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연하 좋아하세요?
w.1억
벌써 28살이다. 아직 내가 고등학교 졸업한 것도, 대학교에 입학한 것도 엊그제 같은데.. 뭐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휴학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4학년이 되었고, 곧 있으면 또 졸업이다.
다들 나보고 늦게 졸업한다고 하는데.. 우리 옆에 과는 30대도 있는데 늦긴 뭘 늦어.. 늦었다고 비꼬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지.
한 4개월 동안은 교수님 추천으로 취업을 갔었고,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나 그 곳에 다닐 수가 없어졌다. 그래서 다시 학교에 와야됐다. 학교 앞에서 담배를 피고있는 친구와 마주친다.
"이강림! 왔냐! 어유 얼굴 살이 다 빠졌네, 다 빠졌어."
"ㅋㅋㅋ그래 왔다~~ 담배 좀 그만 펴~ 냄새 진짜 극혐이야."
그으래~ 하고 웃는 저 표지훈은 나랑 20살 때.. 딱! 대학교 와서 엄청 친해진 베스트 프렌드다. 나는 친구가 많다.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친구가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도 제일 제일 제일 친한 그런 친구.
쟤는 순하게 생긴 것과 비슷하게 되게 단순하다. 그래서 내가 문제가 생겨서 휴학을 길게 한다고 했더니, 자기도 휴학하겠다고 같이 휴학하고, 같이 복학을 한 것이다. 아주 철부지지.
누나 안녕하세요- 하고 같은 과 동생들이 인사를 했고, 인사를 대충 받아주고선 강의실 들어가기 직전에 문이 열렸고, 곧 강의실 안에서 누군가가 나와서 나를 와락 안는다. 아, 아린이구나.
"언니 뭐예요오오오오! 진짜 오랜만이잖아요!!! 몇개월 동안 못 봐서 얼마나 속상했는데요ㅠㅠㅠ."
"나도 보고싶었어!! 잘 지냈어??"
"잘 지냈죠!! >< 근데 다음주면 종강인데에에!!!얼마 안 남았는데에! 더 일찍 오지 ㅠㅠㅠ!!"
"ㅎㅎㅎ그럴 걸 그랬나. 미안해~~"
강림 누나다! 언니다! 하고 몇명이서 나를 반겼고, 반갑게 인사를 맞아주면, 어떤 남자애가 내게 말한다.
"지훈이형이 과대 하고나서부터 과가 망한 것 같았어요 진짜.. 누나.."
"ㅋㅋㅋㅋㅋㅋ그러게 과대 지훈이 시키지 말라니까. 네가 하지 그랬엌ㅋㅋㅋ."
"지훈이형이 무조건 자기가 한다잖아요 ㅡㅡ."
"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저 관종~~"
웃으며 빈자리에 앉으면, 아린이가 짐을 챙겨 내 옆자리에 앉는다. 아린이는 진짜 너무 귀여워. 아린이가 날 보며 웃길래 따라 웃으며 고갤 돌리면, 못 봤던 사람이 저 멀리 앉아있길래 그쪽을 보고있자니...아린이가 내 시선을 따라 보더니 내게 말한다.
"아, 복학했대요. 엄청 잘생겼죠... 키도 우리과에서 제일 커요.. 대박이죠 대박이죠..!?"
"그러게 잘생기긴 잘생겼네."
"아주 유교과에서도 저 오빠 보려고 엄청 찾아와요.. 인기 쩐다니깐요.. 근데 저 오빠 소문이 대박이에요."
"소문?"
"게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남자들이랑 있을 때는 말도 엄청 잘하고 웃고 그러는데.. 여자들이랑은 한마디도 안 하고.. 그래서 게이라는 소문이 막 막 돌아요. 언니랑 동갑..이 아니라, 저 오빠가 한살 더 어리다!"
아린이의 말에 나는 가방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선 게이라고 소문이 돌았다는 남자를 보았다.
"……."
하긴.. 잘생긴 친구들이 게이라는 소문도 있다보니까 그럴싸하네.. 너무 대놓고 쳐다봤나.. 갑자기 저 친구가 나를 보았고, 나는 저 친구와 눈이 마주쳤을 때,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냥 한 번 웃어주고선 다른 곳을 보았다.
자식.. 정면에서 보니까 더 잘생겼네. 저렇게 잘생긴 얼굴로 태어나, 키까지 크면 무슨 느낌이려나?
