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김남준
"자그럼..반장,탄소 학교 소개좀 시켜주렴."
"넵."
꽤나 훤칠하게 생긴 아이는 누가 보아도 나 전교1등에 반에서 반장해요.라고 얼굴에 붙이고 다니는 것 마냥 티가 났다.역시,분위기 부터 남다르구나.
반장이라는 애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씩 웃고는 가자.하고 반을 나섰다.
"아,내 소개가 늦었다.나는 김남준 이야."
"아 남준이구나!"
"탄소는 전학 왔으니까 자습시간 정도는 빠져도 될꺼야."
탈선?은 절대 안할것 같던 남준이는 매점부터 가자며 큭큭 웃었고 모범생이라 어려울 것 같았던 내 예감은 일찌감치 접어서 하늘로 곱게 보내줬다.
그래,애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따로 풀 곳이 필요한거야.
"아,그래서 우리 화학쌤은 말이야.."
"응..."
"혹시 탄소,내 얘기가 지겨워?"
"아니아니?완전 도움되는 얘기라 뇌 깊숙한 곳에 저장하는 중이야!"
"오,모범생~"
입안 가득 햄버거를 구겨넣으며 말하는 남준이는 정말 신기한아이였다.
1시간 동안 길에서 잡혀 설교듣는 마냥 일방적인 얘기로 내 머릿속은 가뜩이나 복잡했는데 더 꼬여버렸고 결국은.
"남준아..선생님이 너무 많으시다!"
"그렇지?학교가 넓은 값 한다니까.그럼 점심시간에 마져얘기할까?"
"끝난거 아니였어..?"
"무슨 소리야?한 일주일은 남은거 같은데?"
남준아..너 공부는 안해?남준아...하...
2.김석진
"오..너가 내 이번 짝이구나?"
"응..."
봉사시간도 채우고 인맥도 좀 다질겸 신청한 자원봉사는 2인1조였다.내가 맡은 건 홍보였는데 열의에 불타는 내의지에 반대로 이 친구는 자기가 싸온 샐러드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뭐하는 애지..?
"처음 보는 얼굴이라서 미리 얘기해 주는데 나처럼 뭐라도 먹어놓는게 좋을끄야..난 다이어트 중이라 어쩔 수 없지만.."
"많이 힘들어?"
"그름그름.."
그냥 입에 있는거 다 먹고 말해도 괜찮아!내가 있으면 방해가 될까봐 일어나려 했지만 그새 입안을 싹 비우고는 나를 돌려놨다.
"아아, 내이름은 김석진이야."
"나는 김탄소.."
"음, 탄소야 우선 뭐 먹으러 갈까?"
"응?너 방금 먹은거는?"
"어쩔 수 없지.탄소가 배고파서 힘들어 하는 꼴 내가 못보니까.혼자 먹기 뭐하면 나도 같이 먹지뭐!"
"아냐 괜찮아...나 혼자 먹을 ㅅ.."
"뭐라고?"
분명 들렸지만 안들리는 척 했다.내가 봤다.눈빛 싹 바뀌는거.
너 음식앞에서 얄짤 없는 애구나...하하하
3.정호석
"아,안녕하십니까!정호석이라고 합니다!옆에 앉아도 괜찮겠습니까?"
내 얼굴을 보자마자 자기 소개를 하는 정호석은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자리를 잡았다.물론 행동을 딱딱히 하면서 말이다.
내가 무섭나..?내 옆에 앉아도 괜찮은데..
내가 듣는 강의는 교실이 굉장히 넓었다.대부분 친구가 있어서 둘씩 책상 하나를 썻지만 나처럼 혼자 듣는 애들은 과반수를 넘어서 항상 옆자리는 과연 누가 앉을까 하는 하루의 소소한 재미도 겸해졌다.거기서 친해지는 애들도 적잖았고.
"아..저는 김탄소라고 해요.그렇게 존댓말 안쓰셔도 괜찮아요."
"아,2학년 아니셨나요?"
"네.."
내가 삭아보인다는 말을 돌려 하는건가?
내가 1학년이라는 말에 당황해서는 그게아니고요.하며 나를 위로했다.그러면 그럴수록 비참해 지는건 뭘까..
