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나고 나서 잡혀있는 삼겹살 약속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동아리 실에서 대충 시리얼을 먹었고, 몇몇은 매점에서 빵을 사와 먹었다. 시리얼을 다 먹고 그릇에 우유가 남자, 찬이는 다시금 시리얼을 들어 탈탈 털어내며 말했다. 근데,
찬) 이거 분명 거의 다 떨어져 있었는데 누가 사다 놓은거야?
원우) 윤정한 아니야? 동아리 회비로.
정한) 나 아닌데? 니네 시리얼 책장에 꽂아놔서 있는지도 몰랐어.
원우) 그럼 홍지수?
지수) 나 아냐.
승철) 나서서 그렇게 착한 행동을 할 사람이 한 명 말고 더 없지.
원우) ..여주?
원우가 여주? 하고 말하자 소파에 앉아 시리얼을 먹던 아이들의 시선이 순영, 민규 그리고 지수와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 여주를 향했다. 우렁찬 순영의 목소리에 듣지 못한 여주는 주사위를 굴려댔고 아이들은 여주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찬) 우렁각시네 우렁각시
정한) 진짜 하는 짓이 좋아할 수 밖에 없어.
지수) 우리 동아리라서 참, 감사해.
정한) 어때 내 안목.
지수) 니 안목 뭐. 니 안목이랑 상관 없거든.
정한) 뭐래 내가 들인건데.
원우) 생색내는거 봐라.
지훈) 근데 냉장고 하나 마련 하는게 어때.
정한) 냉장고..? 웬 냉장고.
석민과 게임을 하던 지훈이 소파에 앉아있는 아이들을 향해 몸을 돌리더니 꺼낸 이야기였다. 뜬금없는 냉장고 소리에 정한이 되묻자 지훈은 손에서 조종기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고, 석민 또한 몸을 돌려 대화에 참여했다.
지훈) 이제 여름이면 음식도 쉬고 할 텐데, 작년에도 냉장고 얘기 나왔는데 말 안맞아서 못샀잖아.
석민) 그래, 그리고 우리 자주 비빔밥 같은 것도 만들어 먹고. 엉?
원우) 이러다 살림 차리겠네.
찬) 근데 냉장고 작은거 얼마 안하잖아. 십만원이면 사. 거기에다 우리 시리얼 많이 먹어서 우유 자주 사는데 상하지 않게 냉장고에 넣어두면 딱이긴 한데.
정한) 동아리 실에 냉장고 있는 동아리가 있어?
원우) 요리동아리.
정한) 미친놈아 그건 요리동아리고.
승철) 야, 누가 있고 없는게 뭐가 중요해. 걍 미니 냉장고 사서 코드 꽂으면 되는걸.
석민) 그래그래. 뭘 먹어야 사진도 찍고 그런거지. 형, 이거 어차피 모두가 찬성이야.
정한) 정석쌤한테 여쭤볼게. 정석쌤이 오케이 떨어지면 사는걸로.
정한의 말에 지훈과 석민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시금 몸을 돌려 게임을 했고 소파에 앉아있는 아이들은 휴대폰을 보거나 다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정한) 선생님.
“...어, 부장. 왜?”
5교시 쉬는 시간, 정한은 정석을 찾았다. 컴퓨터로 게임을 하던 정석은 고개를 돌려 제 옆에 서있는 정한을 잠시 쳐다보더니 다시금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고 정한은 준비해온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정한) 그 저희가 매달 돈 걷어서 회비를 모으고 있잖아요.
“그래. 그걸로 밥도 먹고 친목도 다지고 엉.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잘 알고있지.
정한) 근데 그 돈으로 작은 냉장고를 사자는 이야기가 나와서요.
“냉장고? 웬 냉장고.”
정한) 동아리 실에 남아서 오랫동안 사진 편집 작업이나, 인쇄 작업을 하게되면 음식을 사서 먹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근데 이제 여름이면 음식들이 상할거고.. 작년에 지수는 상한 음식 먹고 배탈도 났었어요.
청산유수. 지수가 나지도 않은 배탈도 났었다며 표정하나 안변하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정한이었고, 턱을 괸 채 게임에 열중하던 정석은 음..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배탈 나면 안되지..”
정한) 사진 예쁘게 인쇄하고 하는게 쉬운일도 아니고 시간도 꽤 걸리는 작업이라 아이들이 많이 배고파 하거든요.
“그래 그럼 작은 걸로 하나 사. 어차피 너희 돈이잖아.”
