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연하 좋아하세요?
w.1억
저녁을 다같이 먹고나서 우리는 한집에서 자야 됐다. 물론 방은 여자방, 남자방이 갈렸다. 남자방은 어찌나 시끄럽던지.. 지훈이 목소리랑 진혁이 목소리만 들리는 것도 웃기고..
"뭐야 언니 쌩얼 무슨 일이에요??? 지우니까 완전 다른 사람이야."
"그래? 그렇게 다른가.. 하긴 뭐.. 인정."
"아니 아니! 화장 했을 때는 좀 섹시한데 지우니까 순딩이 같아. 청순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왜 웃어요."
"뭐 먹고싶니? 말만 해."
"아니 진짜라니까요?"
"이 자식.. 사회생활 잘 하겠구만~"
"그치 최아린?? 내 말 맞지?"
원이 말에 아린이가 고갤 끄덕였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살다살다 그런 말은 또 처음 듣네.
"근데 언니 인기 되게 많은 거 알죠? 막 남자애들 다 언니 좋아한다고 그러잖아요."
"에이.. 그냥 하는 소리겠지. 너희도 인기 많잖아. 술자리에서 막 너네 얘기 많이 해."
"아니예요오.. 난 솔직하게 말해서! 언니 진짜 부러워요! 성격 좋고... 털털하고! 막.. 친구도 많고.. 좋아해주는 사람도 많고!"
"에이, 너도 성격 좋고.. 좋아해주는 사람 있잖아! 왜 부러울까~..."
"아, 언니! 저...."
"응?"
"아니예요..."
"…뭐야 궁금하게!"
"술 마시게 된다면요! 그때 말할게요! ㅎㅎ 지금은 너무 부끄러워요!!"
"그으래~ 궁금한데 참지 뭐~ㅎㅎ"
아린이는 귀엽다. 언니이이~ 하면서 안기는 아린이에 아린이를 꼭 안은 상태로 있다가 옆방에서 들리는 남자애들 소리와.. 조용히 하라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빵터진다.
"자자!! 일찍 자고! 내일 일어나서 또 시키는 거 다 해야지!"
"아아아아 하기 싫어요오오... 연탄 나르는 거 때문에 진짜 괜히 왔다 싶어요오오."
"에이.. 그래도 난 재밌는데. 표지훈이랑 둘이 왔으면 조금 잣같았을 것 같기도 한데 .너네 있어서 더 재밌어."
"근데 언니 지훈오빠랑 사귀는 거 진짜 아니예요? 진짜?"
"미쳤냐~~~~ -_-..."
"아니이이.. 둘이 진짜 너무 친해서!... 가끔은 그냥 사귀어버려라!!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구.."
"ㅋㅋㅋㅋㅋㅋㅋㅋ어우.. 상상도 하고싶지않아."
"왜요오~ㅋㅋㅋ 근데 저는 지훈오빠가 언니 좋아할 것 같은데에~~"
"야씨!!ㅋㅋㅋㅋ."
원이도 아린이 말에 고갤 끄덕이며 웃었다. 지훈이랑은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다. 아마도 지훈이도 이 얘길 들으면 엄청 싫어할 걸.
"진짜요? 진짜 서로 절대 안 좋아해요??"
"진짜 미쳤나봐. 내가 걔를 진짜 완전 아끼는데.. 그런 소리는 증말 극혐이야."
"아니 저는 진짜 강림 누나랑 형이랑 몰래 사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서로 짝사랑을 한다거나."
"어유.. 야! 절대 아니야.. 어이없어서 침나온다 야."
강이 집중하듯 지훈을 바라보았고, 지훈이 갑자기 멈춰서는 강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
"야 송강."
"네?"
"넌 왜 그 찐따같은 도수있는 안경을 써도 잘생겼냐."
"…아 ㅋㅋㅋㅋ 형이 더 잘생겼죠."
"미친소리하네."