"미안해 탄소야아..내가 워낙 사람들을 많이 몰라서 당연히 2학년인줄 알았지이.."
수업이 끝난 뒤 그렇게 낯가릴 때는 언제고 바로 친해져서는 애교아닌 애교를 섞으며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 놓으시는 중이시다.
그래도 내가 삭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였다.오해도 많이 받았었고.
인생 직격탄을 나만 맞은거 겠지.
"알았어,알았다고.근데 그 애교가득 섞인 말투 자제하면 안돼?"
"웅!"
"하..너 진짜.."
"그니까 돈까스 먹으러가자!"
고고!내 의견도 없이 이상한 노래를 부르면서 나를 끌고 가는데 나는왜?나는 괜ㅊ...
4.박지민
"뭐야...내 짝이야?"
"응..."
내 짝이라는 아이는 내가 자기소개 끝날 때 까지 누워있다가 점심종이 치자마자 귀신처럼 일어났다.
정말 곤히 잠들어서 옆에 누가 안던 애들이 시끄럽게 떠들던 귀한번 쫑끗하지 않던 아인데...
첨에는 옆에 누가 있는걸 보고 화들짝 놀라더니 적응 됬다는 듯 휴대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카톡을 했고 밥먹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나는 많이 내성적인 성격으로 친구는 커녕 오는 애들마다 철벽아닌 철벽을 첬고 역시나 애들은 그저 처음 본 아이니까 관심 가져줄 뿐 같이 밥을 먹자거나 그런건 없었다.
그래..인생 마이웨이지 그래.
"짝꿍아."
"응?"
"이름이 탄소야?"
"응.."
"나는 지민이야."
"아.."
"짝꿍은 밥안먹어?친구가 없어서 안먹는거면 나랑같이 먹을래?나 왕따라서 친구 없거든!"
누가 왕따당한다는걸 저렇게 해맑게 말하나 싶을 정도로 눈이 소멸되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끌고 나갔다.
벌써 피곤해지는 이 기분은 뭐지...
"역시 오늘 급식도 맛이없구나."
자리에 앉아 반찬을 뒤적이며 잔뜩 풀이죽은 목소리로 반찬 투정을 했다.
제육볶음에 콩나물 무침 정도면 괜찮은거 아닌가 생각해 봤지만 모든 애들 표정이 시무룩해 보여서 입을 닫았다.
"혹시 매번 이렇게 나와?"
"아니아니.일주일에 3번정도?맛있는 날은 수요일과 금요일 정도야..근데..급식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잖아.."
"그정도야?"
"응....후..밥 대충먹고 매점가자.."
"그래그래!"
그렇게 매점에서 오천원 어치나 사먹은 뒤에야 배부른 배를 이끌고 교실로 돌아가 서로 반찬투정을 부렸고 꽤 많이 친해진거 같아서 좋았다.
앞으로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너랑.
5.전정국
"음.여기서 담배 피시면 곤란한데요,누나."
언제 왔는지 내옆에서 내가 겨우킨 불을 끄며 생긋 웃어보였다.저자식은 자기가 어떻게 하면 반할지 아는 위험한 놈이였다.
일부러 아는척 안하려고 했는데 왜따라온거야..
"난 피려고 나왔는데."
"여자한테 담배는 해로워요."
"너도 피잖아."
"안피죠."
"그럼 왜나왔어?"
"누나가 펴서요.제 짝은 제가 챙겨야죠.
무슨 개똥같은 논리야...짝?짝이라니?당황한 눈으로 쳐다보니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며 정말 한심한 눈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기억안나요? 한 쪽 눈을 찡그리며 내기억력을 시험했지만 역시나 실패다.도대체 언제 말했길래 기억이 안나지?이게 바로 기억조작인가?
"어휴.아까 형들이 남녀 한명씩 짝지어줬잖아요.이따 보물찾기 하러갈."
"아!그게 너였어?"
"뭐야,모르고 있었어요?이누나 큰일날 누나네."
"몰랐다...미안."
"됬어요,그럼 가죠?"
엉덩이를 탁탁 털으며 나를 이끌었다.밤길이라 그런지 으스스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가까이 붙었고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자기 쪽으로 끌었다.
"꼭 붙어 있어요.쪼그마해서는 가리면 보이지도 않겠네."
