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연하 좋아하세요?
w.1억
"싫지는 않다는 건.. 좋아질 수도 있다는 거네요."
"……."
할 말이 없었다.
"너 되게 안 그렇게 생겨서 솔직하다?"
"누나도."
"나, 뭐?"
송강이 일어나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키 차이가 많이 났다. 고개를 한참 올려야 네가 보였다.
"안 그렇게 생겨서 귀엽잖아요."
홀리...쉣..... 너무 당황스러워서 한참 송강을 보면, 송강이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면서 말한다.
"내일 같이 밥 먹을래요?"
"둘이?"
"네."
"어우.. 아니야..!"
"제가 살게요."
"괜히 내가 너랑 밥 먹어서 여지 줄까봐 그래."
"한우 사줄게요."
"……."
"……."
"안 돼."
"방금 망설인 것 같은데."
"참나, 아니거든. 아무튼! 난 너랑 사귈 생각 없고, 너랑 단둘이 밥 먹을 생각도 없으니까. 그냥 그렇게 알아."
"……."
"잘 자."
"누나."
뒤 돌았더니만 송강이 나를 부르길래 뒤를 돌아보면.
"누나도 잘 자요."
저 얼굴로 잘 자라고 하면.. 어떡하니...
"둘이 술 마시자며 ^^."
"…갑자기 얘네도 마시고 싶다는데 어떡하냐?"
표지훈이 허허허 웃었고, 기껏 집에 들렀다가 샤워하고 나왔더니만.. 표지훈의 옆에는 애들이 다 있었다. 아린이가 언니! 하고 손을 흔들길래 같이 흔들며 아무 자리에 앉았다.
계속 마주쳐봤자 좋을 것도 없을 것 같아서 송강 온다면 안 온다고 하려고 했는데.. 에휴....
"난 좀 취한 것 같아. 이제 그만 마실래."
"누나아.. 이제 졸업하면 보지도 못 할 텐데. 술 잔뜩 마셔서! 어? 취해서 집에 가면 안 돼요? 에?"
"이미 많이 취했단 말이야. 안 돼.. 여기서 더 마시면 토해."
나는 많이 취했다. 눈앞이 어지럽고, 기분도 쓸데없이 너무 너무 좋다. 진혁이가 마시라며 내 잔을 가득 채우길래, 그냥 마시려고 했을까.
맞은편에 앉은 송강이 내 잔을 가져가서는 원샷을 하기에, 모두가 벙쪄서 송강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진혁이 말한다.
"뭐예요, 형! 아, 강림 누나 취하는 거 볼 수 있는 건데."
"……."
"ㅡㅡ."
"……."
원이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린이는 이미 취해서 테이블에 이마를 박고 있었고, 나는 헛기침을 하고선 안주를 먹는다.
아씨 몰라...! 지훈이의 잔에 있는 술을 그냥 원샷을 하면, 진혁이가 박수를 친다. 나는 송강이랑 안 사귈 거야, 사귀기 싫어. 연하 싫어한다고..원이한테 미안한 짓도 하기 싫다고.
술을 다 마셔갔고, 나는 대충 그냥.. 바람 쐬는 척 하다가 몰래 빠져나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아, 근데 좀 많이 어지럽네.. 집에 걸어갈 수 있을까.. 택시 타야 되나
"왜 나와있어요?"
"…아."
"……."
"그냥. 바람 좀 쐴 겸."
"ㅎㅎ."
"뭐야. 왜 웃어?"
"누나 취한 거 웃겨서요."
"…티 나?"
"혀 엄청 꼬였는데."
"…맞아.. 나 취했어."
"초코우유 사줄까요?"
"초코우유 안 먹어."
"싫어해요?"
"네가 주는 건 싫어해."
"ㅋㅋㅋ."
"왜 웃냐?"
"안 웃었는데요."
"암튼."
"……."
"나 갈테니까. 애들 좀 부탁해."
"간다구요?"
"응. 집에 가려고. 표지훈이랑 술 마시면 아침 해 뜰 때까지 있어야 돼. 난 피곤해서 못 해."