..이놈의 학교 전기세로 쪽쪽 빨아먹어보자.
정석이 마지막에 작게 중얼거렸고 정한은 웃음을 꾹 참으며 그럼 사는 걸로 진행하겠습니다. 하고 반듯하게 말하고서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지훈) 공깃밥 두개 더 추가해줘.
승관) 사장님 여기 공깃밥 두개 더 주세요!!!
지훈) 그래서 사기로 했어?
정한) 엉. 냉장고 사기로 했어. 단톡방에다가 몇개 올릴테니까 투표하자.
찬) 아싸 우유 사다놔야겠다.
여기 공깃밥이요-.
지수) 다먹은거야?
여주) 응, 배불러.
민규) 또 또 입 짧아졌어 또. 쟤 집에서도 저녁 안먹지?
석민) 어, 저녁 잘 안먹어. 야 여주야 좀 더 먹지그래?
여주) 항상 말하지만.. 나 되게 많이 먹는거라고. 니네가 많이 먹는 거란 생각은 못하는 거야..?
한솔) 여주야 내 여동생 너보다 많이먹어.
석민) 들었지 여주야. 남자 기준이 아니더라도 적게 먹는 거 맞다니까.
여주) 이정도 먹어야 음료수 먹을 배가 남는거야.
신경쓰지말고 밥 먹어.
젓가락을 제일 먼저 내려놓은 여주가 휴대폰을 손에 들었고 민규는 중얼중얼 잔소리같지 않은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어디야? -민현
윤정한 연락 안받는 거 보니까 -민현
같이 있는 것 같아서 -민현
여주에게 온 민현의 문자에 여주는 입 안에 아직 남은 고기를 씹어 삼키며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동아리 회식
어디서? -민현
-여기 사거리에 돼지방
거기서 밥먹고 뭐해? -민현
여주) 우리 여기서 밥 다먹고 뭐해? 민현오빠가 물어보는ㄷ-,
정한) 뭐!? 그자식이 왜 물어봐!
여주) 오빠가 연락 안받아ㅅ-,
정한) 답장하지마! 내가 전화할게!
여주의 물음에 정한은 휴대폰을 들고 곧 민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길어지는 연결음에 정한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자식 왜 안받아! 하고 소리치자 민현의 목소리가 정한을 향했다.
민현) 왔으니까 안받지.
정한) ...뭐야! 니 왜 여깄어!
민현) 여주가 여깄다고 하길래.
이모 여기 공깃밥 하나요-!
정한의 옆에 의자를 끌고와 앉은 민현이 공깃밥을 추가하곤 젓가락을 꺼내 고기를 집어먹기 시작했다. 정한은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턱을 괴며 민현을 쳐다봤다.
정한) 학원은.
민현) 보다시피.
지훈) 재떨이 던진거 맞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지랄이야 왜.
순영) 이번엔 대가리가 아니라 어디를 맞고싶은거냐? 그냥 학원 가지 그래?
민현) 배고파.
지수) 그럼 밥만 쳐먹고 가 임마
민현) 배고프다고.
시간에 쫓겨서 편의점에서 대충 때우고, 학교 일에 바빠서 급식 빨리 처리하고 올라가서 일하고, 남은 쉬는시간엔 학원숙제에. 집에가면 과일 쪼가리 올려주는 거 먹으면서 또 학교과제.
민현) 야. 난 언제 편하게 밥먹냐?
정한) 불쌍한 척 개잘해, 진짜 짜증나게.
지훈) 그래 니가 제일 불쌍하다.
민현) 감사. 야 거기 된장찌개 좀 줘봐.
순영) 다- 드세요. 다~ 드셔서 겁나 건강해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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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__HH 운동회 끝난 기념 삼겹살 회식
#30인분 #실화? #사진속한명 #아직 #외부인^^
댓글
Shua__jo 삼십인분 먹었어?
-Jung__HH @Shua__jo 생각보다 적지?
Shua__jo @Jung__HH 엉. 한 사십인분 나올 줄 알았는데.
Chul__18 삼겹살 먹고 빙수 먹어서 그래. 더 분발하자^^
Jung__HH @Chul__18 분발하지마. 회비가 어떻게 죄다 식비로 나가냐고. 이번에 냉장고 사서 적자임.
mmmin_hyunnn 아직도 외부인이라니 마상^^..
Jung__HH @mmmin_hyunnn 유감.
민현) 선생님.
“..어, 민현아. 왜?”
민현) 생명동아리에서 타 동아리로 옮긴다는 애들이 나와서요.
