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본부장이 날 좋아한다면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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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환 먹는거 치고는 잘하던데?"
"에?! 보셨어요???"
"ㅋㅋㅋㅋ네. 봤어요."
"아…."
"저녁에 약속 있어요?"
"네?"
"아니~ 뭐…. 어제는 내가 얻어 먹었으니까."
"아직.. 없기는 한데…."
"그럼 퇴근하고 밥이나 먹읍시다."
그렇게 본부장님이랑 저녁약속을 잡고 같이 본부장실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팀원들이 전부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본부장님! 저희 지금 밥먹으러 갈건데 같이 가실래요?"
"아뇨, 전 일이 있어서."
어우.. 그냥 맛있게 먹고오라고 한마디라도 해주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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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을래요?"
"아무거나…."
"아무거나가 제일 어려운건데"
"음... 파스타?"
"파스타 좋아해요?"
"네 ㅎㅎ."
"그래."
근처에 파스타집이 있나.. 하고 검색을 하다가 찾았는지 '여기 가면 되겠네-'하고 말하기에 네비에 검색하려고 손을 뻗었는데.
"앗.."
"배가 많이 고팠어? ㅋㅋㅋ"
"ㅋㅋㅋ아뇨.. 그냥.. 도와드리려구..ㅠㅠ"
"ㅋㅋㅋㅋㅋ"
식당에 도착해 마주 앉았는데 그래도 두번째라 그런가. 저번보다는 마음도 편안하고 어색하지도 않은 것 같다.
딱히 불편하진 않은데 할 말도 없고..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면서 그냥 손가락으로 테이블만 두드리고 있는데 본부장님이 먼저 말을 걸었다.
"남자친구 있어요?"
"아뇨! 없어요..."
"왜?"
왜냐고..? 남자친구가 왜 없냐면.... 그러게요.. 나 왜 남자친구 없지.. ㅋ..
"글쎄요.. ㅎㅎ.... 그냥 없는데요...ㅠㅠㅠ"
"ㅋㅋㅋㅋ"
"본부장님은요..? 여자친구 있으세여?"
"없어요. ㅎㅎ"
그냥 문득 든 생각인데 본부장님 여자친구는 화도 안나겠지?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면 올라오던 화도 내려갈거야..
그러고보니 진짜 잘생긴 얼굴이긴 하네. 이목구비 뚜렷하고 턱선 오지고.. 냉하게 생긴게 완전 내스타일ㅇ..
"왜요?"
혼자 생각에 잠겨서 너무 뚫어지게 쳐다봤나. '왜요?'하고 묻는 본부장님때문에 정신차리고 아니에요..! 하고 급히 시선을 돌린다.
밥을 다먹고 나와 걸어가는데 본부장님이 '끈 풀렸는데-'하고 말하기에 멈춰서 내 신발을 내려다보니 묶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발끈이 또 풀려있다.
혼자 '아씨..'하고 중얼거리자 본부장님도 들었는지 '아씨?'하고 되묻기에 묶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꾸 풀린다고 칭얼거려본다.
내 말에 '제대로 못묶는거 아니고?'하며 놀리더니 바로 허리를 숙여 내 신발끈을 묶어준다. 꽉 묶어주고는 반대쪽 신발끈도 풀어 자기방식대로 묶어버린다.
'이제 안풀릴걸요-'하는 본부장님을 보고있는데 갑자기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게 기분이 이상해서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데 신발끈을 다 묶고 일어난 본부장님이랑 눈이 마주쳤다.
내 눈을 안피하고 계속 쳐다보는 본부장님의 눈을 내가 먼저 피해버렸다.
"근데요 본부장님, 왜 회사에서는 안웃으세요?"
"저요?"
"네"
"웃을일이 없던데-"
그렇긴 하지.. 맞는말이라 '호오..'하고 별 말 없이 고개만 끄덕거리자 본부장님은 그런 날 보며 또 웃는다.
