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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영어회화를 배운답시고 요즘 학원에 다니는 나.밤 11시가 다되서야 끝난 학원일정에 내가 무슨 덕을 보겠다고 돈아깝게 3개월씩이나 끊은거지 후회했다. 피곤함을 못이겨 크게 입을 벌리며 하품을하는데 그순간 열리는 엘리베이터.엘리베이터에 먼저 타있는 남자한명이 놀란듯 날본다.…헐.괜히 크게 입을벌리며 하품을 한게 민망해져 큼큼 거리며 엘리베이터 안에 올라탔다.여기는 8층.괜히 엘리베이터안 공기가 평소보다 더 어색하다.으씨 잘생긴 남정네랑 같이타서 그런가.헝헝.빨리 1층으로 내려가라…계속해서 드는 민망함에 어서 1층에 도착하길 빌고빌었다.
쿠-쿠쿵.
4층까지 순조롭게 내려가는듯하더니 갑자기 흔들리는 엘리베이터.깜짝놀라 비틀대는데 4층에서 더이상 내려가지않는다.당황스러운 마음에 열림버튼을 눌러보지만 역시나 될리없고.옆에서있던 남자가 침착하게 비상버튼을 누르는데 반응없는 상대편.뭐야 비상버튼을 눌렀으면 뭔가 있어야할거아니야!!
“엘리베이터…고장난것같은데….”
“…아…”
“이걸어쩌죠….”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이사람아….
[이용대]
벌써 30분째 엘리베이터안에 갖혀있는 우리.어찌어찌 119에 도와달라고 신고하긴했는데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계속 서있기도 다리아프고…내가 자리에 가만히 쭈그려앉으니 힐끗 날보는 잘생긴 남정네.머뭇대다가 자기도 따라 쭈그려앉는다.
“괜찮으세요?”
“네?아…네에.”
다시 조용해진 엘리베이터안.그렇게 한참을 쭈그려앉아있는데 남자가 먼저 자리를 깔고 앉는다.
“그냥 편하게 앉아요 우리.아무래도 한참걸릴것같은데.”
“…아…”
고개를 끄덕이고 철퍼덕 자리에 앉았다.사실 계속 그러고있었으면 다리에 쥐날뻔…하하하.그렇게 주저앉아 다리를 주물거리고있는데 가방에서 뭘 뒤적뒤적 꺼내는 남자.괜한 호기심에 슬쩍 쳐다보는데 내게 사탕하나를 내민다.이거라도 드세요.가진게 사탕밖에 없어요. 뭔지모르게 미안한 말투에 내가 다 당황스러울지경이였다.왜 미안해해요!괜찮아요 저!
“건물이 낡아서 자주 엘리베이터가 멈춰요 사실…”
“아 정말요?”
“그래도 걱정하지마세요!아직 밑으로 떨어진적은 한번도 없으니까!”
“예?!”
장난이에요.실실 웃으며 장난이라고 하는 이남자.무슨 농담을 그렇게 살벌하게해요!깜짝놀랐잖아요!
[박지성]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지 벌써 두시간이 훌쩍 지났다. 어째 이런날 둘다 핸드폰도 안가져와 꼼짝없이 갇혀있어야되는 신세가 됐는지.이러다 진짜 여기서 밤새는거아니야?구석에 다리를 모으고앉아 계속 안절부절 서있는 남자를 바라봤다.다리안아픈가.벌써 몇시간째야 저렇게 서있는게.
“급한일 있으신가봐요.”
“네?…아니 그건아닌데….”
“다리안아프세요?”
“…아.”
모자를 푹 눌러쓰고 그위에 후드집업까지 쓴 남자.이제야 다리아픈게 좀 느껴지는지 나와 멀찍이 떨어져 자리에 앉는데 날 경계하듯한다.나 나쁜사람아니거든요!!!
“…이렇게 된것도 인연인데 우리 통성명이나할까요?”
“…………….”
“저 나쁜사람 아닌데….”
이젠 괜히 슬퍼지기까지한다.제가 그렇게 나쁜사람처럼 보여요?지금 상황바뀐거 알긴해요?경계를 해도 제가 해야된다구요!(ㅠ.ㅠ) 내가 시무룩하게 말하자 당황한듯 어버버거리는 이남자.아 대체 뭐야.
“저는 000이라고 여기 8층에 영어학원다녀요!괜히 영어 좀 배울려고 나댔다가 개고생중이에요!하하하하하.”
너가 말안하면 나라도 실컷할테다.괜히 나혼자 이것저것 떠들어댔다.이 건물 뭔가 허름하더라니 결국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고장나네요.그래도 저혼자있었으면 무서웠을텐데 그쪽있어서 나름 괜찮아요!그래도 혼자보단 둘이낫다고 그쪽도 혼자있었으면 무서웠을걸요!…아,아닌가?
“풉”
“…어.웃었다”
“크흠. 죄송해요.”
“아니에요!저 웃기는거 짱 잘해요!”
저 모르는사람 웃기는거 좋아해요!! 괜히 웃었다는거에 들떠 개드립까지 내뱉으며 말했다.작게웃는 남자.근데 목소리가 좀 익숙…하다고나 할까?그렇게 흔한 목소리는 아닌것같은데.뭐지?잠시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가 남자를 따라 웃었다.그래도 이렇게 대화하니까 훨씬 좋잖아요!두시간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알기나해요?
“…저는 박지성이라고…10층에 아는형님 헬스장에 다녀오는길이였어요.”
“아 그러시구나!근데 이름이 정말 박지성이세요?”
축구선수랑 이름이 똑같네요!별명 축구선수 아닌가? 해맑게 웃으며 남자에게 말했다.이번엔 정말 빵터지는 남자.…어디에서 웃어야되는거지?별명에서?이름이 똑같다는거에서?그,그렇게 웃으면 당황스럽잖아요!
