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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오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경쾌하기 그지없다. 요즘 학교가는게 즐거운 종대는 신나는 허밍을 내며 기분좋게 학교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종대 왔어?"
"네! 저 영어 단어도 다 외웠어요!"
교문지도를 하고있던 크리스는 자신에게 뽀르르 달려와 영어단어를 다 외웠으니 칭찬해달라는 강아지처럼 자신을 올려다보는 종대를 보고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잘했어요."
"수업시간에 뵈요!"
말을 마친 종대는 또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로 향했다. 크리스는 아침부터 영 찌뿌둥했던 몸이 종대의 해맑은 성격덕분에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
"영어단어 외웠냐?"
"응!"
"1교시임."
"다 외움. 변백 너는 다 외움?"
"안알랴줌."
"......"
"반 외움. 9단원이 어렵잖아."
"응?"
"뭐가."
"무슨 9단원?"
"영어단어."
"모의고사 외우는거 아니야?"
"지랄."
백현은 자신도 영어단어 안외웠다며 종대에게 조용히 닥치고있으라고 말했고, 종대는 영어단어를 잘못외운건 둘째치고 오늘 교문에 들어설때 크리스에게 영어단어를 모두 외웠다며 당당하게 말한것이 생각났다. 망했다. 종대의 머릿속에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종대는 서둘러 9과 영단어장을 꺼냈지만 아침자습시간은 막바지에 다다랐고, 영어는 1교시였다.
"어쩌지 백현아?"
"베껴. 백현이가 좋아하는 위닝위닝. 종대가 좋아하는 컨닝컨닝"
"아 닥쳐."
종대는 남은시간동안 영어단어 몇개를 더 외울것인가, 아니면 컨닝을 할 것인가 고민했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영어시간이 되었다.
"종대학생."
"......"
"김종대."
"......"
"영어단어 다 외웠다고 나한테 말했잖아. 근데 뭐에요?"
걸렸다. 그것도 크리스에게 현장에서 잡혔다.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될지 우왕좌왕 하고있자 크리스는 표정을 굳히고 종대에게 끝나고 교무실로 내려오라고 했다. 교무실 한켠에 교생선생님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있었고, 크리스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종대를 돌아봤다.
"종대. 거짓말친거에요?"
"아뇨! 그니까... 영어단어를 잘못외웠어요. 모의고사인줄알았는데... 알고보니까 교과서 영단어를 외우는거였는데... 오늘 아침에 크리스선생님한테 자랑했는데 못맞추면 크리스선생님이 실망하실까봐..."
"종대."
"네..."
"나는 종대가 많이 틀리는거 괜찮아요.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
"이리와서 앉아봐."
옆에있던 의자를 끌어다 종대에게 앉으라는 뜻으로 두번 두드렸다. 종대는 쭈뼛쭈뼛다가가 의자에 앉았고, 크리스는 종대에게 볼펜 한 자루를 쥐어주고, 자신의 노트를 펼쳐줬다. 종대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크리스는 사람좋은 미소로 종대에게 웃어줬다.
"외웠다면서."
"네..."
"그럼 시험봐야지."
크리스는 말 끝나기 무섭게 모의고사 단어장의 단어를 불렀고, 종대는 펜을 꼬옥 쥐고 영어단어를 써내려갔다. 영단어를 모두 불러준듯 크리스는 손톱으로 책상을 치며 종대가 모두 쓸때까지 기다렸고, 종대는 영단어를 다 쓰자 펜을 내려놓고 크리스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채점을 하는동안 둘 사이에선 볼펜과 종이의 마찰소리만 들렸고, 종대는 손에 식은땀을 쥐고있었다.
"잘했네. 다 외워서 다 맞았네."
"아..."
"잘했어, 종대. 다음부턴 그러지마."
"네..."
"믿는다."
크리스는 종대와 눈을 마주치며 믿는다는 말을 했고, 종대는 그런 크리스를 보고 다시는 컨닝같은 나쁜짓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