"야~~~이강림!!!!!!!!!!"
저거 저거.. 아까도 봤고.. 심지어 내가 학교 안 나와도 자주 봤으면서 저런다.... 그래도 귀여우니까 웃으면서 같이 손을 흔들어주면, 표지훈이 나를 끌어안고 환영한다고 뽀뽀하려고 하길래 볼을 막 밀어냈다. 어우 진짜.
"뭐예요???강림언니 진짜 온 거였어요?? 나 지훈오빠가 거짓말 친 줄...........뭐야...."
"원이도 안녕~~~"
이 친구는 아린이랑 항상 같이 다니는 류원이다. 귀엽고 애교많은 아린이에 비해서 틱틱 거리는 성격이다.
자연스레 아린이 옆자리에 앉은 원이가 '방갑슴니다~'하고 웃어주길래 따라 웃어주었다. 아, 4개월만에 학교 왔는데 이렇게 좋다니.
"그.. 내일 최용천 교수님께서 아는 지인분 집에 가서 며칠 묵으면서 봉사 좀 하면 봉사시간도 채워주고 돈도 각자 10만원씩 준다는데 할 사람? 6명이면 돼."
"……."
"야. 학교 나와서 아무것도 안 할 바엔 어? 가서! 추억도 좀 쌓고! 어? 그럼 좋자너."
지훈이가 쉬는시간에 앞에 나가서 말했고, 모두가 조용했다. 평소엔 시끄럽던 자식들이 말이다.
그래서 주변 애들을 보다가 번쩍 손을 들면, 지훈이가 '진짜?'하고 나를 못 믿겠다는 듯 바라본다.
"나 갈래! 어차피 종강하면 졸업식날에 보고 아예 못 보는데. 추억 쌓자! 일단 나 가면, 너도 무조건 가야 된다. 표지훈."
"…정말 그래야겠어?"
"갔다오자! 또 갈 사람 있어?"
내 말에 아린이가 갈까 말까 고민을 하는 듯 나를 보고 웃었고, 저 멀리 이진혁이 손을 번쩍 든다. 근데 자기만 드는 게 아니라, 옆에 앉아있는 게이같다는 남자의 손도 덥썩 잡아 번쩍 드는 것이다.
"저랑! 강이형이랑 갑니다! 가요!! 이진혁, 송강! 적어주세요!"
"야.. 뭐래..저 안 가요."
"이야~~ 강이가 웬일로 이런 곳에 참석을 한다 그러냐? 오케이~ 이진혁, 송강~ 그리고 두명 더~~"
두명 더~ 라는 말에 갑자기 아린이가 손을 번쩍 들었고, 이어서 원이까지 손을 들어버린다. 그럼 아린이가 놀란 눈으로 원이를 본다.
"원아 너 가려고 진짜??"
"불만이냐??"
"아니..? 너 이런 거 엄청 싫어하잖아.... 난 같이가면 엄청 좋지!!!아싸!"
여기서 확실한 건..
송강이라는 저 친구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꽤 많아보였다. 잘생겨서 눈길이 가나?
나는 지훈이 차를 타고 아린이랑, 원이랑 같이 왔고.. 이진혁은 송강의 차를 타고 온다고 했다.
교수님이 알려준 주소를 찍고 도착한 곳은 시골이었다. 시골... 거름 냄새도 좀 나기도 하고..도착하자마자 진혁이한테 인사하고, 강이라는 친구한테도 인사를 했다.
"안녕. 강이라고 했나?"
"네."
"그래! 한 3일 정도? 같이 고생 좀 해보자! 잘 지내보자."
내 말에 네- 하고 고갤 끄덕이고선 다른 곳을 보는 송강은 왜 게이라는 소문이 도는지 대충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진혁이랑은 대화도 잘 하고, 잘 웃는데 말이야.. 그래도! 이제 졸업하면 얼굴도 잘 못 보는데.. 이렇게라도 보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지 뭐!!
는 개뿔...
오자마자 연탄 나르라는 말에 2시쯤에 도착해서, 해가 질 때까지 연탄만 날랐다. 무인도에 혼자 떨어져도 시끄러울 것 같다는 소리를 항상 듣는 표지훈 마저도 조용할 정도면 엄청 힘들었던 것이다.
애들도 처음엔 화이팅!!! 이랬다가 시무룩해져서는 귀여워 죽겠네, 증말.
"오길 잘했지? 표지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악마같아."