“그래? 몇 명 정도?”
민현) 한 세명 되는 것 같아요. 그 쪽으로 명단 정리해서 각 부서 부장한테 주면 되죠?
“그래. 민현이가 고생이 많네~”
민현) 아니에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생명동아리 담당 선생님은 바쁜 듯 책상을 뒤적거리며 민현의 말을 흘려들었고, 민현은 발 벗고 나서서 일 처리를 하고 싶지 않아하는 선생님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떡하니 올릴 수 있었고, 일은 꽤나 수월하게 진행됐다. 더군다나 사진동아리 선생님은 생명 동아리 선생님과는 층수가 다른 교무실에 계셨고, 다음 동아리 시간에 인원을 체크 할 때 즈음에는 이미 자신이 사진 동아리로 옮기고 나서 일테니,
민현) 쉽다, 쉬워.
제가 사진동아리로 옮겨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이 옮기는 동아리 부서를 보던 민현은 저 멀리서 걸어오는 지수와 정한을 보곤 웃음기를 머금은 채 정한을 불렀다. 야 윤정한!!
정한) ...뭐야?
지수) 황민현이네.
민현) 자 여기 명단.
정한) 뭔 명단? 이게 뭔데?
민현) 이번에 사진동아리로 옮기게 된 학생 명단. 정석쌤한테 가져다 드리면 돼.
정한) ...니 이름 추가된 것 밖에 없잖아. 남일 처럼 말하고 있네
민현) 가져다 드리고 웬만해선 조용히 처리했으면 해. 생명 귀에 들어가면 나 바로 다시 잡혀들어간다.
지수) 우리가 바라는건데?
정한) 제일 시끄럽게 처리해볼게.
민현)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네. 되도록이면 빨리 처리해줘. 무소속은 싫다.
민현이 정한의 어깨를 툭 치더니 제 반으로 홀연히 사라지고 지수와 정한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작게 중얼거렸다.
정한) 불쌍한 놈.
지수) 쟤 중간에 들어왔으니까 회비 두배로 걷자
정한) 그럴까? 부자자식 한 번 신명나게 뜯어봐?!
점심시간, 동아리 실을 가기 전 정한은 정석을 찾았고, 오늘도 어김없이 컴퓨터로 카드게임을 하고 있는 정석에 정한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저 캐릭터 어디 안가. 정한이 정석 옆에 서자 인기척에 정한을 올려다보고, 어, 부장. 왜? 하더니 다시금 카드를 클릭해댔다. 그런 정석 앞 키보드 위에 정한이 민현에게 받은 서류를 올려두고 입을 열었다.
정한) 이번에 동아리 중간 합류 학생 명단이에요. 저기 끝에다 사인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누가 우리 사진동아리에 중간 합류를 해?”
보통 우리 동아리 떨거지만 받지 않냐?
정한) 맞는데 쟤도 약간 모지리라.
“ 내 과구나? 누군데?”
....황민현?
정한) 네. 걔 하나요.
매점에서 사먹은 핫바 막대기를 입에 문 채 고개를 숙여 종이를 보더니 민현의 이름에 눈을 살짝 찌푸렸다. 마우스에서 잠시 손을 떼고 종이를 집은 정석이 고개를 기울이더니 정한을 향해 물었다.
“얘 학생회장 아냐? 생명동아리.”
정한) 네. 그럴걸요.
“근데 얘가 왜 사진동아리를 들어와? 얘랑 사진동아리에 친분 있는 애가 있어?”
정한) 없는걸로 알고있는데, 사진 찍는데에 흥미가 생겼나보죠 뭐. 쌤 싸인이요.
정한의 말에 정석이 펜을 들더니 싸인을 했고 곧 중얼거리며 정한에게 말했다.
“정한아, 난 왜 우리 사진동아리가 좋은 줄 아냐?”
정한) ..네?
“애들이 무척 밝아, 엉. 우리 순영이 봐라. 수학시간에 매애앤날 불려나와도 그지같은 공식쓰면서 틀리는데 아주 해맑아.”
정한).......
“승철이는 체대생이라고 수학은 던진지 오랜데, 또 농구할 때 포물선 얘기하면서 시속 몇킬로미터 말하는 거보면 참 웃겨. 지 하고싶은 것 만 하는 타입이잖아? 그게 또 딱 나거등...”
