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 ...니 뺨으로 달걀프라이 가능 할 것 같은데
지수) 볼터치가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여주)........
민현) ...아, 겁나 따가워.
대문 앞에 나란히 앉은 셋이 눈물 콧물을 다 빼내고 달이 하늘을 점령하고 나서야 민현은 대문을 열고 나왔다. 셋이 벌떡 일어나 민현의 앞에 서서 가로등에 비친 민현의 얼굴을 바라보곤 하나 둘 감상평을 뱉어냈고, 붉은 눈시울을 한 채 민현은 멍청하게 웃어보였다. 아무 말 없이 민현을 바라보던 여주는 제 가방 앞주머니에서 민현의 집에 오면서 사온 후시딘과 밴드를 꺼내보였다.
정한) ..준비성 봐. 진짜 내 신부감이다.
지수)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 한다.
민현) 그렇게 따지면 내 신부감인 것 같은데, 날 위해서 사온거잖아.
여주) 나 비혼주의자야.
........
........
........
여주가 후시딘을 살짝 짜서 민현의 상처난 뺨에 톡톡 바르고, 민현은 따가움에 살풋 인상을 찌푸렸다. 동조없이 후시딘을 발라낸 여주가 마지막으로 밴드를 붙이며 입을 열었다.
여주) 다리 안부러져서 다행이네.
민현) ..그럼.
여주) 밥이나 먹자. 메뉴는 닭볶음탕 어때?
지수) 여주도 약간 식성이 이지훈 같아.
정한) 아 여주한테 드는 느낌이 뭔가 했더니 그거였네. 어쩐지 이지훈이 보이더라.
여주가 가방에 다시금 연고와 밴드 쓰레기를 집어 넣고 천천히 걷자 아이들이 금새 여주의 걸음을 따라잡곤 느긋하게 걸었다. 여주가 휴대폰을 토독토독 두드리더니 민현을 향해 말했다.
여주) 민규랑 석민이도 오고싶다는데?
민현) 오라그래.
정한) 계속 맞은거야?
민현) 아니, 맞다가 안맞고 맞다가 안맞고...뭐. 아, 야 동아리 알고있던데?
정한) 생명이 꼰질렀네. 하여튼.
민현) 그 쌤이 뭔 잘못이겠냐. 돈받고 하는 짓인데.
엄밀히 따지면 돈을 먹이는 우리 엄마 잘못이지.
지수) 어, 너 그럼 다시 돌아가?
민현) 아니. 정석쌤 덕분에 안돌아가.
정한) 정석쌤이 왜?
민현) 생명쌤보다 정석쌤이 우리학교에 더 오래있었잖아. 거기다 정석쌤 라인이 생명쌤 라인보다 힘도 있는 걸로 알고있어.
그래서 못이긴 것 같던데?
여주) ..저기. 대화중에 미안한데, 지훈이 오빠랑 순영이 오빠도 온대.
민현) 그래, 오라그래.
정한)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네. 숨 쉴 틈은 생겼잖아. 저번에 학원 짼 것들은 다 끊었어?
민현) 그럴리가. 학원에 새벽 과외도 붙였어. 죽을 것 같다.
지수) 와 그거 불법 아니냐? 신고해도 돼?
민현) 해. 제발.
여주) ...저기, 원우 오빠도-..
정한) 아 다 오라그래! 이새끼들 뭐야!!! 다 어딨는데 같이온대!?!
여주) 아까 시험 끝나고 동아리실에 모여서 놀고 있었거든.. 아마 거기서 지금까지 있었나봐.
정한) 지금까지 거기 있었다고? 미친놈들..
지수) 여태 뭐하고 놀았대 거기서?
정한) 하루종일 게임 아니면 잤겠지, 뭐. 어차피 황민현이 사는거잖아. 다 오라그래.
민현) 오늘 내가 사?
정한) 와, 이 자식 뭐야. 우리가 그냥 데려다 줬겠냐?