“큼.죄송해요.직업이 축구선수라 별명은 아니에요.”
모자를 쓰고있고,심지어 고개를 살짝 숙이고있어서 잘 못봤던 얼굴을 드디어 제대로 보여주는 남자.순간 헐.박지성이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박주영]
엘리베이터 벽에 등을 기대고 다시금 하품을 했다.벌써 갇힌지도 1시간이 넘었고…이제 슬슬 지겨워지려고까지해 졸음이 몰려온다.아 그래도 여기서 자면 안되는데.멀뚱멀뚱 서있는 남자를 힐끗보는데…뭐하세요.아 졸려…아까도 말했다싶이 11시가 다되서 끝난 학원이였다.벌써 한시간째 엘리베이터안에 꼼짝없이 갇혀있으니 이제 12시는 넘었을테고 평소에도 12시가 넘으면 정신못차리던 나였다.아 그래도 여기서 졸면 안되지.잠을깨려고 찰싹거리며 두볼을 쳤다.자면안돼!
“…졸리시면 주무세요.”
“예?”
“…피곤하신것같아요.”
“아 괜찮아요.”
아까 어떡하죠 가 끝으로 입을 닫은 남자가 다시금 나에게 말한다.남자가 보기에도 내가 어지간히 졸려보인 모양이였다.이렇게 앉아있어서 그런가.잠도 깰겸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휘청인다.옴마야!!다시 자리에 주저앉듯 앉자 내쪽으로 다가오는 남자.으헝 무서워…
“괜찮아요?”
“으허 아니요 안괜찮아요…”
“…허허.”
“아 죄송해요 괜찮아요 ㅠㅠ”
남자가 허허 웃으며 날보는데 그제서야 정신이 든 내가 얼른 괜찮다고 말을 바꿨다.하필 내가 일어날때 휘청거릴건 뭐람.
“이기 생각보다 오래걸릴것같은데…”
“예?”
“생각보다 오래걸릴것같다구요.”
방금 사투리를 들은건 내 착각?정말 눈이라도 붙히는게 어떻겠냐며 내게 묻는 이사람.고개를 저었다.제가 잘때 엘리베이터가 떨어질것만같아요.방금 휘청인것때문에 있던 잠도 싹 날아갔고….
“아 그러면.”
“…………….”
“우리 과자먹읍시다.”
큰가방을 매고있더니 갑자기 주섬주섬 과자들을 꺼내는 이남자.놀라 멍하니 과자들을 쳐다봤다.과자만 들고다니세요?갑자기 왠 과자들이 그렇게 많이 ….
“제 비상식량인데…배나 채우는거죠 뭐. 좀 드세요.”
그건그렇고 계속 사투리 줄줄 새는거 아세요 모르세요.서울말 어색한거 아세요 모르세요.
[박태환]
정전이라도 난건지 곧 엘리베이터 안 불까지 꺼진다.무서움에 벌벌떨며 엘리베이터 손잡이를 꽉 잡는데 내게 후레쉬를 비추는 남자.으헝 진짜 이건물 정전됐나봐요 불까지 끊겼어요!우리 어떡해요 ㅠ.ㅠ
“괜찮아요 119에 신고했잖아요.”
“………….”
“이리와서 같이 앉을래요?계속 후레쉬 비추고있기도 뭐한데.”
“…그쪽이 오면 안돼요?”
걷기 무서운데….나의말에 슬쩍 웃더니 내게로 다가오는 남자.그리고 내옆에 조심스레 앉는다.이거 설마 떨어지진않겠죠?계속 무서운 생각만 드는나에게 안심을 시켜주려는듯 아니라며 진정하라는 남자.그러다 곧 침묵이 우리사이를 덮쳤다.…정전된것보다 어색한게 더무서운걸 새삼 깨닫는군.
“mp3 들을래요?”
“…으 네.”
어색한건 나혼자만이 아니였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남자.곧 mp3를 찾아 이어폰을 연결하더니 내게 한쪽 이어폰을 건넨다.조심스레 귀에 꽂고 음악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얼마지나지않아 잔잔한 팝송이 흐른다.어두컴컴한 엘리베이터안에서 오늘 처음보는 남자랑 mp3 나눠듣는 꼴이라니.언제 집에가지.한숨이 푹나왔다.
“노래 별로에요? 바꿀까요?”
“아 아니에요!좋아요 계속들어요.”
“저 이거 올림픽나가기전에 들었거든요.”
“예?”
갑자기 무슨 올림픽 드립?다시한번 되묻자 아무말도안하는 남자.나도 더이상 물어보기 귀찮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곡을 정확히 13번 더듣고 켜진 엘리베이터 불.다시금 엘리베이터도 작동이 되는데 감격스러움에 남자와 이어폰을 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곧 1층에서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앞에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있는 사람들이 보인다.…뭐지 이사람들은?설마 우리 걱정…
“태환아 괜찮니?”
“어디 다친덴 없어?”
어디까지나 남자 걱정이었군.근데 태환?정전되있느라 제대로 못본 남자의 얼굴을 이제서야 뚫어져라 쳐다봤다.…어디서 많이 봤는데.…설마.
“제가 대회나가기전에 듣는 음악 다들 궁금해하시는데 왜 그쪽은 알려줘도 반응이없어요?”
박태환이 장난치듯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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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라.전 뒤늦게 굶나잇하러가요!
이거 후편있을수도있고 없을수도있고!
ㅎㅂㅎ...초록글 감사합니다 그대들♡!
가을온마당에 뜬금없는 봄노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큽....얼른 음원을 사야겠어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