다시금 마우스에 손을 올린 정석이 카드를 섞어대고 입에 여전히 핫바 꼬챙이를 문 채 정한에게 조잘조잘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학생회장을 참 안좋아해써.. 인간답지가 않은거야, 엉.. 놀줄 알아야 하는데? 놀줄 모르는 것 같은거야!”
정한)........
“그래서 부탁할 게 있는데,”
정한)...뭔데요?
“들어오면 노는 법 좀 알려줘라. 걔한테.”
맨날 기계마냥 입꼬리 살짝 올려놓고 웃으면서 양손에 책이나 서류 바리바리 들고 돌아다니는거 보면 고작 18살 짜리가 으른 같이 행동하잖아. 엉? 정한아. 너희 잘노니까 옆에서 좀 놀아줘. 내가 생명쌤한텐 말 안하고 이거 그냥 처리할게. 걔도 얼마나 숨쉬고 싶었으면 동아리를 옮기겠니. 착한 우리가 받아줘야지, 엉.. 가봐.
정한)...뭐냐? 너 왜 벌써 와있어.
민현) 싸인 하셨을 것 같아서. 미리와서 놀고 있었는데?
정한이 교무실을 나와 동아리 실로 들어오니 어느덧 민현은 아이들과 함께 부루마블을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정한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래- 니 말대로 통과 됐지~
민현) 아싸. 나 이제 사진동아리야.
여주) 옮겼어?
석민) 헐- 대박.
민규) 근데 형 원래 있던 사람 같았어. 워낙 자주봐서.
형 턴이야. 던져.
민규의 말에 민현이 주사위를 던졌고 동아리 방의 분위기는 다시금 산만해졌다. 소파에 앉아있던 지훈, 순영, 그리고 지수와 정한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순영) 걱정된다, 저노무시키.
지훈) 동감. 생명 동아리 나온거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 문젠데. 윤정한 니가 통과 시켰지?
정한) 그럼 뭐 어떡하냐, 숨 쉬겠다고 지 목숨 버려가면서 뛰쳐나온 애를.
지수) 그걸 얘가 뭐 어떻게 할 수 있진 않지. 지가 선택한 거 어련히 잘 할까.
지훈) 어련히 잘 했으면 재떨이 던진거 맞아서 대가리에 피 날 일은 없었겠지. 쟤 다리 하나 부러지는 건 시간 문제일걸.
정한) 막아야지. 우리 아직 저새끼랑 축구도 못해봤는데. 어, 야 그거 사온거야?
준휘) 엉.
이 찬) 우유랑 해서 시킨 거 사왔어.
대화 내용과는 달리 덤덤한 어조로 대화를 나누다가 동아리 실 문이 열리자 아이들의 시선이 문으로 향하고, 양 손 바리바리 봉투를 들고 온 찬과 준휘에 몇몇이 봉지를 들여다봤다. 3교시 쉬는 시간 정한의 요청으로 외출증을 끊곤 편의점에 다녀온 아이들이었다.
지훈) 오 콜라 사왔네.
승관) 아싸 오렌지 주스~
순영) 야 초코 시리얼은?
찬) 준휘형이 든 거에 있어.
찬과 준휘가 티비 밑에 자리한 냉장고를 정리하고 아이들은 몇가지 과자를 쏙쏙 빼갔다. 어느덧 헐렁해진 봉투에 찬이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와 이거,
찬) 벌써 비워지고 있는데? 정한이형! 우리 식비 장난 없겠어!
기말고사 3주 전, 여름방학 4주 전.|
정한) 각자 반마다 자료 조사는 해왔지? 오른쪽 부터 차례대로 얘기해보자.
아이들이 평소와는 달리 차분하게 소파에 모여 앉았고, 가운데에 앉은 정한이 볼펜을 딸깍 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정한 바로 옆 오른쪽에 앉은 승철이 입을 열었다.
승철) 일단 나랑 준휘는 가평 얘기를 좀 해봤는데,
순영) 에이 가평 넘 식상!
승철).......
순영) 미안. 마저 말해.
승철) 준휘가 가평을 한번도 안가봤대서. 거기 번지도 있고 바나나보트도 있고 펜션 좋은 곳도 한 번 알아봤는데, 바로 앞에 계곡도 있어서 좋더라고.
시험기간 모여서 한다는 얘기가 여름방학 피서지였다. 모든 아이들은 시험엔 관심도 없다는 듯 하나 둘 목소리 톤을 높여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한) 계곡 좋다. 그럼 권순영네 반은?
순영) 에헴 우리 반은 남양주를 한 번 찾아봤지!
