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이재욱] 플로리스트에 김선호는 반칙이지 01

[김선호/이재욱] 플로리스트에 김선호는 반칙이지 01 | 인스티즈

플로리스트에 김선호는 반칙이지

남 밑에서 깨져가며 일하던 나날들이 환멸이 나기 시작했다.

유난히 내성적인 내 청년시절에 어디서 나온 뜬금없는 용기였는지 사직서를 던져버리고 여태껏 벌어둔 돈과 조금의 (많은) 빚으로 내 가게를 차려버렸다.

대학생 때 카페 알바 경험이 꽤 있던 편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엥 첫날부터 눈물 콧물 범벅일 정도로 힘든 거예요.. 그렇다 너무 편한 꿀알바를 했었나보다.

분명 상상 속에서는 엘레강스하고 고급스러운 클래식과 내리쬐는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따스하게 비춰주고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마셨는데..

근데 이게 웬일일까. 내가 커피인지 커피가 나인지 난 기계처럼 샷을 내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스무디류나 생과일주스류 들어오면 진짜 멘탈 갈리기 일보 직전이에요.

덕분에 첫날부터 정신이 쏙 빠져 영혼이 나가있는 상태다. 그래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피크타임이 지나 조금 한가해져 여유를 되찾았다.

의자에 앉아 톡으로 친구들에게 절대 창업 금지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그래 차라리 앉지 말자. 의자에 앉으면 손님이 더 들어오는 것 같아.

"안녕하세요. 저 옆에 선호도플라워에서 왔는데요. 개업 축하 화분 드리러 왔어요."

화분을 들고 해맑게 웃는 그 남자를 보는 순간 느꼈다.

와 여기 터가 좋네. 단군할아버지가 여기서 터 잡으신 것 같은데.

"어.. 아.. 일단 여기에 내려주시겠어요?"

그렇다. 잘생긴 사람 보면 말을 못하는 병이 있다. 사고회로가 정지된 것마냥 입에서는 가오나시같은 소리로 흑역사를 갱신했다. 곧 마일리지 쌓일 듯.

그래도 바로 정신 차리고 일단 바닥에 내려달라고 황급히 말했다. 동공을 굴리며 어디에 놓아야할지 내 눈치를 보는 그분을 위해서였다.

"어..이걸 어떻게 받죠..? 어떻게 원두라도..? 제가 가진 게 원두밖에 없거든요."

"뭐 바라고 드리는 게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리려고 온 거예요. 여기가 비워진지 꽤 됐거든요. 영영 안 들어오실 줄 알았는데 개업하셔서 좋네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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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좋아요."

시원한 미소에 쏙 들어간 보조개가 사람을 홀려버리는 것 같다.

분명 이웃 생겨서 좋아하시는 건데 고백받은 것처럼 심장이 뛰는 게 단단히 돌아버린듯싶다.

"어.. 잠시 만요!"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만든 커피일 것이다. 마치 심사평이라도 듣듯이 잔뜩 기대하며 바라보니 사람 좋게 주접까지 떨어주었다. 성격도 내 이상형이야.. 당신 하나만 해.

"와 제가 마셨던 커피 중에 제일 맛있는데요?"

"저도 제가 봤던 분중에 제일 멋있.. 아니, 커피요.. 커피 진짜 맛있죠?"

"네. 자주 와야겠다."

미친. 이거 고백이죠? 이거 고백이잖아요.

"화분은 햇빛 잘 드는 곳에 놓아주시고 물은 주마다 한 번 주시면 돼요. "

"감사합니다! 잘 키울게요!"

"이거 꽤 무거우니까 제가 옮겨드릴게요."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화분을 들어 둘러보다 창가쪽 햇빛이 잘 드는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 나를 보는데 난 황급히 눈을 피해 애꿎은 손톱을 뜯어냈다. 아니 내 주제에 첫눈에 반 한 거야?? 아무리 금사빠라지만 이 정도는 심하지 않냐 나 자신아. 이렇게 또 지독한 짝사랑이 시작되는 걸까.

그때부터였나요.. 내가 그 꽃집 단골이 된 게..

그를 좋아한지 오늘로 딱 100일이다. 내가 디데이를 세어본 적이 없는데 절로 세어지네.

어제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100일이란다.. 징글징글하게 시간 빨리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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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하루 사이에 꽃이 더 늘었어. 이러다 꽃밭 되는 거 시간문제겠네."

"어 왔어? 밖에 춥지?"

"네, 추운데 카페는 벌 날아다니겠어요."

