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시간
2부
6.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그러니까, 두 번째는 처음보단 쉽다는 말이고.
“경수야.”
세 번째는 더 쉽겠지. 그리고 네 번째는 그보단 더 쉬울 것이다. 아마.
“왜.”
쉬는 시간, 어김없이 우리 반에 온 종인이가 내 팔을 잡아 이끌고 옥상 문 앞까지 데려왔다. 이유도 모르고 그냥 끌려온 나도 참 바보. 왜냐고 묻지 않아도 대충 알 것 같다. 옥상은 출입 금지구역이라 쉽게 들어갈 수가 없다. 그리고 옥상과 연결되어있는 5층엔 쓰지 않는 교실이 대부분이라 인적도 드문 편이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엔 묵묵히 팔만 잡고 걷던 그 아이가, 옥상 문 앞에 다다르자마자 팔을 잡고 있던 손을 옮겨 내 손을 맞잡아 온다. 손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에 기분이 좋아서 그 아이를 마주보며 웃으면, 함께 휘어지는 눈꼬리가 있다. 십분 남짓인 쉬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평소에도 짧다고 생각은 했지만 요즘은 더욱더 그렇다.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얼른 대답을 하면, 쑥스러운 듯 웃다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제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는 그 아이가 있다. 뭐야, 뽀뽀하라는 거야? 그 속셈을 알아챘으면서 모른 척하며 가만히 있었다. 나도 얼른 뽀뽀하고 싶어. 수업 시간 내내 그 생각만 했다고. 그치만, 안 돼. 이런 김종인을 보는 재미도 있고, 내가 모른 척하면 김종인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참을 거야.
“뭐야.”
아무것도 몰라요. 난 아무것도 모른다구요. 그런 표정을 짓고 눈을 깜빡이면, 그 아이가 조금은 뚱하게 입술을 내밀고 나를 본다. 뽀뽀 안 해줘서 삐진 거야, 지금? 이야. 김종인이 삐진 것도 봤어. 게다가, 너무 귀엽게도 뽀뽀 한 번 안 해줬다고 삐졌다고! 이런 표정을 지을 줄은 몰랐는데. 참길 잘 했다. 참길 잘 했어.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 웃으면 김종인이 얼른 표정을 풀고 인상을 쓴다.
“너 나 놀려?”
어떡하지? 이제 인상 쓰는 것 까지 귀엽게 보인다.
“응, 너 놀려.”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더니, 눈에 힘을 주고 나를 본다. 그 표정에 굴하지 않고 계속 웃었다. 그 아이가 귀여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은 언제까지 안 웃고 버티나 보자 뭐, 그런 생각으로 웃은 거다. 처음엔 조금 기분이 상했는지 영 표정이 안 좋던 그 아이도 결국엔 따라 웃고 만다. 아싸, 성공!
“수학은 어떻게 됐어?”
“아, 수학?”
“응. 오늘도 맞았어?”
오늘은 재수 없게 1교시부터 수학이었다. 어제, 김종인의 책으로 나름 공부를 해 온 터라, 어김없이 불려나갔지만 칠판 앞에서 한 번의 막힘도 없이 문제를 풀어 나갔다. 그래서, 결국 한 대도 안 맞았다. 덕분에, 내 엉덩이가 살았다. 고맙다고 말하는 걸 깜빡 잊고 있었나보다. 맞았냐고 물으며 조금은 걱정하는 기색으로 묻는 그 아이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오늘은 풀었어!”
“그럼, 안 맞은 거네?”
“응, 고마워.”
김종인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는다. 나른해진다. 박찬열이 머리 쓰다듬으면 키 작다고 놀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쁜데, 지금은 좋다. 사실, 종인이는 뭘 해도 다 좋다. 흐흐. 나 좀 팔불출인가. 그런데 좋은 걸 숨길 필요는 없잖아. 내 말이 틀려?
“내 덕분에 안 맞았으니까, 빨리 뽀뽀.”
그러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김종인이 또 손가락을 들어 볼을 가리키며 톡톡 친다. 이번에도 내가 모른 척 할까봐 뽀뽀하라고 확인까지 시켜준다. 이번에도 놀리고 싶지만 뭐, 덕분에 안 맞은 것도 있고 지금 안하면 다음 쉬는 시간까지 참아야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못 참겠다고. 쪽 소리를 내며 그 볼에 얼른 입을 맞췄다. 쪽 하는 소리가 너무 크게 울린다. 입술에 닿은 촉감이 부드러웠다. 할 거 다 해놓고 괜히 좀 민망해져서 머리를 긁적이며 입술을 뗐다.
“아, 좋다.”
김종인이 볼을 만지며 웃는 얼굴로 말해온다. 그래서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뽀뽀가 원래 이렇게 좋은 거였어?
“근데, 난 이게 더 좋아.”