지훈) 난 부산가고싶었어. 얘는 남양주가고싶대.
승철) 남양주는 뭐냐.
순영) 야 남양주 무시하지뫄!!!!!
지훈) 부산 어때, 부산.
정한) 뭐야, 그럼 1반은 두군데네. 우리는 을왕리 얘기나왔어. 그냥 펜션 안에서만 놀자로 해서. 1학년들은?
승관) 우리반은 제주도!!!! 지금 예매하면 티켓도 아주 저렴해! 개인당 왕복 사만 사천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제주도에 사셔서 숙소 무료! 두둥! 가서 놀기만 하면 된다고!
정한) 숙소비 절감이 좋지만 비행기 표 값이 살짝 부담되네. 여주네 반은?
여주) 우린 파주 생각했는데. 파주도 볼거리 많다그러길래, 펜션도 많고.
정한) 황민현 넌?
민현) 나도 제주도 생각은 했어.
아이들의 말에 하나하나 메모하던 정한이 적힌 지역들을 보곤 고민하는 듯 볼펜을 입에 가져다 댔고 곧 종이를 찢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말했다.
정한) 자, 그럼 가평, 남양주, 부산, 을왕리, 제주도, 파주. 중에서 객관적으로 가고싶은 곳을 투표해보자.
승철) 진짜 가고싶은 거 적어? 경비 이런거 신경쓰지말고?
정한) 고려하면 좋겠지만, 일단 고려하지말고 가고싶은 거로만 적어봐. 경비나 이런건 그 후에 얘기해도 될 사항이기도 하니까. 작성한 사람은 여기 통에 넣어줘.
정한의 말에 아이들이 볼펜을 돌려써가며 쪽지를 작성하고, 곧 통에다가 제 쪽지를 넣었다. 마지막 여주의 쪽지를 넣은 통을 든 정한이 휙휙 휘저어보이더니 제 옆에 앉은 승철에게 나온거 표 수 네가 적어줘. 하고 말했고, 곧 쪽지를 뽑아 읽기 시작했다.
정한) 부산
승철) 부산 하나
정한) 부산
승철) 부산 둘
정한) 제주도
승철) 제주도 하나~
정한) 남양주
승철) 남양주 하나~
정한) 제주도
승철) 제주도 둘~
한참 정한이 쪽지를 뽑을 수록 승관의 얼굴에 웃음꽃이 펴지기 시작했다. 두손을 모으고 활짝 웃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이상한 수상소감마냥 떠들어대기 시작했고, 명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승관의 반팔 와이셔츠를 잡아 당겼다. 아 좀 앉아!
승관) 여러분 제주도에 어서옵서예! 다들 뽑아주셔서 고맙수다!
정한)...제주도.
승철) 제주도 십이~
정한) 야 다 제주도 투표할거면 왜 다른거 알아본거야?
지수) 제주도가 안될 줄 알았지. 근데 제주도를 가져올 줄이야.
순영) 역시 관아~!
정한) 그래. 숙소를 승관이 할아버지 댁으로 하게되면 절약하고 좋은데, 비행기 왕복 비용은 우리 회비 선에서 처리해야돼. 가장 저렴한 항공편 알아봤어?
승관) 왕복 사만 사천원!!!
순영) 어머 왕복이 사만 사천원!?!?
석민) 말도안돼! 그 가격이 왕복이라구~!?!?
정한) 사만사천원이면 열 다섯명이니까 육십육만원에 각자 교통비며 식비며, 이거 안-,
승관) 어머. 예비종 쳤다. 찬아 우리 5교시 미술아냐?
찬) 맞지맞지, 미술이지.
승관) 미술은 예지관에 있잖아? 지금 반에 들려서 교과서까지 챙기고 가려면 시간이 부족해! 흩어져!!!! 다음에 회의하자!
정한이 못간다고 말하기 직전 종이 울리고, 승관과 찬의 티키타카에 아이들이 우르르 반을 빠져나갔다. 가장 여유로이 정한의 얘기를 듣던 민현과 정한 둘이 남았고, 아이들이 있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의 정적이 흘렀다.
민현) 여태 모은 회비가 얼만데?
정한) 올해부터 5월까지 모은게 백이십, 너 들어오고 6월까지 합산한게 백이십칠만오천원. 에서 빠져나간 냉장고 값까지 포함하면 총 백십사만구천삼백원.
민현)...뭘 그렇게 달달 외우고 있었어?
정한) 공금이니까. 나도 내 용돈은 얼마 남았는지 몰라.