꽤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알바생이다. 면접날 다짜고짜 이곳을 인스타 카페로 만들겠다고 장담을 한 패기로운 알바생이라 뽑았는데 이새끼 이거 sns를 안 한다. 진짜 내 인생 레전드.

그래도 노력해보겠다고 어디서 구해오는지 모를 귀엽고 아기자기한 장식품이나 예쁜 조명 같은 거를 잘 구해온다.

"이럴 거면 꽃집이랑 합쳐요. 돈 절약 되고 좋겠네요."

"오??? 그럴까???"

"혹하지 마세요 진짜."

오자마자 테이블을 닦던 재욱이는 그럴까라는 말에 행주를 내팽개치고 나를 보았다.

제가 그렇게 잘못했나요? 저는 꽃집사장님을 사랑한 죄밖에 없어요.

"미, 미안해.. 그, 그렇게 보지 말라니까..!!"

"제 눈치 보지 말라니까요!"

"누가 소리 지르래..!!!"

"원래 목청이 좋아요 목청이!"

말은 세게 하지만 곱게 행주를 접어 다시 테이블을 닦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는 저 무서운 성격에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제는 재욱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어제 꽃집 사장님이랑 둘이 대화하던데 무슨 얘기 했어?"

"제발 사장님 꽃사랑 좀 말려달라고 했어요."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

"형이 vip 손님이라 극진히 모셔야한다던데요. 신줏단지처럼 아낀다고."

"아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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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단순하다니까. 그 말이 제일 귀에 들어오나 봐요?"

"나를 왜 아낀대? 어느 부분에서 제일 아낀대?"

"제일의 제자도 꺼낸 적이 없는데 그건 어디서 튀어나온 거예요?"

"지금 그게 중요해? 왜 아끼는데!"

졸졸 따라다니며 뭐 다른 말은 안했냐며 시답잖은 질문을 해댔지만 한숨소리밖에 듣지 못했다.

그럼 내가 가서 들어보는 수밖에.

"오늘은 뭐 때문에 꽃 산다고 할까?"

"어제는 뭐라고 하셨는데요?"

"어제는 친구 딸이 학예회 한다구.."

"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오늘은 친구가 졸작을 한다고 하시지 그래요."

"오?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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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잠시만이 왜 나오지? 어디 가세요? 아니 왜 출입구 쪽으로 가실까? 지금 거기 갈 타이밍이 아닌 것 같은데."

호다닥 나가는 사이 재욱이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역시 노빠구였다. 지금 그를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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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요?"

"친구 졸작 보러 가요. 그래서 꽃다발 사려고요!"

"아니 어제는 친구 딸이 학예회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네??? 선호씨 그거 기억해요??"

"대체 나이가 어디에 형성 되어 있는 거예요?"

"친구라고 다 동갑이라는 편견을 버리세요. 제가 친구 스펙트럼이 좀 넓어요."

"내일은 친구가 칠순이라고 하시지 그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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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였나 봐, 미치겠다 진짜."

예쁜 꽃다발을 만드는 그의 예쁜 얼굴을 보았다.

꽃을 그렇게 쳐다보면 시든 꽃도 다시 살아나겠어. 당신 덕분에 불사조가 생길 수도 있어.

"친구 무슨 색 좋아해요?"

"오.. 그거 생각해보지 못한 신선한 질문인데요?"

"알았어요 여주씨 무슨 색 좋아해요?"

"저, 저요?"

"하늘색 맞죠?"

"...우와.. 어떻게 아셨어요?"

"그거야 항상 하늘색 꽃만 사가시니까요."

순한 얼굴과 대비대는 힘줄 튀어나온 남자다운 손으로 꽃들을 모아 예쁘게 포장해주는 그는 누가 봐도 반할만 했다.

금손이야.. 손이 빛나는 느낌이야..

"친구 졸작 어디서 해요?"

"...네?"

"이것도 생각지도 못한 신선한 질문인가?"

"종로쪽?"

"지금 가요?"

"아니요 퇴근하고 가려구요."

"몇 시쯤?"

"글쎄요 재욱이한테 꾀병 부리고 곧?"

"항상 짧게 물어봐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네요 진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수줍게 웃는 것 밖에 없다.

내 수줍은 미소를 보며 같이 웃더니 갑자기 꽃 한 송이를 지극정성으로 포장하는 거다. 아니 누군데. 누구 줄 건데.

"예약이 있나 봐요?"

"네. 중요한 사람꺼라. 너무 많이 주면 부담스럽겠죠?"

"어휴 너무 부담스럽죠.. 받기도 전에 도망갈걸요? 일단 제 꽃다발 계산 좀 해주시겠어요? 선. 호. 씨."

