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때?"
"..."
"어...? 어...야 왜 울어!! 아니...!"
하...드레스는 입는 데 또 왜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겨우 다 입고 나갔는데
김도영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눈에서 물이!! 그러니까 눈물이 떨어지고 있는 거다;;
울 것 같다더니 진짜 우는 내 울보....
"아니 왜 울어..."
"아니 너가 막...나오는데.
옛날 생각이 나서."
"..."
"고마워, 진짜.
나랑 결혼하겠다고 해줘서.
네 미래에 나를 허락해 줘서."
"끄으읍. 난 안 울 거야.
알면 잘 해라 김도영.
너같은 남자도 흔치 않지만
나같은 여자는 더 흔치 않아."
결국 웨딩드레스 다 갈아입고
김도영한테 가서 달래주다가,
나도 울 뻔 했다.
이 남자, 프러포즈 한 이후로 매일 프러포즈날로 만들려고 하는 건지
감동 멘트 작렬이다. 너무 좋다.
역시 내꺼.
김도영 다 달래고, 다시 들어가서 약 4벌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결과,
처음으로 입은 드레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입은 드레스가 결정됐다.
가장 마지막 드레스는 김도영 픽이라 김도영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선정됐다.
(결혼식 사진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 안 바꿀 거란다.)
"부끄러운데, 다른 사진으로 바꿔주면 안 돼?"
"너 자꾸 그러면 나 화낸다!
농담이고, 저 사진 보면 일 하다가도 힘이 난단 말이야.
그리고 너무 예뻐서 자랑하고 싶어.
하게 해줘, 응?"
"알겠...하...알겠어.
그러니까 그 화난 블루베리 표정 좀 풀어."
나는 부끄러워서 볼 때 마다 바꿔달라고 하는데,
김도영은 그럴 때 마다 저 화난 블루베리 표정으로 나를 무장해제 시킨다.
그래서 결국, 내가 항복했다.
부끄럽든...말든...어차피 남편 될 사람인데.
그렇게 우리 결혼도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오늘은 오빠들과 동생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는 날이다.
한 번에 부르기에는 너무 많아서,
프러포즈를 도와준 6명부터 먼저 불렀다.
(아마 앞으로 일주일 내내 청첩장 돌리느라 정신 없을 것 같다.)
"다들 일단 너무 고마워.
너네가 프러포즈 도와준 덕분이야, 정말."
"저는 별로 한 것도 없는데요옹..."
"고맙긴.
시민, 도영 결혼하는 거 보니까 너무 행복해, 나."
"저는 시민 누나랑 형이 결혼할 줄 알았어요.
결혼해서 잘 사세요 저는 그거 대가로 도와준 거니까..."
"야 니 거짓말 하지마...
너 프러포즈 도와주고 내가 지갑이 얼마나 털렸는데."
"헤헷. 들켰네.
근데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건 진심이에요. 알죠?"
역시 정신없다.
한꺼번에 그 많은 인원을 감당할 수도 없었겠지만,
한꺼번에 다 불렀다간 내 정신이 천 갈래로 찢어져버렸을 수도 있다.
지금은 이 6명을 감당하는 것도 약간...버겁다. ㅎㅎ...
"그래서 성찬아, 너는 여자친구랑 언제 결혼할 건데?
네 프러포즈 도와주는 조건으로 김도영 도와준 거라며."
"아직 모르겠어요.
근데 저는 어차피 제 여자친구랑 결혼할 거니까...뭐..."
"오...정성찬 다 컸네..."
"시민아, 성찬이도 이제 결혼 생각 슬슬 할 만큼 다 컸다.
예전에 그 애기 성찬이가 아니야 ㅋㅋㅋ"
"그러게요...쟤가 언제 저렇게 커서 여자친구도 사귀고...
저 결혼하는 것도 실감 안 나는데, 쟤가 저렇게 큰 건 더 실감이 안 나요."
"..."
"넌 왜...아까부터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니...
으악!! 너 울어? 또 왜 울어!!"