"…아."
"간다."
간다- 하고선 손을 설렁 설렁 흔들고서 몇발자국 걸었을까. 송강이 날 따라오는 것 같기에 뒤를 돌아보면, 정말로 날 따라오고있다. 내가 쳐다보니 송강도 나를 바라본다.
"뭐야 왜 따라와?"
"데려다주려구요."
"누구 맘대로?"
"밤길 위험하니까."
"네가 있는 게 더 위험한데."
"집까지 얼마나 걸려요? 걸어가요?"
"…참, 너도."
"……."
"걸어서 20분."
저 말을 하고서 갑자기 술기운이 너무 올라 비틀거리다가 벽을 짚으면, 강이가 나를 부축했고.. 나는 강이를 밀어내고서 말한다.
"아냐 아냐 괜찮아."
"택시 타요."
"됐어. 집까지 얼마나 걸린다고...아.."
"…왜요."
"속이 좀 울렁거려서."
"…저희집 가요."
"뭐? 싫어!"
"여기서 2분도 안 걸려요. 가서 토하라구요."
"…됐거든. 나도 집 있고. 길거리에서..."
"……."
"…암튼!"
또 비틀 거리면, 강이가 가죠, 그냥? 하고서 나를 또 부축해준다.
결국엔 송강 집에 왔다. 혼자 살면서 좋은 곳에도 사네 참.. 화장실에 들어와 변기 앞에 서있기는 한데... 뭔가 나 좋아한다는 애 집에서 토하려고 각 잡고 있는 것도 웃기고.. 하....
근데 또... 울렁 거리는 게 사라진 것이다. 그대신에 좀 많이 어지러워..
"토 했어요?"
"…아니이."
그냥 화장실에서 나오는 나를 본 강이가 토 했냐고 물었고, 나는 고갤 저었다. 조금은 은은한 조명에 송강이 더 잘생겨보였다. 술에 취해서 그런가 궁금한 걸 바로 바로 물어보게 되었다.
"너는 내가 왜 좋냐?"
"누나는 왜 저랑 사귀기 싫은데요?"
"그냥 연하가 싫어.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난 연상이 좋아. 연하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긴 한데.. 그냥 뭔가 싫어. 애같을 것 같고.."
"……."
"근데 넌 잘생겼고 애가 키도 크고 막 그런데. 왜 굳이 나를.. 아 몰라."
또 비틀- 하면, 강이가 나를 또 부축을 해준다.
"어지러운면 좀 누워있어요."
"야, 네가 무슨 짓 할 줄 알고.. 됐거든. 무조건 집에 가서 잘 거야."
"……."
막상 송강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얘 은근 섹시하게 생겼네.. 입술 보고 흠칫 해버렸다.
"너."
"……."
"그렇게 쳐다보지 마ㄹ.."
"……."
순간 송강이 내게 키스를 했다. 안다. 얘도, 나도 많이 많이 취했다는 걸.. 나는 잘 안다. 사실은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어지럽다는 걸 핑계로 왔는지도 모른다.
가벼운 키스가 아니었다. 내가 먼저 혀를 움직였고, 내가 먼저 송강의 옷 안에 손을 넣어 허리를 쓸기도 했다. 점점 키스는 격해졌고, 침대로 향한 우리.
내가 눕게 되었고, 내 위로 송강이 있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래! 술기운에 이러면 안 돼.. 어차피 사귈 마음도 없었고, 사귀면 안 되잖아... 급히 송강을 밀어내면, 송강이 나를 내려다본다. 아, 진짜 섹시한 표정으로 보지 말라고.
"미쳤어."
"……."
"하... 방금 건.. 진짜 서로 취해서 그냥.."
"……."
"술기운에.."
하.. 또 어지러워... 눈을 감은 채로 혼자 궁시렁 궁시렁 하다가 결국엔... 잠에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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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불맠이었는데.....그냥 안 했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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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글은 초단편이 될 수도 이떠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