"그 정도예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거의 다 됐어요."

괜히 심술이 나 틱틱댔는데 정말 인자하게 조금만 기다려달란다. 참나, 1년도 더 기다려. 서서 기다릴 수도 있어.

내 꽃다발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만드네. 이리저리 리본 색도 비교해가며 묶었다 풀었다 아주 쌩 난리를 치던 그는 꽃향기를 한 번 맡더니 만족한 듯 웃으며 나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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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축하해요."

우리의 첫 만남 때 축하해주던 그 어색하고 낯선 웃음이 아닌 찐으로 편한 미소였다. 이건 넌씨눈도 오해하겠어. 이 꽃 한 송이가 마치 기념일날 받는 선물처럼 떨려서 손까지 덜덜 떨리는 거다.

이런 날 아는지 모르는지 팔 떨어진다며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는 그에 의해 얼굴도 못 마주치고 꽃을 받아들었다.

"저밖에 없죠? 100일 축하해준 사람 있어요?"

"꽃 너무너무 감사해요.. 재욱이 바쁘겠다..! 저 이만 가볼게요!!"

너무 놀라 계산도 안하고 나가서 도둑이 될 뻔했다가 꽃다발 가격을 카운터에 내려놓고 빠르게 카페로 돌아왔다.

초점 없는 표정에 내 눈 앞에 손을 흔들다 내 이마까지 짚어보며 이인간이 또 왜 지랄일까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재욱이다.

"와 미친다 진짜."

"왜 또 그러는데요"

"이 꽃 이름이 뭐지?"

"누가 봐도 장미잖아요."

"그것도 파란장미야.. 너무 예쁘다 진짜.."

"이거 뭔데요?"

"100일 축하한대.. 아니 누가 100일을 축하해줘??? 어??? 카페랑 나랑 사귀는 것도 아니고!!"

"진정하세요 좀."

그를 안 사랑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제발.

"그러니까 오늘은 상사병이시다? 날이 갈수록 진화하네요."

"진짜 심장 아파서 그래.."

"사장님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하세요. 한낱 알바가 어떻게 집 들어가시는 사장님을 잡겠습니까."

"너라면 잡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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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네? 그럼 잡혀주세요."

"아? 오늘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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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한 내가 바보지."

"응??"

"아니에요. 조심히 들어가시고 내일 봬요."

"그래 내일 보자."

한없이 축 쳐진 재욱이를 뒤로하고 꽃다발을 들고 카페를 나섰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마주한 선호씨 덕분에 다시 카페로 들어가야만 했지만.

"뭐 두고 가셨어요?"

"어? 어.."

내 정신머리. 나 그거 맨날 두고 다니더라.

"..여주씨. 저랑 얘기 좀 해요."

따라 들어온 그에 난 카운터 안에 들어가 쭈그려 앉아 재욱이의 눈치만 봤다. 날 한 번, 그를 한 번 본 후 눈치껏 사장님 바쁘다고 둘러댔지만 의지의 한국인답게 선호씨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도 종로 갈 일 있는데 같이 갈래요? 제가 차로 태워드릴게요."

"아 여기 먼지가 있었네.. 오 그럼 감사하죠. 재욱아 나 먼저 퇴근해볼게 내일 보자."

쭈그려앉은지 고작 몇 초 지났다고 그 한마디에 일어난 내가 대견스럽다. 먼지를 닦은 척 자연스럽게 행동했지만 재욱이의 표정을 보니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총총 뒤를 따라 나온 난 드디어 그의 운전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생겼다.

분명 차타면 편한 느낌이었는데 왜 이렇게 미치겠지? 너무 조용해서 내 침 넘어가는 소리까지 에코처럼 울리는 느낌이다. 무슨 말이라도 꺼내볼까? 아니야 그냥 입 다물고 가자.

"와 신기하다."

"네??"

"향기요. 항상 꽃향기만 났는데 커피향 나니까 신기하네."

나는 하루 종일 커피향 맡아서 코에서 단련됐는데 나에게서 커피향이 나나보네. 타자마자 퍼지는 꽃향기에 기분 좋았는데 나도 신기하다.

뭔가 머스크향 날 것 같은데 꽃향기라니.. 또 코피 터질 것 같아.

"오늘 일찍 퇴근하시네요? 원래 늦게 퇴근하시잖아요."

"아.. 손님도 없고 오늘따라 일찍 퇴근하고 싶어서요."

"맞아요 하루쯤은 일찍 쉬어줘야죠. 근데 종로 왜 가세요?"

