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안녕 2
written by. 키마
“…죽여버릴려고 했어.”
「흐음.」
“네가 돌아오면, 딱 죽지 않을 만큼만 패버릴까 했어.”
「와, 무섭다….」
“너, 나한테 맞을까봐 무서워서 이 꼴로 나타 난거지?”
생각했던 것 보다 경수는 나의 죽음을 빨리 받아들였다. 그 것에 대해서는 꽤나 놀랐지만 내색은 하지 못했다. 나를 만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없이 허공에다 발길질을 해대는 녀석이 진심으로 무서웠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사납고 거칠어 보이지만 한없이 여리다는 걸 알고 있다. 마음이 약해서,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가시를 세울 수밖에 없는 도경수라는 걸 알고 있어서, 내가 다시 돌아간 후에 혼자 엉엉 울어댈 녀석이 걱정되어 이제 나를 잊으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 또한 변명이지만.
“…왜.”
「응?」
“왜, 이렇…게 된 거야.”
아아, 의문형도 종결형도 아닌 묘한 어투. 그래, 너는 확인하고 싶었겠지.
선천적으로 병이 있었다. 할아버지도 그 병 때문에 돌아가셨고, 아버지 또한 그랬다. 그리고 나도…그랬다. 죽을 걸 알면서도 오기로 사랑을 했는데, 그 오기에 희생당한 게 너였고, 나는 너를 두고 멀리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점점 망가져가는 내 모습을 네게 보여주기 싫었으니까. 내 병을 숨기고, 또 숨기다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악화 되었을 때 나는 네게 말했다. 잠시, 여행을 가야겠다고. 돌아올 수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기다려달라고 말을 했다.
「기억나? 가끔씩 방안에서 혼자 음악 크게 틀어놓고 있었던 거.」
“…….”
「왜 니가 그때, 시끄럽다고 화도 냈었잖아. 」
“…기억나.”
너무 많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을 때도 네 옆에 있으려고 괜한 오기를 부렸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사지가 찢어질 듯한 고통이 밀려 올 때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곤 했었다.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어서.
「그냥, 좀…아팠어.」
“…많이, 아팠어?”
「아니, 조금.」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지만, 그래도 난 네가 있어 행복했으니까. 그때가 좋았다고…. 내내 아무 말이 없는 경수를 슬쩍 봤더니 고개를 돌린 채 나를 외면하고 있다. 속상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혼자 아팠던 나를 원망하기도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지난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너는 그때를 추억하고 있을 거다.
「경수야.」
“…응.”
「나랑, 잠시 동안만 같이 있을래?」
이렇게 여린 널 두고, 차마 돌아 갈 수가 없다.
이제 날 잊으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너에게 좋은 추억거릴 만들어 주고 싶었다. 네가 진짜로 나를 향해 웃어줄 수 있을 때. 그때가 되면 말할게.
이제 그만, 나를 잊어버리라고….
그러니, 사신님. 조금만 더 거기 갇혀있어 줘요.
…미안.
“…응.”
一
「아씨, 이게 내 뒤통수를 쳐?!」
잠시 귀를 빌려달라던 녀석이, 갑자기 나를 엎어 치더니 그대로 기절시켜 이상한 곳에 감금시켜버렸다. 이 별을 여태껏 관리해온 나조차도 몰랐던 동굴 같은 곳에 나를 가뒀다. 이곳의 구조가, 문이 저 꼭대기에 아주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는 걸로 보아 여긴 아주 깊은 땅속인 것 같다. 이건 뭐, 날아갈 수도 없고, 저 멀리 보이는 문을 향해 가려면 기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어휴, 이 나이 먹어서 암벽등반이나 하게 생겼으니…, 아씨! 김종인 이 썩을 노무 자식은 도서관에 쳐 박혀 있는 줄만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나보다.
「아오, 나 정말 미치겠네?!」
은근히 약아빠진 김종인은, 날 여기에 가두고 어딜 갔을까?! 어디긴 어디야, 당연히 저 밑(이승)으로 내려갔겠지. 아, 난 이제 끝났어. 상부에선 날 죽이려 들 거야. 월급 삭감만으로도 온 몸이 벌벌 떨리는데 그토록 무서워하는 크리스님과의 면담이 있을 수도 있어. 생각 만해도 치가 떨린다. 상상만 했는데 온 몸에 힘이 쭉 빠져서 미끄러지듯 벽에 몸을 늘어뜨렸다. 아, 김종인, 이거이거. 나가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그나저나, 난 너무 마음이 약해서 탈이야, 흑.
一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나온 거야?”
「응, 어쩔 수 없었어.」
“그 사신은 지금도 갇혀 있을까?”
「거기서 나오려면 시간 꽤나 걸릴 거야.」
“좀, 불쌍하다. 사신이 힘이 없나봐?”
「힘이 없다기보다는…, 좀 멍청한 정도?」
사신님을 가두고 온 얘기를 해주니까 흥미가 생긴 듯 경수가 눈을 반짝인다. 가두고 온 것도 미안한데 이렇게 자꾸만 깎아내려서 정말 미안, 사신님.
"너, 거기선 어떻게 지내?"
경수가 소파에 몸을 기대며 내게 물어온다. 그 얼굴이 살아생전 늘 보아왔던 익숙한 것이라 조금은 마음이 아파왔다. 우리의 일상이었는데 나 하나로 인해 무너졌으니까.
