 죽을지도 몰라"
"아아아! 누군데요! 전여친들이면 한 명이 아닌 것 같은데, 말해줘요. 응?"
지훈 선배님을 잡고 흔들고 손을 앙 물어도 절대 안 된다고 버티는 바람에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 했다. 흥.. 치사해.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물어봤지만 입도 뻥긋 안 하는 선배님에 결국 포기하고 지훈 선배님 차를 타고 남길오빠네로 가는 길이다.
"진짜 치사해. 한 명만 얘기해주지.."
"예삐, 판도라의 상자 알지? 세상에는 모르는 게 더 좋을 때가 있어."
"몰라요, 내가 뭐 안다고 왜 사겼냐 그럴 것도 아니고... 그냥 궁금한 건데"
"지금은 그렇지, 알고 나면 사람 마음이라는 게 또 생각했던 대로 안 된다고, 이 예삐야"
"됐어요. 남길오빠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지"
"쓰읍... 안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지훈 선배님은 나를 말렸지만 이미 내 머릿속은 전여친에 꽂혀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진짜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건데...
아무튼, 남길오빠 집에는 금방 도착했고 지훈 선배님은 '예삐, 절대 물어보지 마, 알겠지?' 라며 신신당부 하고 떠났다. 남길오빠 집 앞에 도착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데 익숙한 오빠 향이 확 풍겨왔다. ㅎㅎㅎ좋다, 김남길 냄새.
오빠네 집은 자주 와봤지만 오빠 없는 집에 혼자오는 건 처음이라 괜히 민망한 마음에 익숙한 공간이지만 두리번 거리며 들어갔다. 정갈하게 잘 정리된 내부에 뭘 건드리기도 좀 그래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오늘 무리를 좀 해서인지 피곤이 몰려와 잠이나 잘까 하는 생각으로 옷방으로 갔다. 나혼자산다에서 선물해준 잠옷은 우리집에 있고 오빠 집에는 내가 선물해준 커플잠옷이 있다ㅎㅎㅎㅎ 커플 잠옷으로 갈아입고 오빠 침대에 누웠고 금세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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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미~"
나를 조심스럽게 흔드는 손길과 오빠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뜨니 눈 앞에는 아직 씻지 않았는지 촬영 때의 헤어, 메이크업이 그대로 세팅된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오구, 우리 쪼꼬미 졸려? 밥 먹고 다시 자자. 응?"
"으응... 일어날 거예요.."
"응응, 일어나자. 아이구, 오래 잤어? 눈 부었다ㅋㅋㅋㅋ"
"아아, 진짜아.. 그런 얘기 하지 말랬죠. 몰라, 몇 시예요?"
"귀여워서 그래, 귀여워서ㅋㅋㅋ 지금 8시, 촬영이 조금 늦게 끝났어."
"아.. 그럼 두 시간 정도 잤나 봐요. 나 일으켜줘."
일으켜 달라는 내 말에 오빠는 나를 그대로 공주님 안기 해서 거실로 데려갔다.
"아니이.. 그냥 일으켜 달라고 한 건데..."
"ㅋㅋㅋㅋ내 마음인데~ 쪼꼬미 저녁 안 먹었지. 뭐 먹을까?"
"음... 별로 생각 없는데. 오빠가 먹고 싶은 거 먹어요"
"왜 생각이 없어. 밥 먹어야지."
"아까 낮에 지훈 선배님이 자꾸 더 먹으라고 해서 너무 많이 먹었어..."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지. 집에 뭐가 없어서 해먹기는 좀 그렇고 시켜 먹자. 불고기 같은 거 괜찮아?"
"응, 나는 상관 없어요."
저녁은 시켜 먹기로 하고 오빠는 나를 소파에 내려줬다. 어플로 주문을 마치고 씻고 온다는 오빠에게 커플 잠옷을 입으라고 손에 쥐어주고 티비를 틀었다.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보고 있는데 금방 씻고 나온 오빠는 나와 같은 잠옷을 입고 있었다. 같은 잠옷을 입고 있으니까 왠지 모르게 몽글몽글해지는 마음에 오빠에게 쪼르르 달려가 입술을 쭉 내밀었다.
내가 뽀뽀하고 싶지만... 키차이가 많이 나서 조금 버겁단 말이지....
"쪽- 예뻐 우리 쪼꼬미ㅎㅎㅎ"
"ㅎㅎㅎ빨리 머리 말리고 와요!"
"응, 빨리 말리고 갈게요. 티비 보고 있어"
오빠가 머리를 말리고 오면 바로 전여친에 대해 물어볼 생각으로 방문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이기 소리가 멈췄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티비를 보는 척을 했고 곧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아 내 어깨를 감싸 안았고 그런 오빠를 슬쩍 올려다보는데 딱! 눈이 마주쳤다.
"쪼꼬미, 왜"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응"
"내가 물어보면 다 대답해줄 거예요?"
"응, 당연하지"
"...진짜?"
"....그렇게 뜸들이니까 괜히 무서운데.. 뭔데요, 쪼꼼아"
"...오빠 전여친 누구예요?"
"....전여친? 갑자기?"
전여친에 대해 물어보는 게 당황스러운지 오빠는 잠시 멈칫했다. 이러면 더 수상하단 말이야... 지훈 선배님도 안 말해주려고 하고 오빠는 당황하고.. 누구를 사겼길래 이렇게 난리지?
"응, 전여친. 지훈 선배님이 오빠 전여친들 다 안다고 해서 궁금해졌어요."
"....걔 혹시 미쳤대?"
"씁, 말 돌리지 말구요. 빨리 말해줘요. 전여친들이면 한 명이 아니라는 건데... 누군데? 나도 아는 사람이에요? 연예인?"
