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마 Love me와 함께 해주세요TT)
천국에서 안녕 4
written by. 키마
지하철을 탔다. 출근 시간이라 북적이는 인파속에서도 나는 너만 보였다. 내 몸을 통과해나가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넋을 놓고 경수를 바라보다가 녀석을 그만 놓칠 뻔했다. 경수가 한참 앞서 걷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본다. 곧, 조금 먼 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곤 걷던 길을 되돌아 내게로 다시 걸어온다.
그러곤, 같이 가자는 말 대신 손을 잡으려고 허공에 손을 뻗는다. 녀석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내 손이 원망스러웠다.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아지지 않는…. 조금 슬픈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허공을 맴도는 자신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던 경수가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귀에다 대고 말을 했다. 마치 전화를 하는 것처럼.
“종인아.”
낮게 울리는 네 목소리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반짝이는 너의 눈동자와 마주했다.
“종인아.”
목이 메어왔지만, 계속해서 내 이름을 불러오는 경수의 떨리는 목소리 때문에 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대답했다.
「…응.」
너는 그런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언제 어디서든,”
「…….」
“나한테서 떨어지지마.”
「…….」
“내 옆에 있어.”
그래서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응….」
一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내가 뭘?”
「…아니다.」
“왜, 뭔데?”
「많이 먹으라고.」
작정했다. 저건, 작정하지 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언제, 어디서 갑자기 떠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경수는 내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서 이른 아침부터 시내에 맛 집이란 맛 집은 다 돌아다녔다. 것도 하필이면 내가 생전에 좋아하던 것들로만.
「…휴우.」
“밥상머리 앞에서 누가 한숨 쉬래?”
「야, 나도 배고프거든?」
“어쩌라고. 어차피 너 못 먹잖아…. 그냥 나 먹는 거 지켜보기나 해.”
엉엉엉. 와 진짜 주저앉아 울고 싶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파서 꼼짝도 못하던 녀석이 하룻밤 지새더니 쌩쌩해져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고, 떠들고, 시비를 건다.
마치 내가 살아있다고 착각 할 만큼.
「진짜 못됐어, 도경수.」
“못들은 걸로 할게.”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주위사람들이 아까부터 계속 혼잣말을 하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경수를 이상한 눈빛으로 힐끔거리고 있었다. 내 이럴 줄 알고 집을 나서기 전에 그렇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건만 이 녀석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나보다. 좀 전에 지하철역에선 전화하는 시늉이라도 하더니 이번엔 아예 그럴 생각도 없어 보였다. 주위의 시선을 눈치 챘음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태연하게 내게 말을 건다.
우리 경수, 또 나 때문에 바보 되네.
「너, 회사는 안 나가 봐도 돼?」
“회사? 아…연차 냈어, 어제.”
「연차?」
“아픈 것도 있고, 뭐 여차저차해서…그냥.”
「…나 때문이지?」
아니라는 말은 못하고, 못들은 척 고개를 푹 숙인 채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으이구, 미련한 도경수. 밥이 잘도 넘어가겠다.
내가 언제 가버릴지 몰라서 회사에는 덜컥 연차를 내버리고, 넘어가지도 않는 밥이나 꾸역꾸역 먹고 있고….
“꼭…, 보여주고 싶었어.”
「…뭘.」
“너 여행가기전에 나한테 그랬었잖아.”
「…….」
“돌아…오면, 나 밥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할 거라고.”
나는 다 잊었는데, 너는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바보 같은 게 진짜, 나 다시 돌아 가버리면, 혼자서 어떻게 살려고…. 눈물이 날 뻔했지만 애써 삼켰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것은 울음을 감추기 위한 웃음이었다. 네가 나의 아픔을 모르길 바란다. 그런 날 가만히 지켜보던 녀석이 다시 수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까만 그 머리통을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되겠다. 가기 전에 이 녀석 지켜줄 듬직한 보호자나 하나 만들어주고 떠나야지. 그냥은 못가. 절대로.