"ㅋㅋㅋㅋㅋㅋㅋ."
"야 너는 잘생기고 키도 크고, 어? 몸도 좋은데 왜 연애를 안 하냐?? 아닌가? 여자친구 있냐?"
"아니요."
"왜 없는데?"
"뭐 맨날 있어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오~~~~"
"ㅋㅋㅋ왜요 ㅋㅋ."
"연상, 연하, 동갑 뭐가 좋아?"
"연상?"
"오~~ 섹시, 귀요미."
"ㅋㅋㅋㅋ섹시."
"이 자식 이 자식도 남자였어. 호피, 단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야 근데 넌 왜 이렇게 여자들한테 막 그러는데? 말도 안 하고 막 어? 철벽 치고."
"그냥.."
"?"
"불편하잖아요."
"?"
"???"
"너 진짜 게이야?"
"아 , 아니예요 진짜 ㅋㅋㅋ."
아침에 다들 피곤하면서도 생얼은 절대 보여주기 싫다며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씻고 화장까지 한다. 아주 부지런하다, 부지런해.
근데 아침부터 할 거 없다며 더 자라고 하는 할머니 덕분에 화장을 한 상태로 또 자버린다.
"너네 피곤할까봐 그냥 자라고 했지. 아침부터 할 건 없어서."
할머니의 말에 모두가 어색하게 웃는다. 모두에 남자들은 포함이 되어있지않다. 거실에 나와서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도 먹으면서, 떠들고 있으면 남자들 방 문이 열린다.
"……."
"강이 하이~"
내 말에 강이가 '네.'하고 눈을 비빈다.
"너도 얼굴 붓냐?"
"……."
"밥 먹어. 앉아."
"아뇨. 지금.. 배 안 고파요."
"그래?? 그럼 지훈이랑 진혁이 일어나면 같이 먹던가. 한 2시 쯤에 할 일 많다고 그때까진 정신 차리래."
"네. 근데 누나."
"응?"
"언제까지 여기서 지내야 된대요?"
"음.. 한 내일모레? 왜? 집 가고 싶어?ㅋㅋㅋ."
"아뇨. 그냥 궁금해서.."
"ㅋㅋㅋ그으래? 아닌 것 같은데.. 애들 깨워!"
"ㅋㅋㅋ..네."
강이가 다시 방에 들어갔고, 원이랑 아린이가 나를 ㅍ_ㅍ 이 표정으로 바라보길래 둘을 번갈아보며 말한다.
"왜....?"
"저 오빠가 여자랑 저렇게 길게 말하는 거 처음 봐서요."<- 원
"심지어 누나..라고 하니까 되게 어색해...뭐예요? 친해진 건가? 뭐지?"<- 아린
"저게 말 많이 한 거야............?"
내 말에 애들이 고갤 끄덕였고, 나는 입을 벌린 채로 둘을 또 빤히 바라본다. 쟤는 얼마나 여자애들이랑 말을 안 했으면.. 저거보고 말을 많이 했대....?
"창고 안에 청소하고, 마당 청소 하고, 상추 따는 팀 정해서 나한테 오면 돼. 알겄지?"
할머니의 말에 모두가 내색은 안 했지만 딱 봐도 흥미를 잃은 듯 했다.
"그래.. 연탄보단 낫다..."
연탄 나르고나서 다들 팔에 알이 베겼다면서 난리가 났고, 그와중에도 조용한 건 송강이었다.
"나는 마당 청소!"<- 아린
"어! 나도! 나도!!"<- 지훈
"나는 남는 거 할게. 너네 편한 거 먼저 다 골라!"
내 말에 모두가 나를 보았다. 먼저 고르는 것 보다.. 그냥 남는 거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달까.
"누나가 그렇담.. 저는 창고 청소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야 류원 너도 창고나 청소해."
"창고?"<- 원
"ㅇㅇ 창고."
