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사는 학교 선배 김선호와
거의 우리 집에 살다시피하는 불알 친구 우도환
이 둘이 번갈아가며 내 마음을 쥐고 마구 흔드는 썰
10 完
[10-1 김선호 ver.]
"미안해, ...미안해 우도환."
"뭐가 미안한데."
"... 선호 선배랑 밤새 같이 있었던거, 내 선택이었어. 선배 옆에 있어주겠단 약속이었고."
"무슨 말인데. ...그럼 나는?"
"우리의 시간은 너무 다른가봐. 나는 늘 너를 기다렸는데, 내가 돌아선 후에야 너는 날 향해 온거야."
"... 이미 돌이키기엔 늦었다는거지."
"그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 어쩐지, 선배를 보고 있으면 꼭 나같아."
"안가면 안돼?"
"우리 평생 친구하자고 했던거 취소할게. 나 너한테 고집 부려본 적 한번도 없잖아, 응?"
"...도환아."
"나한테도 네가 전분데, 내가 늦어서 미안해."
도환이와 나의 시간은 늘 그랬던 것 처럼, 맞물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이.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달라졌을까.
.
중얼거리듯 말하다 눈을 감은 선배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선배를 이렇게 오랫동안 가까이서 본 적이 있던가?
"선배, 자요?"
"아니, 나 때문에 깼어? 미안."
"아뇨, 그냥 술 깨니까 잠도 깨네."
"목 안말라? 물 좀 줄까?"
"선배, 지금 졸린거 아니면 얘기 좀 할래요? 나 할 말 있는데."
"응, 뭔데?"
"선배가 착각하는게 하나 있는데, 내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알아요."
"그렇지. ...내가 아까 그렇게 말한거 마음 상했어?"
"아니요 그게 아니구, 그러니까
제가 좋아하는 사람 도환이가 아니라 선배라구요."
"그래 나도 알ㅇ... 뭐?"
"그러니까 혼자 자꾸 단정짓고 도망가지 말라구요. 나 선배 쫓아가기 힘드니까."
"잠시만, 이거 꿈이지? 아니 내가 술이 덜 깼나?"
"잠깐 가까이 와봐요, 머리에 뭐 묻었어요. 그리고 이럴 땐 보통 나도 좋다고 하거나, 아님 안아주거나 그러지 않나? 선배 은근 무드 없는거 알죠?"
"그래도 돼? 이제 그냥 막 안고 좋아 죽겠다고 말해도 되는거잖아 그럼."
"나 잘할게. 도망 안갈게 이제."
"좋아해, 김여주. 좋아서 죽겠다 진짜."
나 하나 가졌다고 세상 다 가진 것 같이 구는 그 모습이 좋아서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선배와 꼭 안고 있는 그 시간이 너무 따뜻해서 간만에 깊은 잠을 잤다.
"아빠, 저 남자 누구야? 되게 잘생겼네."
아빠가 나를 학교에 데리러 온 그 날, 봤던 그 남자가 선배였나.
그 때부터 선배는 나를 사랑해왔을지 모른다고.
[10-2 우도환 ver.]
"왜 그렇게 보고만 있어. 나 되게 떨리는데 지금."
"진짜 나쁜 놈."
"울어? 야, 김여주. 왜 울어."
"내가 그 말 얼마나 기다렸는데. 조금만 늦었어도 너 딴 놈한테 나 뺏겼다고 멍청아."
"그랬어? 다행이네 안늦어서. 나 오늘 고백하는거 멋있게 하려고 연습 되게 많이 했는데 울긴 왜 또 울어."
내 우는 모습에 웃어주며 겉옷을 걸쳐주는 도환이의 손길은 다정하기 짝이 없었다.
2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따스함과 다정함이 좋았다.
"내가 못나서, 많이 돌아왔지 우리. 결국 매 순간 사랑하고 있었던건데."
"늘 그랬던 것처럼, 원래보다도 더 사랑할게. 울려서 미안해."
"피하긴, 아직도 자격 없어 나?"
"아니, ...나 울어서 못생겼단말야. 나중에, 좀 더 예쁘게 하자."
"미안한데 지금이 내가 본 모습 중에 제일 예뻐."
" 하여간 김여주, ...미치게 하네."
.
"... 도환이랑 만나게 된거, 선배 덕분이었어요. 선배가 일깨워주지 않았으면 용기 못냈을거에요."
"그랬어? 잘 됐네."
"이런 말 하는거 다 제 욕심이고 이기적인거 아는데, 그래도 선배가 제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그 말 하고싶었어요. 미안해요, 저 밖에 몰라서."
"아냐. 난 네 옆에 있는거면 충분하다고 했잖아."
"그냥 나중이라도 네 마음에도 내 자리가 생기면, 그거면 김선호 인생 잘 살았다 하겠지."
"선배는 여전히 참 멋있고, 어른스럽고, 좋은 사람이네요."
"어른스러워 보였어? 너네한테 틈이 조금이라도 생겼을 때 네 옆에 있으면서 절대로 기회 안놓치겠다는 뜻인데."
"봐, 눈물도 나. 나 하나도 안멋있는데, 네 앞에서 그냥 매일같이 멋있는 척 하는거야."
"...좋은 사람, 그런거 해요 우리. 좋은 여자는 못해줘도 저도 좋은 사람 할게요 선배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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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결말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열심히 가져와봤어요 :)
제가 생각했던 원래의 결말은 뭐였는지는 그냥 저만 알기로 했어요 어차피 두 가지 결말 낸거 원하는 결말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서
짧다면 짧지만 저한테는 이 글을 쓰는 시간이 생각보다 되게 길게 느껴진 것 같아요
재밌게 봐주신 독자님들 정말로 너무너무 감사 드립니다 !
다음 작 주인공은 아마, 주지훈 님과 송강 님이 될 것 같아요
지극히 작가 개인 취향에 따른 남주 선택이랄까요 ㅎㅎ
차기작도 기대 많이 해주시길 바라고, 마지막 화 즐겁게 보셨길 바라며 저는 다른 작품으로 찾아뵐게요 !!