응? 그게 무슨 말이지? 이해가 잘 안가서, 멀뚱히 그 아이를 바라보는데 어제 그랬던 것처럼 다시 또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온다. 이번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조금 틀었다. 코가 맞닿았다. 그제 서야 알았다. 아, 입술에 뽀뽀하는 게 더 좋다는 말이구나. 짜식, 그냥 손가락으로 볼 말고 입 톡톡 치면 되는데. 입술에 닿는 촉감이 낯설지가 않다. 기습뽀뽀라서 눈을 감을 생각도 못하고 뜬 채로 가까이 와있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눈을 뜨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 뽀뽀처럼 쪽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진득하게 입술을 맞댄 상태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얼굴을 잡은 그 아이가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지금 억지로 뽀뽀하고 있는 건 아니고, 나도 좋아. 좋단 말이야. 한 번 붙은 입술이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이러려고 여기까지 끌고 온 거구나. 나랑 계속 뽀뽀하고 싶어서. 어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마구 뛰었는데 오늘은 그나마 좀 낫다. 대신, 간질거리는 느낌이 더 강해. 아, 간지러워. 그래서 그 간지러움을 못 참고 웃었다. 입술을 맞댄 채 웃으니까 기분이 이상해. 마주한 김종인의 두 눈도 같이 휘어진다. 진짜, 좋다. 그렇게 방심하고 있었다. 그냥 입술만 맞댄 채 방실방실 웃고 있었는데, 입술을 가르며 들어온 무, 물컹한…. 물컹? 생경한 느낌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차렷 자세로 가만히 있던 손을 들어 그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 아니, 이론으론 배웠는데 그, 실전은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뽀뽀는 그래도 몇 번 해봤는데, 키…키스는 처음이란 말이야. 내 입안으로 넘어온 그 아이의 혀가 멍청하게 가만히 있는 내 혀를 감는다. 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갑자기 눈 앞이 까맣게 변했다. 조금 전까지 뚫어져라 내 눈을 바라보고 있던 그 아이가 손을 들어 내 눈을 가렸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된 김에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질끈 두 눈을 꼭 감고 그 아이의 움직임에 맞춰 어설프게나마 혀를 움직였다. 그런데, 첫 키스는 종소리가 들린다고 하던데 종소리는 안 들린다. 원래 이런 건가? 그 대신, 몸에 힘이 빠진다. 그래서 잡고 있던 그 아이의 어깨를 꽉 잡았다.
쿵쾅쿵쾅 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이게 내 심장소린지, 네 심장소린지 모르겠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종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와, 첫 키스 할 때 종소리 들리는 거 맞나봐. 조금 신기한 마음에 감고 있던 눈을 떴는데, 그 소리가 그 소리가 아닌 것 같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에, 김종인이 잡고 있던 내 얼굴을 놓아주었다. 맞닿은 입술도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동안 참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었다. 헥헥 거리며 숨을 몰아쉬느라 입을 조금 벌리고서 그 아이를 쳐다봤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려버린다. 잠시 본 그 아이의 이, 입술이 빨개. 어, 얼굴도 빨개. 내 모습도 마찬 가지겠지? 부끄러워.
“나, 머, 먼저 내려간다.”
김종인이 휙 몸을 돌려 계단 난간을 잡으며 말을 하는데, 웬일로 말을 다 더듬는다. 나는 대답도 안했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계단을 내려간다. 그런데, 발소리가 되게 빠르다. 어디 도망이라도 가는 것 같다. 아니,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김종인이 너무, 잘했어. 키스를. 물론 난 첫 키스지만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알 거 아냐. 얜 처음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자 순간 욱했다. 그래서 나도 얼른 그 아이의 뒤를 쫓아가며 빠르게 사라지는 뒷모습에다 외쳤다.
“야 너 이거 누구랑 해봤어?!”
一
과거는 그냥 덮어두기로 했다. 인터넷에 찾아봤는데, 원래 물어보는 게 아니래. 늘 그랬듯이 점심시간 식당에서 셋이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오늘도 김종인과 오세훈이 찾아왔다. 김종인은 환영하는데, 오세훈은 좀 그래. 안타깝게도 오늘 내 맞은편엔 백현이가 앉아있다. 어쩔 수 없이 박찬열 맞은편에 앉은 김종인이 내 눈을 피하면서 밥을 먹는다. 뭐가 찔리는 거야 대체? 뭐가 찔려서 내 눈을 피하지? 아까 나랑 키스해서 그런 거야, 아님 나랑 한 키스가 첫 키스가 아니라서 그런 거야?
나도 모르게 숟가락으로 밥을 마구 헤집어놨다. 정신을 차려보니 밥풀이 국에 튀고, 반찬에 튀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이거 완전 엉망진창이다. 엉망진창.
“야, 너 뭐 불만 있냐? 밥을 왜 이렇게 헤집어놔.”
맞은편에 앉은 백현이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한다.
“불만은 무슨. 밥이나 먹어.”
