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사는 학교 선배 김선호와
거의 우리 집에 살다시피하는 불알 친구 우도환
이 둘이 번갈아가며 내 마음을 쥐고 마구 흔드는 썰
07
"빨리 먹고 가자. 우리 내일 9시에 수업 있는거 알지?"
"암요. 내일 오전 수업밖에 없던데, 끝나고 오랜만에 겜 한판?"
"아 좋지. 안한지 오래됐지."
선배와 깊다면 깊은 대화를 나눴던 그 날, 간만에 도환이랑도 술 한 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많이 나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날 나눴던 대화가 잊혀지지 않을만큼.
"엄마가 너 시간되면 언제 한 번 들리라던데. 얼굴 안본지 좀 됐다고 보고싶대."
"그러게, 한 번 가기는 해야겠네. 어머님 못뵌지 꽤 됐네 그러고 보니까."
"이참에 너 우리 집으로 그냥 들이자고 얘기해볼까 내가? 엄마야 당연히 좋아할거고, 아버지도 걱정되시는지 은근히 너 들어오길 바라는 눈치시던데."
"야야 됐거든. 내가 너랑 어떻게 한 집에 사냐?"
"왜, 내가 너 덮치기라도 할까봐? 집에 부모님 빤히 다 계시는데?"
"아니 누가 그렇대? ...뭐, 그래도 혹시나 부모님 안계실때라도... 내가 실수할까봐 그렇다 왜."
"또, 위험한 발언 함부로 하네 얘가."
"알잖아 내가 너 좋아했던거.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니까 꼬시지마라. 여자 꼬시는게 이제 습관이지 아주?"
"넘어와줄 생각은 있고?"
"야, 장난 그만해 이제."
"내가 진짜 너 마음 먹고 꼬시면, 도망갈거잖아 너."
"...뭐래, 술이나 마셔."
"긴장 좀 해. 나 요즘 고삐 풀릴려고 하니까."
사람을 아주 들었다놨다 하는데에 능숙한 편임은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 이렇게까지 훅 들어오는 경우는 예상해 본적이 없던 만큼 내 얼굴에는 아마 당황한 기색이 만연했을거다.
"으, 오늘 술 쓰다."
괜히 어색해진 분위기에 한참을 술을 들이켰던 것 같다.
웬만해서는 잘 취하지 않는 우도환이 취기가 돌기 시작했다는건 술에 젬병인 나는 이미 꽤나 취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야 너 그러는거 아니다? 내가 너 칭구지 너 여자칭구는 아닝데 왜 자꾸 사람을 어? 가지고 노는거야 뭐야."
"가지고 놀기는요. 김여주한테 꼼짝도 못하는 내가 설마. 너 취했다, 가자 데려다줄게."
"아니거든? 나 하나두 안취했거든? 완전 멀쩡하거든."
술주정은 실수를 만들고, 쓸데없는 고집과 오기는 내가 쉽게 선을 넘도록 도와주는 윤활제였다.
"우리 도환이, 오랜만에 가까이서 좀 보자."
"야, 김여주."
"아 뭐어."
"진짜 나까지 선 넘어도 괜찮겠냐 너."
아슬아슬했다. 그 날의 우리는, 오랜 시간 지켜온 위태로운 줄타기에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럴줄 알았어."
만약 내가 그 때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미안한데, 못데려다 주겠다 오늘은."
그랬다면 네 그 상처받은 얼굴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오빠 걱정되니까 집 도착하면 연락은 좀 해주고."
네 씁쓸한 웃음 대신 환하게 웃는 얼굴을 마주하고, 결국 이럴 것을 멀리도 돌아왔다고 서로를 안아줬을까.
내가 밀어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린.
[나 집 도착했어. 늦게 연락해서 미안.]
[집 앞에서 선호 선배 만나서 얘기 좀 하느라 늦었다. 잘 자.]
너에게 굳이 선배를 만났다고 얘기한 내 마음은 대체 뭐였지.
그런 생각에 끝끝내 잠들지 못하는 밤이었다.
.
"오늘은 따뜻하게 잘 입었네."
"근데 선배 오늘 1교시 수업 없지 않아요? 저 태워줄려고 일부러 일찍 가시는거 아니죠?"
"아니 어..., 나도 학생회에 할 일이 있어서 가는 길이었어."
"그런거면 다행이구요. 이웃 주민이 같은 학교에다가 차까지 있으니까 좋네요. 고마워요, 선배 덕에 감기는 안걸리겠다."
"아냐, 카풀하면 나도 안심심하구 뭐 그래서 그런건데."
내가 이기적이고 비겁하다는거 알지만, 아침부터 도환이를 마주칠 자신도 없었고
마침 태워주겠다는 선배의 연락에 덥썩 좋다고 선배의 차를 얻어탄 건 사실이다.
"너 도환이랑 같이 가야하나? ...가까운 것 같던데 태우러 갈까?"
"아뇨아뇨, 괜찮아요. 아마 오토바이 타고 올거에요."
"아, 그리고 그 어제 했던 말은...,"
"뭐요, 또 잊으라구요? 무슨 내가 치매도 아니고 맨날 다 잊으래. 이미 알았는데 어떻게 잊어요, 힘들게 한 말인거 다 아는데."
"그치? 나도 잊지말라고 할려고 했어. 어."
"안잊을게요, 선배가 저한테 주는 고마운 마음들. 그러니까 선배도 내 옆에 있겠다는 약속 지켜요."
"... 그래 그러지 뭐."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사랑만 해줄 것 같은 선배였기 때문에
그는 어쩌면 나에게 탈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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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는 선호 분량이 많았던 것 같아서 이번에는 도환이 분량을 좀 가져와봤어요
선호 팬, 도환이 팬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드리기 위해 ..
그치만 여러분 결과는 이미 제 마음 속에 정해져 있답니다 ㅎㅎ ..
아 그리구 지난 번에 말씀드린다는게 깜박했어요
여러분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