"좀 움직여. 운동을 하라고."
"니나 잘해."
"그래서 열심히 하잖아 멍청아. 내일 모레 서른인 우리.. 열심히 하자..."
"어우우우웅우우우우! 야 근데 우리 한집에서 같이 잔대. 두근거려 하.. 무슨 수련회 온 것 같아. 그치! 얘들아!"
"술 한잔씩 하면 딱 좋을 텐데 진짜 그쵸??"
"야 너는 여기 와서도 술이 먹고싶냐?"
"크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못 마시나? 마셔도 되지않을까?"
진혁이랑 지훈이 둘 다 나를 바라보았고, 이어서 아린이까지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선 나를 바라본다.
"뭐래애.. 내일도 일어나자마자 일해야 돼. 술 마시고 일 가능하냐? 안 돼."
"치이....연탄 이렇게 나르기만 할 줄 알았으면 오지도 않았어요... 언니 간다길래 간다고 한 거였는데.."
"그건 나도 인정이다.. 술이라도 마시게 해준다면 모를까..."
모두가 아쉬워한다. 어떡하지 한참 고민을 하면.. 송강과 눈이 마주쳤고, 나는 송강에게 묻기로 했다.
"그럼 네가 말해봐."
"……."
"너도 마시고싶어?"
내 말에 송강이 한참 빤히 나를 바라보았고, 곧 이진혁이 '형'하고 송강을 바라보면, 송강이 조용히 말한다.
"…뭐.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이진혁이 형... 하고 울상을 지었고, 나는 웃으며 애들에게 말한다.
"그럼 오늘은 좀 그렇고. 내일이나 모레! 상황 보고!"
예!! 하고 지훈이랑 진혁이가 소리쳤고, 곧 할머님께서 웃으시며 다가와 말씀하신다.
"고생했어~ 아가들~~ 배고프지?"
"네!!!"<- 진혁, 아린
"그래! 밥 먹자! 두명은 심부름 좀 다녀와."
"……."
"누가 갈 거야~~? 가게 가서 두부랑 맛소금 좀 사와~~"
갑자기 다녀오라고 하니까 다들 춥고, 귀찮은지 서로 눈치를 본다. 그럼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제가 갈게요. 나 혼자 갔다올게. 그냥 쉬어."
하고 할머니에게 돈을 받았고 , 할머니가 콧방귀를 뀌며 말씀하신다.
"가게 엄청 멀어. 거기를 여자 혼자 갔다오겠다구? 남자 한명 데꼬가~~"
"이렇게 추운 날.. 어? 겨울에! 내일 눈까지 온다는 말까지 도는데! 형 누나들을 보내야겠어? 이진혁? 어?"
"…네."
"야이 자식아!!! 똥꾸멍 같은 게!!"
"아 알았어요! 강이형! 강이형이 갈 거예요!!!!"
"뭐? 강이가? 미쳤다고 강이가 가겠냐??"
"형 갈 걸요?"
"왜?"
"저 형이 아까 저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이거 알면 다 뒤집어질 걸요 진짜. 어? 강이형 말해요? 어?"
"……."
"갈 거죠? 그쵸? 안 가면 다 말해!!"
진혁이가 다 말한다며 큰소리를 내면, 송강이 곧 말도 없이 일어나 내 옆을 지난다. 아린이가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었고, 원이도 옆에서 손을 어색하게 흔든다.
"그냥 앞으로 쭉~~ 나가다 보믄 구멍가게 있어. 차 타면 애매하고, 걸어가면 조금 멀기는 헌디.. 그냥 걸어가~~~"
길을 잘 아는 사람마냥 나를 지나쳐 앞장서서 걷는 송강에 나는 송강이랑 발걸음을 맞췄다.
"……."
원래는 누구랑 걸어도 어색한 거 하나도 몰랐는데. 얘랑 걸으니까 어찌나 어색하던지. 그래서 말을 걸어보려고 한다.
"아마도 내가 2학기 시작 되자마자 바로 취업 나갔어서 널 못 봤나봐."
"…네."
"…몇살이야??"
"스물일곱살이요."
"아아~~.."
"……."
"나는 스물여덟살인데.. 한달 뒤면 스물아홉이다? 아홉수..!"
"…아, 아홉수.."
진짜 사람 뻘쭘하게 만드는데 선수인 걸까. 말 없는 원이보다 더 센 강적을 만나버렸다. 걸음은 얼마나 빠른지.. 숨이 다 차서 우뚝- 멈춰서면 한참 걷던 송강이 같이 멈춰서서는 뒤돌아 나를 본다.