一
「…씨이.」
아씨, 배고파 죽겠다. 비록 이승에 사는 생명체는 아닐지라도, 나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살아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식욕을 느낄 것이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라 이거다. 이틀 동안 내가 무슨 정신으로 벽을 탔는지도 모르겠다. 벌써 186번째 실패지만, 나는 꼭 성공하고 말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랬으니까.
아, 매정한 김종인.
이왕 가둘 거였음 식량도 같이 넣어줘야 되는 거 아니야? 그 정도의 센스도 없는 거야? 아, 진짜 너무하다. (아참, 걔 음식 못 먹지?!)
흑, 배고파 죽겠어. 진짜. 흙이라도 파먹어야 되나. 아니야, 사신 체면에 흙 파먹고 그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치만 배고픈 걸 어떡해…. 일생일대의 위기다. 체면이냐 생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 근데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되는 거냐고요. 이게 다 망할 김종인 때문이야. 아, 김종인. 두고 봐, 나가면 넌 진짜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一
“이거…뭐야?”
「보면 몰라?」
“…강아지 아냐?”
경수가 샤워를 하는 사이, 몰래 찬열이 녀석에게 다녀왔다. 나를 보자마자 기겁을 하며 도망가는 녀석을 붙잡아 애원(보다야 협박이 대부분이었지만)을 해서 겨우 예쁜 강아지 한 마리를 얻었다.
새하얀 털과 까맣고 맑은 눈을 가진 경수의 보호자. 이 녀석의 이름을 무엇으로 짓는 게 좋을까…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그게 제일 좋겠다 싶어 그걸로 정해버렸다.
제 발끝을 앞발로 툭툭 건드리는 이 녀석의 정체가 궁금했던 모양인지 동그란 눈으로 내게 물어오던 경수는, 대답은 않고 빙긋 웃기만 하는 내 모습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강아지를 안아들었다. 경수가 강아지 좋아하는 거야 뭐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고, 이 녀석 또한 경수가 맘에 든 것 같아서 맘이 흡족하다.
“아, 예뻐라. 얘 이름이 뭐야?”
「종인이.」
“어?”
「걔, 종인이야. 작은 종인이.」
고민 끝에 결정한 이름을 아주 자랑스럽게 말해주었더니, 품에 안긴 새하얀 녀석과 나를 번갈아 보던 경수는 기가 차다는 듯 한쪽 입 꼬리만 올려 웃는다.
어어…? 저거 지금 비웃는 거 맞지?
“야. 바보는 너 하나로 족해. 왜 멀쩡한 애한테 그런 이름을 붙여.”
와, 저게 또 바보래. 금쪽같은 애인님한테.
「시끄럽고, 걔는 무조건 종인이야. 알았어?」
“웃기고 있다, 진짜.”
「경수야.」
“왜.”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작은 종인이와 얼굴을 부비며 장난을 치고 있는 경수를 보니,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인다.
「너랑 닮았다, 종인이.」
“뭐?”
「와, 진짜 똑같아.」
“너 지금, 나랑 개랑 닮았다는 거야? 나 개 같다고?”
「누가 개 닮았댔냐, 강아지랬지.」
“그게 그거 아니야?”
종인아, 우리 경수를 잘 돌봐줘.
“김종인, 너 맞는다!”
내가 그 곳으로 돌아가면, 혼자 아파할 경수를…,
네가 나대신 지켜줘.
「…경수야.」
“왜…왜 갑자기 그런 눈으로…봐.”
「종인이.」
“종인이가…뭐”
「늘 네 옆에 있을 거야.」
나는 떠나지만 종인이는 늘 네 옆에서 널 지켜줄 거야.
「잘 부탁해.」
종인아, 경수를.
경수야, 종인이를.
잘 부탁해….
***
6편 완결이에요!
앞으로 두편 남았습니다^*^
남은 두편도 함께해주세요!
내일 또 태풍이 온다던데 조심하세요TT
아, 언제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