지수) 민현아. 니가 귀하게 자라서 잘 모르나본데 세상엔 공짜란 없어.
정한) 야, 아까 그 훤했던 대낮부터 지금까지 널! 널 기다렸어 임마! 밥은 사줘야지!
민현) 알았어, 진정해. 사주면 되잖아!
지수) 역시 부자.
정한) 친구 겁나 잘뒀다.
아이들이 버스에 올라타고 빈자리에 아이들이 하나 같이 여주를 향해 손짓했다.
여주) 어 나 안 앉아도 돼.
정한) 앉아 빨리.
아이들의 재촉에 여주가 의자에 앉고, 의자 앞 손잡이를 잡은 채 여주를 내려다 보는 아이들에게 여주가 손을 내밀었다. 가방 줘.
정한) 됐어.
지수) 그래, 금방 가는데.
여주) 나 여기까지 버스 타고 와서 얼마나 걸리는 지 다 알아~ 빨리 가방 줘.
지수) 시험지 밖에 안들어서 가벼워.
정한) 그래, 가벼워 여주야.
여주) 가벼운 것도 알아, 그냥 줘.
여주의 고집에 정한과 지수가 못이기는 듯 가방을 건넸고, 여주가 제 가방을 포함한 세개의 가방을 껴안은 채 밖을 바라봤다.
아, 귀엽다.
아이들이 작게 중얼거렸다.
민규) 너는 어!
여주) .......
민규) 문자 하나만 달랑 보내놓으면 단 줄 알아!!?
석민) 그래! 같이 가자고 하던지!
여주) 넌 자고 넌 놀고있었잖아. 굳이 같이 갈 필요도 없었고.
민규) ..그치만!
석민) 우린 하난데!
민규) 그래! 우린 하난데!
여주) 밥 먹어.
민규) 그래.
석민) 야 이거 맛있다.
자신들에게 문자만 띡 보내고 간 것에 썽을 내자, 여주가 감자와 양파를 집어내며 차분히 답하고 아이들은 곧 수긍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이 모습을 보던 민현이 웃음을 터뜨리고, 여주에게 닭다리를 얹어줬다.
민현) 많이 먹어, 여주야.
여주) 고마워.
민규) 형 쪼까 그런데?
석민) 아따 형님 왜이러실까.
민현) 뭐가?
민규) 여주는 안돼.
민현) 왜?
석민) 당연히 안되지!
민현) 그니까 왜. 이 밴드도 여주가 붙여줬어.
석민) 아 여주야! 상처치료는 나만 해주는거잖아아~!!!
여주) 무슨소리야, 다친 사람은 다 치료해줘야지.
민규) 야 석민이나 나만 해줘야지!
여주) 그럼 보고만 있어?
석민) ...그래도 저 뽀로로 밴드는 나만 붙여주는 거였잖아!
여주) ......
석민) 초등학교 때 부터 나만 붙여주던 뽀로로-, 읍!
지훈) 밥이나 먹어 제발.
순영) 아따 석민아 형들 식사하는데 너무 시끄럽다!
석민) 으악! 퉤! 형 나 오이 안먹어어-!!!!!
민규) 야! 그래 적어도 뽀로로 밴드는 붙여주지 말았어야지!
여주) ..습관적으로 산다는 걸 뽀로로 밴드 사버렸어. 일반 밴드가 없는 걸 어떡해? 다시 떼버려? 아픈사람인데?
민규) ...그건 아니지만,
여주) 다음부턴 일반 밴드 붙여줄테니까 억지 그만부리고 밥 먹자^^
민현) 싫어, 나도 그냥 뽀로로 밴드 붙여주면 안돼?
여주) ..엉?
민규) 형! 안돼! 그건 우리 셋의 룰이라고!
석민) 형까지 왜그래! 내가 아무리 형을 좋아하지만 그건 안돼!
민현) 룰은 깨라고 있는거야, 얘들아.