원이가 대답을 않고 나랑 송강을 힐끔 보았고, 나는 웃어보였다. 원이는.. 역시 이런 게 그냥 하기 싫은 걸까?
"자, 그럼 강이랑 나는 상추 따고, 진혁이랑 원이는 창고 청소, 지훈이랑 아린이는 마당 청소."
"근데 언니 춥지않겠어요? 상추 따는 거.. 제가 할까요?"
"응? 아니야. 괜찮아."
"아.. 그럼 뭐."
할머니가 다 정했냐며 웃으며 다가왔고, 강이의 옷자락을 잡아 내쪽에 끌며 '이렇게 상추팀'하자, 할머니가 웃으신다.
"……."
"너 상추 따봤어?"
"그냥 어렸을 때 몇 번이요. 누나는요?"
"나도 할머니집에 가면 가끔? 사실 기억이 잘 안 나기는 하는데.. 상처를 엄청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생생하게 난다? 어, 여기인가보다!"
강이랑 비닐하우스에 도착했고, 들어오자마자 서로 바구니를 들고 상추를 딸 생각에 왜 이렇게 웃긴지 내가 웃으면, 강이도 어색하게 웃는다. 서로 쭈그리고 앉아서 상추를 따고 있는데..
"너한테만 말해줄게. 근데 사실은 상추보다 고기가 더 맛있었던 것 같아."
"고기 좋아해요?"
"고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있을 수도 있지않을까요?"
"하긴.. 채식주의자도 있잖아. 난 결혼하면 채식주의자랑 결혼할래."
"왜요? 고기 먹으면 혼자 다 먹게요?"
"어떻게 알았어?"
"ㅋㅋㅋㅋ."
"너 오늘은 말 잘 한다?"
"저 원래 말 잘 하는데."
"그러냐? 오늘 점심에 나랑 대화하는 거 보고 너 말 많이 하는 거 처음 본다고 그러던데. 남들 다 오해 하는데 해명 해주시죠."
"해명은 무슨.. 누나만 알고있음 됐죠."
저 말에 이상하게 살짝 설렜다. 연하라면 질색하는 내가 저 친구한테 설레버렸다. 저 잘생긴 얼굴로 저 말을 하는데.. 어떻게 안 설레? 저 말에 대충 웃어주고선 상추 따기에 집중을 하다보면 또 조용해진다.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네."
"가자 그럼! 오.. 애들 상추 따는 거 힘들까봐 다 피해갔는데. 뭔가 제일 쉬운 것 같네."
"그러게요. 근데 되게 좋네요."
"응?"
"여기요. 시골에 온 거 되게 좋아요. 공기도 좋고. 다."
"…아아아, 맞아. 난 나중에 이런 곳에서 살고싶어. 먼~~나중에는 시골도 다 없어지겠지?"
"…그렇겠죠."
"……."
"나중에요."
"……."
"같이 놀러와요."
"엥? 진짜?"
"아니요?"
"미친.. 야!"
"ㅋㅋㅋ."
장난도 칠 줄 아는 애였다. 진짜 어이가 없어서...ㅋㅋ
"너 장난도 칠 줄 아냐 ㅋㅋㅋ ㅋ진짜 어이없어 ㅋㅋㅋㅋ."
"ㅋㅋㅋ."
"가자! 야 웃지 마."
"알았어요 ㅋㅋㅋ."
"ㅋㅋㅋㅋ은근 얄밉네."
"누나."
"응?"
"들어줄까요?"
"아니? 무겁지도 않은데 무슨."
"손 시리잖아요."
"괜찮아."
"네."
"원래 한 번은 더 물어보지않냐? 한 번 더 물었으면 들어달라고 했을 건데."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농담이야."
송강이 웃으면서 내 손에 들린 바구니를 가져갔고, 달라고 손을 뻗으면 등을 확 돌려버린다. 또 손을 뻗으면, 이번엔 하늘 위로 아예 올려버린다.
"야 ㅡㅡ!"
"ㅋㅋㅋ."