정한이 에이포 용지에 1149300원 숫자를 느릿하게 적었고, 민현은 그 숫자를 바라보다가 소파에 완전히 몸을 기댔다. 손가락으로 제 허벅지를 두드리더니 정한을 향해 넌지시 물었다.
민현) 얼마나 부족한거야?
정한) 팔월 초에 가는거니까 칠월 회비까지 더했을 때 1,374,300원 이니까 여기서 비행기 값을 빼면 714,300원. 보통 버스 학생비가 1100원 이라고 가정했을 때 왕복은 2200원인데 하루 세번정도 탄다고 가정하면, 이틀동안 육만 육천원이야.
민현)........
정한) 우리 애들 하루 식비는 어쩔거야? 관광지라 식당에서 하나씩 사먹어도 만원이라 치자. 그럼 십오만원인데 하루 한끼먹어? 아니지, 세끼 먹는데다가 놀러가는 곳에 아이스크림 과자 팔면 그거 다 먹잖아. 요즘 아이스크림 하나에 삼천원이야. 그럼 어림잡아 하루 세끼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껴보면 사십구만오천원. 근데 우리가 이틀, 정확하겐 하루하고 오후 3시 비행기로 돌아온다고 치면 아침 점심에 간식까지 사십만원.
민현)......야,
정한) 여태 말한거 다 더해볼까? 그럼 구십육만천원. 대략 백만원이지.
그럼 비행기 값을 뺀 각 714,300원에서 백만원 빼보렴. -285,700원. 어머, 마이너스네. 하하하하
정한이 열심히 써가면서 돈 계산을 해내자 민현은 할말을 잃은 듯 빤히 쳐다봤고, 정한은 곧 계산을 마치더니 펜을 던지고 고개를 숙였다. 민현은 그런 정한을 툭 치고서 야, 일단 반으로 가자. 하고 말했고 둘은 소파에서 일어나 동아리실을 빠져나갔다.
정한) 이자식들은 지들이 얼마나 먹는지도 모르고 과다한 인원 수에 얼마나 돈이 드는지 자각을 못해. 비행기 표 값 줄인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고.
민현) 그럼 대략 부족한게 백만원이네.
정한) 대략 그정도 되는거지.
민현) 애들이랑 부족한 돈 만큼 채우는 건?
정한) 그럼 대략 개인당 팔만원 씩 내야하는데, 그건 좀 부담스럽잖아. 가벼운 금액도 아니고. 애들이 다 너처럼 부잔 줄 아냐.
민현과 정한이 도착한 엘레베이터에 올라타고, 곧 문이 닫히자 민현이 입을 열었다.
민현) 백만원, 백만원을 어디서 구하지.
정한) 됐어, 우리 제주도 못가. 부산이나 가자.
민현) 부산가도 에러날걸. 기차표도 은근 비싸다고 지훈이가 그랬어.
정한) 그럼 가평이나 가야지, 뭐. 아까 가평은 넉넉히 갈 수 있어, 계산 해봤거든.
엘레베이터에서 둘이 내리고 예비종 덕에 덜 산만한 복도를 거닐다가 민현이 말했다.
민현) 나 가평가기 싫은데.
정한) 어쩌라고 그러면.
민현) 제주도 가고싶어.
정한) 돈 없다고. 니가 애들도 아니고 머리 안돌아가냐!
민현) 가고싶어 제주도.
정한) 민현아, 제발 생각이란 걸 하고 말해줄래? 돈이 마이너스 된 걸 보고도 말하면-,
민현) 너 나 요즘 사춘기인거 알고있지?
정한) 그럼, 알지. 요즘 십팔춘기 인거 아주 잘 알아. 부석순 다루기도 힘든데 너가 요즘 자꾸 십팔춘기라서 내가 너무 힘들단다.
민현)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 걸 꼭 해야겠거든? 우리 제주도 가자.
정한) .....너 여태 내말을 뭘로 들은거야? 돈 없어!
민현) 알아. 너 돈 없어.
정한) ..아이씨 나 말고 공금! 백만원이나 부족한데 어떻게 가!
민현) 근데,
나 돈 구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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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민현이는 어디서 돈을 구한다는 걸까요? 기말고사는 뒷전이고 놀러갈 궁리만 하는 우리 사진동아리 칭구들 ㅋㅋㅋㅋㅋㅋ 사진동아리에겐 시험기간이란 사치! 여러분 월요일 힘드셨죠? 푹 쉬시구 내일도 우리 힘내봅시다! 예쁜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