정한) 요즘 우리애가 사춘기라그래. 무시하고 밥 먹어.
민규) 아냐, 형. 뽀로로 밴드는 여주가 우리만 붙여줄 수 있어.
석민) 형은 절대 넘볼 수 없어. 그 밴드 당장 떼어지고 싶지 않으면 인정해.
민현) 인정 못해. 나도 여주한테 뽀로로 밴드로 받을거야.
지수) 동생들이랑 싸우고 난리네, 진짜 정신연령이 어디까지 내려간거야.
정한) 이해해, 우리 애가 사춘기라-..
석민) 이해할 수 업숴! 형!!! 뽀로로 포기하지 그래!?!?
민현) 싫다니까? 여주야, 다음에도 다치면 뽀로로 밴드로 붙여줘.
여주) ..아니-,
석민) 너 붙여주기만 해!
민규) 너 왜 여주한테 화를 내?
지훈) 그래, 너 왜 여주한테 성질이야.
순영) 이석민. 성질 부릴거면 민현이한테 부려~
민현) 여주는 다음에도 뽀로로 밴드 붙여줄걸?
석민) 아냐!! 여주는 그럴리가 없어!!! 김여주 붙여주기만 해!!!!
민규) 야 여주한테 화내지말라고!
승철) 야 밥만 먹어 밥만!!! 밥상머리에서 시끄럽게 뭐하는 짓이야!!!!!!
여주는 집에 와서도 석민에게 하루종일 시달렸다는 후문이..
시험이 끝나고 며칠 뒤, 아이들이 고대하던 방학식이었다. 분명 어제 저녁 단톡방에서 제주도 여행으로 적자이니 방학식 날 놀지 않기로 한 동아리 친구들이었는데,
원우) 아!!!
석민) 아싸~ 형 나와.
민규) 아 형 진짜 못햌ㅋㅋㅋㅋㅋ
지훈) 아냐아냐 호텔까지 지어!
명호) 안돼. 이미 끝났어.
정한) 안돼안돼. 늦었어.
순영) 아니지!! 아직 지을 수 있지!!
민현) 지을 수 없어. 자 주사위돌려.
띵-.
승철) 아싸!
준휘) 어디어디! 어디가 다섯개야!
여주) 여기 바나나 다섯개야 오빠.
찬) 난 근데 저 형이 종치면 손을 못 뻗겠어.
한솔) 나돜ㅋㅋㅋ 아플 것 같아.
승관) 형 나나나나나 나 살려줘!
지수) 어딨어!
승관) 나 여기 배찌!! 파란 애!!
또 우연히 모여든 아이들이었다. 첫번째로 발을 들인 건 지훈과 순영, 원우 였는데, 졸리다는 저번과 같은 이유였고, 다음은 민규와 여주, 석민이었는데, 이유는 민규가 동아리 실에 둔 게임을 하기 위함이었다. 민현과 정한 그리고 지수는 사물함을 비우라는 말에 교과서를 동아리실에 잠시 두기 위함, 승철과 준휘는 할리갈리를 들고서 1학년 2반 아이들을 꼬셨다.
방학식으로 일찍 끝난 학교에 오전에서 슬슬 점심시간이 되고, 허기가 지는 아이들이 늘어나자 승철은 배달음식을 외쳤다.
승철) 더운데 배달음식이나 시켜먹자.
승관) 아 오늘 느낌 약간 중국집인데.
순영) 중국집 좋다. 난 짜장면
승관) 난 짬짜면
정한) 아 잠깐만 이거 적어야지.
정한이 펜을 가져와 손을 저어보이자 아이들이 하나씩 메뉴를 말하기 시작했고, 정한이 받아 적더니 곧 휴대폰을 들었다. 아이들은 다시금 각자 하던 게임으로 시선을 돌렸고, 통화가 끝난 정한은 아이들을 향해 물었다.
정한) 더운데 누가 받으러 갈거야?
승철) 게임하자. 물건 던져서 방석 위로 올리면 제외.
