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관두기 프로젝트 성공편 <1>
"잠깐, 스톱스톱. 성이름. 너 지금 뭐하냐?"
"어? 아, 아니 좀... 추워가지고..."
테이블 밑으로 핸드폰을 숨겨 연락을 주고받다가 데리러 오겠다는 말에 외투를 슬쩍 챙겨입었더니. 딱 들켜버렸네. 머쓱하게 변명 치고 가디건을 걸쳐입었더니 해윤이의 눈매가 얄쌍하게 잡힌다.
"이름누나, 추워요? 이거라도 좀 덮고 있어요."
"야. 아냐, 서준아. 쟤 지금 핑계야 핑계. 김선호가 데리러 온다지?"
"... 넌 진짜 다 아는구나."
괜찮대도 어깨에 두텁게 올라오는 자켓에 고맙다고 웃으면 해윤이가 맞은편에서 쥐포를 씹으며 고개를 저었다.
"며칠 째냐, 너네."
"한... 두세 달 됐나."
"근데도 이래. 여전~해. 꿋꿋해 아주. 그렇게 좋디?"
"어, 좋아."
"선호랑 이름? 너네 어쩌다 사귀게 된 거야? 해윤이 넌 알아?"
"알긴 아는데. 안지는 나도 별로 안 됐어. 개강하던 날 뒤집어졌잖아. 얘네 둘이 손 잡고 와서. 커피도 떨궜지, 아마? 아까운 내 사천원..."
어색하게 웃으며 장단 맞춰주다 시간을 확인했다. 이쯤이면 김선호 거의 다 왔을텐데...
<김서노> 나 다 왔어~
들어갈까?
왁 절대 안 되지. 양옆, 앞에 앉은 인물들을 쫙 훑었다. 김선호가 아는 애라곤 해윤이 딱 하나. 모르는 애들 깔려있는 곳에서 제 때 안 나온다는 거 알면. 삐칠지 화날지 나도 모르겠다... 김선호 문자를 보자마자 다급하게 인사 돌리면서 일어섰다. 나 밖에 선호 왔대. 얘 기다리게 둘 순 없잖아...
"아니, 이름아! 성이름!!"
"미안! 진짜 미안! 먼저 가볼게!"
울상으로 사과 던지고 나오면 때마침 들어오려던 선호를 마주쳤다.
"이름아아~ 어, 근데 너 왜,"
"응? 나 왜?"
"이름누나! 제 자켓이요. 많이 급하신가봐요. 덮고 막 가시길래."
"아, 아 이거...!"
밖에 선호가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쳐나왔더니 이게 뭐람? 후배가 덮어줬던 자켓을 그대로 덮고 나왔다. 따라나온 서준이가 자켓을 받아가면서 조심히 들어가시라고 웃으면... 음. 망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누구?"
"아, 그... 해윤이 과 후배."
"저 친구 옷이 왜 네 어깨에 올라가 있었는데?"
"네 연락 받고 나가려고 했거든... 근데 해윤이한테 딱 들킨 거야. 그래서 추워서 옷 입으려고 했다고 핑계 댔더니 서준이가,"
"서준이가? 서준이?"
"서준이이...라고 하더라고. 응. 몰라. 이름은 나도 오늘 처음 들었어, 어 진짜."
김선호 이럴 때마다 땀이 줄줄 나. 말도 없이 쳐다만 보고있을 때.
"가자."
"넵."
가자더니 갑자기 코트를 벗어 어깨 위로 덮어주는 김선호에 엥? 하고 가만히 있다 훤히 드러나는 폴라티에 황급히 코트를 집었다.
"아냐! 나 추운 거 아니고 핑계댄 건데..."
"...그래도 덮어. 너 추워보여."
"이제 10월인데 가디건에 코트는 좀..."
"그래도 덮으면 안 될까? 나 지금... 아니다. 알았어. 줘."
어. 김선호 질투하나봐. 존나 귀여운데... 맨날 질투해달라 했다간 뻥 차여버일까?
시무룩한 얼굴로 코트 달라고 손 내미니까 왠지 주기 싫어져서 힘을 꽉 줬다. 김선호 1일 3질투 소취합니다... 이거 좋네. 좋은 거였네.
"왜 안 줘?"
"추워졌어. 그냥 내가 입을래."
"그래? 그래, 그럼. 네가 입어."
김선호 입꼬리 씰룩인다. 귀여어...
"선호야 선호야."
"응, 왜?"
"너 귀여운 거 너도 알지."
"내가? 내가 귀여워?"
"응."
"좋은 건가."
"일단 난 좋아해."
"... 얼만큼?"
"많이?"
"난 얼만큼 귀여운데, 너한테?"
잡고 있던 손을 풀고 양 손으로 공기를 끌어안듯 크게 펼쳤다.
"이정도로 완-전. 귀엽지."
"완전? 아, 성이름 진짜앟ㅎㅎ..."
풀렸다. 웃음 실실 흘리는 선호 앞에 얼굴 들이밀고 이백가지 칭찬을 술술 뱉어내니 결국엔 빵 터져버렸다.
"하여간. 진짜 못 살겠다."
이 맛에 연애하는가 봅니다.
"아, 성이름~ 어떡하냐 진짜."
"왜? 뭐가?"
"네가 너무 좋아. 어떻게 사람이 갈수록 좋아져."
"나도 질투하는 네가 너무 좋아."
김선호 놀리는 거 너무 재밌어... 질투하는 게 좋다니까 눈 동그래져서 어버버 거린다. 어이없다는듯 콧방귀도 뀌고.
"질투? 질투가 뭔데. 나 그런 거 안 해."
"어련하시겠어요."
"아니, 잠깐만 이름아. 나 방금 되게 멋있는 말 했는데 넌 내가 질투할 때가 좋다고? 그게 다야?"
"그게 다...는 아니지만. 그냥 귀엽고 좋다고."
"근데 나 정말 그런 거 안 했다니까? 언제 그렇게 느낀 건데? 어? 아니, 성이름 발에 바퀴 달렸어? 왜이렇게 빨라!"
김선호랑 사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안 만났으면 어쩔 뻔 했냐, 진짜.
*
사족 |
외전은 총 두 편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속도가 조금 느릴 것 같아요ㅠ... 최대한 빠르게 써서 친관프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드리고 건강 조심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