"천천히 가지? 누구한테 쫓기니? ㅋㅋㅋㅋ."
"아, 죄송해요."
"쉬엄쉬엄 가자. 오랜만에 막 움직였더니 힘들다. 진짜 늙은 건가."
"ㅎ.."
"뭐야 왜 웃냐?"
"…안 웃었는데요."
"어쭈..."
"…크흠."
"참나...ㅋㅋㅋㅋㅋ"
그렇게 또 말 없이 그냥 걸었다. 말 없이 걸으면서도 너무 추워서 어색한 것도 몰랐다. (사실은 조금 알긴했음..^^..)
가게에 도착했고.. 가게는 엄청 작았다. 송강이 먼저 들어가려고 하는데 문이 너무 작고, 낮아서 머리 박을 뻔 하길래 푸흡- 하고 웃으면, 송강도 뒤돌아 나를 힐끔 보고선 웃는다. 뭔가 애가 허당끼가 있어.
두부랑 소금을 들고 계산하려고 했을까, 무언가를 고르고 있던 손님분께서 우리에게 말하길.
"여기 가게 주인 아줌마 잠깐 저~기 뒷집에 가셨는데. 금방 오신대요. 기다리면 금방 와요~"
손님이 저렇게 말씀을 해주시길래 송강이랑 같이 아.. 하고 가만히 서있다가 다시 두부랑 소금을 내려놓고서 밖에서 기다린다.
송강이 가게 앞에 있는 아무곳에나 앉아있길래, 나는 가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멀리서 송강을 힐끔 보았다. 게이?...흐음... 성큼 성큼 걸어가, 송강을 내려다보니, 송강도 나를 올려다본다.
"야 너 그거 알아?"
"네?"
"너 게이라고 소문 났대. 여자랑 말을 안 한다고. 진짜 게이야?"
"……."
"근데 내가 보기엔 게이는 아닌 것 같고.. 그냥 낯가리는 건가?"
"…그냥 뭐 비슷해요."
"비슷하면 비슷한 거지, 그냥 뭐..는 뭐야? 바보야."
"바보 아닌데요."
"바보 아닌뒈요~ 이것도 바보처럼 말하잖아. 허당이구만, 허당."
"……."
송강이 앉아있는 곳 옆에 털썩 앉았고, 또 말 없이 있다보면 추워서 입김을 분다.
"이것봐 담배 피는 것 같지."
"…그러네요."
"너 담배 펴?"
"아니요."
"오~ 착한 어른이네."
"……."
"와 진짜 담배 피는 사람같아. 스~읍.. 하~~ 하~~~~~"
"…ㅎ.."
"뭐야 또 웃었어 너."
"…ㅋㅋ.."
"아니! 웃는 것도! 막 비웃으니까 기분 되게 나빠 너!!"
"죄송해요..ㅋ..ㅎ..."
"ㅋㅋㅋ죽을래? ㅋㅋㅋㅋ또 비웃네 진짜 죽어^^ 너의 그 잘생긴 얼굴.. 다음날 없어지게 만들 수도 있어."
"……."
"또 웃네."
"ㅋㅋㅋㅋㅋㅋ."
"얼씨구?"
"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이씨!ㅋㅋㅋㅋㅋㅋ"
나름 그래도 완전 처음보다는 조금 친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겨우 두부와 소금을 사갖고 검은 봉지를 든 송강이 또 먼저 앞장서서 걸었고, 나는 또 총총 뛰어가 맞춰 걸으며 말한다.
"좀 같이 가자, 어?"
"아."
"무슨 왕따 시키냐? 1:1로 왕따는 처음이네."
"……."
또 말이 없다. 한참 걷다보면 벌써 할머니집에 도착했고, 추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으면, 송강이 말한다.
"저."
"…어?"
어? 하고 송강을 바라보니, 송강이 한참 뜸을 들이더니 말한다.
"저 게이 아니예요."
"……."
"……."
"ㅋㅋㅋㅋ참나."
"……."
"알아. 바보야."
송강이 내 말에 '아..'하고 고갤 끄덕였고, 가자! 하고선 먼저 앞장 서서 걸었다. 짜식 ㅋㅋㅋㅋㅋ 귀엽네.
-
-
-
-
-
유휴
송강림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