성찬이의 결혼 계획, 추억 이야기를 하다가
시선을 돌렸는데 덕준이가 세상 아련한 표정을 하고 날 쳐다보는 거다...
근데 갑자기 저 큰 눈에서 눈물이 뚝뚝...
하...얘 또 울컥했네...
이러면 김도영도 울 확률 200%인데...
"..."
역시나...김도영도 옆에서 울고 있다.
갑자기 웬 눈물파티?!
"시민 누나, 도영 형.
저는 누나랑 형이 진짜 가족같고 너무 좋아요.
그러니까 정우 형 말처럼 꼭 행복하게 사세요."
"으휴...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울어 덕준아. 알겠지?"
"네 ㅎㅎ."
"김도영 너도 그만 울고, 다들 짠해 짠!!"
우리가 사귀고 싸우고 프러포즈를 하고 이렇게 결혼 준비를 하는 걸
다 지켜봐준 가족같은 이들에게 청첩장을 주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떨리고 벅차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만큼 기분이 좋은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 미래를 응원해 준다는 것도,
"시민아, 조금만 마셔. 알겠지?"
이런 좋은 남자와 미래를 약속한 것도 모두.
2. 결혼
* 이 부분은 오르막길 들으면서 읽어주세요!
어릴 때의 로망이었던 5월의 신부는 아니지만,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10월의 어느날.
나는 김도영의 아내가,
김도영은 나의 남편이 된다.
약 7년 전,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내가 아빠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는 것도,
힘겨운 발걸음을 옮겨
"...시민아."
멀끔한 정장을 빼입은 김도영의 손을 잡는 것도.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나와 김도영은 수도 없이 무너졌고
수도 없이 다시 일어났고
수많은 일들 속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우리가 앞으로 갈 길은 오르막길처럼 숨이 턱턱 막힐 수도 있지만,
나는 내 손을 잡고 있는 김도영이라면,
내 영원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
정신없이 식은 진행됐다.
사회자는 작가와 라디오 디제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영호 오빠.
"다음은,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혼인서약서를 낭독해주는 시간입니다.
먼저...신랑 김도영 군."
양가 어머님들의 화촉 점화식도,
양가 부모님에게 그동안 키워주셔서, 이 사람과 결혼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한다는 인사를 드리는 것도,
주례사를 생략하고 양가 아버지들의 인생 조언으로 대신한 것도,
너무 떨려서 파노라마처럼 스르륵 지나가고
어느새 혼인서약서를 읽을 차례가 왔다.
나는 너무 떨려서
김도영이 읽고 나면 읽기로 했다.
(원래는 한 줄씩 번갈아가면서 읽으려고 했다.)
"안녕 시민아."
어...? 혼인서약서는 저렇게 시작하지 않는데...
서로 혼인서약서의 멘트는 동일하기 떄문에 저렇게 시작하지 않는 건
분명한데...
"혼인서약서 시작이 아니라서 많이 놀랐지?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많이 놀랐을 시민이 네 모습이 훤해서 웃음이 나.
웃겨서가 아니라, 너무...귀엽고 예쁠 것 같아서.
서론이 좀 길었나? 아무튼 이제 내가 너한테 하고 싶었던 말을
할 거야. 울지 말고, 나한테 집중하고 잘 들어줘."
"..."
"먼저, 나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우리가 알고 지냈던 그 시간도,
우리가 연인으로 함께해온 그 시간도,
결혼을 약속하고 보낸 그 시간도.
한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어.
그 시간을 함께해온 사람이 시민이 너라서, 너였기 때문에...
그래서 더 소중했고, 허투루 보내기가 싫었어.
그러다 어느 순간에, 너를 보는데
너랑 미래를 약속하고 싶다...
네 미래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너에게 한참 모자르는 나지만, 내가 너의 시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래서 내가,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노래를 준비했어.
나는 말로써 진심을 전하는 게 너무 서툰 사람이라서."
김도영의 편지가 끝나자 마자,
나와 김도영을 비추는 핀 조명을 제외한 모든 조명이 꺼졌다.
