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부정해왔다. 내내 널 볼때마다 스쳐간 수많은 감정들 중 하나일거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해왔고 애써 눈감아왔다.
7월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끊긴 적없는 너와 나의 연락.
2015년 9월 27일
- 뭐해?
- (궁금)
- 오랜만에 술마시고싶은데
- 오빠가 쏜다 나와라=_=
오늘도 역시 하루의 시작은 남우현의 메세지.
정확히 12시 2분에 와있는 네 메세지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너와 난 대체 무슨 사이일까.
남사친? 그렇기엔 너무 가깝다. 남친? 그렇다고 그렇게 깊은 사이도 아니다.
- 미안ㅠㅠ
짧은 메세지 하나를 남기곤 홀드 버튼을 눌렀다. 금세 화면이 까매졌다가 다시 켜졌다. 네 메세지로 인해.
- 그럼 나라도 마셔야지
- 연락하고
연락하고. 다시 또 혼란스러워졌다. 넌 대체 뭘까. 뭐길래 날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걸까.
절로 한숨이 나왔다. 사진첩에 들어가니 너와 찍은 사진들이 폴더의 반을 차지하고있었고 음악을 들어보려해도 네가 추천해준 음악과 너와 들어본 음악들이 대부분이었다.
왜 내 일상은 너로 꽉 차있는걸까. 사실 나는 그 답을 알고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아주 잘알고있다.
종이에 네 이름을 몇 십번씩 빼곡히 적다보니 네가 머릿 속에 둥둥 떠올랐다. 동시에 얼굴에 열이 오르는 듯한 느낌. 그리고 좀 더 빠른 템포로 뛰는 심장에 결국 계속해서 부정해왔던 너를 향한 감정들을 인정하고말았다.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떴다. 휴대폰을 쳐다보니 액정이 까맸다. 이번엔 액정이 나로 인해 밝게 켜졌다. 네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남우현."
- 왜. 이제 술 마실 기분이 좀 드냐?
"너 어디야."
- 안알려줄껀데-.
"그럼 내가 너 찾으면 되지. 기다려."
- 너나 기다려. 너희 집 횡단보도 보인다."
횡단보도 쪽이라는 말을 듣고 급하게 겉옷을 챙겨입고 나갔다. 횡단보도 앞으로 뛰어가니 반대편에 날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남우현이 있었다.
"야 너 왜이렇게 뛰어왔어!"
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차가 다니지않았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대로 남우현을 향해 달렸다.
"성이름 미쳤..."
그대로 남우현에게 안겼다. 남우현이 쓰는 향수 냄새가 오늘따라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좋아해."
"..."
"지금 말하기 좀 그런 타이밍인건 아는데.."
"그런거에 타이밍이 어딨어."
고목나무마냥 굳어있던 남우현의 몸이 조금 풀리는게 느껴지더니 날 다시 고쳐안았다.
"아 좋다-."
웃음기를 담은 네 말에 나도 웃음이 나왔다. 그러곤 네게 더 파고들었다.
간간히 지나가는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들만 들려올 뿐,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안고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