"그럼 지금은 왜 웃으세요!?"
"웃겨서요"
"…."
"ㅋㅋㅋㅋ."
"왜 자꾸 웃으세요ㅠㅠ"
"귀여워서."
저번에도 그렇고 자꾸 이렇게 갑자기 귀엽다고 치고 들어오시면 제 심장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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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나고 팀원들하고 커피를 사와서 사무실 사람들한테 나눠주는데 다른 직원이 본부장님한테 라떼를 한잔 건네자 아무말 없이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 가져간다.
그러더니 곧 내게 다가와서 '나 라떼 안마시는데'하고 조용히 말하기에 히익..하고 쳐다보자 '바꿔주지-'하고 내 아메리카노를 쳐다본다.
"근데 이건 제가 한입 마셨는데.."
"그럼 이거 버려요?"
라떼를 들고 버리냐는듯 흔들어 보이기에 '아뇨오..'하고 머뭇거리자 내 손에서 아메리카노를 가져가고 자기가 들고있던 라떼를 내 손에 쥐어준다.
오늘 퇴근하고 오랜만에 다같이 회식하는 분위기가 잡혔는데 그 누구도 선뜻 본부장님한테는 말을 못하고 있기에 내가 말한다고 했다..
근데 사실 본부장실까지 가기에는 용기가 안나서 메신저를 보내본다.
[본부장님!]
[네.]
[오늘 끝나고 뭐하세요?]
[글쎄요?]
[약속 없으시면 회식 같이가요 ㅎㅎ]
[회식?]
[네!!]
[그런거 안가는데.]
[ㅜㅜㅜㅜㅜ]
[이따 봐서요.]
.
..괜히 같이 가자고 했나. 술자리에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술은 한잔도 안마시는 본부장님을 보고 있자니.. 뭐랄까.. 회식이 회식이 아닌 기분이랄까.
아니 뭐 언제부터 회식이 즐거운 자리였냐만은... 그래도 이런 분위기는 아닐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취기가 오른 여직원들이 이때다싶어 취한척 본부장님한테 말도 걸고 터치도 조금씩 하는데 그럴때마다 안그래도 무표정인데 더 정색하고 쳐다보니까 사실 좀 지릴것같다....
뭐지.. 둘이 있을땐 안그랬는데. 도저히 적응이 안되는 모습에 본부장님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내 시선을 느꼈는지 또 눈이 마주친다.
날 쳐다보다 눈치를 한번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기에 대충 눈치껏 쫓아 나가니 바로 앞에 서있는 본부장님이 보인다.
"집에는 언제 가려구요?"
"저요??"
"네."
"어... 음.. 모르겠는데요 ㅎㅎㅎ"
"취했어요?"
"아니요!! 조금밖에 안마셨어요…."
"데려다줄게."
"저요?"
"네, 너요."
"왜요…?"
"…."
데려다준다는데 왜요?는 너무 심했나 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왜요밖에 할 말이 없었는데.... 진짜 왜 데려다주는데..ㅠㅠㅠ
내 말에 말문이 막혔는지 갑자기 아무말도 없는 본부장님 눈치를 슬쩍 보자 싫냐고 물어온다.
"아뇨…. 싫은건 아닌데.."
"그럼 됐어."
자기 할말만 하고 다시 들어가버리는 본부장님을 쫓아 쫄래쫄래 자리로 돌아오면 다른 직원들이 동시에 우리를 쳐다본다. 마치 왜 둘이 같이 오냐는듯한 눈빛...
헤헿~하고 웃어넘기면 그만이다.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마무리 할때쯤이 되니 살짝 취한게 느껴진다. 발음도 살짝 꼬이는것 같고...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취했는데 누가 자리에서 일어나다 본부장님을 살짝 쳤나보다.
본부장님이 '아.'하는 소리에 그쪽을 쳐다보면 또 인상 가득 쓴 채로 서있는게 보인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예민한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