순영) 좋아좋아.
지훈) 안더워?
여주) 응? 덥지.
지훈) 체육복 벗어. 안에 반팔 입었잖아.
여주) 긴팔이 좋아.
지훈) 더운데 긴팔이 왜 좋아?
배달음식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훈이 묻자 여주가 당연하다는 듯 덥지. 하고 답했다. 벗으라는 말엔 긴팔이 좋다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내뱉었고 지훈은 고개를 기울였다.
여주) 나 팔에 흉터있어.
지훈) 무슨 흉터?
여주) 칼자국도 있고, 꼬맨 흉터도 있고.. 보기 흉해.
지훈) ..그게 왜있는데?
여주) 엄마 아빠가 때려서.
지훈).......
여주) 내가 나를 때린 것 도 있고. 그래서 그래.
지훈) ..그래서 석민이 네에서 사는거야?
여주) ..대충 그런거지. 두 분이 이혼하셨는데, 두 분 다 날 데려가기 싫어하셨거든. 고맙게도 거둬주셨어.
지훈) ..나한테 이런거 다 말해도 돼?
여주) 오빠가 물어봤잖아. 더운데 긴팔이 왜 좋냐고. 그리고 이상하게 오빠한텐 진실만을 말해야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
여주가 지훈의 말에 적게 웃어보였고 지훈은 그 웃음에 동조하지 못하는 듯 여주의 눈을 맞추다 고개를 숙여 제 발끝을 바라봤다.
지훈) 우리 아빠는 바람 펴.
여주) ........
지훈) 맨날 집에 데려오는 여자가 바뀌어.
여주) ........
지훈) 비밀 들으니까 나도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
어, 저기 배달 온다.
epilogue
“..정석쌤?”
“..어, 예예 생명스앵님. 웬일이세요.”
정석이 컴퓨터에서 잠시 생명쌤을 쳐다보다가 다시금 컴퓨터로 시선을 돌리고 무건조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자 생명쌤은 입가에 미소를 걸치고서 다시금 입을 움직였다.
“다름이 아니라 민현이 말이에요.”
“아 예. 저희 동아리 앤데, 왜요?”
“아이, 글쎄 민현이가 다시 생명동아리로 옮겨야 할 것 같아서요.”
“민현이가 옮기고 싶대요?”
“네? 아이 뭐, 그건..”
“어쩌죠,”
전 민현이가 간다그래도 보낼 생각이 없는데.
정석이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고, 손목시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입고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키더니 스크롤을 막 내리다 원하는 걸 찾은 듯, 어어 여깄네. 하고 중얼거리며 자신보다 한참 작은 생명쌤에게 화면을 보였다. 곧 가식적인 미소를 입에 걸치고 있던 생명쌤은 얼굴빛이 사색이 되고 정석을 올려다봤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차에서 주고받으면 안보일거다. 아무도 모를거다. 뭐 이런-.. 시대착오적 그런?”
으음으음, 아니죠. 지금 저만 입다물고 있는 것 처럼 보이세요?
“...정석쌤.”
“적당히 다물어주고 있을테니까, 그만 괴롭혀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율 높이는거 랍니다.
정석이 생명쌤 귀에 나지막이 속삭이더니 스윽 지나쳐 걸었다. 교무실 문고리를 잡은 정석이 아. 하고 작은 탄식을 내뱉더니 생명쌤을 향해 말했다.
“아직 민현이가~ 사진을 잘 못찍는다그러더라구요?”
그거 제가 다 알려준 다음에 내보내려구요. 생명쌤 즐퇴-! 헿헿
**
조금 밝은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노력한거 느껴지시져,,? 어차피 여행가면 밝아져요...헿 오늘은 수요일~ 내일은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 토요일..일요일..네. 오늘 사실 멘붕 온 일이 있어서 좀 심란합니다. 헿. 여러분들은 좋은일이 가득한 하루였길 바라면서, 좋은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