왜 니가 여자한테 인기많은지 알겠다.......훠우!
6.민윤기
"아씨,진짜!이런거 싫다니까!"
"아,하라고!"
"아 싫어!힙합은 죽었어!"
"뭔소리야 진짜!개소리 말고 당장 안써?"
니 머리띠 하나에 우리의 운명이 오락가락 한단 말이야!저 자식은 상금을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짓밟아 버리려고 환장했어진짜.
이번 축제에서 여자는 남장,남자는 여장을 해서 최고의 케미커플을 가려 1등에게 10만원 상품권을 준다.
이번 대회의 주제가 나오자마자 애들은 윤기를 강력히 외쳤고 나아니면 안한다고 땡깡부리는 바람에 했는데 안해?저게 진짜.
"아오 니 때문에 나도 쪽팔리게 생겼으니까 서로 조용조용히 1등하자?"
"으씨 진짜.1등 안하기만해."
"결국 할거면서 빼기는."
나름 꾸며놓으니까 반반하게 생겼네.남자가 여자보다 하얀건 이건 사기야..
뻥이 아니였다.윤기는 안그래도 여리여리한탓에 옷이 딱어울렸고 적절한 맷집에 그나마 다른여자애들과 차이가 났다.
뭐하는 애야?왜 나보다 말랐어?다리봐다리...나만 그렇게 생각 한게 아닌지 여기저기서 애들이 수근거렸다.
"야,그렇게 안어울리냐?"
"아니 겁나 예뻐서 당황스럽다."
"뭐래,니도 잘생김."
"뭐래 설렐뻔."
"아무래도 우리가 1등일듯"
민윤기 이자식은 그렇게 튕기더만 무대에서는 처음 보는 애교섞인 말투와 행동에 크게 당황했지만 윤기의 활약으로 1등을 했고 내려와서 토끼 머리띠를 내려놓으며 나를 다독였다.
"힙합은 죽었지만...내 멋짐은 살아났어,탄소군."
"미쳤냐.탄소군이 뭐냐?"
"큼..뭐 암튼 잘했다고."
"뭐야!머리왜 쓰다듬는데!"
"그래도 나보다 작아."
뭐야 진짜...짜증나게 설레게 하고 난리임.
7.김태형
"뭐야..."
"아,도련님 주무시는줄 몰랐습니다.죄송합니다.
"아아,됬고.무슨일이야."
"이따 점심 약속에 가시려면 지금쯤 출발하셔야 합니다."
"#김 비서."
"네?"
"내가 말 놓으라고 말안했나?"
"아...도련님 그건.."
쯧.혀를 차며 얼굴가득 기분안좋음을 표현했다.도련님은 언제나 자기가 원하는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저렇게 투정을 부리셨다.
어린나이에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는 문제 때문에 여러곳에서 사랑받지 못했고 그 유일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건 제일 가까이에 있는 비서였다.
그래서 그런지 질투도 가끔 하셨고,저렇게 친해지려고 말을 놓으라고 했지만 어떻게 그렇겠나..
"도련님,준비 다 되셨습니까?"
"응."
"그럼 바로 내려.."
문을 열려는 내손을 잡고는 자기 볼에 가져다가 놓고 5살 아이가 엄마한테 사랑을 구걸하듯 내눈을 바라봤다.
하지만 절대 사적인 감정은 금한다는 계약 조항에 따라 나는 눈을 피할 수 밖에 없었고 눈을 피하자 고개를 돌려 자기를 바라보게 했다.
"도련.."
"언제까지 비서인척 할래 김탄소."
"이러면 안된다고 했잖아.."
"곧 회사의 회장이 될 거야.그럼 내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지."
"지금은 아니잖아."
하.머리를 쓸어 올리며 뜻대로 풀리지 않자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해쳤다.그러고는 언제 그렇게 살기를 띄었냐는 듯 다시 온순해 져서는 미소를 머금고 나를 다시 쳐다봤다.역시나 적응 안되는 얼굴이야.
"해줘."
"..."
"우리 탄소는 못하는게 없어요."
"..."
"이따가 점심약속 그거 상견례야."
"..."
"안할거야,그거."
"..무슨"
"넥타이도 못매는 여자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너처럼 일도 잘 못해."
"태형아.."
"옛날부터 내 짝은 너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