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사는 학교 선배 김선호와
거의 우리 집에 살다시피하는 불알 친구 우도환
이 둘이 번갈아가며 내 마음을 쥐고 마구 흔드는 썰
01
그러니까 내 인생은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의 한 여성이었던 내가 우도환과 나란히 입학한 대학에서 김선호를 만나면서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한거다.
문제의 발단은 신입생 환영회에서부터 시작된다.
"아 진짜 개피곤해. 어제 니 말 듣고 계속 있는게 아니었는데. 오늘 신생회니까 일찍 들어가자고 했지 내가."
"야 뭐래, 집 간다는 사람 붙잡고 좀만 기다리라고 도와달라고 그런게 누구야?"
"그럼 치킨이 코 앞인데 꺼? 첫 치킨인데?"
"아니 그건 안되지. 그리고 처음은 무슨 또 말 서운하게 하네. 이 엉아가 먹여준 치킨만 해도 얼만데."
"너 없이 나 혼자서만 먹은건 처음이잖아. 아 몰라 아무튼 일단 무조건 조용히 들어가는거다."
전 날 피씨방에서 밤을 꼬박 새운 결과로 자느라 학교도 못간 우리는 나란히 신생회를 늦었고, 선배들의 눈을 피해 모른 척 조용히 들어가려던 계획은 학회장인 김선호에게 들켜 처참히 무너졌다.
"얼씨구, 학교도 안나오신 분들이 신생회는 용케도 오셨네. 그것도 술자리 다 끝나가는 판에."
"...죄송합니다. 사정이 좀 있어서...,"
"아, 벌써 다 끝났어요? 잘됐다, 그럼 남은 사람들끼리 2차나 가면 되겠네요. 늦어서 죄송하니까 2차는 저희가 살게요."
그래, 따지고 보면 모든 일은 저 또라이 때문이거든.
성격이 좋다고 해야할지 눈치가 없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학회장은 술이 약했고, 이미 취한 상태였으며, 그런 우도환의 말을 고깝게 듣기는 커녕 아주 반가워했다는 것이며
다행 중 불행인 것은 2차의 인원은 극소수로 나, 우도환, 김선호 셋 뿐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신입생인 너희가 벌써부터 수업에 빠지고 그러면 교수님한테 욕은 누가 다 먹게?"
"교수님이 선배님한테 많이 뭐라고 하신거에요? 아 죄송해여 저희는 그런 줄 모르고, 어제 밤새 게임을 하느라고..., 그치만 저희가 안가고 싶어서 안간게 아니고 그게 잠이 너무 오는거에요,"
"둘 다 그렇게 꽐라가 됐는데 대화가 가능한 것도 신기하다. 쟤야 그렇다 치고, 선배도 원래 술을 잘 못하시나봐요."
"그치, 내가 원래 술은 좀 못하지. 그래서 내가 술을 잘 안마시거든? 근데 오늘은 내가,"
"아 이 얘기를 하려면 스토리가 좀 긴데 또,"
"아 그러시구나 사정이 있으시구나. 얘기가 길면 아예 시작을 안하는게 나을 것 같은데, 이미 시간도 늦었고 저희도 집에 가야하기도 하고...,"
"아 왜애, 들어보자 궁금한데. 어? 근데 선배님 울어요?"
"울어? 내가? 아니? 절대 아닌데?"
"그래, 둘이 얘기나 좀 하고 있어라 잠시 나갔다 올테니까. 야 너 어머님 걱정하시니까 집 갈 준비 하고 있어. 너 데려다주고 갈려면 나도 늦어."
"알겠어. 근데 너 어디가는데. 또 담배?"
"어, 오늘은 좀 봐줘라. 술 취한 사람들 사이에 있으려니까 힘들다. 금방 올게."
"이씨, 빨리 와."
그 이후로 필름이 딱 끊겨서는 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내가 본의 아니게 어제 너무 많이 취해서 무슨 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거든? 그러니까 내 말은...,"
"그러니까, 어제 우리가 나눴던 모든 것들을 저도 기억 못했으면 좋겠다 뭐 그런 말 하러 오신거잖아요."
"어? 아니 뭐... 그런 뜻이라기 보다 나는...,"
"기억 안나요."
"어?"
"기억 안난다구요 저도 술이 너무 취해서. 됐죠, 이제 가봐도 돼요? 저 수업있는데."
"어 그래 뭐... 수업이면 가봐야지. 근데 너 확실하게 기억 안나는거지? 맞아?"
뭐가 그렇게 애타는지 강의실로 가는 내 뒤에서 계속 확인 사살을 하는 선배의 말을 애써 무시하고 들어왔지만,
끊긴 필름 사이에서 한가지 기억이 나는 장면이 있다면
나는 김선호랑 키스를 했다.
단순한 입맞춤도, 뽀뽀도 아닌 아주 깊은 키스를.
"어 김여주, 왔냐. 속은 좀 괜찮고?"
그것 말고는 기억이 나는게 정말 단 하나도 없다. 앞뒤 상황도, 그런 일이 일어난 이유도,
이 또라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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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작가가 행복한 고민에 빠져보고 싶어서 최애 배우 둘 데려다가 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