그래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시 밥을 퍼 먹었지, 뭐. 그랬더니, 누군가의 젓가락이 밥 위로 반찬을 놓아두고 간다. 그것도 오늘의 메인 메뉴 탕수육을! 고개를 들어보니 김종인이다. 그래, 그렇지. 김종인 아니고 나한테 탕수육 양보할 사람이 없지. 내가 웃으니, 저도 따라 웃는다. 종인이 옆자리에서 이 모든 걸 다 지켜보고 있던 오세훈이 혀를 쯧쯧 찬다.
“도덕후 납셨네, 납셨어.”
“도덕후?”
“도경수 덕후. 에라이, 새끼야.”
도덕후는 뭐야. 도경수 오타쿠 이런 건가? 그나저나, 오세훈이 왜 저런 말을 하지? 이해가 안가서 눈을 깜빡이고만 있으면 김종인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못들은 척 밥을 계속 먹는다. 그러면, 오세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종인이를 툭툭 치면서 놀리고.
“내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말없이 밥을 먹던 찬열이도 끼어든다. 김종인을 쳐다보며 묻는다. 오세훈 말은 무시하던 종인이가 마주앉은 박찬열을 쳐다본다.
“얘 뭐가 그렇게 좋아? 난 존나 오래 봐도 모르겠던데. 아, 진짜 이해 할 수가 없어.”
이게 미쳤나. 안 보이는 틈을 타 지그시 박찬열의 발을 밟았다. 은근히 힘을 줘서 밟은 터라 좀 아플 거다. 종인이를 보던 박찬열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인상을 쓴 얼굴로 아, 왜! 하며 짜증을 낸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내가 뭘 어쨌는데? 말했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거, 뭐 난 너희의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이렇게 얘기한 거나 다를 게 뭐가 있어? 아, 뒷목이야. 그래, 이 모든 게 내 탓이다.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박찬열한테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좋은데 이유 있겠냐?”
근데 사실, 나도 좀 궁금하긴 했다. 그래서 김종인이 대답해 주기를 바란 마음도 없지 않아있었다. 박찬열의 물음에 누군가 대답을 하긴 하는데 그 아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세훈이다. 오세훈. 보아하니, 김종인도 인상을 구긴 채 오세훈을 노려보고 있다. 아, 그래.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다. 오세훈도, 박찬열도 알고 있기는 마찬가지구나. 이제야 알 것 같다. 오세훈이 날 왜 안 좋은 시선으로 쳐다보는지.
“야 세훈아, 너도 이해 안 되지?”
“당연한 걸 뭘 묻고 그러냐. 아, 요즘은 진짜 저놈의 도덕후 때문에 내가 다 죽겠다. 차라리 김청승일 때가 나았어.”
“도경수도 미친 것 같다니까? 볼 때마다 실실 쪼개고 있어. 그게, 얼마나 소름 끼치는데.”
도덕후는 알겠는데 김청승은 또 뭐야? 아, 그나저나 얘네 밥먹다말고 대체 뭐하는 거지. 어이가 없어서 종인이를 쳐다보니 되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날 보지도 않고 또, 내 밥 위에 탕수육을 올려준다. 좋긴 좋은데, 있잖아 종인아. 지금은 니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아, 존나…. 너 쳐 먹으라고. 너!”
“못 봐주겠네, 진짜.”
고새를 못 참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두 마리 하이에나가 있다. 오세훈은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반찬을 집으며 말을 던지고, 박찬열은 아예 쥐고 있던 수저까지 탁 내려놓았다. 아니, 우리가 뭘 어쨌기에 이 난리를 치는 건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당황한 표정으로 그저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밥도 안 넘어간다.
“뭔 소리야?”
그래서, 백현이를 깜빡 잊고 있었다. 박찬열은 내가 말해서 알고 있었다고 쳐, 그리고 눈치를 보아하니 오세훈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백현의 말에 모두들 입을 닫고 눈만 끔뻑인다.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오세훈이나, 박찬열이나 백현이를 잊고 있었던 게 틀림이 없다. 당황한 낯빛으로 눈동자를 굴려 나와 김종인을 번갈아보다가, 또 아무것도 모르는 백현이를 바라본다. 등 뒤로 식은땀이 다 난다.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려운 상황이다. 들고 있던 수저만 꽉 쥐고 종인이를 쳐다봤다.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종인이가 수저를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 사귀기로 했어.”
***
에쎔콘 부럽다..ㅠㅠㅠ허헝....나도 보고싶어여 수트경수ㅠㅠㅠㅠ
목표는 8월 안에 너만시 2부 완결내기!!!입니다
그치만 완결이 날랑가 모르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너무너무 감사해요!
몽글몽글 쏘쏘 낑깡 백토끼 라면 파리채 민트색 순백흑백현 찌롱 까꿍
링세 아이엠벱 블슈 다이트 아가 마가렛됴 긍긍 춥파춥스 일초 딘듀
엨솜 준퍽 바니바니 됴짜 얌냠냠 나룻배 코코눈 말레이시아준수 스팸
뽀뽀뽀 도로시 찬백맛나 힛 됴르르 올리브 낑깡님 기억합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