"종로 안 가요. 데려다 주려고 나왔는데?"

"네?? 왜요????"

"일단 출발하기 전에 사과부터 드릴게요. 제가 너무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다가갔는데 부담스러워 할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전혀 안 부담스러운데.."

"그래요? 근데 왜 그렇게 황급하게 갔어요? 저는 심장 쫄렸는데."

"아 그게 남자한테 꽃도 처음 받아보구.. 그냥 개업한지 100일 됐다구 챙겨주는 모습이 너무.. 그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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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서요. 뒷말은 완성하지 못한 채 눈치를 살피자 하라는 출발은 안 하고 그 망할 심장 폭격하는 미소로 날 보고만 있을 뿐이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미치게 떨려서 고개를 푹 숙이고 빨개졌을 얼굴을 숨기는데 조용하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 보니까 좋네. 앞으로는 200일, 300일, 1년도 챙겨줄게요."

"저 진짜 고민하고 또 고민해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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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번엔 무슨 고민을 하셨을까."

"꽃집이랑 카페를 합칠까요? 벽만 부수면 될 것 같은데."

"이야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왜요 앞에 고깃집까지 합치지 그래요?"

"오.. 삼박자 고루고루 갖춰졌는데요?"

"가만 보니까 욕심쟁이시네."

"저 이미 상상으로는 한 100번 정도 벽 허물었는데요? 단 한 번도 생각 안 해보셨어요?"

"그러니까 벽 트면 반은 꽃집이고 반은 카페고?"

"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네요?"

"제가 이해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었는데 맞았나 봐요? 지분은요?"

"저 돈 관리 기가 막히거든요. 제가 관리할게요. 저한테 맡겨요"

얼떨결에 자신의 직장을 잃은 그는 눈 뜨고 코를 베여버렸다.

이게 아닌데 생각한 건지 고개를 갸웃하던 그는 급 결론을 지은 건지 내 앞에 손가락 4개를 폈다.

"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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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숫자 4에서 어떻게 사랑이 떠오를 수가 있지? 진짜 신기하네."

"아 죄송해요. 제가 숫자 4만 보면 사랑밖에 안 떠올라서."

"많이 외로우신가보다. 제 뜻은 4년만 기다려달라는 거였는데. 제가 합칠게요."

"...합쳐요?"

"카페랑 꽃집이요. 그럼 뭐 여주씨랑 저를 합치겠어요?"

"네!!? 제가 뭐 선호씨랑 합치면 좋아할 것 같나보죠!!!!?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무래도 내 머리와 입은 손절 한 모양이다. 머리로는 좋은데 입으로는 저딴 소리만 내뱉고 있는 거 보니.

자신도 그런 건 관심 없다며 역정을 낼 줄 알았건만 내 심장을 쥐어 팰 생각인지 뜻밖의 말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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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치면 이런 꽃다발 맨날 줄 텐데?"

혹했다. 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제발 나랑 합쳐달라고 애원이라도 할 뻔했다.

다행히 내가 애원을 하기 전에 호탕하게 웃으며 장난이라고 하는 그 덕분에 참을 수 있었다. 에이 놀랐잖아요. 라는 영혼 없는 말로 관심 없는 척까지 했다.

"다 왔다."

"네??? 여기 우리 집인데??? 종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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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욱이가 친절하게 다 말해주던데요? 이 추위에 종로 가서 시간 때우면 입 돌아간다고."

"...알바 필요 없어.. 당장 잘라야겠어.."

아 오늘 자긴 글렀다. 이불 차다가 5시쯤 나도 모르게 잠들 것 같다.

그냥 집으로 뛰어갈까 아니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인사하고 내릴까? 두 가지의 방법 중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다 이미 흑역사 펼쳐본 거 아주 난리부르스를 만들어보자 싶어 그를 바라봤다.

"오, 왜 그렇게 봐요..?"

"근데 저 왜 아껴요?"

"네??"

"저 신줏단지처럼 아낀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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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욱이가 말했어요? 이자식이.. 비밀이라니까."

"왜요?"

"그거 이유도 말했어요? 설마 그건 안 말했겠지..?"

"네. 별 말 없던데요?"

"..자주 오시니까 아끼죠. 다짜고짜 아낀다고만 말했구나. 많이 당황했죠?"

"아..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봬요!"

그렇다. 재욱이는 친절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불었는데 내가 아낀다는 말에만 꽂혀서 반응한 거였다. 그래, 상사병에는 답이 없대요..

황급히 뛰어가는 내 뒷모습 많이 우스웠겠지? 우스꽝스럽다 못해 수수깡 같았을 거야 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