"네가 산다는 그 곳…말이야. 재미있어?"
「아, 거기? 음…….」
그 곳에 가서는 늘 도서관에 박혀 책만 보기 바빴으니 뭐가 있는지도 나는 잘 모른다. 책을 통해 너와,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혼자 땅을 파는 일 밖에는 하지 않았으니까. 사실을 말하기엔 애써 밝아진 분위기를 다시 흐려놓을 것만 같아 조금 망설였다. 하지만 궁금하단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녀석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순 없을 것 같았다. 그냥 어렴풋한 풍경정도만 설명해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뭐랄까, 동화 속에 나오는 곳 같다고 해야 되나….」
“동화…?”
「응. 깨끗하고 맑고 여기와는 다르게 공기도 되게 좋고…. 아, 거기선 다 이렇게 둥둥 떠다닌다?」
내 설명이 길어질수록 녀석은 더 내게 집중해왔다.
「그냥, 그런 곳에서 산책을 하기도 하고,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기도 하고….」
“도서관? 거기에도 도서관이 있어?”
고개를 끄덕였더니, 와 신기하다. 하면서 눈을 크게 뜬다. 산책을 한다는 조금의 거짓말을 보태긴 했지만 뭐, 사실대로 말하는 것보다야 나으니까. 그리고, 도서관은 니가 생각하는 책만 가득한 그런 곳이 아니었지만 설명하게 되면 녀석이 우울해 할까봐 그냥 입을 닫고 말았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녀석을 골탕 먹이기 위해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야, 너 그거 모르지.」
“뭘?”
「거기가면 나 좋다는 사람 널렸어.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돌아다닐 수도 없다니까?」
“...그래?”
「몸매가 아주…끝이야 끝.」
“…….”
말 한마디를 덧붙일수록 경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간다. 아, 귀엽다.
「덕분에 뭐, 외롭진 않았지.」
“야, 김종인.”
더 장난을 쳤다간 화를 낼 것 같아서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린 채 나를 향해 큰 소리를 낼 준비를 하는 경수를 바라보며 웃었다.
「…우리 경수 생각만 하느라.」
웃었던 게 역효과를 냈는지 더욱 화가 난 얼굴로 주먹을 위로 치켜들던 녀석은, 이내 팔을 내리며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본다.
“놀리니까 재밌냐?”
「응.」
역시 귀엽다. 너의 작은 머리에 내 머리를 콩하고 박고 싶다. 하지만, 닿을 수 없는 걸 알기에 그저 머릿속으로 그 모습을 그림 그리고 말았다. 더는 욕심내면 안 되는 거라고. 바로 지금, 여기 네 옆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니까.
“근데, 그…거 진짜야?”
「뭐가.」
“너 좋다는 사람, 많다는 거.”
은근히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걱정스레 물어오는 녀석이 귀여워,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 왕따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그럴 줄 알았다며 너도 나를 따라 웃는다.
나는 그런 니가 너무 사랑스럽다.
一
사물에 닿을 수는 없다. 하지만, 통과는 할 수 있다. 이게 도무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경수의 몸에 닿지 않는 다는 건 충분히 슬픈 일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마냥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아서. 예를 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처럼…?
“아….”
경수가 샤워를 한다. 무려 샤워!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는 걸 거실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기회를 틈타 욕실 문을 통과했다. 수증기 때문인지 온통 뿌옇게 흐려져 있다. 그래서, 반투명인 나는 잘 보이지 않을 거라고. 몰래 숨어들어서 지켜보고 있다. 녀석은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맞으며 샤워에 열중이었다. 다른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조금이라도 더 너를 내 눈에 담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변명 같을까….
“…….”
언제쯤 장난을 칠까. 어떤 타이밍에 나타나야 니가 놀랄까. 그것만 궁리하며 웃었다. 물론, 니가 화를 내겠지만 괜찮아. 나는 모든 걸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내가 흐려진 시야를 뚫고 짠, 하고 나타났을 때 녀석의 놀란 얼굴을 상상하니 그저 즐거웠다. 그 생각에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
이 좁은 욕실 안에, 너와 내가 있다. 멍하니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손으로 쓸어넘기는 녀석의 좁은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덤덤하게 내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 모습에 안심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 이름을 부르며 서럽게 우는 니 모습을 보게 될 줄 알았다면. 욕실로 따라오지 말 걸 그랬다.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 발짝 움직여 욕실을 나와 버렸다. 미안해, 미안하다. 내가 너를 자꾸 울게 한다.
욕실 안의 너와 밖의 나. 우리 사이엔 욕실 문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 그 문 하나를 두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런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
이미 완결난 글이에요^*^
마음만 먹으면 오늘 안에 다 풀어버릴 수도 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참겠어요...
프롤에서 미리 말씀드렸다시피, 내용이 별로 길지 않을 겁니당ㅎㅎ
완결은 이번주 안에 나는 걸로!!
아, 언제나 감사해요.
정말이에요TT
이루마 May be나 바이준 당신의 사랑이 늘 행복하기를 들으시면서 읽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TTT
실은 제가 노래를 올리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북흐북흐...
아무튼, 내일 또 만나요♥
♥일초 천국 파리채 똥주 감동그자체,도경수 말레이시아준수 얌냠냠 오디오 뾰쫑뾰쫑 응어
아이엠벱 코코눈 까꿍 링세 긍긍 찌롱 펫또 슈엔 띠드케잌 공작새♥
사랑해요 하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