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안녕 5
written by. 키마
“종인아.”
「어?」
“너 말고, 작은 종인이.”
도경수는 요즘 나와 종인이를 데리고 장난을 치는데 재미를 들였다. 혼자 어찌나 즐거워하는지 대놓고 면박을 줄 수도 없게끔 너무 환하게 웃는다. 작은 종인이야 쟤가 무슨 말을 하던 못 알아들은 채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눈만 꿈뻑일 뿐이고, 나는 홀로 놀림감이 되어 짜게 식어가야만 했다.
“종인아, 이리와.”
바닥을 톡톡 치며, 혼자서 뒹굴며 놀고 있던 작은 종인이를 부르던 경수는 종인이가 쪼르르 달려오자 좋다고 방실방실 웃다가, 소파에 기대듯 서서 팔짱을 낀 채 저를 보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손짓한다.
“어쭈, 넌 왜 안와?”
「…나도 가야 되냐?」
“당연하지! 넌 종인이 아니야?”
「아, 예. 대령하겠습니다.」
에라이, 이럴 줄 알았음 그냥 다른 이름 지어줄 걸 그랬나보다….
一
「…으읏차!!」
360번째 시도 끝에 중간 지점까지 다 달았다. 이젠 배고픈 것도 잊었고, 상부에 끌려가 혼나는 것도 잊었다.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만 날 뿐이다.
…엄마, 나 좀 살려줘.
근데, 우리 엄만 누구지…?
一
「으이구, 그렇게 좋냐?」
“응!”
종인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산책이라 해봤자 집 근처 골목이나 누비고 다니는 게 전부였지만 경수는 그래도 좋다며 웃었다.
아, 이럴 줄 알았음 공원 근처에 사는 거였는데….
「경수야.」
“어?”
「그냥 한번 불러봤어.」
“…싱겁긴.”
내가 이승에 내려 온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에도 사신님은 탈출하지 못 한 건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그래, 그 땅굴. 내가 2년 동안 몰래몰래 죽어라 팠던 거 맞다. 그래도 사신 쯤 되면 그 정도는 3일안에 탈출해야 되는 거 아닌가? 뭐. 어쨌든 나야 고맙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바보 냄새를 폴폴 풍기더니 진짜 바보였나 보다.
어쨌든 그 바보 사신이 언제 날 잡으러 올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마냥 행복해하고 있지는 못할 것 같다. 지금까지도 나는 충분히 행복했고, 경수도 예전처럼 밝게 웃고 있으니 더 바라는 건 없다.
만남이 길어질수록 슬픔은 더 큰 법이니까. 이제는,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종인아.”
「….」
“야, 김종인.”
「…나?」
“그래, 너 말이야.”
가로수 길을 따라 걸으며 잠시 동안 말이 없던 내가 걱정되었던 건지, 뽈뽈뽈 짧은 다리로 잘도 돌아다니는 작은 종인이를 살살 쓰다듬으며 나를 바라본다.
「…응, 왜?」
“너, 언제…가는 거야?”
울 듯, 웃으며 날 향해 물어오는 경수의 눈이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있어서 가슴이 아팠다. 그래, 녀석도 눈치 채고 있을 터였다. 예전처럼,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나는 홀로 먼 길을 떠나야 할 것이고, 녀석은 또다시 내가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음.」
“……?”
「곧, 가게 될 것 같아.」
살랑살랑. 스치듯 불어오는 바람결에 나는 웃었고, 너 또한 웃어주었다.
“으아, 그럼 가기 전에 꼭 말 해줘야겠네.”
「…응?」
“뭘 그렇게 쳐다봐. 바보 아니랄까봐 꼭 바보 짓만 해요.”
그렇게 말하며, 경수는 작은 종인이를 품에 안고, 멍하니 서있는 나를 두고 앞서 걸어 가버린다.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멈춰서 멀뚱멀뚱 멀어져가는 녀석을 바라보기만 했다.
“김종인, 빨리 와!”
「어? 어!」
한참을 앞서가다가, 꼼작도 하지 않는 나를 돌아보며 빨갛게 물든 얼굴로 빽 소리를 지르는 경수의 모습에, 녀석이 내게 말해주고 싶은 게 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경수야, 같이 가!」
그럼, 나도 그때…말 해 줄게.
一
드디어 나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 내가 누군지도 가물가물한 상태에서도 벽을 타고 오르는 건 멈추지 않았다. 역시, 생존본능이란 절대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482번째 시도….
좀만 있음 꼭대기에 도달한다.
고지가 머지않았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사신계의 카리스마 변백현. 아자!
…가만,
날 여기다 가둔 게 누구였더라?
一
경수는 작은 종인이와 놀다 지쳐 잠이 들었다. 침대에 누울 생각도 못하고 품에 작은 녀석을 안고 소파에 위태롭게 걸쳐져있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함께 잠들었던 종인이는 먼저 깼는지 낑낑거리며 경수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쓴다. 누굴 닮아 저렇게 예쁠까. 내 이름을 붙여준 게 미안하다. 나와 닮은 구석이라곤 없는 작은 종인이. 녀석은 꼭 새하얀 눈송이 같았다. 작은 앞발로 경수의 팔을 몇 번 긁다가 곤히 잠든 경수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처음엔 다른 곳을 보겠거니 했는데 정확히 나와 두 눈을 마주했다.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빨려들어갈 것 같이 까만 두 눈동자를 보았다. 작은 녀석이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면서 앓는 소리를 내기에 얼른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쉿.」
안 돼. 경수가 깨잖아. 녀석이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깜빡인다. 그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났다. 경수의 품에서 빠져나오기를 포기 한 듯 금세 조용해진 작은 녀석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서 곤히 자고 있는 경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요 며칠을 나 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혹시나 눈을 감았다 뜨면 내가 사라질까봐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나에게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는 너를 알았기에, 그냥 모른척하며 넘어갔지만 그런 너를 보는 내 마음은 너무나도 쓰렸다.
조금, 멀리서 녀석을 바라보다가 소파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네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고개를 숙여 가만히 너를 바라보았다. 눈이나 코, 어느 하나라도 안 예쁜 구석이 없다. 네 머리를 쓸어넘겨 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닿지 못하면 또 슬퍼 질까봐 너를 그저 눈에 담기로 했다.
시간이 멈춘 듯 너만 바라보았다.
“…종인아.”
잠든 녀석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악몽이라도 꾼 듯 불안한 얼굴로 번쩍 눈을 뜨며 내 이름을 불렀다.
「응, 나 여기 있어.」
“…….”
「여기 있어, 경수야….」
정신없이 흔들리던 눈동자가 바로 코앞에 있는 내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야 차분히 가라앉았다. 눈을 감았다 떠도 사라지지 않는 내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나서야 안심이 되는 듯 다시 눈을 감는다. 네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손을 들어 너의 손을 잡아보았다. 몇 번을 계속 해봐도 자꾸만 네 몸을 통과하는 내 몸을 바라보다가, 힘이 쭉 빠졌다.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네 옆에 있으니까 자꾸만 욕심이 생긴다. 이런 내 자신이 싫어서, 긴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아 버렸다.
시곗바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지금 이 순간. 나는 네가 너무 애틋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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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편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