"..."
마치 프러포즈를 하던 그날처럼
내 앞에 서있는 김도영이,
너무 감사해서
너무 고마워서, 너무 좋아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사랑해요, 저 끝까지."
그래도 나에게 진심을 전하는 김도영을
내 눈에 꼭꼭 담고 싶어서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김도영도 나만큼이나 힘겹게 노래를 시작하고,
목이 매는지 잠깐 머뭇거리다 또 힘겹게 노래를 마무리 했다.
그리고 마무리 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식장이 아예 암전되더니 웬 영상이 흘러나왔다.
김도영도 놀라는 걸 보니 우리 둘 다 모르는 이벤트인 것 같았다.
"형, 안녕. 시민이도 안녕.
와...이렇게 영상편지 하려니까 너무너무 어색한데, 형이랑 시민이 위해서 참고 한 번 해볼게.
형, 그리고 시민아.
나는 둘의 또 새로운 시작을 너무나도 축하하고, 또 둘 연애의 끝이 결혼이라 너무 기뻐.
나를 가족처럼, 가족보다 더 위해준 형도, 내 소중한 친구이자 동생인 시민이 너도.
나한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라 내가 지금 이렇게 기쁜 게 아닌가...싶어.
결혼 다시 한 번 더 너무 축하하고, 형이랑 시민이 네 앞날에 행복만 있길 바랄게."
"도영 형~ 그리고 시민!
먼저 결혼 너무 축하해요.
제가 한국와서 가장 의지?했던 사람들이 결혼하는 게 너무 신기하고 기뻐요.
그동안 저를 도와주어서, 위해주어서, 의지가 돼 주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결혼 축하해요!"
"시민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지성이에요.
와~ 선생님이 결혼을 하신다니! 그것도 도영이 형이랑!
사실 저도 선생님이 실감이 안 난다고 하신 것처럼
실감이 안 나요 ㅎㅎ
제 고등학교 시절을 책임져준 선생님이 제가 아는 형이랑 이렇게 결혼을 해서 그런가?
그래서 더 실감이 안 나요.
무튼 선생님 덕분에 쭉쭉 오른 제 성적처럼,
선생님과 형의 앞날도 행복만 쭉쭉 오르길 바랄게요!
축하드려요~"
"안녕하세요 형, 누나!
인준이랑, 재민이에요.
처음에 형이랑 누나가 사귄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저랑 재민이가 몇 살 때였죠?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나는데
벌써 이렇게 결혼을 하신다니...저도 지성이처럼 실감이 안 나요 ㅋㅋㅋ
그래도 형이랑 누나가 예쁘게 연애하고 또 이렇게 결혼을 하는 건
저한테도 아주 큰 기쁨이에요.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세요!
나나는...누나랑 형이 결혼한다는 거 듣고 약간 울컥해서 눈물이 났어요...
농담이고, 형이랑 누나가 연애를 한다고 어디서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제가 이렇게 커서 형이랑 누나는 결혼을 하는 게...기쁘기도 하고 너무 신기해요.
긴 말은 안 해도 전해질 거라 믿습니다! 축하해요!"
정재현, 스청 오빠, 지성이, 인준이, 재민이 이후로도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사람이 영상 편지를 하고 나서야 영상편지는
마무리 됐다.
나는 화장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만 울었고,
김도영은 아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어~머나.
신랑 신부의 측근들의 이런 서프라이즈가 아주 감동적이었나 봐요.
도영 군, 어서 고개 들고 다시 시민 양 손을 잡아 주세요."
그런 김도영을 가만히 둘 리 없는 영호 오빠는
능청스럽게 식을 진행했다.
(분명 영호 오빠가 기획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저런 능청스러움이 나오는 거다.)
김도영의 서프라이즈 이벤트, 혼인서약서 낭독이 다 끝나고, 신랑 신부의 행진 차례.
이제 정말 우리 둘만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할 차례다.
