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김씨로 치환해 주시면 몰입하기 더 좋습니당
🍑❤️🍓❤️🐶
W. 저리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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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금 필수! ♬
나는 날 때 부터, 아니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딸기 러버였다.
엄마는 임신했을 때 입덧을 잠재우기 위해 갖가지 과일과 여러 음식들을 먹어봤지만,
그 중 단 하나.
딸기만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뭔가를 씹을 수 있을 때가 되고 나서 부터는 밥보다 딸기를 더 먹었다.
밥을 안 먹겠다며 앵앵 울어대는 나에게 딸기를 가져다 주면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쳤을 정도였다고.
아무튼 본투비 딸기 러버였던 나는 24살이 된 지금,
딸기 집착 사람으로 진화했다.
음식과 옷은 이미 딸기 투성이였으며 머리도 빨간색, 화장품도 빨간색,
대외용 향수(?)를 제외하고 집에서 사용하는 향수는 죄다 딸기향에, 립밤까지 딸기향이었다.
엄마 아들 김도영도, 언제 반말을 텄는지 기억도 안 나는 이마크도, 예전에 사귀었던 재현 선배도 모두
내 딸기 집착에 혀를 내둘렀다.
(김도영은 내가 먹으려던 딸기를 몰래 먹고 손절할 뻔 한 전적이 있다.)
그런 내 딸기 집착을 존경(?)하는 유일한 사람이 있는데,
"집 앞에 이마트에서 킹스베리 (움냠) 세일하더라. 유기농이래."
"뭐? 너 왜 그걸 이제 말해?!"
"그래서 사왔엉."
"누나가 함 안아주까."
"징그러웡."
내 오랜 친구 김정우다.
물론 김정우도 처음 접했을 때는 많이 놀랐었다.
몸에 피 대신 딸기즙이 흐를 것처럼 딸기만 먹어대는 사람이 눈 앞에 있었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이 딸기만 고집하는 내가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하나에 그렇게 몰두할 수 있는 거 정말 멋있다고.
날 이해해주고, 존경(?) 해주는 건 매우 고마운 일이지만,
나한테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렇게 김정우를 만날 때 마다, 내 얼굴도 딸기 마냥 빨갛게 변한다는 거,
"뭐야? 너 얼굴 왜이렇게 빨개?"
"어? 뭐? 아...얼굴? 방이 좀 더워서 그럴 걸?"
"어쩐지, 집에 들어올 때 부터 후끈후끈하다 했어. 이 참에 난방 좀 줄영."
"응...그래야지."
나는 딸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딸기를 좋아하는 것 보다 더.
김정우를 좋아한다는 거.
*
"어서오세...요."
아침엔 꼭 편의점에 들러서 딸기 생과일 주스를 마시는 게 내 루틴 중 일부였다.
하지만 오늘은...재고가 늦게 들어온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알바를 하러 왔는데,
이게 웬...
"어...딸기 스무디 하나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운명의 장난?!
전남자친구인 재현 선배 (와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 였다.
꽤 오래 사귀었지만 둘 다 취업을 준비하느라, 현실에 치여 사느라 소홀해 져서 결국 이별을 맞이했다.
나름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일주일을 내리 울고, 밥도 물도 먹지 않았었는데...(아련)
다 옛날 일이고, 다시 만나도 불편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엄청나게 불편했다.
가능만 하다면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하지만 나는...알바하는 (아직도)취준생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선배와 그 옆의 여자분에게 자본주의 미소를 보여주며 내 불편함을 숨겼다. 하하^^
"...뭐 더 필요하세요?"
결제도 했고, 진동벨도 줬는데 여자분만 자리에 가고, 선배는 여전히 계산대 앞에 서있었다.
(이러면 음료 제조는 언제 하냐구요...^^)
"잘 지냈어?"
"아...그럼요. 선배도 잘 지내셨죠?"
"나도 뭐...취업하고 그럭저럭 잘 지냈지."
그간의 안부를 묻는 정말 형식적인 물음과 대답이었다.
그런데 어째 더 불편해진 것 같은 건 내 기분탓인가...?
"저기, 시민아."
"아...선배 죄송해요. 나중에요. 지금은 음료 만들어야 해서요."
선배의 말을 끝까지 듣고 싶긴 했지만...나는 알바생이고, 음료를 빨리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선배의 말을 끊고 딸기와 얼음을 믹서기로 갈기 시작했다.
왠지 갈리고 있는 건 딸기가 아니라 내 멘탈 같았지만...
"주문하신 딸기 스무디,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시민아, 연락해. 이건 바뀐 내 번호."
진동벨을 울리고, 음료를 찾으러 온 재현 선배에게 전형적인 알바의 멘트를 날려줬다.
보통 여기선 감사합니다- 혹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게 일반적인데.
재현 선배는 본인의 번호를 내게 건넸다.
받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전여친한테 번호를 주면서까지 말해야 하는
중요한 일인 건가 싶어 아무런 의심없이 번호가 적힌 종이를 받아들었다.
**
"으아앙아악악!!!"
"아이쿠...간 떨어지겠다. 왔으면 앉아."
"내 집이야...그리고 왜 여기 있어? 뭐야?"
"나는 엄마가 반찬 갖다주라고 해서 왔고, 정우는 요 앞에서 만났음."
"김시민 하잉."
"제발...둘 다 연락 좀 하고 와."
왠지 평소보다 더욱 길고 힘들었던 알바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더니,
텅 비어 있어야 할 내 자취방엔 웬 남정네 둘이 있었다.
때문에 나는 꼴사납게 놀라버렸고.
또 한 달 동안 놀림받게 생겼다.
"아 엽떡이랑 허니콤보 시켰어. 곧 올 걸?"
"아싸. 김도영 돈으로 먹는 밥~~"
"형 최공 ㅎㅎ"
놀림 좀 받으면 어떠랴.
공짜로 먹는 밥이면 그것 쯤이야 그냥 잊을 수 있었다.
"...미친."
"웬 한숨? 딸기 못 먹었어?"
"아니...그건 아닌데."
"너 공과금 밀렸지 또."
"아 날 뭘로 보는 거야. 이미 냈어."
하지만...공짜밥으로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있었다.
'...시민아, 연락해. 이건 바뀐 내 번호.'
재현 선배.
진짜 너무 불편했지만, 연락을 해달라고 했으니까 해야겠지...
띵동-
...일단 밥부터 먹고 해야겠다.
선배가 나에게 하려는 말도 분명히 중요한 말이겠지만...
지금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게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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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용!
새해 첫날은 다들 잘 보내셨는지...
저는 인생 첫술을 마시면서 재미있게 잘 보냈습니당 ㅎㅎ
구남친 재현이 뒷 이야기는 열심히 쓰고 있으니 곧 보실 수 있을 거예욧.
그리고 이 글 제목이 딸기맛 립밤인 이유는 다음편...혹은 다다음편에서 밝혀질 것 같습니다.
사실 더 길어질지 짧아질지는...저도 장담을 못해용ㅋㅋㅋㅋ
처음엔 단편으로 계획하고 쓴 글이었는데
쓰다보니 점점 길어져서,,,ㅎㅎ
아무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독자님들이 계획하신 일 모두모두 이루시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24시간 후 움짤은 펌금이 걸립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