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름-."
또 표지훈이다. 저 자식은 지치지도 않나.. 웃음기를 담은 한숨을 쉬곤 뒷문을 돌아보았더니 저 덩치가 가방을 메곤 뒷문을 막아서고 있는게 보인다. 한손엔 뚱바를 들고선.
"야 너때문에 애들 못들어오잖아."
"헐 미안."
정말 몰랐다는 듯이 그제서야 비켜서는 표지훈을 보고 웃음이 나오려던걸 꾹 참았다. 애들이 지나가자마자 다시 날 향해 몸을 돌려세우더니 내게 뚱바를 건넸다.
"자!"
"빨대는?"
"여깄지롱."
가슴 앞쪽에 있는 주머니에서 빨대를 꺼내더니 친절히도 빨대 껍질을 까서 바나나 우유에 꽂아준다. 귀여운 자식.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담쓰담해주니 자신의 머리에 있는 내 손을 잡아선 깍지를 낀다. 그러더니 또 좋다고 헤헤 웃는다. 강아지같다. 없는 꼬리마저 보이는 듯한 기분이다.
"집 같이 가."
"싫어. 나 오늘 심부름있어."
"같이 가면 되지 응? 같이 가-."
내 손을 그 솥뚜껑만한 양 손으로 잡곤 흔들어대는걸 보다가 못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고 껴안으려는걸 무시하고 자리로 가서 가방을 메고 나왔더니 울상이 되어있다.
"가자."
아까 못안아서 그런걸 알고 먼저 손을 잡고 끌었더니 다시 좋다고 얼굴이 밝아진다. 짜식. 솔직히 귀엽긴하다.
"심부름 뭐할껀데?"
"엄마 심부름."
"마트 가는거야?"
"아니 편의점에도 있어."
"마트 가자 마트."
"굳이 왜. 거기 편의점보다 멀잖아."
"마트가 더 신선해. 어머니께서 사오라는건 너가 먹을꺼잖아. 넌 좋은거만 먹어야되니까 마트 가."
응? 한번만. 애절한 눈을 하고 말하는 표지훈에 웃음이 나왔다. 신선하긴 개뿔. 눈에 머릿 속 생각이 다 비쳐보인다.
"누가 니 어머니야."
"당연히 성이름 어머니지-."
"너 어머니 아니거든."
"내 어머니지! 내가 너 남편 될 사람인데!"
지나치게 당당한 표지훈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표지훈을 봤더니 내 눈을 맞추곤 고개를 휙 돌린다. 아 그렇게 보지마 예쁘잖아-. 하는 정말 실없는 소리까지.
순간 정말 웃음이 빵 터질뻔했다. 아 내가 원래 이렇게 웃음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잘가고-."
"응."
"내일 아침에 내 전화 받고-."
"응."
"나 보고싶어도 참고-."
내 옆집이 표지훈이라서 같이 집에 걸어가고 있는데 또 능글거리는 말을 한다. 앞만 보고 대답하고 있다가 마지막 말에 어이가 없어져서 표지훈을 올려다봤다.
쪽
"진짜 내일 봐-."
내 입술에 뽀뽀를 하더니 눈을 마주칠 새도 없이 집으로 곧장 뛰어간다. 그러다가 중간에 뒤를 돌더니 내게 손을 크게 방방 흔들곤 다시 총총 거리면서 뛰어가는 표지훈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더니 웃음이 나왔다.
"아 진짜..귀여워 표지훈."
입술에 손을 대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귀여운 놈.
내일은 먼저 애정표현 좀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