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자철/기구] 반장과 부반장, 그 상관관계
w.꾸르륵
그러니까 나는 한마디로,녀석의 버프를 받아서 부반장이 된 케이스였다. 첫날, 이 반에 반배치 1등으로 들어온 구자철 때문에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나까지 부반장이 되었고, 덕분에 나는 적성에도 안맞는 부반장 노릇을 하기 정말 어려웠다. 당연히 나에게 구자철은 천하의 썩을놈이 되어버렸고, 구자철 또한 부반장이라고 해도 그다지 나를 많이 찾진 않았다.
중학교때는 싸움도 하러다니고,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고 꽤나 비행청소년으로 이름을 날렸던 내가 이놈의 '부반장'이라는 이름때문에 함부로 행동하지도 못하고, 씨발- 어찌됐건 구자철은 씨발새끼다. 왜 저 새끼가 하필 나와 같은 학교였었는지.
그러다가 녀석이랑 처음으로 대화를 하게 된 이유는 남자와 여자 관계라면 모를까, 남자와 남자 사이에는 그다지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닌 일 때문이었다. 찌질하게 구자철은 뒷골목에서 저보다 어린 중학생들한테 돈을 뜯기고 있었고,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만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부반장'때문에 되도 않는 백마탄 왕자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아,고마워."
처음으로 들어보는 구자철의 목소리였다. 또한 녀석의 얼굴도 처음으로 마주보며 진득하게 바라보았다. 아- 이새끼, 존나 못생겼네.가끔가다 누나들이 구자철 보고 귀엽다 어쩐다 하면서 초콜릿 들고 찾아온다고 하던데, 나보다 못생겼네.
"찌질하게 중딩들한테 삥뜯기고 다니냐."
"떡대가 있잖아."
"그럼 넌 떡대 있는 초딩들한테도 맞고 다니겠네.븅신."
"…왠 시비."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구자철이 존나 못생겨보였긴 했지만, 또 그 모습이 존나 귀여웠다는건 그래, 내가 어떻게 됐었다는 증거였겠지.
아무튼 그 날 이후로, 녀석과 나는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했고, 가끔씩 녀석에게 나는 찌질한 새끼, 한라봉 닮은 새끼라고 놀렸고 그럴때마다 녀석은 지가 반장이라서 참는다느니 어쩐다느니 헛소리를 해대었다. 눈떠보니까, 구자철과 난 둘도 없는 친구가 돼어있더라고.
선생님들도 항상 반장과 부반장을 한세트로 묶어버려서 구자철이 가는 곳엔 내가 따라가고, 내가 가는 곳엔 구자철이 따라왔었다. 반 애새끼들 역시 나와 구자철을 보고 십년지기 부랄친구라고 불렀다.
우리 둘은 십년지기도 아닐뿐더러, 서로의 찌찌도 못 본 사이였다. 뭔가 어감이 이상하지만, 아무튼 내 찌찌는 절대 구자철에게 보이기도, 보여주고 싶지도 않다. 그러면 녀석은 내게 분명히 '나노찌찌'라고 놀릴테니까.(중학교때, 나랑 꽤 친한 사이였던 한 녀석이 나를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다.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하지만, 이청용이었던가.아무튼-)
그렇게 녀석과 나는 반장과 부반장, 그리고 친한 친구로 묶어졌으며,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까지 이르게 되었다.
붉은 노을이 아름답게 진 날이었다. 그 날은, 다른 날과는 다르게 수업도 일찍 끝났고, 야자도 따로 없었던 날이었다. 그러나 구자철과 나는 반장과 부반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남들보다 늦게까지 남아서 선생님의 일을 도와야만 했다. 툴툴거리는 나완 다르게 녀석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일만 했었다. 녀석 역시 다른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럼 나 이거 선생님한테 갖다주고 온다."
"…성용아."
해야 할 일을 다 마친 나는 종이쪼가리들을 들고 교실을 나서려고 했지만, 나를 부르는 녀석의 목소리에 멈칫거렸다.
"뭐야,왜?"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날은 다른날과는 달랐다. 녀석도, 하늘도, 그리고 나도.
"갑작스러울수도 있고, 내가 막..더러울 수도 있을거야. 그런데 나 오늘 아니면 너한테 말 못할 것 같아서 지금 말하려고."
"…"
"…좋아해."
붉은 노을을 등지고 내게 고백하는 네가 나는 왜 그렇게도 예뻐보였던 것일까 아직도 궁금하다.
"친구로써가 아니라..정말 너를 좋아해."
우리는 반장과 부반장의 관계에 놓여져있었다. 그리고 친한친구이기도 했고.
오늘 너와 나는 또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지게 되었다.
'연인'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 둘은, 또다시 묶여지게 되었다.
+꾸르륵입니다~
기구 단편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결국 이런 글을 투척하고 가네요ㅠㅠㅠㅠㅠ으잏휴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