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본부장이 날 좋아한다면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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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읽어보시고 싸인 해주시면 되구요.. 그리고 여기도... 해주시면 됩니다..!!"
회사에 들어온지 일주일밖에 안되기도 했고, 본부장님에 대한 소문도 워낙 안좋고..
사실 딱봐도 '저 싸가지 없어요'하고 얼굴에 써있어서 신입인 나한테는 너무 어려운 존재다. 그런 사람한테 서류 싸인을 받아오라니.. 진짜 팀원들도 못됐다ㅠㅠ 나 만만하니까 보낸거잖아ㅠㅠㅠㅠㅠ
"누가 잡아먹나?"
"…네!?"
"싸인만 해주면 되는거야?"
"아.. 네!!"
뭐지? 직접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은건 오늘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같은데..? 별다른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살짝 웃어보이기도 했고.
아니, 근데 웃는 얼굴 보니까 또 그렇게 냉한 얼굴도 아닌것같은데… 목소리도 좋ㅇ... 아 이건 너무 갔다. 대화 한두마디에 김칫국 잔뜩 마시는거 여전하다 김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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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요, 본부장님이요! 막 소문처럼 엄청 무섭고 어려운분은 아닌 것 같아요!!"
"..신입.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접어두는게 좋을걸? 그 나이에 벌써 본부장 딴것부터가 무서운 사람이야"
"그런가... 그래도 아까 웃으시는거 보니까 완전 인상이 달라지시던데요? 다른 사람 같았어요…"
"웃었다고?"
사람이 웃었다는거에 뭘 그리 놀라나 싶어 그게 왜요? 하고 묻자 윤과장님은 본부장님 웃는걸 본 적이 없다며 신기해한다.
"신입 너 뻥치는거 아니야? 진짜야?"
"진짜에요!!!! 사람이 웃었다는게 그렇게 못믿을 일입니까?!"
윤과장님은 워낙 장난도 많이치고 서글서글한 분이라 회사 들어오자마자 친해졌다. 서로 알고지낸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대화만 들으면 현실남매로 볼 것 같기도 하고..
점심먹고 과장님은 잠깐 들릴데가 있다며 먼저 가셨고 나 혼자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본부장님을 만났다.
날 못보신건지 아무말없이 무표정으로 서계시니 또 무서워서 말을 걸까.. 말까.. 마음속으로 수천번을 고민하는데 본부장님이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눈이 마주쳤다.
"어… 안녕하세요!!"
미친.. 안녕하세요라니.. 아침에 서류 들고 가서 싸인도 잔뜩 받았으면서.. 처음 만난 사람처럼 인사를하냐...
아무리 어색해도 그렇지, 아무말이나 내뱉은게 창피해 속으로 날 원망하고 있는데 본부장님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밥 먹었어요?"
"네! 윤과장님하고 파스타 먹었어요. 아, 과장님은 잠깐 들렸다가 올데가 있으시다고 먼저 가셨ㄴ"
"네."
...싸가지없는거 인정. 지 듣고싶은말 아니니까 듣지도 않고 잘라버리는거 봐라.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혼자 속으로 본부장님을 이랬다 저랬다 수십번 평가하고 있다.
"본부장님은 밥 드셨어요?"
별로 궁금하지도 않지만 내 사회생활을 위해 물어봐준다, 내가.
"…"
지 할말만 하면 끝인가; 내 질문에는 답도 안하고 서있는 본부장님을 티안나게 째려보며 속으로 또 욕을 한다. 누가 진짜 궁금해서 물어봤나ㅡㅡ
"윤과장님이랑 친해요?"
참나, 내 질문엔 대답도 안했으면서 또 지 궁금한것만 물어보네. 내가 대답해주나 봐라.
"… 네.. 조금?"
해주지. 당연히 해주지. 본부장한테 밉보여서 어쩔라고 씹어..
"조금?"
"팀에서 과장님이 제일 잘 챙겨주시거든요! 진짜 좋은분인것 같아요 ㅎㅎ"
"아."
"…"
진짜 할 말 없게 만드네.. 무슨 아싸하고 대화하는 것 같아 혼자 답답해 미쳐버릴때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점심시간 끝나는 타이밍이라 그런가. 엘리베이터 안에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본부장님 근처에 서있었는데 사람들이 계속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완전 밀착해서 서게 됐다.
괜히 '헙!'하고 숨을 들이마신채 바보처럼 얼어있는데, 사람들에 치여서 살짝 밀리자 본부장님이 손을 올려 어깨를 잡아준다.
나보다 훨씬 키가 큰 덕분에 고개를 올려서 본부장님을 쳐다보자 눈썹을 찡긋거리며 '?'하고 쳐다보는데… .
역시 사람은 잘생기고 봐야하나. 괜히 얼굴이 빨개지는것 같은 기분에 고개를 흔들며 '아니에요..'하고 작게 얘기한다.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누가 바쁘게 걸어가다가 본부장님을 살짝 치고 지나갔는데
"아."
일부러 부딪친것도 아닐텐데 정색하고 기분 나쁜티를 내는 본부장님에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자 오히려 자기가 더 놀라서 자리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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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하고 신나서 나왔는데 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 오늘 비온다는 말 없었는데. 어떡하지.. 그냥 기다려볼까. 편의점 뛰어가서 우산을 살까. 엄마찬스 쓸까.
어떻게 해야하나 로비에 서서 혼자 고민하고 있는데,
"우산 없어요?"
본부장님이었다. 혹시.. 우산이 두개있나...? 최대한 불쌍한 척 해봐야지.
"네에…. 오늘 비온다는 말 없었는데ㅠㅠㅠㅠ"
"데려다줄게요."
롸? 우산이나 얻어볼까.. 했는데 데려다준다고?? 이게 왠 횡재냐.
.
.
"그래가지구요, 그 친구가 어떻게 됐ㄴ….... 왜요..?"
마침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춘 본부장님이 날 빤히 쳐다보길래 당황해서 왜그러냐고 물었다.
"원래 그렇게 말이 많아요?"
"... 시끄러웠어요..? ㅠㅠㅠㅠㅠㅠ 죄송해요, 전 그냥…"
"아뇨, 귀여워서."
왐마... 이 사람 뭐라는거야.. 하루에만 마음을 몇번을 들었다 놨다 하는건지 모르겠네. 싸가지 없어 보일땐 한없이 싸가지 없는 인간같고.. 잘생겨 보일땐 한없이 잘생기고 스윗해보이고..
부끄러워져서 갑자기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자 본부장님은 ㅋㅋ 하고 웃으며 다시 차를 출발시킨다.
"근데요, 다른 사람들은 다 본부장님 무서운 사람이라 그러던데.. 전 본부장님 진짜 좋은 사람 같아요. ㅎㅎ"
"왜?"
"음…."
사실 이유는 없어요.. 그냥 한 말이거든요.... 하핳....
"뻥이었네"
"...아니에요ㅠㅠ"
"근데 왜 바로 말 못해요?"
"…."
"걸렸지?"
"그냥 좋은사람이에요ㅠㅠㅠㅠ"
"늦었어요ㅠㅠ"
"넴..."
"ㅋㅋㅋ"
"그 있잖아요…."
"네"
"본부장님은! 웃는게 훨씬 예쁘니까 회사에서도 자주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ㅎ_ㅎ"
나랑 같이 얘기하면서 벌써 오늘만해도 몇번을 웃었는데. 아까 윤과장님도 그렇고. 회사 사람들은 본부장님이 웃는걸 못봤다고들 얘기한게 생각나서 한 얘기였다.
"싫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