"이 시끼 키만 더럽게 크네."
"누나가 작은 거예요."
"나 안 작아."
"몇인데요."
"164!"
"큰데요?"
"참나 닌 몇인데."
"150이요."
"야이!!!!!!!!ㅋㅋㅋㅋ."
"ㅋㅋㅋㅋ."
"몇인데ㅡㅡ 말해봐."
"186이요."
"이야.. 근데 그럴 것 같긴 하다.. 엄청 커."
"ㅋㅋㅋ."
"야 너 웃지 마. 얄미워."
집에 왔더니 애들이 너무 힘들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할머니는 고생했다며 마당에서 고기나 구워먹자고 하시고, 힘들다고 했던 애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막 소리를 지른다.
"강림아 어때."
"뭐야 ㅋㅋㅋ 귀여워."
"할머니가 가지라고 주셨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너무 잘 어울리는 거 아니야?"
지훈이가 사진 찍자고 해서 셀카만 몇십장 찍은 것 같았다. 그리고, 추억 삼아서 여러명이서 사진 찍자고 하면,모두가 '콜!'한다.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것도 어렸을 때 빼곤 없었던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내 옆자리엔 아린이랑 강이가 있었고, 맞은편엔 원이랑 지훈이, 진혁이가 있다. 할머니가 술도 마시라며 소주 몇병을 주고 가셨고, 모두가 소리를 지른다.
"잘 먹겠슴니다~ 얘들아 고생해쓰~~~"
"…잘먹겠습니다.."
고기를 먹으면서 벌써 표지훈은 술 마셔서 얼굴이 빨개졌고, 나머지 애들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송강은 술 한잔 마시지도 않고 애들 말하는 걸 듣고 웃기만 한다.
술을 마셔서 열이 올랐는데도 왜 이렇게 추운지 바들바들 떨고선 으으으- 소리를 내니, 강이가 갑자기 겉옷을 벗더니 내 무릎 위로 올려두더니 말한다.
"입어요."
"어? 아, 뭐야 고마워. 너 안 추워? 괜찮아?"
"안 추워요."
"역시 젊은 것들은 달라~~~"
"한살 차이잖아요."
맞은편에 지훈이가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길래 뭔가 싶어서 같이 쳐다보니...
"……."
저렇게 쳐다본다. 뭐야 ㅡㅡ...
술마시고 진혁이랑 지훈이는 뻗었고, 원이랑 아린이는 방에서 얘기중이다. 나는 잠깐 술 좀 깨고 온다며, 바람 좀 쐬러 마당에 나왔다가 추워서 거실에 들어왔을까.
"응? 왜 나왔어?"
"…잠이 안 와서요."
"…그래??"
"누나는 왜 나와있어요?"
"나 술 좀 깨려고! 너무 안 깨서. 근데 추워서 들어왔어 그냥."
"…아아."
"너네방 따듯해?"
"뜨거워요. 누나방은요?"
"뜨거워... 그래서 더 막 열 나..ㅋㅋㅋ 애들은? 자?"
"아니요. 다 깨있어요."
"아하~~ 그래? 으아 몰라 ! 난 추워서 들어간다!"
"누나."
"응?"
뒤돌았다가 강이 말에 고갤 돌렸을까,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나를 똑바로 보고선 말한다.
"혹시 연하 좋아하세요?"
"에? 연하?"
"……."
"그냥.. 좀.. 별로? 막 굳이 사귀고싶지는..."
"…왜요?"
"좀.. 뭐랄까. 날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좋아."
"연하라고 못 지켜주는 건 아니잖아요."
"뭐 그거야 그렇지."
"……."
"뭐...암튼..."
"……."
"간다! 잘 자라!"
"…네. 누나도 잘 자요."
방에 들어와서는 숨을 몰아쉬었다. 뭔가...
"오잉? 언니 왜 그래요!?"
설마 송강이 날 좋아하나?..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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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