"아... 말해줄 수는 있는데. 쪼꼬미, 이거 하나만 약속해."
"응, 뭔데요?"
"걔네는 진짜 말 그대로 전여친들이야. 지금 나랑은 아무런 관계도 아니고 연락 하는 사람도 없어. 괜히 막 속상해하고 그러면 안 돼. 알겠지?"
지훈 선배님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내가 전여친에 대해서 듣고 괜히 혼자 신경쓰고 그럴거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본데... 나 그런 거에 되게 쿨한 편인데.
그냥 진짜 말 그대로 궁금한 것 뿐이다. 나이가 사십이 넘었는데 당연히 연애 해봤겠지.
"응응, 절대 절대 안 그래요. 나는 그런 거에 되게 쿨해요."
"....진짜지?"
"응, 그렇다니까요?"
"하... 내가 쪼꼬미한테 이런 걸 말하게 될 줄이야.... 그러니까 누구냐면..."
.....와...
지금까지 오빠는 나를 제외하고 5번의 연애를 해봤다고 한다. 원래 한 번 만나면 오래 만나는 스타일이라 연애를 많이 안 해봤다는데 그 다섯 번 중 세 번이 연예인이었다.
그 중 두 명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한 명은...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그런 분이었다.
"와..... 진짜요...?"
".....아까 말했지. 그 중에 연락하는 사람 한 명도 없어. 나는 끝나면 진짜 끝이야. 그러니까 쪼꼬미 신경 쓰면 안 돼. 알겠지?"
"응... 신경은 안 쓰는데 뭔가 되게... 충격이다... 그 분이 오빠랑 사겼다구요...?"
".....왜?"
"아니이... 그냥 뭔가 신기해서요. 오빠 되게... 연예인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도 연예인이구나... 아니 근데... 내 남자친구가 국민 첫사랑이었던 사람이랑 사겼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사실 손예진 선배님이랑 열애설 난 적이 있길래... 손예진 선배님일 줄 알았어요"
"ㅋㅋㅋ예진이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었어. 그냥 친한 동생이지"
"와... 예진이래...."
"ㅋㅋㅋㅋㅋ쪼꼬미도 지현이랑 혜수누나랑 도연누나랑 친하잖아ㅋㅋㅋㅋ"
"아... 그렇네.. 아니 그냥... 뭔가 언니들은 이제 너무 친해서 연예인이라기 보다 친한 언니 느낌인데 손예진 선배님은... 완전 연예인 같아요"
선배님들도 그렇고 언니들도 그렇고 다 대단한 배우들인데 뭔가 너무 친하고 자주 봐서 그런가 연예인 느낌이 별로 안 난다. 아, 물론 그렇다고 평범한 느낌은 아니다. 다들 잘생기고 이쁘시니까ㅎㅎㅎ
그래도 너무 신기하다. 새삼 내가 연예인이랑 사귀는구나 싶기도 하고...
"쪼꼬미도 연예인이면서. 요즘 아주 질투나 죽겠어. 엑소 백현이랑 노래도 같이 부르고 쪼꼬미 이상형이라는 사람들도 있고"
"에이.. 백현오빠는 일로 만난 거고 이상형... 그거는... 그래, 뭐. 내가 좀 이쁜가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왜 웃어요!"
"오구, 내 새끼, 내 쪼꼬미. 맞아, 내 쪼꼬미가 너무 이뻐서 그래. 그만 좀 이쁘면 안 돼? 나 진짜 불안한데."
한 달 전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떴다. 인기 아이돌 멤버가 나를 이상형으로 지목했다는 기사... 그걸로 남길오빠한테 한참 시달렸는데...
그 후로도 몇 번 그런 기사가 떴었는데 그래서 이제는 그냥 능청스럽게 대하기로 했다. 이게 더 잘 먹히는 것 같아서ㅎㅎㅎ
"그게 뭐 내 마음대로 되나. 이쁘게 태어난 걸 원망해야죠."
"ㅋㅋㅋㅋㅋ우리 쪼꼬미 이제 이런 컨셉으로 가기로 한거야?ㅋㅋㅋㅋ"
"그렇잖아요. 내가 뭐 이상형으로 꼽아달라고 애원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는데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아, 이뻐 죽겠다. 쪼꼬미, 오늘 자고 갈거지?"
"응, 왜요"
"쪼꼬미 안고 자려고ㅎㅎㅎㅎ"
"그러던가요, 뭐..."
퉁명스러운 내 대답에도 오빠는 이뻐 죽겠다는 얼굴로 내 볼을 잡고 마구잡이로 뽀뽀를 해댔다. 그만하라고 얼굴을 밀어도 그런 내 손에다가도 뽀뽀를 해대는 오빠에 말리는 걸 포기했더니 이제는 꼭 안고 안 놔준다.
"아아, 진짜 숨막힌다구요!"
"내 쪼꼬미 너무 이뻐서 어떡하지?"
"아, 진짜아!"
띵동-
"어, 밥! 밥 왔다!"
"ㅋㅋㅋㅋ쪼꼬미, 도망가지 말고 기다려"
"뭘 도망가요! 빨리 밥이나 받아 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금요일 아니면 주말에 온다고 했는데...ㅎㅎㅎ
주말이 끝나기 2시간 전 가까스로 다 썼습니다.....
초반에 빨랐던 이유는 머릿속에 써놓은 에피소드가 많아서 그랬던 걸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쓰려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ㅠ_ㅠ
그래도 꾸준히 써보겠습니다아....
다음 에피소드는 투표로 정해보려고 합니당!
투표 한 번씩 해주세요~_~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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