아까 아빠와 함께 걸어왔던 버진로드는 이제
"..."
김도영과 걸어가게 될 테고,
김도영의 여자친구였던 나는 김도영의 아내로,
나 김시민이의 남자친구였던 김도영은 나의 남편으로
낯설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될 테지.
아직은 불투명한 미래에서
확실한 것은
우리 둘이 함께 헤쳐나갔던 숱한 어려움들처럼
또 우리 둘의 힘으로 헤쳐나가면 된다는 것,
그게 김도영과 함께라면 분명히 해낼 수 있으리라는 것.
3. 결혼 후
"아 깜짝이야. 왜?"
"그냥 부르기만 했을 뿐인데 왜 놀라?"
"아니 난...너가...자기가...나한테 자기라고 할 때 마다
심장이 발 끝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란 말이야."
"뭔 소리야 그게! 자기도 지금 나한테 자기라고 하잖아!"
"그런 게 아니고, 너무 좋아서...좋아서 그래."
"아 ㅎ 아 ㅎ 모야...부끄럽게."
일주년 맞이 파티는 나중에 해가 지고 해도 충분하니까,
모처럼 찾아온 평화로운 주말 오전에 데이트나 할까 싶어
일 년 전에 남친에서 남편이 된 김도영을 불렀더니
도둑질 들킨 도둑마냥 깜짝 놀라는 거다.
진짜 뭐 죄 지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너무 좋아서 그렇단다...
내가 진짜...하루하루 김도영 잡아먹고 싶은 거 참으면서 산다...
"그래서, 어디 나갈 건데?
자기야."
"너 또 나 놀리지."
"아니~ 자기가 좋다길래 불러주는 건데 뭐가 어때서~
자기야~ 도영아~"
"나 오늘은 안 참아."
"...안, 안 참으면 뭐!"
"들어갈래?"
괜히 김도영이 놀리고 싶어져서 자기야~를 남발하며 계속 놀렸더니
갑자기 김도영의 얼굴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입술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오는 거다.
그러고 한다는 말이 안 참...안 참는다?
도통 영문을 모르겠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면,
김도영은 턱짓으로 침실을 가르키며 들어갈래?를 시전한다.
이러면 난....
"..."
김도영에게 입을 맞출 수 밖에 없지.
말 대신 무언의 대답이었다. 그러고 나면,
김도영은 긴 팔로 날 들어올려 급히 침실로 데려갔다.
잘 하면...오늘 김도영 김시민 2세가 생길 수도 있을 거라는
(나만의) 생각을 하며
또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었다.
-
끝...입니다...
영혼이 탈탈 털린...이 기분...
그리고 시원 섭섭한 이 기분은 뭘까요ㅜㅜ
여러분이 많이 기대해 주시고
기다려 주셨기 때문에
저도 그만큼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이 글을 쓰고 또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았나...싶어요
지난편 댓글에 어떤 독자님께서 제 글은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다고 하셨었는데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글을 쓰기 힘들었는데 엄청 힘이 되는 댓글이었어요.
여러분이 달아주시는 댓글은 제가 어느 순간을 살더라도
힘이 될 거예요 정말.
제가 글로써 전하는 말이 독자님들께 얼마나 닿을지는 모르지만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을 한 마무리인지는 모르겠어요...ㅎㅎ
또 기다려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시면 토끼 남편은 불시에
외전의 외전으로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두서없이 글을 써서 전달이 잘 됐는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모쪼록 건강 조심하시고,
제 글은 따땃한 전기장판 안에서 편히 읽어주세요 ♡
* 시민이는 97년생입니다.
빠른이라 96이랑 같이 학교를 다녀서 도영이에게 반말을 하고
도영이의 여동생에게 언니라고 불리지만
재현이랑은 친구(지만 가끔 동생처럼 재현이가 챙기기도 해욧) 스청이랑은 오빠 동생 사이입니다
한마디로 족보 브레이커라는 소리죠...ㅎㅎ
이해하시는 데 지장이 있을까봐 남깁니다!
그럼 정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